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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97

    모처럼의 휴일, 루크는 예르나와 함께 거실에서 한가함을 만끽하는 중이다.

    테이블에 바르게 앉아서, 맘에드는 과자를 하나 뜯어 올려놓고, 재미있는 영상을 틀어놓고 말이다.

    일단 이런 영상들을 보다보면 예르나의 TV공포증을 완화하거나 해소할수도 있지 않을까, 그런 의도도 살짝은 들어있었고.

    보는 것들은 주로 고양이와 관련된 영상들이었다.

    고양이의 본능에 관한 것들을 공부할 수도 있고, 스스로가 어떤 상태에 놓일 수 있는지 미리 연습한다는 것도 가능하니.

    게다가 고양이 영상은 파이도 꽤 좋아하는 볼거리였다.

    녀석도 꽤 고양이랑 닮기는 했으니, 동질감을 느끼는 걸까?

    그러니까, 가끔 자신의 살랑이는 꼬리에 붙거나, 머리 위에 올라앉거나, 귀 끝을 툭툭 건드려서 제 귀를 괜스레 쫑긋거리게 만든다던가, 누워있으면 얼굴에 올라가 붙어있거나 하는 것이다.

    아무튼, 영상을 볼때는 조용하고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니 자신도 편하기는 하다. 

    그래서 가끔은 그냥 영상을 틀어놓고 책을 읽기도 한다.

    그나마 슈퍼 매직 리그를 할때는 건드리지 않는게 다행이라고 할까.

    루크는 뒤에서 자신을 안고있는 예르나에게 눈을 맞추기 위해 고개를 좌우로 돌릴수는 없으니 위로 올리며 말했다.

    “볼거리도 있고, 과자도 있군. 차는 어떤가?”

    “최고야. 향이 정말 좋아.”

    “그렇다면 꽤 괜찮은 다과회로군, 그렇지 않은가?”

    “최고지.”

    루크가 탄 차는 역시 최고였다.

    이젠 차도 루크가 달이고, 밥도 루크가 해주고, 빨래도 하고, 청소도 한다.

    그럴 필요가 없다고 해도, 은혜를 입었으니 이정도는 평범한 것이라 고집을 부리는 통에 어쩔 수 없다.

    게다가, 사실은 루크가 그 조그만 몸으로 집안일을 능숙하게 하는걸 보고 있으면 귀엽기도 하고.

    그렇게 예르나가 집에서 하는 일들은 착실히 줄어들어가고 있었다.

    확실히 엄청나게 편하긴 하다.

    무슨 페어리메이드라도 생긴 느낌이라고 할까.

    매일 밤, 은혜입은 페어리가 집안일을 해두고 사라진다는 그 동화얘기처럼.

    ‘정말 동화같네.’

    어쩌면 루크도 그 동화를 보고 따라하고 싶은건 아닐까. 루크는 동화를 좋아하니까.

    스스로를 루크 이루시라고 부르게 할 정도인걸.

    예르나가 루크를 흐뭇해하는 한편, 루크는 테이블 위로 손을 뻗어 과자를 한조각 집어 입가로 가져가 와삭 하고 씹었다.

    절묘하게 고소한맛과 단맛이 어우러지는 일품이었다.

    역시, 이 시대의 음식들은 ‘맛’만은 최고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잊지않고 예르나의 입 안에도 넣어준다.

    예르나는 입을 아- 하고 벌려서 과자를 받아먹고는 그런 루크가 귀여워죽겠다는 듯이 배시시 웃었다.

    “그리도 맛있나?”

    “응, 루크가 줘서 더 맛있네.”

    “……그런 건 아닐거다.”

    자신은 과자에 아무짓도 안했으니까. 

    루크는 다시 화면속 고양이들의 재롱들에 눈을 돌렸다.

    그나저나, 보면 볼수록 고양이들의 수많은 기행들은 이해가 안갔다.

    ‘나도 정말 오랫동안 고민해온 문제이다만, 대체 고양이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살아가는지 모르겠군.’

    루크도 고양이를 키워본 적이 있었다.

    정확히는, 고양이 형태의 마수였지만.

    ‘그래, 이제 점차 기억이 나.’

    역시 관련된 경험에서 기억을 되찾을 수 있는것이 분명했다.

    ‘허허, 참. 고양이 영상을 돌려보다가 기억을 되찾다니.’

