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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97

       *** ***

       

       “어제는 감사했습니다.”

       

       “별 말씀을. 응당 해야 할 일이였지요.”

       

       나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혁기린은 미묘한 눈길로 나를 바라보았다.

       

       “으음. 그리고 다음 번에도 무슨 일을 진행하실 계획이라면 무언가 언질이라도 주시지요.”

       

       지금 보니 혁기린의 귓볼이 달아오른 상태. 어제 객잔 사람들의 반응은 혁기린에게 부담스러웠던 모양이다.

       

       “그러나 어제 일은 좋지 않았습니까? 혁 대협께서 하신 일을 사람들이 모두 알고 함께 통쾌해하며 시름을 덜어냈으니…”

       

       “정정하겠습니다! 무슨 일을 하기 전에! 반드시! 말씀해 주세욧!”

       

       혁기린의 뾰족한 외침에 흑묘가 빵 터져서 웃기 시작했다. 혁기린의 달아오른 얼굴과 매서운 눈빛을 받으며 나는 입맛을 다시고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사실 어제 혁기린에게 제공한 서비스는 호천안 연출 평가 등급으로 따지면 특상급쯤 되는 스페셜 코스였는데 말이야. 아마 다른 무림인들이 저 서비스를 받았다면 좋아 죽으면서 평점 5점을 남겨 주었을 텐데.

       

       우리 순진한 협객님은 사람들의 흠모의 시선과 칭찬이 영 어색한 모양이다.

       

       그렇게 혁기린에게 당부를 받으며 사천에 도착하자.

       

       “본인은 황보경찬이라고 하오. 옥룡신협 혁기린 소협을 만나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소.”

       

       황보가에서 온 사람이 기다리고 있었다.

       

       *** ***

       

       황보경찬은 혁기린에게 거대방파들의 회담이 있다 알렸고 혁기린은 그 자리에 참석하기 위해 자리를 이동했다.

       

       아쉽지만 우리가 낄 수 있는 자리가 아닌지라 저녁에 다시 혁기린의 숙소로 찾아가기로 했다.

       

       “사천의 거대방파들이 모이는 회담 자리에 가 봐야 별로 좋은 소리는 못 들을 텐데 말이에요.”

       

       흑묘는 혁기린이 걱정되는지 그렇게 중얼거렸다. 뭐…단독으로 산적과 접촉하고 왔으니 다른 문파들 입장에서는 그리 곱게 보이지는 않겠지.

       

       “우리에게 순진한 모습만 보여주었을 뿐. 옥룡신협 혁기린은 점창파의 대제자야. 그렇게 호락호락하지는 않을 거라고.”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후예십시 같은 후기지수의 필두, 구파일방의 대제자 같은 직함은 아무에게나 달리는 것이 아니다. 객잔의 사람들에게는 말없이 고개 숙이고 있었지만 동시에 산적들에게는 그 누구보다도 서늘한 경고를 건넨 것 역시 혁기린이다.

         

       견제를 당할 수도 있겠지만 흑묘가 걱정하는 것처럼 혁기린은 당하고만은 있지 않을 것이다.

       

       “우리도 낭인객잔에서 잠깐 몸좀 풀고 쉬었다가 저녁에 합류하러 가자.”

       

       “흐음. 여자들한테 시달린다는거…뭐 혁기린의 입장에서는 고역이겠죠.”

       

       오늘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돌아오다가 혁기린이 우리를 고용한 이유를 들었다. 사실 혁기린의 입장에서는 우리보다 훨씬 편한 안내인들을 구할 수 있었다.

       

       이 사천성에는 점창과 손을 잡은 중소방파들이 한둘이 아니니까. 그런 문파 하나 찾아가서 적당한 길잡이 하나 붙여 달라고 하면 문주가 뛰어 나와서 절을 하며 제자들을 떼로 붙여 줄 걸?

       

       음.

       

       혁기린의 성격상 질색할 일이로군.

       

       아무튼 혁기린이 우리를 고용한 이유는 바로 소저들이 마구 달려 들기 때문이란다. 참으로 부러운 이유가 아닐 수 없었다. 육탄공세는 물론이고 그냥 무지성으로 몸을 날리는 소저들도 한둘이 아니라고 하는데 참으로 부러웠다.

