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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97


    ​
    ​
    「 아이야. 」
    “…!”
    「 나의 말에 귀 기울이거라. 」
    ​
    ​
    섬뜩하면서도 오싹한, 경외감이 드는 목소리가 리안의 머릿속에 내리 꽂혔다.
    ​
    ​
    “으윽…”
    ​
    ​
    그 목소리를 인지하자 온몸이 뒤틀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고통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서 더 불쾌한 느낌이었다. 제 몸이 젤리처럼 출렁거리는 것 같기도 하고 꽈배기처럼 비비 꼬이는 것 같기도 했다.
    ​
    ​
    동시에 우주 한복판에 던져진 것 같은 막연한, 아득한 두려움이 리안의 숨통을 조여왔다. 
    ​
    ​
    멀미라고 단정 지을 수 없는 매스꺼움이 머릿속을 엉망으로 만들었다.
    ​
    ​
    ‘괴로워.’
    ​
    ​
    그런 생각을 떠올리기 무섭게.
    ​
    ​
    「자아..아아앗..?!」
    ​
    ​
    불쾌감을 안겨주던 아득한 목소리가 바람 빠진 풍선 같은 소리를 내며 퓨슈슛하고 줄어들었다. 
    ​
    ​
    「이,이게 머야!?」
    ​
    ​
    위엄있고 무섭게만 느껴지던 목소리가 귀엽기 짝이 없는 앙증맞은 목소리로 바뀌자 울렁거리던 머릿속이 안정을 되찾았다.
    ​
    ​
    리안은 질끈 감고 있던 눈을 떠 소리가 들려온 쪽을 바라보았다. 사람 머리만 한 크기의 귀여운 생명체가 허공에 둥둥 떠 있었다.
    ​
    ​
    둥글둥글한 얼굴과 짜리몽땅한 몸, 초코볼 같은 눈동자. 수달처럼 숫자 삼 같은 입. 
    ​
    ​
    ‘어… 마법소녀 마스코트?’
    ​
    ​
    마법 소녀들이 데리고 다니는 마스코트처럼 생긴 생명체가 눈앞에서 잔뜩 당황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작고 짤막한 손이 말랑한 볼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
    ​
    「위대한 내가 오째서 이런 몬난이가 되었단 말이냐!」
    ​
    ​
    잔뜩 화가 난 듯 씩씩거리지만, 그 모습조차 귀여웠다. 리안은 말없이 눈앞에 생명체를 바라보다가 빠르게 손을 뻗어 덥석 붙잡았다. 우악스러운 손길에 귀여운 얼굴이 만두처럼 짓눌렸다.
    ​
    ​
    「우엣?」
    ​
    ​
    이런 식으로 거칠게 붙잡힐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는지 마스코트를 닮은 생명체가 맥 빠지는 소리를 흘렸다. 리안은 그런 생명체를 떡 주무르듯 마구 주물럭거리며 말했다.
    ​
    ​
    “네가 날 여기로 끌어들인 거야?”
    「우에엣,으오옷…구,구만도오오..」
    ​
    ​
    얼굴이 이리저리 짓눌린 탓에 생명체의 말이 잔뜩 뭉개져서 흘러나왔다. 리안은 그럼에도 손길을 멈추지 않았다.
    ​
    ​
    ‘이런 마스코트 같은 놈들은 제대로 기선제압을 해줘야 말을 듣지.’
    ​
    ​
    그렇다. 개그 세계에는 무려… 마법소녀가 있었다! 개그 세계의 마법 소녀는 사회에 찌든 사회인이거나, 중년의 남성이거나, 할머니처럼 남녀노소 상관없이 될 수 있다.
    ​
    ​
    문제는 마법 소녀가 된 사람들은 되고 싶어서 된 게 아니라는 점이다.
    ​
    ​
    마스코트라고 불리는 존재들이 블랙 기업을 만들어 귀여운 외모로 상대를 속여 사기 계약을 맺는다. 쉽게 말해 마법 소녀들은 피해자이고, 마스코트들은 순진한 사람을 등 쳐먹는 사기꾼들이다.
    ​
    ​
    리안도 몇 번 마스코트 사기단을 마주친 적이 있었다.
    ​
    ​
    외진 장소에서 담배를 뻑뻑 피우며 묵직한 목소리로 제 부하직원을 갈구던 놈이 예쁘장한 여성에게 귀여운 목소리로 “마법 소녀 하지 않을래? 함께 세계를 지키자!”라고 말하는 모습을 목격했다.
