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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97

       “그, 그……아, 따먹님?”

        

       “네.”

        

       “진짜요? 진짜 아따먹님이세요? 진짜요?”

        

       눈을 크게 뜨는 것만으로는 충격의 정도를 표현하기 어려웠던 걸까.

        

       이예나의 얼굴을 계속하여 흘긋거리면서도, 막상 눈이 마주치는 순간에는 빠르게 회피하는 별포크의 시선처리는 안쓰러울 지경이었다.

        

       ‘그러고 보면 팬이라고 하셨지…….’

        

       ‘안쓰럽게도.’

        

       자꾸만 떠오르는 다소 불순한 생각을 애써 흩어버리며, 아크는 이예나의 얼굴을 조심스레 살폈다.

        

       다시 무표정해진 그녀는 속사포처럼 팬심을 쏟아내는 별포크를 향해 가벼이 고개만 끄덕이고 있었다.

        

       얼굴을 살짝 굳히고 있는 것이, 점점 더 불편해하는 듯이 보였다. 정확히는 어쩔 줄 몰라하고 있는 거였지만.

        

       ‘팬을 마주하는 게 어색하신가……? 아니면 별포크님도 스트리머셔서?’

        

       하기야, 워낙 뻔뻔하게 방송을 하는 탓에 닳고 닳은 베테랑 같은 느낌이 들 때도 있지만- 이예나는 방송을 시작한지 몇 개월 되지도 않은 신입 스트리머였다.

        

       팬을 마주한 경험이 없는 것도 당연하리라. 얼굴을 포함한 신상을 모두 숨긴 사람이니.

        

       ‘방송 첫날 신체노출이 있기는 했지……얼굴이 노출됐으면 더 난리났었겠네.’

        

       “아, 벌써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시키셨네요. 여기, 추천 메뉴가 있는데……제가 사드릴 테니까, 드셔보세요.”

        

       자리에서 잠시라도 피하기 위함이었을까. 쏟아지는 질문들과 간증의 틈새를 잡아낸 이예나가, 테이블 위에 놓인 커피들을 슬쩍 훑으며 일어섰다.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카운터로 걸어가는 이예나의 뒤로, 열렬한 팬으로 밝혀진 별포크가 강아지마냥 바짝 달라붙었다.

        

       그리고 시간 내주셨는데 얻어먹기까지 할 수는 없다고 펄펄 뛰며 카드를 꺼내 들어 점원에게 있는 힘껏 내밀었으나 – 카운터에 서있던 남자 직원은, ‘제 걸로 해주세요.’라는 말 한 마디에 홀린 듯이 이예나가 내민 카드를 잡았다.

        

       ‘……당신 카드로 결제하세요 라고 했어도, 했을 표정인데.’

        

       질투도 안 날 정도의 미모였다.

        

       그저 주문을 마치고 테이블로 걸어오고 있을 뿐인데도, 드라마의 한 장면을 보는 것만 같았으니. 포기하지 못한 채 자기도 뭐라도 사겠다며 매달리는 별포크는 아마, 귀여운 여자 후배 역할이겠지.

        

       “그러면 다음 잔을 사주세요.”

        

       ‘……다음 잔?’

        

       커피를 그렇게 여러 잔 마시는 경우도 있나? 부드럽게 회유하는 이예나의 목소리를 들으며, 아크는 잠시 고민에 빠졌다. 에스프레소 바가 아닌 이상에야, ‘다음에’ 정도가 일반적인 표현 아닌가.

        

       흘려들을 수도 있는 차이겠으나- 이예나를 나름 잘 아는 그녀였기에, 이유 있는 불안감이 엄습해왔다.

        

       “예나님?”

        

       “네.”

        

       “추천 메뉴가……커피 맞죠?”

        

       “그럼요.”

        

       이예나는 조금 지친 표정으로 맥주잔을 들어 목을 축이고 있었다. 낮 2시의 음주치곤 퍽 당당한 행태였다. 그조차도 그림이 되기는 했지만.

        

       “아. 아크님이랑 별포크님은, 어떤 술 좋아하세요?”

        

       술을 좋아하지 않을 가능성은 닫아 둔 질문이었다.

        

       “저는 좀 향긋한 맥주 좋아해요! 술 많이 마시진 못하는데, 세계맥주집에서 생맥주 마시는 거 너무 좋아서요.”