       

       그러나 혁기린에게는 자신에게 달려드는 소저들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겠지. 아무리 남장을 했어도 혁기린은 여자니까 직접 몸이 닿는 순간 여러 가지로 곤란한 일이 생길 수밖에.

       

       그러니 사천성에서 역병과 동급의 취급을 받는 사천낭인을 고용했다는 것이다.

       

       소향객잔에서 황보세가가 주관하는 산적대책회의가 열린다는데 대충 끝날 시간에 맞추어 그쪽으로 가기로 했다.

       

       “우리도 낭인객잔에서 좀 쉬다 움직이자고.”

       

       흑묘가 고개를 끄덕여 동의를 표했다.

         

       유사연과는 한번 정보를 교환할 필요가 있었다. 우리 쪽에서 얻은 정보도 유사연에게 공유해 줄 필요가 있었고 유사연도 우리가 화리탕을 먹으며 피서를 보낸 사이에 얻은 정보도 있을 테니까.

         

       “요새 고생 많이 한 모양이야. 얼굴이 반쪽이 되었군.”

       

       “그래…”

       

       유사연은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 유사연이 한숨을 쉬는 모습은 그다지 별다를 게 없었다. 이름 그대로 사연 많은 여자인 유사연은 늘상 온 세상의 걱정은 다 떠안은 양 무게를 잡고 한숨을 내쉬고는 했으니까.

       

       그러나 오늘은 그 한숨의 깊이가 다른 느낌이 들었다.

       

       “무슨 일이 있었나?”

       

       “있지. 아주 커다란 일이 말이야.”

       

       차분히 가라앉은 분위기의 유사연은 습관성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나저나 혁기린은? 혁기린의 의뢰를 받았다 들었는데.”

       

       “구파일방과 오대세가끼리 회담이 있다길래. 저녁 때 다시 만나기로 했지.”

       

       그 말에 유사연은 눈을 질끈 감았다. 눈썹이 파르르 떨리는 것을 보니 꽤 충격을 받은 모양. 나는 그제야 턱을 괴고 있던 자세를 바로 했다. 무슨 일이 났군.

       

       “하아. 혁기린이 불려간 것을 보니 오늘 들은 사천상인연합회에 관한 소문이 사실인가보네.”

       

       “그래. 거기서 무슨 이야기가 나왔길래.”

       

       사천상인연합회는 이 사천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단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사천성의 막대한 부를 쥐락펴락할 수 있는 거상부터 대상 중상 소상인들까지 모두 속해 있는 회라 할 수 있겠지.

       

       사천성이 이토록 많은 부를 축적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 중 하나인 안전이 크게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니 사천상인연합회에서도 지금 사태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것일까.

       

       “투자를 하겠다는군.”

       

       “어디에.”

       

       “사천의 거대방파 중 한 곳에 말이야.”

       

       무슨 소리인지 단번에 이해가 가지 않았다. 사천에 있는 거대방파들에게 막대한 자금지원을 해 주고는 산적 연합을 빠르게 몰아내기로 했다는 소리일까.

       

       그런데 그게 왜 투자야.

       

       “음? 그들이 거대방파들에게 자금 지원을 해서 빠르게 산적이 정리되면 좋은 소식 아닌가?”

       

       “후후, 그랬다면 좋은 소식이었겠지.”

       

       유사연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사천상인연합회에서 이 사천성에 직접 거대 방파 중 한 곳을 초대하고 또 지부 설립을 위한 부지와 자금 일체를 모두 지원한다는 소문이야.”

       

       이건 정말로 놀라운 소식이었다.

         

       “구파일방 지부를 유치하겠다고?”

       

       “그래.”

       

       “흠.”

       

       사천에 있는 거대방파들이 사천성에 자리잡지 않는 이유는 체면 때문이다. 그냥 일반적인 대방파라면 얼굴에 철판 깔고 사천성에 엉덩이를 들이 밀었을지도 모른다.

       

       자신들의 본거지를 버리고 사천성에 새로이 자리 잡을 명분이 없기 때문에 황보세가와 네 문파는 어쩔 수 없이 중소방파들을 이용해 간접적인 방식으로 사천성에 영향력을 뻗고 있었다.