    ​
    ​
     겉모습이 양아치였다면 예쁜 누나가 자리를 슬슬 피했겠지만, 놈은 귀여운 외관을 가지고 있어 상대의 경계를 쉽게 풀어버렸다. 
    ​
    ​
    리안은 곧바로 달려가 알랑거리는 족제비 마스코트를 빡! 하고 발로 차버렸다. 예쁜 누나가 당황하며 사기꾼 새끼를 걱정했지만, 전봇대에서 떼어 온 수배지를 보여주며 위험한 사기꾼이라는 걸 알려주자 당황하며 고맙다는 말을 들었다.
    ​
    ​
    그날부터 리안은 미친 족제비 마스코트에게 찍혔다.
    ​
    ​
    꽤 높은 직급을 가지고 있던 족제비 마스코트는 리안을 귀엽고 깜찍한 미소녀로 만들어 부려 먹겠다며 미친 듯이 쫓아다니기 시작했다. 
    ​
    ​
    회유, 협박, 납치 등등.
    ​
    ​
    온갖 위험을 이겨내고, 리안은 마스코트의 약점을 알아냈다. 마스코트들은 폭력적인 스킨쉽에 약했다. 등을 마구잡이로 쓰다듬어 준다거나, 떡 주무르듯 주물러주면 흐물흐물하게 녹아내려 꼬리를 말게 된다.
    ​
    ​
    그 사실을 알게 된 이후부터 리안은 마스코트를 발견하기만 하면 우선 기선제압으로 온몸을 마구 주물러 흐물흐물하게 만들어버린 후 대화를 하는 편이었다.
    ​
    ​
    눈앞에 있는 생명체를 보자마자 마구 주무르기 시작한 이유도 이 때문이었다.
    ​
    ​
    「이히이이거어 노아라아아, 흐뉴우우우…」
    ​
    ​
    생명체는 귀여운 숨을 흐뉴우우우…하고 흘리며 점점 축 늘어지기 시작했다. 동그랗던 눈이 반쯤 감기고 삼 모양의 입에 헤벌쭉하게 풀렸다.
    ​
    ​
    리안은 그제야 손을 멈추며 말했다.
    ​
    ​
    “날 왜 여기로 데려온거야? 여긴 어디고? 그리고 넌 누구고?”
    ​
    ​
    궁금한 것들을 줄줄 늘어놓자 축 늘어져 있던 생명체가 또잉! 하며 동그란 형태를 찾았다. 초코볼 같은 눈 위에 붙은 눈썹이 대각선을 그리며 당당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
    ​
    「흥, 그거를 내가 왜 알려줘야 하는데?」
    ​
    ​
    짤뚱한 다리로 발차기를 날리듯 휘적휘적 흔들며 입술을 삐죽거리는 모습에 리안은 마음을 굳게 먹었다.
    ​
    ​
    ‘‘그 기술’ 까진 사용하지 않으려 했는데..’
    ​
    ​
    리안이 무언가를 결심하고 실행하려던 그때, 생명체는 리안의 눈을 똑바로 들여다보고 있었다. 
    ​
    ​
    「‘하뮬리나의 흔적이 이 인간 녀석에게서 끊어진 데다가 멍청한 신의 흔적까지 남아있어 머릿속을 헤집어보려 했는데… 어쩌다가 내가 이런 꼴이.’」
    ​
    ​
    생명체는 리안의 정신에 깊숙이 숨어들었다가 꿀꺽 당해버린 하뮬리나의 상사.. 같은 존재였다. 그들은 시간의 흐름을 굉장히 둔하게 인식하기에 하뮬리나가 3년씩이나 자리를 비운 것에 별 의문을 가지지 않았다.
    ​
    ​
    하지만 존재가 완전히 사라지는 건 말이 다르다. 그들은 ‘그분’의 충실한 종이었기에 함부로 죽어서도, 죽을 수도 없는 존재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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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런 상황에 하뮬리나가 지우개로 지워버린 듯 지워져 버렸으니, 상사인 그녀가 당황하는 건 너무나 당연했다.
    ​
    ​
    「‘몸이 이 꼴이 되었어도 그분에게 받은 권능은 그대로다! 어떻게 이 몸을 이런 꼴로 만든 건지는 모르겠지만… 머릿속을 헤집으면 알 수 있겠지!’」
    ​
    ​
    생명체는 기고만장한 표정으로 영혼의 소통창구라고 불리는 리안의 눈동자를 깊게 들여다보았다. 생명체의 격은 아득히 높았기에 영혼을 마주하기만 해도 상대는 미쳐버릴 것이다.
    ​
    ​
    그리된다면 리안은 자연스럽게 제 아래에 들어오게 될 것이고, 이 웃기지도 않는 꼴을 벗어던질 수 있을 것이다. 거기다 리안이 어떤 힘을 가졌는지도 전부 낱낱이 알 수 있게 될 터였다.
    ​
    ​
    「‘흣흣, 자 -…너의 영혼을 내게 보여라.’」
