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97

       

       

       어째서 이렇게 된 걸까.

       

       주위를 둘러보자 깔끔하게 정리된 방이 눈에 들어왔다.

       

       저번에 한 번 보았던 장소. 시우의 방이다.

       

       깔끔하게 정리된 방이, 분명 저번에 한번 봤음에도 색다른 느낌이었다.

       

       

       “예비용 이불을 어디에 뒀더라···.”

       

       

       시우가 내가 사용할 이불을 찾기 시작했다.

       

       저 녀석은 진짜 아무런 생각이 없구나.

       

       어처구니가 없어서 한숨이 새어나왔다.

       

       순간 착각할 뻔했네.

       

       시우가 나에게 그런 발언을 할 이유는 전혀 없기는 했지만···.

       

       혹시 모르는 거잖아. 내가 알 수 없는 이유로 나에게 반해버린 건가 한참 생각했다.

       

       진짜 아무런 생각이 없는 거였다니.

       

       ···역시 주인공이라 그런가?

       

       이런 오해를 살법한 발언이 나올 거라고는 생각해본 적도 없었는데.

       

       

       “아르테, 무슨 일 있어?”

       

       “아무것도 아니에요.”

       

       

       우와, 깜짝이야.

       

       시우가 갑작스레 내게 말을 건네는 모습에 화들짝 놀랐다.

       

       슬쩍 흘겨봤는데도 금방 눈치채네.

       

       이런데에는 또 눈치가 빠른데 말이야.

       

       왜 자기 언행이 오해를 부를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하는 걸까.

       

       

       “아, 여깄다.”

       

       

       시우가 이불을 찾아낸 듯 화색을 표했다.

       

       이불을 바닥에 깔더니, 그 자리에 드러누웠다.

       

       ···응?

       

       

       “저기, 그 이불은···?”

       

       “내가 쓰려고. 아르테는 편하게 침대에서 쉬어야 할 거 아냐.”

       

       “아, 네.”

       

       

       별거 아닌 사소한 배려다.

       

       친구의 집에 가거나 하면 늘 오가는 배려.

       

       가끔 친구의 집에 가거나, 친구가 우리 집에 왔을 때도 가끔 하는 그런 배려.

       

       아마 시우도 별다른 생각은 없겠지.

       

       언제나 그랬듯 사소한 배려일 거다.

       

       하지만 그런 사소한 배려 덕에 마음이 따뜻해지는 기분이었다.

       

       ···한 가지 걸리는 점만 아니었다면 더욱 좋았겠지만.

       

       

       “그런데, 굳이 바닥에서 자야 하나요···?”

       

       “응? 왜?”

       

       “방이 여러 개 있던데. 다른 방에서 자도 괜찮은 게···?”

       

       

       아직도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방이 여러 개 있는데, 왜 굳이 같은 방에서 자고 싶어하는 걸까.

       

       

       “···꼭 듣고 싶어?”

       

       “네?”

       

       

       뭐야, 왜 이렇게 진지해?

       

       어떻게 해서든 듣고 싶으냐는 듯 시우가 얼굴을 굳혔다.

       

       으음, 가벼운 대답이 돌아올 줄 알았는데.

       

       시우가 나를 여자로 보고 있지 않는 게 아니었나?

       

       굳이 나랑 같은 방에서 자야 할 이유 같은 게 있었다고?

       

       진지한 표정을 지은 시우를 바라보았다.

       

       여전히 시우는 얼굴을 굳힌 채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네, 듣고 싶은데요.”

       

       

       이렇게까지 진지하게 이야기하면 궁금해서 참을 수 없잖아.

       

       그냥 친한 친구라고 생각해서 벌인, 주인공 특유의 눈치 없는 행동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유가 있었다고?

       

       호기심을 자극당했다.

       

       

       “하아, 좋아. 그럼 잠깐 집 밖으로 나가볼게.”

       

       “···네?”

       

       “잠깐이면 괜찮아. 금방 알게 될걸.”

       

       

       시우는 내게 통보했다.

       

       잠깐 밖에 나가겠다고.

       

       갑작스러운 사태에 당황하고 있던 나를 걱정스레 바라본 시우가, 선언한 대로 집 밖으로 나섰다.

       

       금방 돌아오겠다는 말을 남기며.

       

       ···그리고 얼마 후. 나는 또다시 찾아온 불안감에 몸을 떨었다.

       

       점차 숨을 쉬기가 힘들어지고, 또다시 찾아온 무력감에 당황할 무렵.

