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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98

    <98 – 미식이벤트>

     

    저녁시간, 아카데미 본관건물 요리실에서는 때 아닌 요리대결이 벌어졌다.

     

    “이사벨 굉장해!”

    “찜통을 한 번에 여섯 개나 사용하고 있어.”

    “진짜 요리사 같아. 너무 멋있어.”

     

    높은 요리스킬 경험치를 이용해 능숙하게 자이언트킹크랩을 요리하는 이사벨.

    찬사 받는 그녀의 모습을 본 중앙귀족들은 손수건을 질끈 깨물며 질시하고, 중앙출신 학생들은 차마 달라는 말은 못하고 침만 꿀꺽 삼키며 서성거렸다.

     

    “저, 저기…!”

     

    염치 불구하고 한 입만 달라고 말을 꺼내려던 중앙출신 학생의 앞을 아카디아와 변방귀족들이 무리지어 가로막으며 말했다.

     

    “제국 애들은 평소에 그렇게나 콧대 높이 세우며 변방을 무시했는데, 설마 배가 좀 고프다고 요리를 나눠달라고 하지는 않겠지?”

    “설마. 그 정도로 염치가 없으면 앞으로 어디 가서 제국 출신이라고 말할 자격도 없지. 안 그래요, 아카디아 공녀님?”

    “호호. 지당한 말이에요.”

     

    염치는 있는지 부끄러움에 얼굴을 들지 못하고 물러나는 학생들.

    그들은 맛깔나게 킹크랩 속살을 빼먹고 배를 채우는 학생들과 후각을 괴롭히는 달달한 향기를 무기력하게 지켜봐야만 했다.

     

    “흥. 집에 가면 언제든지 프랑소와르 3단 케이크를 먹을 수 있거든? 저깟 자이언트킹크랩의 속살 따위, 별로 먹고 싶지 않아!”

    “너 입에서 침 흘러…”

    “아앗!”

    “왜 우리는 저런 거 못 먹어?”

    “그래, 맞아. 우리도 해먹으면 되잖아!”

     

    깨달음을 얻은 학생 한 명의 말에 제국학생들의 눈에도 뒤늦게 활기가 돌아왔다.

    우르르.

    활동력도 좋게 곧바로 요리도구를 구하고 킹크랩을 잡으러 나가는 제국학생들.

     

    “될 리가 없다냐!”

    “다치지나 않으면 다행이겠네.”

     

    변방출신 상급반 학생들은 고개를 저었다.

    자신들만 해도 오크노디가 아니었다면 이런 요리를 해먹을 생각도 할 수 없었다.

    요리야 찌기만 하면 괜찮다고 치고.

    요리도구도 어떻게든 빌린다고 치자.

    가장 중요한 자이언트킹크랩은 누가 잡고, 저 단단한 다리는 어느 세월에 찜통에 맞는 크기로 부수고 잘라서 찜기에 넣을 것인가?

     

    “오늘 저녁은 구경거리나 실컷 보겠네.”

     

    변방 학생들은 한동안 제국 출신 학생들의 홀대와 비웃음, 조롱으로 상처 입었던 자존심을 채울 생각에 싱글벙글했다.

    그러나 제국도 괜히 제국은 아니며, 제국 출신 학생들도 괜히 음식이름가문명을 지닌 것이 아니었다.

     

    “찜기? 무엇 하러 부산스럽게 식당까지 챙기러 가느냐. 닭튀김용으로 가져온 것이 있다.”

    “쪄먹으려면 찜기에 맞는 크기로 잘라야한다고? 그럼 그냥 구워먹으면 되지 않느냐. 이리 내어보아라. 살만 파다가 게살피자를 만들면 딱 좋겠군.”

    “무슨 요리를 찌기만 하느냐? 제대로 된 요리라면 볶을 줄을 알아야지. 거 몸통만 이리 내보거라.”

     

    후라이드치킨 공작가의 호너 후라이드치킨.

    포테이토피자 공작가의 체다 포테이토피자.

    철판숯불갈비 공작가의 레프 철판숯불갈비.

    제국 3대 공신가문이 줄지어 나서서 자이언트크랩 3종 요리 세트를 만들기 시작했다.

     

    “아니 저 인간들은 어디서 찜통이랑 마법화덕이랑 철판을 가져오는 거야?”

    “전부 포인트로 바꿨대.”

    “뭐어어?! 그 비싼 포인트를 저런 조리도구를 구비하는데 써먹었다고?!”

    “대박이다 진짜. 공작가문 쯤 되면 저런 사치도 부릴 수 있구나.”

     

    학생들은 생각했다.

    돈이 아까워.

    그렇지만 덕분에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어.

    공작가문의 달달한 맛 너무 좋아!

