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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98

       이어지는 3경기. 1승 1패의 상황에서 경기장에 오른 것은 묵직한 도끼와 방패를 손에 든 드워프와 시작부터 정령을 꺼낸 엘프였다.

       

       바람의 정령을 위주로 사용하는 엘프는 화살에 바람을 휘감아 더욱 강력한 화살을 쏘아냈으며, 드워프는 커다란 방패로 몸을 지키며 앞으로 나아갈 뿐이었다.

       

       튼튼한 방어력을 앞세워 엘프에게 다가가려는 인간전차 드워프. 그리고 빠른 기동력과 사정거리로 농락하는 엘프.

       

       바람을 휘감은 엘프의 화살은 쇠로 만들어진 방패에 그대로 박히며 평범한 위력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으며, 드워프는 그런 위력의 화살을 견고하게 막아내며 놀라운 방어력을 선보이고 있었다.

       

       마치 긴 사정거리의 경전차와 짧은 사정거리의 중전차의 싸움 같구만.

       

       거기다 정령의 공격 또한 무시할 수 없는 공격들이었으니.

       

       눈에 보이지 않는 바람의 칼날이 방패와 갑옷을 긁으며 가느다란 상처를 남긴다. 만약 철제 방어구가 아니었다면 큰 부상을 입혔겠지.

       

       그런 싸움의 결과는…. 화살과 마력을 탕진하고도 드워프를 쓰러트리지 못한 엘프의 패배였다.

       

       화살통을 모조리 비울 기세로 공격했음에도, 철제 방패와 갑옷이 너덜너덜해서 조각날 지경인데도.

       

       드워프는 모든 공격을 버티고서 엘프에게 다가갔고, 엘프는 활에 걸린 현을 풀어서 지팡이로 바꾸면서까지 저항했지만…. 근접전에서는 드워프에게 이길 수 없었다.

       

       지팡이의 리치를 살려서 거리를 유지하며 견제하려고 했던 엘프지만, 다가오는 순간 방패를 버리고 도끼를 두 손으로 잡은채 돌진하는 드워프.

       

       기나긴 모멸과 핍박의 시간을 버텨낸 드워프가 분노를 풀어내는 순간이었다.

       

       지팡이를 휘둘러서 도끼를 상대하려 했던 엘프였지만…. 가느다란 지팡이로 뭘 어쩌겠어?

       

       그대로 도끼날에 지팡이가 두동강 나버린채 커다란 도끼날이 머리에 틀어박혀버린 엘프였다.

       

       경기가 끝난 후 양쪽의 부상을 확인해봤는데… 엘프는 별다른 부상이 없었던 대신 드워프는 온 몸에 구멍이 숭숭 뚫려버린 상태였다.

       

       음…. 이렇게 구멍투성이가 되어버렸음에도, 드워프에게는 치명적인 피해가 아니었다는건가. 거 내구도가 너무 굉장하잖아.

       

       참고로 엘프는 기절에서 깨어났을때, 두동강 나버린 자신의 활을 보고 펑펑 울어버렸다.

       

       엘프의 성인식때 활과 화살이 열리는 나무에서 받은 소중한 활이 이렇게 두동강이 나버렸으니까, 체통도 지키지 못한채 엉엉 울 법 하지.

       

       그 모습이 너무도 처량해보여서, 활을 고쳐준 것은 사소한 일이니 넘어가고.

       

       

       아무튼, 이걸로 드워프가 2승으로 앞서나가는 상황에서 열린 4번째 경기.

       

       묵직한 전투망치와 방패를 손에 든 드워프와, 가벼운 차림의 엘프의 대결.

       

       아, 아니다. 그냥 가벼운 차림이 아니다.

       

       허리춤에…. 검이 걸려 있었다!

       

       그것도 상당한 길이의 한손검이!

       

       엘프인데도!!!

       

       

       아무튼, 허리에 검을 차고 있는 별종 엘프와 전투망치를 손에 든 드워프의 대결.

       

       초반의 양상은 이전의 경기들과 다를바 없었다.

       

       화살의 견제를 버티며 나아가는 드워프와, 거리를 벌리고 회피하며 화살로 드워프의 방어력을 깎아내는 엘프.

       

       다만, 이번에는 엘프가 정령을 적극적으로 사용하지 않고 아끼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지나친 정령의 사용으로 마력 부족에 빠진 이전 경기를 신경쓰고 있는걸까? 아니면 무언가 다른 노림수를 위해 아껴두고 있는걸까?