    ​
    ​
    초코볼 같은 눈동자가 반짝거리는 것과 동시에 생명체는 리안의 눈 너머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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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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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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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럴 리가 없는데?’」
    ​
    ​
    영혼을 들여다보기 위해선 몸과 영혼의 연결 다리인 정신세계를 먼저 들여다보아야 한다. 그런데 그 연결 부분인 ‘정신세계’가 새카만 어둠만 가득할 뿐 텅 비어있었다.
    ​
    ​
    「‘내가 고작 인간의 정신세계를 관찰하지 못했다고?’」
    ​
    ​
    그녀는 자존심이 상해 권능을 강하게 활성화했다. 그러자 어둠 속에서 눈이 익숙해지는 것처럼 무언가가 보이기 시작했다.
    ​
    ​
    「‘훗, 역시 인간 따위의 정신세계 쯤은 -…’」
    ​
    ​
    기고만장하게 속으로 으쓱거리던 그녀는 어둠 속에 있는 ▉를 발견했다. 
    ▉가 그녀를 바라보았..
    ​
    ​
    “간질간질.”
    「흐꺗..! 꺄하하하하!」
    ​
    ​
    리안이 말랑한 몸을 무자비하게 간지럽히기 시작하는 바람에 권능이 취소되면서 범의 아가리까지 들이밀어졌던 목숨이 살아 돌아왔다. 
    ​
    ​
    이를 알 리 없는 리안은 그저 열심히 손을 움직여 마스코트를 함락시킬 뿐이었다.
    ​
    ​
    소멸할 뻔한 상황에서 살아났다는 사실에 안도하기도 전에 쏟아지는 간지러움은 이상하리만치 견딜 수가 없었다. 그녀는 눈물까지 줄줄 흘리며 몸을 버둥거렸다.
    ​
    ​
    “이래도 말 안 해? 안 해줄 거야?”
    「힛,히힉! 그만,그만! 으햐햣!」
    ​
    ​
    짜리몽땅하고 말랑한 손으로 리안의 손을 마구 치며 눈물까지 보였지만, 리안은 기민하게 아직 때가 아님을 알았다. 
    ​
    ​
    리안은 생명체의 숨이 껄떡껄떡 넘어갈 것 같은 때가 되어서야 잔혹한 간지럽히기를 멈췄다.
    ​
    ​
    「히이…히이이..」
    ​
    ​
    생명체가 리안의 손에 축 늘어져 숨을 몰아쉬었다. 시간이 흘러 어느 정도 안정을 찾은 생명체는 눈을 도르륵 굴리며 식은땀을 줄줄 흘리기 시작했다.
    ​
    ​
    리안은 드디어 마스코트가 말이 통하는 상태가 되었다고 생각했지만, 그녀가 리안의 눈치를 보기 시작한 건 리안의 정신세계에서 마주했던 ▉ 때문이었다.
    ​
    ​
    「‘아까 그건 도대체 뭐였지? 마, 마치 그분을 마주한 것 같았어.’」
    ​
    ​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떠올린 불경한 생각에 얼굴을 가볍게 흔들었다. 
    ​
    ​
    「‘으으… 하뮬리나가 왜 갑자기 사라졌는지 알겠군. 아까 그 괴물 같은 것 때문에 사라져버린 걸 거야.’」
    ​
    ​
    그녀가 두려움에 몸을 파르르 떨자, 리안이 기꺼운 표정으로 질문을 던졌다.
    ​
    ​
    “다시 물어볼게. 여긴 어디야? 너는 누구고? 나를 왜 여기로 데려왔어?”
    「그으…」
    ​
    ​
    그녀는 더 이상 리안의 말을 무시할 수 없었다. 자신을 뚫어지게 바라보는 저 눈동자가 두려워 몸이 덜덜 떨렸다.
    ​
    ​
    「그게 사실은..」
    ​
    ​
    ​
    ​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Ilham Senjaya님 2023년 한 해 동안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개그 세계에선 사이비 종교를 권유하는 사람보다 마스코트가 더 무섭습니다..