    꽤 허무하긴 하지만, 아무렴 어떤가? 기억이 되돌아오는 것은 어쨌든 자신에게 이득이 아닌가.

    기억은 대충 그 녀석을 키우는 장면부터 시작했다.

    마계에서 데려온 고양이와 닮은 마수, 녀석을 처음부터 키메라의 재료로 쓰려고 데려온 것은 아니었다.

    녀석의 종족이 괜찮은 연구거리가 될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으며, 근처에 ‘성체’가 없는 어린 개체를 하나 포획해 길러보고자 했다.

    녀석의 종족적 특성은, 어디에든 쉽게 적응해버리고 만다는 것.

    녀석은 마치 ‘진화’같은 성장을 하는데, 그것이 당시 루크의 눈에는 상당히 연구할 만한 것으로 보였다.

    상황만 맞아떨어진다면, 어쩌면 ‘불사’도…….

    그렇게 루크는 녀석을 키우기 시작했다.

    그런데 녀석은 자신이 정말 고양이라도 되는줄 알았던 모양이다. 점차 고양이같은 행동을 해갔으니까.

    테이블 위에 올려둔 영약이나 책가지등을 아무이유없이 바닥에 떨궈버리기도 하고, 연구중인 술식의 종이 위에 잉크묻은 발로 뛰어올라 발도장을 찍어대기도 했으며, 곤충이나 소형동물을 잡아서 머리 한켠에 올려놓기도 했었다.

    고대의 마수가, 이 차원에서 스스로를 고양이로 알았단 말이다.

    녀석은 결국 레니에에 의해 ‘레비’라는 이름까지 얻었다.

    그렇게, 녀석은 ‘고양이 레비’로서 살아갔다.

    그 후 이렇다할 성장을 보이지 않았던것을 보면, 녀석은 그런 상황에 적응해버린 걸지도 모르겠다.

    그것은 무언가의 본질은 역시 스스로를 정의내리는 것에 달려있다는 깨달음을 얻게 했었다.

    레비가 자신의 정체성을 마수가 아닌, 고양이로 정의했던 것처럼, 루크는 자신을 키메라가 아닌, 루크 이루시로 정의하기로 했다.

    그리하면 분명 자신은 ‘루크 이루시’가 될 수 있는 걸테지.

    ‘그래, 분명 그렇겠지.’

    이러한 몸이 된 결과를 결코 돌이킬 수 없다고 해도 말이다.

    루크는 화면속 고양이의 재롱을 보며 자신도 저런 짓을 했던건가 하는 생각따위를 하며 차 한잔을 입으로 가져갔다.

    ‘모빌을 치거나 털뭉치를 굴리는게 솔직히 재미있기는 하지. 그 이유를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여전히 고양이들의 생각을 읽을수는 없지만 왜그런 행동을 하는 것인지는 이제 아주 조금이나마 이해는 간다.

    역시 그냥 재미였다.

    루크는 영상 하나가 끝나자 예르나를 올려다보며 물었다.

    “예르나, 고양이를 키워본 적 있나?”

    “글쎄…….”

    “글쎄는 대체 무슨 대답이지?”

    대답이 이상하다는 듯한 표정의 올려다보는 루크를 바라보며 예르나는 속으로만 생각했다.

    ‘비슷한건 지금 키우고 있는걸.’

    키운다기보단 같이 사는거지만.

    일단은, 말이다.

    “키워보진 않았어. 강아지라면 예전에 한번 키워봤지만.”

    “강아지라……. 음, 그렇군.”

    루크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예로부터 숲에서 살아가던 엘프들은 방범등의 이유로 개를 키우곤 했다.

    게다가, 인간들도 사냥등의 이유로 개를 기르곤 했고.

    “아, 그런데 루는 강아지를 싫어하니? 아까부터 고양이 영상만 보고 있는걸.”

    루크는 그렇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개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 커다랗고 험상궂게 생겼잖은가. 꽤 사납고.”

    “음? 그렇지는 않은데……. 작고 귀여운 아이들도 많아.”

    “음, 하긴, 새끼때라면 다들 작고 귀엽겠지. 그렇지만 다 크면 거의 내 몸만해져서는……. 꽤 무서워지잖은가?”

    루크는 자신의 머릿속의 ‘개’에 대한 이미지를 내뱉었다.