       

       그런데 사천의 상인들이 한목소리로 황보세가나 네 문파 중 한 곳을 초청한다면? 명분이 생긴다. 사천성을 실질적으로 장악할 수 있는 발판인 지부를 설립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냥 사천성 한구석에 자리를 잡는 것도 아니다. 사천성 전체를 그냥 한 입에 몰아 넣어 주겠다는 것이다.

       

       이 사천성의 최초의 위기를 해결한 거대문파가 사천성 내에 직접적으로 자리를 잡는다라.

         

       “이건 진짜 큰일이네.”

       

       진짜 사천낭인들이 역사 속 뒤안길로 사라질 일이었다.

       

       지금까지 산적 사태로 위기 의식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사실이나 그렇다고 사천낭인이라는 직종 자체가 사라지리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러나 만약 구파일방의 지부가 유치된다면 사천낭인이라는 직종이 사라질 수도 있는 일이었다.

       

       지금의 사천낭인들은 ‘사파’의 역할을 독점한 브랜드라 할 수 있었다.

       

       사천성은 계속 발달하고 사람과 돈은 모여들고 그만큼 문파들의 경쟁은 치열해지고 그 치열함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문파의 이름값을 올려야 했다.

         

       진짜 위기가 없는 사천성이니 위기를 연출할 수밖에 없었고 그 위기를 연출할 수 있는 사파의 성질을 보유한 자들은 사천낭인 뿐이었다.

       

       문파들은 너도 나도 사천낭인을 고용하기 위해 소리 없는 아우성을 쳤고 낭인들은 그 아우성에 행복의 비명을 지르며 수많은 의뢰를 해결하고 돈을 쓸어담고 있는 것이 사천낭인의 근황이었다.

       

       그런데 산적 연합이라는 진짜 악당이 나타났다.

       

       악당 독과점 상태였던 사천낭인은 산적 연합이 나타났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커다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었다. 평생 독과점 상태를 유지하며 달달하게 꿀을 빨 것이라고 여기던 나나 낭인들이나 유사연이나 모두 깜짝 놀라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처럼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진짜 사천낭인이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했느냐면 아니었다.

       

       결국 이 사천성은 황보세가와 네 문파라는 커다란 다섯 손이 지탱하고 있었으니까. 산적 토벌이 어떤 식으로 결론이 나더라도 배후에 다섯 세력이 존재하는 한 균형을 맞추려는 움직임은 끊이질 않을 테니까.

         

       지금과 같이 외부에서 이런 사태가 터지지 않는 이상 이 사천성에서 명성을 올릴 수 있는 수단은 사천낭인밖에 없었으니 시간이 지나면 다시 사천낭인을 고용할 수밖에 없었으니까. 그 시간이 지날 때까지 장기 불황 정도가 문제라고 생각했지.

       

       “흠.”

         

       그러나 황보세가나 네 문파 중 한곳이 이 사천을 완전히 먹게 되면 사정이 완전히 달라진다.

         

       정확히는 그 다섯 세력이 서로의 이익을 조율해 결론을 내리겠지만…지금처럼 서로 암묵적인 경쟁을 펼치는 것과 협의를 통해 세력을 나누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였다.

       

       그들이 이익을 조율해 결론을 내리게 되는 순간 가장 먼저 해야 할 행동은 뭘까.

       

       “그렇게 된다면…”

       

       “제일 먼저 낭인객잔부터 밀어버리려고 하지 않을까.”

       

       사천낭인은 이 사천성에서 유일하게 명성을 쌓을 수 있는 수단. 거대문파들이 그린 청사진을 망칠 수 있는 유일한 가능성이라는 소리이기도 하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뿌리 뽑으려 들겠지.

         

       “음.”

       

       “호천안. 앞으로 혁기린 옆에 붙어 있으면서 사소한 정보라도 얻으면 바로 말해줘.”

       

       “그러지.”

       

       “이번 정보는 꽤 중요했어. 구파일방이 서둘러 회담을 가진다는 것 자체가 어떤 제안을 받았다는 징조니까. 나는 곧바로 나가볼게. 사천성의 문파들과 함께 대응책을 마련해 볼 테니까.”

         

       “수고하라고.”