추천과 선작은 사랑입니다!다음화 보기

「 아이야. 」

“…!”

「 나의 말에 귀 기울이거라. 」

섬뜩하면서도 오싹한, 경외감이 드는 목소리가 리안의 머릿속에 내리 꽂혔다.

“으윽…”

그 목소리를 인지하자 온몸이 뒤틀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고통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서 더 불쾌한 느낌이었다. 제 몸이 젤리처럼 출렁거리는 것 같기도 하고 꽈배기처럼 비비 꼬이는 것 같기도 했다.

동시에 우주 한복판에 던져진 것 같은 막연한, 아득한 두려움이 리안의 숨통을 조여왔다.

멀미라고 단정 지을 수 없는 매스꺼움이 머릿속을 엉망으로 만들었다.

‘괴로워.’

그런 생각을 떠올리기 무섭게.

「자아..아아앗..?!」

불쾌감을 안겨주던 아득한 목소리가 바람 빠진 풍선 같은 소리를 내며 퓨슈슛하고 줄어들었다.

「이,이게 머야!?」

위엄있고 무섭게만 느껴지던 목소리가 귀엽기 짝이 없는 앙증맞은 목소리로 바뀌자 울렁거리던 머릿속이 안정을 되찾았다.

리안은 질끈 감고 있던 눈을 떠 소리가 들려온 쪽을 바라보았다. 사람 머리만 한 크기의 귀여운 생명체가 허공에 둥둥 떠 있었다.

둥글둥글한 얼굴과 짜리몽땅한 몸, 초코볼 같은 눈동자. 수달처럼 숫자 삼 같은 입.

‘어… 마법소녀 마스코트?’

마법 소녀들이 데리고 다니는 마스코트처럼 생긴 생명체가 눈앞에서 잔뜩 당황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작고 짤막한 손이 말랑한 볼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위대한 내가 오째서 이런 몬난이가 되었단 말이냐!」

잔뜩 화가 난 듯 씩씩거리지만, 그 모습조차 귀여웠다. 리안은 말없이 눈앞에 생명체를 바라보다가 빠르게 손을 뻗어 덥석 붙잡았다. 우악스러운 손길에 귀여운 얼굴이 만두처럼 짓눌렸다.

「우엣?」

이런 식으로 거칠게 붙잡힐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는지 마스코트를 닮은 생명체가 맥 빠지는 소리를 흘렸다. 리안은 그런 생명체를 떡 주무르듯 마구 주물럭거리며 말했다.

“네가 날 여기로 끌어들인 거야?”

「우에엣,으오옷…구,구만도오오..」

얼굴이 이리저리 짓눌린 탓에 생명체의 말이 잔뜩 뭉개져서 흘러나왔다. 리안은 그럼에도 손길을 멈추지 않았다.

‘이런 마스코트 같은 놈들은 제대로 기선제압을 해줘야 말을 듣지.’

그렇다. 개그 세계에는 무려… 마법소녀가 있었다! 개그 세계의 마법 소녀는 사회에 찌든 사회인이거나, 중년의 남성이거나, 할머니처럼 남녀노소 상관없이 될 수 있다.

문제는 마법 소녀가 된 사람들은 되고 싶어서 된 게 아니라는 점이다.

마스코트라고 불리는 존재들이 블랙 기업을 만들어 귀여운 외모로 상대를 속여 사기 계약을 맺는다. 쉽게 말해 마법 소녀들은 피해자이고, 마스코트들은 순진한 사람을 등 쳐먹는 사기꾼들이다.

리안도 몇 번 마스코트 사기단을 마주친 적이 있었다.

외진 장소에서 담배를 뻑뻑 피우며 묵직한 목소리로 제 부하직원을 갈구던 놈이 예쁘장한 여성에게 귀여운 목소리로 “마법 소녀 하지 않을래? 함께 세계를 지키자!”라고 말하는 모습을 목격했다.