    그러니까, 사냥등으로 쓰이던 험상궂고, 날렵하고, 강력한 생김새의 개를 말이다.

    5000년 전의 개들은 모두 그러했으니까.

    “루크, 그렇지만은 않아. 다 커서도 작은 강아지들도 있어.”

    “다 커서도 작다니, 그런 개가 어디있는가?”

    “검색해봐, 정말이야.”

    루크는 반신반의 하면서 검색창에 ‘개’를 검색했다.

    그리고 그 결과에 루크는 꽤 놀랄 수밖에 없었다.

    “말도안돼.”

    그러자, 엄청나게 많은 형태와 모습의 개들의 사진이 쏟아져나오기 시작했다.

    크기, 털, 얼굴형……. 각자가 모두 달랐다.

    전부 다른 종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파이도 사람이 ‘흐음.’ 하는 소리를 흉내내면서 뚫어져라 모니터를 응시하고 있다가, ‘멍멍!’하는 강아지소리를 흉내냈다.

    정령어적으로 무슨 의미가 있는 말은 아닌 것 같다.

    “이것이 모두 다 ‘개’라고?”

    “그렇다니까. 정말 처음봐?”

    예르나는 그런 루크의 반응이 이상해서 고개를 갸웃했다.

    “내 평생에 본것은 이렇게 생긴 개밖에 없었는데…….”

    “……그래?”

    루크가 손으로 가리킨 것은 맹견으로 분류되는 종이었다.

    날렵하고 턱힘도 좋고 체력도 좋아서 주로 사냥용이나 경비용으로 키워지는 대형견종.

    “아.”

    예르나는 머리를 강타한 한가지 생각에 단말마를 내뱉고 말았다.

    그러니까, 루크가 개를 봤다면 대체 어떤 상황이었겠냐는 말이다.

    아무래도 루크 또래의 아이들이나 사람들을 감금해뒀을법한 연구시설이다. 

    분명히 굉장히 높은 수준의 보안을 요구하겠지.

    그렇다면 그 시설을 지킬 방범수단중에 한가지로 개를 선택했을 가능성 또한 높다.

    게다가 사람들을 다수 수용한 교도시설이라면, 탈출을 막기 위해 훈련된 교도견을 두는것도 아주 효율적일테고.

    그러니 루크의 시선에서, ‘개’라면 사납고 무서운 것밖에 없었으리라.

    그러던 중, 루크는 갑자기 알았다는 듯이 손가락을 튕기며 말했다.

    “아! 이거, 혹시 ‘사진 합성’이라는 녀석인가?”

    “……응? 사진 합성……?”

    예르나가 얼빠진 목소리로 묻자, 루크는 당당히 웃으며 설명했다.

    “며칠전에 학습했다. 시루드가 그것의 존재를 알려주었지. 그땐 고양이가 마법을 쓰는 사진이 너무도 정교하여 조작되었을거라곤 미처 생각지도 못하고 믿어버릴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게 무슨.”

    “하하하! 하마터면 깜빡 속을 뻔 했구나, 그렇지?

    그리고, 이렇게 작은 개가 다 자란 녀석일리 없잖은가. 이건 새끼일적의 사진일테고. 하하, 역시 보기전엔 아무것도 믿을 수 없는 법이구나.”

    루크는 예르나를 향해 호탕하게 웃으며 꽤 재미있는 농담이었다는 듯 손을 저었다.

    “그야 그렇겠지, 고양이는 전혀 바뀐게 없는데, 어떻게 개만 이토록 많이 바뀐단 말이냐? 분명 합성일게야.”

    그렇다, 5000년 전의 고양이와 현대의 고양이는 외형적으로 크게 달라지지 않았건만, 개만 이토록 수많은 아종이 탄생할 이유가 없지 않을까?

    스스로의 추측에 만족했는지 뿌듯한 미소를 짓는 루크를 바라보며 예르나는 입을 열었다.

    “……루, 있잖아. 그거 합성 아니야.”

    “하하하, 아직도 미련을 못 버렸는가? 안 속는다네!”

    “…….”

    진짜 보여줘야 믿을 모양인데.

    진짜 한번 보여줘야겠다.

    음, 그러고보니 저번에 루아 에라스트가 집에 강아지를 한마리 키운다고 들었는데.

    한번 데리고 와달라고 해볼까.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랜만에 보겠네요. 수인 상담가 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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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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