        

       “잘됐네요. 여기 생맥주도 괜찮아요. 좀 이따가 추천해드릴게요.”

        

       당연하다는 듯이 상대를 음주의 마수로 끌어들이는 이예나와, 눈을 반짝거리며 고개를 끄덕이는 별포크.

        

       미약한 두통이 이는 것을 느끼며, 아크는 입을 열었다.

        

       “저는 맥주는, 요즘 체중 관리하느라 조금 자제하고 있고……와인은 가끔 마셔요.”

        

       “와인……네, 기억해둘게요.”

        

       대체 무엇을 위해 기억해두겠다는 걸까. 질문을 하려던 순간, 점원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주문하신 아이리시 커피 세 잔 나왔습니다!”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제가 가져오겠노라고 쏜살같이 달려간 별포크가 접시를 들고 돌아왔다. 진한 색의 커피 위에 생크림이 듬뿍 올라간, 달콤해보이는 음료.

        

       “여기 주인장이 아일랜드에서 살다 온 거 아닌가 싶어요. 한국에선 파는 곳 드물던데. 잘 만들더라고요.”

        

       각자에게 커피 잔을 분배한 이예나는, 가볍게 잔을 앞으로 내밀었다.

        

       “짠, 할까요?”

        

       만족스럽다는 듯이 살짝 호선을 그리는 입술. 괴상한 짓을 일삼아도 예쁘면 통통 튀는 매력으로 보인다고 하던가. 커피로 건배를 하자는 엉뚱한 제안조차 그럴싸해 보이는 걸 보면, 틀린 말은 아니었다.

        

       물론,

        

       “예나님?”

        

       “네.”

        

       “이거, 술 들었죠.”

        

       딱히 엉뚱한 제안도 아니었다는 게 문제였지만.

        

       “네. 아이리시 커피니까요.”

        

       왜 당연한 것을 묻느냐는 듯이 잠깐 고개를 한 쪽으로 갸웃거린 이예나는, 여전히 잔을 들어올린 채 건배를 기다리고 있었다.

        

       * * * *

        

       과연. 변함없이 훌륭한 아이리시 커피였다.

        

       가격이 비싼 게 유일한 흠이지만……한국에서 위스키는 비싸니까. 이해해야겠지.

        

       소비에 다소 관대해진 탓일까. 솔직히 그리 큰 흠으로 보이지도 않았다. 도적부흥운동회 활동비로 기부되는 돈이 날로 늘어나고 있는 덕분이다.

        

       혹자는 사회운동에는 어느 정도의 헝그리 정신이 필요하다고 하겠지만……지지자들의 성원을 무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까. 성과로 보답하면 되는 거겠지.

        

       석 잔 째인 아이리시 커피를 한 모금 더 입에 머금으며, 동행들을 잠시 살폈다.

        

       술이 들었다는 사실에 기겁하던 아크는, 어느 새 비워낸 잔을 아쉽다는 듯이 계속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그러게 같이 한 잔 더 시키자니까. 제법 호쾌해보이는 외모와는 달리, 자신의 욕망에 솔직하지 못한 타입인 모양이었다. 다음엔 몰래 시켜줘야지.

        

       한편, 별포크는 새로이 주문한 맥주잔을 두 손으로 붙잡은 채 얼굴을 발그레하게 붉히고 있었다. 10여분 전부터 두어 모금을 남긴 채 진도가 안 나가고 있는 잔이었다.

        

       술이 약한 편이려나.

        

       사실 얼굴만 봐서는 알 수 없었다. 얼굴만 붉힌 채 술자리가 끝날 때까지 살아남는 사람도 여럿 보았으니.

        

       “별포크님.”

        

       “녷? 네!”

        

       “지금 어때요?”

        

       “아, 조, 좋아요오…….”

        

       ……조금 취한 것 같기도 하고.

        

       “도적, 해 볼만 한 것 같아요?”

        

       “녜, 네! 열심히 할거에요.”

        

       “광전사는 안 하실 거고요? 약속대로.”

        

       “……약속, 이요? 아! 네. 안 할게요.”

        

       하지만 딱 좋은 것 같기도 하다. 아예 만취하지는 않되……살짝, 용기 버프는 생긴 상태.

        

       내가 원했던 상태다.

        

       “그러면, 일단……가볼까요?”