       

       시우가 미안하다는 듯 고개를 숙이며 다시 방 안으로 들어왔다.

       

       

       “···어때?”

       

       “이, 이게 무슨···.”

       

       

       나도 바보는 아니다.

       

       짧은 시간 내에 두 번이나 비슷한 상황이 일어났다면, 대충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고.

       

       갑자기 숨을 쉬기 힘들어지기 전에. 무슨 일이 있었지?

       

       시우가 내 눈앞에서 사라졌어.

       

       그 사소한 이유 하나 때문에, 내가 이렇게 된다고?

       

       

       “아르테. 저번에 말했었지. 네가 누구인지 알고 있다고.”

       

       “···.”

       

       “바로 다음 날, 너는 지각했고. 잠결에 내게 안겼어. 기억나?”

       

       “그, 그랬던가···?”

       

       “그 이후로, 네가 조금···. 불안정해 보여서 말이야.”

       

       

       이런 걸 내게 말해도 되는 걸까.

       

       그런 표정을 지으며, 시우는 내게 말했다.

       

       

       “혹시나 했는데, 오늘 네가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는 걸 보고 확신했거든.”

       

       “···뭐, 뭘요?”

       

       “네가 나와 떨어지는 걸 불안해하는 것 같다고.”

       

       

       나와 다를 바 없는 결론을 내린 시우.

       

       하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충격적이었다.

       

       내가 생각하고 있던 게 사실이라는 것 같아서.

       

       

       “그래서 같이 자자고 한 거야. 네가 힘들어 보였으니까.”

       

       “···아.”

       

       

       눈치가 없다고 생각했던 내가 부끄러워졌다.

       

       시우는 나를 도와주려고 한 건데, 나는 그를 헐뜯고 있었다니.

       

       

       “고, 고마···.”

       

       “그리고···. 하고 싶은 말도 있었고.”

       

       “네, 네···? 하고 싶은 말?”

       

       

       감사의 인사를 표하려고 했는데, 시우가 나의 말을 끊었다.

       

       

       “그 이후에 어영부영 넘어갔지만···. 제대로 이야기를 해봐야 할 것 같아서.”

       

       

       ···아멜리아는 위험하다고 했지만, 지금은 이야기해야 하는 타이밍인 것 같거든.

       

       그렇게 중얼거린 시우는, 열려있던 창문을 닫아버렸다.

       

       혹여나 내가 도망칠 구석을 만들지 않겠다는 듯이.

       

       

       “그 작가님이라는 사람. 지금도 보고 있어?”

       

       “자, 작가님은 어떻게···!”

       

       “말을 할 때는 주의해서 하는 게 좋을 거야, 아르테. 그렇게 중얼거리면, 적어도 나한테는 들리거든.”

       

       

       나에 대한 것만 알고 있는 줄 알았는데.

       

       내 부주의함 탓일까. 아니면 작가님의 능력 부족 탓일까.

       

       시우는 생각보다 많은 것을 알고 있었다.

       

       ···텔레파시 능력 정도는 줘도 괜찮았잖아.

       

       그놈의 설정 탓에 불가능하다는 것은 알고있어도, 불평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보고 있어?”

       

       “···몰라요. 연락이 안 되니까.”

       

       “연락이 안 된다고?”

       

       “제 정체를 들킨 이후부터, 아무런 말을 하지 않는다고요···.”

       

       

       도망쳐도 다음 날에 또다시 물어오겠지.

       

       시우의 눈을 보고 확신했다. 지금 도망쳐도 결국 일을 미루는 것뿐.

       

       포기하고 시우에게 내 상황을 말해주었다.

       

       아무런 연락이 되지 않아.

       

       내가 연락을 취할 방법도 없어.

       

       시우의 잘못이 아니야.

       

       그는 알고 있었음에도 나를 믿었기에 입을 다물고 있었잖아.

       

       하지만 그런데도 자꾸만 나쁜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말하지 않아도 괜찮았잖아.

       

       내가 이렇게 불안해하지 않아도 괜찮았을 텐데.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다른 사람에게 잘못을 떠넘기는 자신이 역겨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뭐, 좋아. 보고있어도, 보고 있지 않아도. 내가 말하고 싶은 건 변하지 않으니까.”

       

       

       어물쩍 넘어갔다고 생각했는데.

       

       시우는 생각보다 집요했고, 나는 너무 안일했다.

       

       자괴감이 나를 뒤엎기 시작하려던 찰나.

       

       그가 나에게 선언했다.

       

       아니, 작가님에게 선언했다.

