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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97

       밤이 늦은 거리.

        ​

       나는 지붕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

        문 앞에 사칭범과 그의 동료들이 모여 있었기 때문이다.

        ​

        “신기하네요.”

        ​

        이렇게 우르르 몰려와서 보고 있는데도 알아차리지를 못하다니.

        ​

        클로셀 영감님이 간만에 어깨를 피며 말했다.

        ​

        “소싯적에는 이런 일들이 수도 없이 있었지, 그때 쓰던 마법들이라네.”

        ​

        몸을 움직여도 소리가 나지 않는다.

        ​

        심지어 말을 해도 저쪽에는 들리지 않는다고 했다.

        ​

        주변을 훑어보니 마나가 신기한 형식으로 우리를 둘러싸고 있었다.

        ​

        “보통은 말일세, 저런놈들은 쭉정이에 불과하다네.”

        ​

        동감하는바였다.

        ​

        저런놈들 몇 명 족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닌 것 같았으니까.

        ​

        이윽고, 놈들이 주고받는 대화가 들려왔다.

        ​

        “건너편 집에 아이가 둘.”

        ​

        “훗.”

        ​

        동료로 보이는 놈이 코웃음을 쳤다.

        ​

        그리고 그놈이 꺼내놓은 말이 가관이었다.

        ​

        “조금 더 들어가면 보육원이 하나 있어.”

        ​

        “호오…”

        ​

        “조용히 작업을 시작하면 꽤 빼돌릴 수 있겠더군.”

        ​

        저놈들의 말에 파라몬 영감님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

        처음만났을때보다 더 무서운 얼굴.

        ​

        아마 이대로 두면 저놈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다.

        ​

        영감이 스산한 목소리를 내뱉었다.

        ​

        “하는 짓거리들을 보니, 이미 납치한 아이들이 제법 있을 것 같군.”

        ​

        나는 이미 저게 사실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

        어디에 숨겨뒀는지를 알아야 할 테지만.

        ​

        “저놈들을 따라가 봐야 할듯하네.”

        ​

        보통이라면 영감님의 말대로 진행하는 게 맞을 것이다.

        ​

        알 수 있는 방법이 많지 않으니까.

        ​

        하지만.

        ​

        “그럴 필요 없어요.”

        ​

        “…그렇군.”

        ​

        나는 손을 뻗어서 한곳을 가리켰다.

        ​

        “저쪽 어디쯤인 거 같네요.”

        ​

        그리고 확인을 하듯 물었다.

        ​

        “꼬마야, 이쪽이 맞아?”

        ​

        – ….

        ​

        방향을 가늠하던 꼬마의 영혼이 고개를 끄덕였다.

        ​

        “가시죠.”

        ​

        “저놈들은 어떻게 하는 게 좋겠는가?”

        ​

        “흐음….”

        ​

        “미리 말해 두지만, 지금 내가 제법 화가 났다네.”

        ​

        인과응보라는 것이 있다.

        ​

        어떤 식으로든 업보가 찾아올 터.

        ​

        게다가 영감님 말고도 화가 나신 분이 한분 더 있다.

        ​

        “가만히 두면 알아서 벌 받으러 올거예요.”

        ​

        “…그럼 안내를 부탁하지.”

        ​

        꼬마의 영혼이 고개를 끄덕였다.

        ​

        아마 영감님이 이 아이의 상태를 봤다면 벌써 저놈들의 목과 몸이 분리 되었을 것이다.

        ​

        먹지 못해 피골이 상접한 몸.

        ​

        여러 곳에서 보이는 상처.

        ​

        조금만 더 놔두었다가는 귀신이 되어 버릴 영혼이다.

        ​

       이미, 반쯤 잡귀의 상태에 들어선 것 같기도 했고.

        ​

        “얼른 해결해야겠네.”

        ​

        놈들을 내버려두고선 아이의 영혼을 따라 자리를 옮겼다.

        ​

        그런데 영혼을 따라가면 갈수록 위치가 이상했다.

        ​

        “이거 아무래도…”

        ​

        “크게 엮여 있는 것 같구만.”

        ​

        점점 눈에 띄기 시작하는 병사들.

        ​

        지금 가는 방향은 명백하게 일반인의 출입이 금지된 곳이었다.

        ​

        이러니, 안 들키고 아이들을 잡아 들일 수 있었던 거겠지.

        ​

        “여기도 교단 만큼이나 개판이네.”

        ​

        근처로 아이들의 영혼이 몰려들었다.

        ​

        벌써 눈에 띄는 숫자만 열 명 남짓.