겉모습이 양아치였다면 예쁜 누나가 자리를 슬슬 피했겠지만, 놈은 귀여운 외관을 가지고 있어 상대의 경계를 쉽게 풀어버렸다.

리안은 곧바로 달려가 알랑거리는 족제비 마스코트를 빡! 하고 발로 차버렸다. 예쁜 누나가 당황하며 사기꾼 새끼를 걱정했지만, 전봇대에서 떼어 온 수배지를 보여주며 위험한 사기꾼이라는 걸 알려주자 당황하며 고맙다는 말을 들었다.

그날부터 리안은 미친 족제비 마스코트에게 찍혔다.

꽤 높은 직급을 가지고 있던 족제비 마스코트는 리안을 귀엽고 깜찍한 미소녀로 만들어 부려 먹겠다며 미친 듯이 쫓아다니기 시작했다.

회유, 협박, 납치 등등.

온갖 위험을 이겨내고, 리안은 마스코트의 약점을 알아냈다. 마스코트들은 폭력적인 스킨쉽에 약했다. 등을 마구잡이로 쓰다듬어 준다거나, 떡 주무르듯 주물러주면 흐물흐물하게 녹아내려 꼬리를 말게 된다.

그 사실을 알게 된 이후부터 리안은 마스코트를 발견하기만 하면 우선 기선제압으로 온몸을 마구 주물러 흐물흐물하게 만들어버린 후 대화를 하는 편이었다.

눈앞에 있는 생명체를 보자마자 마구 주무르기 시작한 이유도 이 때문이었다.

「이히이이거어 노아라아아, 흐뉴우우우…」

생명체는 귀여운 숨을 흐뉴우우우…하고 흘리며 점점 축 늘어지기 시작했다. 동그랗던 눈이 반쯤 감기고 삼 모양의 입에 헤벌쭉하게 풀렸다.

리안은 그제야 손을 멈추며 말했다.

“날 왜 여기로 데려온거야? 여긴 어디고? 그리고 넌 누구고?”

궁금한 것들을 줄줄 늘어놓자 축 늘어져 있던 생명체가 또잉! 하며 동그란 형태를 찾았다. 초코볼 같은 눈 위에 붙은 눈썹이 대각선을 그리며 당당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흥, 그거를 내가 왜 알려줘야 하는데?」

짤뚱한 다리로 발차기를 날리듯 휘적휘적 흔들며 입술을 삐죽거리는 모습에 리안은 마음을 굳게 먹었다.

‘‘그 기술’ 까진 사용하지 않으려 했는데..’

리안이 무언가를 결심하고 실행하려던 그때, 생명체는 리안의 눈을 똑바로 들여다보고 있었다.

「‘하뮬리나의 흔적이 이 인간 녀석에게서 끊어진 데다가 멍청한 신의 흔적까지 남아있어 머릿속을 헤집어보려 했는데… 어쩌다가 내가 이런 꼴이.’」

생명체는 리안의 정신에 깊숙이 숨어들었다가 꿀꺽 당해버린 하뮬리나의 상사.. 같은 존재였다. 그들은 시간의 흐름을 굉장히 둔하게 인식하기에 하뮬리나가 3년씩이나 자리를 비운 것에 별 의문을 가지지 않았다.

하지만 존재가 완전히 사라지는 건 말이 다르다. 그들은 ‘그분’의 충실한 종이었기에 함부로 죽어서도, 죽을 수도 없는 존재들이었다.

그런 상황에 하뮬리나가 지우개로 지워버린 듯 지워져 버렸으니, 상사인 그녀가 당황하는 건 너무나 당연했다.

「‘몸이 이 꼴이 되었어도 그분에게 받은 권능은 그대로다! 어떻게 이 몸을 이런 꼴로 만든 건지는 모르겠지만… 머릿속을 헤집으면 알 수 있겠지!’」

생명체는 기고만장한 표정으로 영혼의 소통창구라고 불리는 리안의 눈동자를 깊게 들여다보았다. 생명체의 격은 아득히 높았기에 영혼을 마주하기만 해도 상대는 미쳐버릴 것이다.

그리된다면 리안은 자연스럽게 제 아래에 들어오게 될 것이고, 이 웃기지도 않는 꼴을 벗어던질 수 있을 것이다. 거기다 리안이 어떤 힘을 가졌는지도 전부 낱낱이 알 수 있게 될 터였다.