       

       무엇을 위해 정령을 사용하지 않는 것일까? 그 목적은 얼마 지나지 않아 확인할 수 있었다.

       

       화살을 모두 쏘아냈음에도 드워프의 방어를 뚫지 못한 엘프.

       

       그 상황에서 엘프는 손에 들고 있는 활을 경기장 밖으로 떨어트린 후, 허리춤에 걸린 검을 뽑아들었다.

       

       철로 만들어진 날카로운 한손검. 지금 시대에서 저정도의 검은 드워프가 아니면 만들 수 없는 물건일텐데…. 어떻게 구한거지? 상인에게 구매한건가?

       

       엘프는 검을 손에 쥐고 익숙하다는듯이 자세를 잡고서, 불의 정령을 소환하여 검에 깃들였다.

       

       그러자 한손검에서 뜨거운 불꽃이 흘러내리기 시작한다. 과연…. 정령을 검에 깃들여 그 힘을 휘두르는 것인가.

       

       꽤나 독특한 사용방식이었지만…. 실전에서는 어느정도로 먹힐까? 조금은 궁금했다.

       

       방패를 버리고 전투망치를 고쳐쥔 드워프와, 불의 정령이 깃든 검을 휘두르는 엘프.

       

       금속이 부딪치고, 불꽃이 튀는 혈투. 엘프와 드워프 양쪽 모두가 크고 작은 부상이 새겨진다.

       

       하지만 전체적인 무장의 상황은 드워프가 우세. 경장인 엘프와 중장인 드워프에게는 커다란 방어력의 벽이 있었던 것이니.

       

       그런 상황을 뒤집은 것은…. 엘프의 검술이었다.

       

       유려한 움직임으로 공격을 받아흘리며, 빈틈을 놓치지 않고 불꽃의 검으로 베어내는 엘프.

       

       갑옷으로 보호받지 않는 빈틈만을 노리며 베어내는 날카로운 검술은 하나의 춤처럼 완성되어 있는 검이었으니.

       

       거기에 검에 깃들어 있는 정령에 의한 2차 피해까지. 상처를 통해 스며든 불꽃은 드워프의 근육에 조금씩 손상을 가하기 시작했다.

       

       드워프의 움직임은 조금씩 무뎌져간다. 전투망치를 휘둘러 반항해보지만, 능숙하게 피하며 반격하는 엘프에게는 닿지 않는다.

       

       

       그렇게, 검을 쓰는 별종 엘프는 드워프를 쓰러트리며 엘프들에게 1승을 안겨준 것이었다.

       

       

       – – – – – – – – – – – – – – – – – – – –

       

       

       4경기가 끝난 후, 나는 결투자들을 치유하며 그 치열한 승부에 찬사를 보냈다.

       

       드워프도 강했지만, 역시 검을 휘두른 별종 엘프가 대단해서 말이지! 좀 더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거든!

       

       

       “정령을 검에 깃들게 하여 휘두르다니. 꽤나 별종인 엘프로구나.”

       

       “검이라는 물건을 처음 본 순간부터 매료되어서 말이지요. 벌써 검을 손에 쥔지 500년 정도의 시간이 흘렀군요.”

       

       

       500년! 과연. 그 움직임이 무척이나 세련된 것에는 이유가 다 있었던 것이구만.

       

       

       “그런데 어째서 검인거지? 화살은…. 음. 나무가 불타서 곤란한가.”

       

       “네. 제가 계약한 정령이 불꽃의 정령이라서, 화살에 깃들게 하거나 하진 못했으니 말이지요. 그렇다고 무턱대고 공격을 하게 하면 아차하는 순간 불이 붙어서 나무를 태울지도 모르니…. 그러던 와중에 검을 알게 되고 완전히 빠져버렸지 뭡니까.”

       

       “확실히, 엘프 입장에서 불의 정령은 쉽사리 쓸 수 없는 정령이겠구만.”

       

       “처음에는 돌을 잘 갈아서 만든 검, 나중에는 청동으로 만든 검, 지금에 이르러서 드워프가 만들었다는 철로 만든 검까지. 솔직히 이 검을 만들었다는 드워프를 직접 한번 만나보고 싶었는데…. 전쟁이 일어나서 조금 아쉽더군요.”

       

       

       역시 드워프가 만든 검이었나. 확실히 지금 시대에서는 훌륭한 검이긴 했지.

       

       

       “이런 상황에서야 증명되긴 했지만, 제가 검을 휘두른 500년의 시간이 헛된 것이 아니라는 것에 만족합니다. 거기다 정령을 깃들게 한 검 또한 그 위력을 제대로 보여주었고요.”