         

       나는 서둘러 나가는 유사연의 뒷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결국 사천성의 문파들에게도 불똥이 떨어지고 말았다. 뭐 사천성의 문파들 입장에서는 산적 사태는 잠시 존버를 택하면 그만일 일이었다. 산적의 전력은 동맹 문파 몇 문파가 힘을 합친다고 어떻게 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고 거대방파의 지원은 예정되어 있는 일이었으니까.

         

       사천성의 문파들 입장에서는 거대방파들이 고수들을 지원해 줄 때까지 기다렸다가 나서면 그만이었다.

         

       그러나 산적 사태의 최대 피해자인 사천성의 상인들은 그런 사천성 문파들의 미온적인 태도를 용납하지 않았다.

         

       사천상인연합회에서 거대방파의 지부를 유치한다는 초강수를 두었으니 사천문파들도 화들짝 놀라 대책을 준비할 수밖에 없겠지.

         

       상인들이 사천성 문파들의 태도에 화가 나서 다른 거대문파를 끌어들이는 일은 있을 수도 있다. 왜냐하면 사천성 상인들은 산적들로 인해 정말 큰 피해를 보았으니까.

         

       어차피 큰 일이 벌어지면 거대방파에 의존할 수밖에 없으니 아예 거대방파를 우리 안방에 유치하자!

         

       사천성은 계속 발전할 것이고 그런 사천성을 노리는 세력들은 계속 생겨나리라고 예상할 수 있었다. 사천성 문파들의 힘만으로는 대응할 수 없는 사태는 늘어날 것이고 그때마다 거대방파의 사람들을 초빙하느니 아예 사천성에 지부를 만들어 그들을 유치하자!

         

       이런 결론이 날 수 있는 상황이긴 했다.

         

       그러나 나는 이 결론이 무척 찜찜했다. 산적들이 막여부를 건드린 보복을 하겠답시고 무려 4개의 산채가 뭉쳐 금싸라기 땅인 사천성을 공략하는 일 역시 충분히 가능한 일이지만 찜찜함이 가시지 않았던 것처럼 이 부분 역시 찜찜함이 가시지 않았다.

         

       “상인…황금가인가.”

         

       황금가의 정문에서 여일예와 마주했던 일이 생각났다. 뭐…황금가야 워낙에 명문이니 여일예가 심부름을 다녔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럴 리가 없는 일이었다.

         

       그때의 여일예는 진짜 원수들을 찾아다니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다닐 시기였는데 그런 시기에 문파의 심부름 같은 것을 처리할 여유가 있었을까.

         

       황금가에 원수로 추정되는 자가 있으니 정찰의 명분으로 활용했겠지.

         

       그렇지만…이 가설에는 너무 많은 구멍이 있다.

         

       구멍이 너무 많아서 어디서부터 지적해야 할지 모르겠는데…일단 가장 중요한 동기부터 이야기해볼까.

         

       황금가의 누군가가 여일예의 원수라면 뭘 노리고 이번 일을 꾸민 것인지는 이해가 간다.

         

       여일예의 검으로부터 자신을 지켜 줄 무력을 얻기 위해서겠지. 현재의 여일예를 막아줄 방패. 사천성 문파들의 힘으로는 어림도 없으니 황보세가나 청성, 아미, 종남을 곁에 두려고 이번 일을 꾸민 것일까.

         

       황금가 역시 산적으로 인해 막대한 손해를 보게 되었지만 자신의 목숨보다 중요한 것은 없는 법.

         

       “음….”

         

       다만 의문점이 하나 남았다.

         

       점창파.

         

       사천에 입주할 수 있는 거대 세력중에서는 점창파 역시 포함되어 있었다. 만약 점창이 이 사천성에 직접 개입할 수 있는 명분이 있다면 여일예 역시 황금가에 가까이 할 수 있는 권한을 얻게 될 일이었다.

         

       황금가의 누군가는 어떻게 점창을 배제하려고 하는 것일까.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22/08/11일 86~104화 리메이크가 적용되었습니다.

    ep.89~104화 사이를 읽던 독자님들은 내용 수정 공지를 참고하시어 수정 내용을 파악하시거나 89화부터의 재독을 권장드립니다.

    댓글과 본문의 내용이 상이할 수 있으니 참고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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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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