「‘흣흣, 자 -…너의 영혼을 내게 보여라.’」

초코볼 같은 눈동자가 반짝거리는 것과 동시에 생명체는 리안의 눈 너머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

「…?」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이럴 리가 없는데?’」

영혼을 들여다보기 위해선 몸과 영혼의 연결 다리인 정신세계를 먼저 들여다보아야 한다. 그런데 그 연결 부분인 ‘정신세계’가 새카만 어둠만 가득할 뿐 텅 비어있었다.

「‘내가 고작 인간의 정신세계를 관찰하지 못했다고?’」

그녀는 자존심이 상해 권능을 강하게 활성화했다. 그러자 어둠 속에서 눈이 익숙해지는 것처럼 무언가가 보이기 시작했다.

「‘훗, 역시 인간 따위의 정신세계 쯤은 -…’」

기고만장하게 속으로 으쓱거리던 그녀는 어둠 속에 있는 ▉를 발견했다.

▉가 그녀를 바라보았..

“간질간질.”

「흐꺗..! 꺄하하하하!」

리안이 말랑한 몸을 무자비하게 간지럽히기 시작하는 바람에 권능이 취소되면서 범의 아가리까지 들이밀어졌던 목숨이 살아 돌아왔다.

이를 알 리 없는 리안은 그저 열심히 손을 움직여 마스코트를 함락시킬 뿐이었다.

소멸할 뻔한 상황에서 살아났다는 사실에 안도하기도 전에 쏟아지는 간지러움은 이상하리만치 견딜 수가 없었다. 그녀는 눈물까지 줄줄 흘리며 몸을 버둥거렸다.

“이래도 말 안 해? 안 해줄 거야?”

「힛,히힉! 그만,그만! 으햐햣!」

짜리몽땅하고 말랑한 손으로 리안의 손을 마구 치며 눈물까지 보였지만, 리안은 기민하게 아직 때가 아님을 알았다.

리안은 생명체의 숨이 껄떡껄떡 넘어갈 것 같은 때가 되어서야 잔혹한 간지럽히기를 멈췄다.

「히이…히이이..」

생명체가 리안의 손에 축 늘어져 숨을 몰아쉬었다. 시간이 흘러 어느 정도 안정을 찾은 생명체는 눈을 도르륵 굴리며 식은땀을 줄줄 흘리기 시작했다.

리안은 드디어 마스코트가 말이 통하는 상태가 되었다고 생각했지만, 그녀가 리안의 눈치를 보기 시작한 건 리안의 정신세계에서 마주했던 ▉ 때문이었다.

「‘아까 그건 도대체 뭐였지? 마, 마치 그분을 마주한 것 같았어.’」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떠올린 불경한 생각에 얼굴을 가볍게 흔들었다.

「‘으으… 하뮬리나가 왜 갑자기 사라졌는지 알겠군. 아까 그 괴물 같은 것 때문에 사라져버린 걸 거야.’」

그녀가 두려움에 몸을 파르르 떨자, 리안이 기꺼운 표정으로 질문을 던졌다.

“다시 물어볼게. 여긴 어디야? 너는 누구고? 나를 왜 여기로 데려왔어?”

「그으…」

그녀는 더 이상 리안의 말을 무시할 수 없었다. 자신을 뚫어지게 바라보는 저 눈동자가 두려워 몸이 덜덜 떨렸다.

「그게 사실은..」


           


I’m the Only One With a Different Genre

I’m the Only One With a Different Genre

나 혼자 장르가 다르다
Score 7.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In the world of comedy anime, I was living an ordinary life until I became possessed by a dark fantasy novel I was reading before falling asleep. ‘Hahaha! Don’t hold a grudge -..!’ ‘Ugh, cough cough…seriously…my clothes are ruined.’ ‘…!?’ Though I was stabbed in the stomach, I calmly stood up and pulled out the spear. Originally, residents of the comedy world are a race that can be torn into 100 pieces and still come back to life the next day. ‘Stop it! Stop now! How long do you plan to sacrifice me?’ ‘No…I mean..’ ‘I’ve become strong to protect you…what have I become?’ Residents in the comedy world are just a race that vomits blood even if they stub their toe. I never made any sacrifices..but my delusion deepens and my obsession grows. One day, while I was half-imprisoned and taking care of some pitiful kids… ‘Are you the boss?’ ‘Excuse me?’ Before I knew it, I had become the behind-the-scenes boss of a huge underworld organiz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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