        ​

        천도제를 올려도 작게는 안 될 숫자였다.

        ​

        인적이 드문 곳.

        ​

       군수물자들을 보관하는 창고.

        ​

        저중 하나에 아이들이 갇혀 있었다.

        ​

        “티 안 나게 빼 올 수 있을까요?”

        ​

        파라몬 영감이 매섭게 고개를 끄덕였다.

        ​

        그걸 보는 나는 어째 느낌이 쎄했지만 말이다.

        ​

        “걱정 말게. 젊었을 적에 자주 해봤던 일이니. 나와 로셀에게 맡기시게.”

        ​

        ​

        ***

        ​

        ​

        화르륵.

        ​

        횃불이 어둠을 밝히는 이곳.

        ​

        하르프왕국의 국경을 지키는 병사들이 근무를 서고 있었다.

        ​

        “이봐, 그거 들었어? 오늘 운명을 봐주는 사람이 다녀갔다는군.”

        ​

        “난 아까 다녀왔지.”

        ​

        말을 꺼낸 병사의 얼굴에 호기심이 들어찼다.

        ​

        벌써 사람들 사이에 뜨거운 화제였다.

        ​

        “올해 농사가 괜찮을 거라면서?”

        ​

        “그게 무슨 상관이야? 또 세금으로 뜯겨나갈 텐데.”

        ​

        “끄응….”

        ​

        대화를 주고받을 때.

        ​

        병사의 눈에 이상한 것이 들어왔다.

        ​

        평범한 옷차림, 하지만 품격있어 보이는 옷.

        ​

        그리고 얼굴을 가린 복면.

        ​

        무성의하게 걸쳐진 그것이 누가 봐도 좋은 목적으로 이곳에 방문한 것이 아니라는 걸 나타내고 있었다.

        ​

        “도둑치고는 당당하게 들어오는데?”

        ​

        “미친놈인가 보지.”

        ​

        가끔 있는 일이었다.

        ​

        한몫을 챙겨보려 도둑이 찾아오곤 했지만, 결과는 항상 같았다.

        ​

        사형을 당하거나, 어디론가 잡혀간다.

        ​

        이번에도 같으리라.

        ​

        돌연 검은 복면인이 눈앞에서 사라졌다.

        ​

        그리고 들려오는 소리.

        ​

        짜악 – !

        ​

        “….!!!”

       

       어느새 나타난 복면인의 손이 한 병사의 머리를 후려치고 있었다,

        ​

        손으로 투구를 후려쳤는데 어떻게 저런 소리가 난다는 말인가?

        ​

        “이,이익!”

        ​

       반사적으로 창을 내지른 병사는 마치 신비로운 마법을 경험하는 기분이었다.

        ​

        아무리 찔러도 창이 닿지 않았다.

        ​

        아주 미세한 차이로.

        ​

        “도둑이다! 침입자가 나타났다!”

        ​

        소리를 지른 병사는 곧 이상함을 깨달았다.

        ​

        주변에서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

        분명히 소리를 들은 다른 동료들이 몰려와야 함에도 말이다.

        ​

        “조, 종…!”

        ​

        경보음을 울리는 종으로 달려간 병사가 그것을 힘껏 두드렸다.

        ​

        하지만.

        ​

        “이거 왜 이래?”

        ​

        크게 울려야 할 종에서는 소리가 나지 않았다.

        ​

        분명히 손에 종을 치는 느낌이 있었다.

        ​

       그럼에도 소리가 나지 않는 종.

        ​

        이윽고, 검은 복면을 쓴 도둑이 말을 걸어왔다.

        ​

        “이곳이 무엇을 하는 곳인지 아는가?”

        ​

        주춤.

        ​

        주춤.

        ​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직감한 병사가 뒷걸음질을 칠 때.

        ​

        짜악 – !

        ​

        투구가 통째로 울리고, 직접 얼굴을 맞은 것처럼 눈앞이 핑 돌았다.

        ​

        풀썩 –

        ​

        쓰러진 병사의 앞에 복면을 쓴 다른 사람들이 나타났다.

        ​

        “아니, 영감님! 몰래 들어가야지 때려눕히면 어떡해요?”

        ​

        “잠입은 원래 이렇게 하는 것이네.”

        ​

        “이게 정면 돌파지 잠입인가요?”

        ​

        파라몬에게 따지고 있는 사람은 크리스였다.

        ​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경우란 말인가.

        ​

        잠입을 정면으로 한다는 소리는 듣지도 보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

        이러다 아이들에게 문제라도 생긴다면 어떻게 한다는 말인가?