     

    “으윽. 우리가 밀리고 있어.”

    “어떡하지? 이사벨, 다른 요리는 만들 수 없어?”

    “돕기나 하고 말해.”

     

    이사벨은 재촉하는 변방학생들을 구박했다.

    오크노디가 잡은 게가 아까워서 솜씨를 발휘했건만, 물에서 건져놓으니 보따리 내놓으라는 양심 터진 보따리상마냥 구는 동기들이 참 언짢았다.

     

    “있어요. 다른 요리법이라면 마침 제가 좋은 걸 하나 알고 있죠.”

    “아카디아님!”

    “역시 해상강국 피렌체의 공녀님! 해산물 하면 어디 가서도 밀리지 않아!”

     

    무근본의 피렌체 왕국, 심심하면 해적한테 털리는 바다 위의 보물고블린.

    뭐가 됐든 비웃음과 조롱은 전부 당하는 피렌체 왕국이지만 오늘만큼은 달랐다.

    제국에 맞서 변방의 명예를 챙겨준 훌륭한 나라였다.

     

    “우선 게살을 전부 파내도록 하세요.”

    “어떤 요리를 하시려는 겁니까?”

    “게살샐러드와 맛살덮밥이에요.”

     

    학생들이 눈을 빛냈다.

     

    “식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는 조리법!”

    “값비싼 조리도구를 포인트로 사용허가를 받지 않아도 해먹을 수 있어!”

    “기술발전이 더디고 빈곤한 변방출신 학생들이라도 껍질만 깨면 해먹을 수 있는 요리. 아카디아님은 우리 서민들을 위해 편리한 요리를 생각하신거야!”

    “우와아!”

    “아카디아 만세! 피렌체 왕국 만세!”

     

    변방과 제국진영 양측에서 축제판이 벌어지는 사이, 새로운 학생들이 속속들이 도착했다.

     

    “조리실에서 게살축제가 열렸다는 소식을 들었다!”

    “우리도 한 접시만 줘!”

    “여기가 무료배식소 맞나요…?”

     

    변방은 변방조리대로, 제국은 제국조리대로 자연스럽게 모여드는 학생들.

    오늘 내로 반이나 먹어치우면 다행이라고 생각했던 게살들이 무서운 기세로 떨어졌다.

     

    “어떡해? 게를 다 먹었어!”

    “새로 사냥하자!”

    “우리만 못 먹는 건 너무 억울해!”

     

    본래라면 1학년이 감히 사냥할 수 없을 자이언트킹크랩이지만 다양한 능력을 지닌 이들이 십여 명씩 사냥에 나서니, 사냥에 성공하는 경우가 생겼다.

     

    “굉장해. 체액을 얼려서 죽이다니. 북부대공녀 아이린님이 찬사받는 이유를 이제야 알겠어!”

    “이슈타르 용사님도 수수하게 굉장해. 엄청난 검술로 집게발을 모두 쳐내고 입에 검을 쑤셔박다니.”

     

    그렇게 모인 게는 다시금 조리에 투입되고, 학생들은 늦은 저녁을 만끽하고.

    흔치않게 981기 학생 거의 대부분이 풍족한 식사를 마치는 하루가 되었다.

     

    “으하핫! 식당을 열어도 되겠구나, 이사벨.”

    “닥쳐. 졸지에 요리사가 되어서 얼마나 힘들었는데.”

    “그런데 우리 꼬마숙녀는 어디에 갔습니까?”

    “나도 몰라. 중간부터 안 보이던데.”

    “걔 저깄는데.”

     

    오크노디를 찾던 입학시험 동료들은 지나가던 즈앙의 말에 제국진영 테이블을 보았다.

    그리고 발견했다.

    무리지어 배식을 받는 제국진영 학생들 사이로 자연스럽게 섞여서 배식을 받는 오크노디의 모습을.

     

    “쥐방울 녀석, 암살자의 기술을 저런 곳에다가 쓰는 거냐? 기술이 아깝군.”

    “말 심하게 하지 마. 저 애, 혹독한 훈련에 시달리면서 굶고 자라서 교회 창고에 숨어서 재난구호물자를 훔쳐먹는 경험도 있어.”

    “…그게 정말이냐?”

     

    이사벨이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이자 손오천은 괜히 자신이 나쁜 어른이 된 기분이 들었다.

     

    “쳇. 쥐방울 녀석. 이 몸한테는 그런 과거는 입도 뻥끗 안하더니. 다음에 볼 때는 바나나 10kg은 안겨줘야겠어.”

    “바나나가 어딨어?”

    “숲 깊은 곳에 등 푸른 상어이빨의 흉폭한 적색원숭이가 바나나를 뜯어먹고 있더군.”