       

       

       “내 목표는 말이야, 아르테. 네가 행복해지는 거야.”

       

       “···네?”

       

       “하지만 너는 그 작가님이 있으면 행복하지 않을 것 같거든.”

       

       

       그러니까 선언하는 거야.

       

       시우가 내게 웃으며 말했다.

       

       

       “만약 그 작가님이 너와 다시 연락된다면 전해줘.”

       

       “···무엇을?”

       

       “앞으로 조심하라고.”

       

       

       오만하다.

       

       그게 시우의 말을 들은 나의 감상이었다.

       

       나도 작가님의 얼굴은 본 적이 없는데.

       

       얼굴도 모르는 존재를 어떻게 하겠다는 걸까.

       

       그런 내 생각이 표정에 드러났는지, 시우가 입술을 삐죽였다.

       

       

       “···뭐야, 아르테. 나 못 믿어?”

       

       “믿을 수 있을 리가 없잖아요.”

       

       

       시우는 강하다. 그건 맞아.

       

       하지만 시우도 결국 사람.

       

       신을 이길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렇게 생각했다.

       

       

       “이길 수 있을 리가 없어요. 이 세상의 누구도 작가님을 이길 수는 없다. 그게 현실이에요.”

       

       “추측이야?”

       

       “엄연한 사실이에요.”

       

       “···그렇구나.”

       

       

       시우의 말은 고마웠다.

       

       하지만 불가능한 건 불가능한 거야.

       

       한낱 인간이 신에게 대적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그렇게까지 말하니 조금 기가 죽는데.”

       

       

       그렇게 말한 시우가, 갑작스럽게 나를 껴안았다.

       

       

       “가, 갑자기 무슨···!”

       

       “오늘은 푹 쉬고, 다음에 다시 생각해보자고. 벌써 잘 시간이 훌쩍 넘었어. 늦게 자면 또 지각한다?”

       

       

       더 이상 이야기를 나누지 않겠다는 듯 시우가 나를 들어 침대로 억지로 옮겼다.

       

       잠깐 당황한 사이 어느새 나는 침대 위에 올려졌다.

       

       

       “잘 자, 아르테. 오늘은 푹 잤으면 좋겠네.”

       

       “자, 잠깐만요!”

       

       

       시우는 더 이상 말을 걸어오지 않았다.

       

       아마 내가 푹 쉬었으면 하는 거겠지.

       

       

       “하아···.”

       

       

       결국 하고 싶은 말만 하고, 나의 말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구나.

       

       시우가 했던 말을 되짚어보았다.

       

       도와주겠다. 작가님을 어떻게든 하고 싶다.

       

       그렇게 생각하는 게 눈에 훤히 보였어.

       

       어떻게든 방법을 찾겠다는 듯, 시우는 불가능이라는 단어를 입에 담고 싶어 하지 않았다.

       

       

       “저기, 자요···?”

       

       

       역시나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자는 걸까. 확인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다른 사람의 침대.

       

       내 집의 침대보다 훨씬 딱딱하고, 익숙하지 않아.

       

       잠이 오기는커녕 밤을 새워야 정상이겠지.

       

       하지만 이유 모를 안심감이 들었다.

       

       어둠 속, 가까운 장소에 유시우가 누워있다.

       

       나를 전적으로 믿어주고, 나를 도와주고 싶어 하는 그가 누워있었다.

       

       ···뭔가 기분 좋네.

       

       베개에 얼굴을 파묻어보았다.

       

       역시 내게 맞지 않는 베개였다. 잠이 올 리가 없어.

       

       그렇게 생각했는데.

       

       잠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마치 나를 껴안듯이 포근하게 감싸는 안심감. 따뜻한 온기.

       

       이 세계에 오고서 처음으로 숙면을 취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런 막연한 기분.

       

       그렇지만 틀리지 않은 기분이었다.

       

       나는 이 세계에 오고나서, 처음으로 숙면에 빠졌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연참을 하려고 정말 열심히 노력해봤는데 안되더라구요. 미안해요 독자님들···.

    하루 한 편도 힘들어서 휴재했던 주제에 너무 나댔나봐요.

    나는 꼴뚜기야, 응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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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st Because I Have Narrow Eyes Doesn’t Make Me a Villain!

Just Because I Have Narrow Eyes Doesn’t Make Me a Villain!

실눈이라고 흑막은 아니에요!
Score 3.9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Why are you treating only me like this!

I’m not suspicious, believe me.

I’m a harmless person.

“A villain? Not at 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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