       

       “음. 실로 훌륭한 검술과 정령술이었다. 정령검이라고 이름을 붙여도 부족함이 없는 기술이었지! 자부심을 가지도록!

       

       “정령검이라…. 좋은 이름이군요. 지금까진 딱히 이름을 짓지 않았었는데, 정령검이라 부르면 될 것 같네요.”

       

       “음! 자랑스러워 하도록! 용사를 제외한 나머지 중에서는 네가 가장 검을 잘 다룰테니까!”

       

       

       용사는 솔직히 논외로 해야하니까 말이지!

       

       

       “호오…. 용사가 그렇게나 강합니까? 한번 붙어보고 싶군요.”

       

       “음. 용사도 그런 눈치였으니, 끝난 뒤에 한번 자리를 만들어 보도록 하지. 그럼 푹 쉬도록.”

       

       

       생명에 지장이 있을 정도의 치명적인 상처는 없었지만, 전투망치를 받아내느라 뼈가 좀 상하기도 했으니까 말이지. 손바닥의 가죽도 찢어졌고 말이야.

       

       그렇게 4경기의 부상자들을 치료한 후 이어지는 마지막 경기.

       

       2승 2패의 팽팽한 상황. 마지막 경기의 승자가 모든 것의 승리를 결정짓는 상황.

       

       엘프의 마지막 결투자가 무대에 오르고, 엘프쪽의 관객석에서 환호성이 빗발친다.

       

       그 상황에서 무대에 오른 것은, 드워프의 대표였다.

       

       천으로 감춘 무기를 등에 짊어지고, 방패를 손에 들고 있는 드워프의 대표.

       

       그 상대인 엘프는 화살통을 점검하며, 드워프의 대표를 노려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심판인 용사의 신호와 함께 시작된 마지막 경기.

       

       엘프가 화살을 쏘는 것과 동시에, 드워프 대표는 방패를 땅에 박듯이 내려꽂아 화살을 방어한 후, 등에 짊어진 무기를 꺼내어 천을 풀어낸다.

       

       그 천 속에 꽁꽁 숨겨진 무기의 모습은…. 석궁? 그것도 상당히 큰 석궁! 조금 짧은 투창을 화살처럼 사용하는 석궁이었다!

       

       아니, 석궁이 여기서 나온다고?! 뭔데? 뭔가 발전 속도가 드워프만 이상한거 아냐?! 드워프가 드워프한건가? 아니면 이쯤에 석궁이 나온게 이상한게 아닌건가? 잘 모르겠네!

       

       아무튼, 드워프 대표는 결투장에 오르기 전에 미리 시위를 당겨놓은 석궁을 들어 방패에 걸치고, 엘프를 조준한 후 방아쇠를 당겼다.

       

       방아쇠를 당기자 팽팽하게 당겨진 시위가 풀려나오고, 석궁에 장전되어 있던 투창은 시위에 의해 빠르게 쏘아진다.

       

       그렇게 투창은 화살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속도로 엘프를 향해 날아든다.

       

       

       “커헉!”

       

       

       단 한 순간의 결착. 짧은 단말마.

       

       화살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속도와 파괴력. 경장인 엘프에게는 과하다 싶을 정도로 강력한 공격.

       

       마지막 결투는, 한순간에 끝난 것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TheMelalo님 3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지금부터 서로 죽여라.(안죽음)
    사망 방지 마법을 걸었기에 죽고싶어도 못죽는 것입니다.

    이것저것 수정하다보니 시간이 조금 늦어버렸군요. 끄윾. 나는 언제쯤 비축분을 만들 것인가….

    빠르게 끝내죠. 빠르게빠르게.

    갈 길이 머니까 말이죠! 이래서 언제쯤 수호룡이 되려나!

    아직 안나온 것도 산더미인데! 마왕도 안나왔는데!!

    시대적으로도 아직 철기시대 정도인데! 마법도 체계적이지 않은데! 제국은 아직 낌새도 없는데!

    이래서 언제쯤 수호룡이 되려나!!!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

    다음화 보기


           


Whether You Call Me a Guardian Dragon or Not, I’m Going to Sleep

Whether You Call Me a Guardian Dragon or Not, I’m Going to Sleep

늬들이 날 수호룡이라 부르든 말든 난 잘거야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The story of a human reincarnated as the Creator God of a new world, and her observation logs of the burgeoning new world and life. — Dragons, which have existed since before the birth of human civilization, became the guardian dragons of the empire. But whether you guys call me that or not, I’m going to sle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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