        ​

        이윽고, 옆에 있던 또 다른 복면인이 입을 열었다.

        ​

        “안 들키면 잠입이 맞네. 소싯적에 이렇게 여러 번 해먹었지. 걱정 마시게.”

        ​

        복면인들이 휘적휘적 걸어들어가고, 소리가 울려 퍼졌다.

        ​

        짜악 –

        ​

        “이안에 무엇이 있는지 아는가?”

        ​

        “치,침입…!”

        ​

        짜악 –

        ​

        풀썩 –

        ​

        “영감님! 왜 자꾸!”

        ​

        짜악 –

        ​

        제법 큰 소리가 울렸음에도 주변은 조용했다.

        ​

        마법에 의해 소리가 완전히 차단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

        복면인들의 침투가 깊어지고 조금씩 다른 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

        “이곳이 무엇을 하는 곳인지 아는가?”

        ​

        “다,당장 상부에 보고를…!”

        ​

        우드득 –

        ​

        뼈가 부러지는 소리였다.

        ​

        “그대는 여기가 무엇인지 아는 모양이로군. 그대도 역시…”

        ​

        콰직 –

        ​

        우드득 –

        ​

        “영감님, 그놈은 움직일수록 사람들이 다쳐요.”

        ​

        “알겠네.”

        ​

        다시 한번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

        우드드득.

        ​

        “내 다리가…!”

        ​

        풀썩 –

        ​

        목적지로 하는 창고까지 일직선으로 이어진 길.

        ​

        그곳에 있는 모든 병사들이 바닥에 기절해 있었다.

        ​

        침투하는 곳이 깊어 질수록 경비도 삼엄해졌다.

        ​

        드문드문 기사들도 보이는 수준.

        ​

        하지만 이들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

        “영감님! 저 새끼 엄청 나쁜새끼예요!”

        ​

        갑자기 나타난 복면인들.

        ​

        쓰러진 병사들.

        ​

        그것을 발견한 기사가 다급하게 검을 뽑아 들었다.

        ​

        채앵 –

        ​

        “감히, 이곳이 어디인 줄 알고 침입을 한 것이냐!”

        ​

        그의 검에는 망설임이 없었다.

        ​

        시퍼런 오러가 실린 검이 그림처럼 휘둘러졌다.

        ​

        날카롭게 정돈된 검술.

        ​

        상대가 파라몬이라는 강자만 아니었다면 훌륭한 공격이 되었으리라.

        ​

        빠악 –

        ​

        기사가 제압되는데는 눈 한번 깜빡일 시간이면 충분했다.

        ​

        풀썩 –

        ​

        “구체적으로 어떻게 나쁜 놈인가?”

        ​

        “돈도 횡령한 것 같고, 사람도 죽인 것 같네요.”

        ​

        “평민을 죽인 것인가?”

        ​

        “네.”

        ​

        곧바로 섬뜩한 소리가 울렸다.

        ​

        우지직 –

        ​

        “다시는 검을 잡지 못할 것이네.”

        ​

       한차례의 소란이 있고, 크리스가 허공에 중얼거렸다.

        ​

        “여기가 맞아?”

        ​

        아무것도 없는 공간과 대화를 나누는 크리스.

        ​

        대화는 한참이나 이어졌다.

        ​

        누군가가 봤다면, 미친놈으로 보았으리라.

        ​

        “저쪽 건물?”

        ​

        이윽고, 크리스가 한쪽 방향을 가리켰다.

        ​

        “저기 지하에 있다네요.”

        ​

        “경비가 많다고 해요.”

        ​

        “천 명 단위인가?”

        ​

        그 말에 설명을 하던 크리스의 얼굴이 황당하게 바뀌었다.

        ​

        이 영감들은 스케일이 달라도 너무 달랐다.

        ​

        애초에 이렇게 당당하게 들어오는 건 생각지도 못했으니까.

        ​

        “많아야 백명 정도…?”

        ​

        “먼저 들어가 있겠네. 조금 있다가 들어오시게.”

        ​

        옆에 있던 클로셀이 복면을 고쳐 썼다.

        ​

        “반대쪽에 군량창고가 있더군.”

        ​

        “….?”

        ​

        “아이들을 데리고 빠져나가려면 시선을 돌려야 하네.”

        ​

        복면이 얼굴을 가리고 있었지만 미소를 숨길 수는 없었다.

        ​

        “불을 지르고 오겠네.”

        ​

        ​

        ​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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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Shaman in a Fantasy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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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세계의 무당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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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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