        

       잔을 기울여 남은 커피를 입에 털어 넣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

       .

       .

        

       그렇게 잠시 후, VR방.

        

       세 명이서 한 개의 기기만 빌리는 건 조금 민폐가 아닌가 싶었기에, 나름 열심히 검색하여 찾아낸 곳이었다. 가격이 조금 비싸고, 식음료도 다양하게 판매하며, 아예 관전자를 위한 소파가 구비된 방도 있는 VR방.

        

       미성년자 출입을 금지하는 가게라는 건 우연한 보너스였다. 정말로.

        

       기어이 술을 파는 VR방을 찾아내셨네요, 라는 아크의 힐난이 조금 억울했다. 진짜로 그래서 여기로 한 건 아니라니까.

        

       아무튼,

        

       별포크는 구경하는 재미가 있는 게이머였다. 실시간으로 훈수를 던지는 손맛도 제법 좋았고. 괜히 스트리머가 아닌 거겠지.

        

       무엇보다, 습득력도 좋았다. 의외로.

       

       “9시 방향에 나무꾼 보이셨죠. 어디로 가야 할까요.”

        

       “네! 9시 나무꾼 확인! 고블린 팩으로 갈게요.”

        

       “좋아요. 잘 하고 있어요.”

        

       기본적으로 머리가 좋은 편인 것 같은데. 중간중간 멈칫거리며 시간을 낭비하는 경우가 많더라니, 생각이 너무 많아서 그랬던 듯했다. 알코올로 긴장을 풀어주는 것만으로 움직임이 한결 좋아졌으니.

        

       교전……교전 실력은, 왜 브론즈인지 알 것 같았지만.

        

       “벌목꾼 뒤에서 한 번 잡아볼까요. 은밀 키시고. 좋아요.”

        

       “예나님, 제발 표현…….”

        

       “약어에요. 급박한 게임 중 오더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어요.”

        

       “아니, 광전사랑 음절 수가 같잖아요…….”

        

       한편, 특별 초빙강사인 아크는, 하라는 자세 교정은 포기한 채 사소한 지적만 반복하고 있었다. 

        

       별포크의 움직임에는, 자세 같은 걸 논하기 전에 보다 근원적인 문제가 있었던 탓이다.

        

       “아! 아, 죄송해요…….”

        

       “괜찮아요. 좋았어요. 음……일단, 상대 만나면 공격 흘리면서 뒤로 빠져서 은신해볼까요.”

        

       괜찮던 움직임과 자세가, 교전만 시작하면 모두 엉망이 된다. 기껏 뒤를 잡아 놓고 혼자 발 꼬여서 죽는데……이걸 대체 어떻게 교정하겠는가. 이쯤 되면 몸의 문제가 아니다.

        

       싸움 자체를 무서워하는 성향에, VR게임이라는 특징이 겹친 탓인 듯 싶었다. 나오나는 교전 시 피가 튀는 묘사가 제법 리얼한 편이었으니. 거기다가 모니터로 보기엔 그럭저럭 괜찮은 화면도 VR로는 호러영화가 되어버리니……쉽게 극복하기는 어렵겠는데.

        

       엄밀히 말하면, 사제나 법사가 어울리는 유저다. 

        

       하지만…….

        

       그렇게 둘 수는 없고.

        

       =패배!=

        

       게임이 끝나고, 울적하게 고개를 떨구고 있는 별포크를 부드럽게 불렀다.

        

       “별포크님.”

        

       “네…….”

        

       “제 생각엔……두 가지 방법이 있어요.”

        

       목을 축이고, 손가락을 두 개 들어보였다.

        

       “교전할 때 긴장하시지 않도록, 특별 처방을 하거나……교전을 안 하실 수 있도록, 동료를 데리고 다니거나.”

        

       그러니까, 다시 말해-

        

       술을 더 먹거나, 2 지하를 가거나.

        

       물론,

        

       “우린 두 가지 다 해볼 거예요.”

        

       

       둘 다 해 봐야지.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늦어져서 죄송합니다.

    백승조87 님, 1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쉽선비 님, 2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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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그런 악질 방송 안ㅣ에요
Score 3.7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am a healthy skill-based broadcaster.

I don’t hate priests.

It’s not that kind of broadcast.

What?

Clarify the controversy that’s been posted on the community?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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