    “…굉장히 강하게 들리는 원숭이네.”

    “이사벨. 지젤. 쥐방울 녀석 입에 물릴 건 찾아야하지 않겠나. 다음 주말에 시간 되면 같이 바나나를 따러 가자.”

     

    두 사람은 한숨을 푹 쉬었다.

     

    “그렇게 말하면 안 도울 수가 없지.”

    “한번만입니다.”

     

     

    * *

     

     

    ━━━

    [자이언트킹크랩찜을 먹었습니다.]

    [자이언트킹크랩 맛살샐러드를 먹었습니다.]

    [자이언트킹크랩 맛살덮밥을 먹었습니다.]

    [레어요리 자이언트킹크랩 치즈화덕구이를 먹었습니다.]

    [레어요리 자이언트킹크랩 철판내장볶음밥을 먹었습니다.]

    ━━━

    [식품도감 <일반><레어><해산물><거대종> 스택이 상승합니다.]

    [전체요리수집이 5종 상승합니다.]

    [일반요리수집이 3종 상승합니다.]

    [레어요리수집이 2종 상승합니다.]

    [해산물요리수집이 5종 상승합니다.]

    [거대종요리수집이 5종 상승합니다.]

    ━━━

    [컬렉션효과]

    전체요리수집150종 – 아이템드랍률1%증가. 건강1증가.

    해산물요리수집20종 – 수중추가피해1%증가.

    ━━━

    레어요리 [자이언트킹크랩 치즈화덕구이] 수집 – 방어무시1%증가.

    레어요리 [자이언트킹크랩 철판내장볶음밥] 수집 – 물리내성1%증가.

    ━━━

     

    [당신은 양진영이 체면싸움을 벌일 때, 군중 사이에 섞여 도감수집률을 높이는 실리를 챙겼습니다.]

    [속임수 경험치+2]

    [숨기 경험치+1]

     

    유익한 식사시간이었다.

    포만감에 젖어 조리실을 나오는데 안에서 행복함에 젖은 해맑은 목소리가 들렸다.

     

    “우와아! 게 쩔어. 내장에서 이런 맛이 날줄은 상상도 못했어~!”

    “화, 황녀님! 체통이 상하십니다. 어휘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황실의 일원으로서의 평판이…”

    “하아~? 잔소리 시끄러워. 요리도 못하는 주제에.”

    “큭…”

    “철판볶음구이 가문의 반만큼이라도 요리 배운 다음에 잔소리 하라고♡ 이 허접♡ 요리숙련도 최하급♡ 나무열매도 요리 못해♡”

    “오, 오늘부터 시작할 겁니다! 나무열매부터 시작해서 나무잎사귀, 나무젓가락까지 닥치는 대로 다 구울 거란 말입니다! 우아앙!”

     

    황녀의 추종자가 눈물을 흩뿌리며 달려 나갔다.

    열심히 연습해서 맛있는 요리나 잔뜩 만들어줬으면 좋겠네!

     

    “오늘은 일찍 잘까.”

    “너무 맛있어서 이대로 푹 쉬고 싶어.”

    “과제는 어쩌고.”

    “아.”

     

    잠시 미식을 즐기느라 잊고 있던 과제를 떠올리고 절망에 빠지는 학생들.

    괴로운 것은 저들도 나도 마찬가지였다.

     

    ‘으으. 5교시 강의도 들으러 가야하잖아.’

     

    하필이면 또 강의를 비바람이 몰아치는 야외에서 한다고 적혀있다.

    기껏 강의를 듣기로 해놓고 강의장까지 갈 용기가 없어서, 혹은 자이언트킹크랩에게 잡아먹혀서 듣지 못할 티토소가가 불쌍해서 근처 복도에서 기다렸다.

     

    “오크노디! 마법시계 봤어? 사다코 교수님 진짜 미친 거 아니야?!”

    “나도 그렇게 생각해…”

    “이런 날에는 실내에서 대체강의 좀 하지, 어떻게 자이언트킹크랩이 떠도는 교외에서 비바람 맞아가면서 야간강의를 진행할 수가 있어?”

    “우비는 챙겨왔어?”

    “안데르센 대공자님이 너희도 야간 강의 듣느라 고생하겠다고 세장 주셨어.”

    “우비를?”

    “<어디서나 잘 자기> 강의를 듣는 학생들이 차마 우비 속에 들어가서 비를 피하면서 자이언트크랩의 발소리를 들으며 자는 강의는 못 듣겠다고 수강포기해서 우비가 세 장 남는다고 하셨어.”

    “그쪽도 강의 듣는 학생이 셋이었구나.”

    “일곱 명이라는데? 넷 남았고 대공자님은 그 강의 들으러 가셨어. 진짜 불쌍해 보이시더라.”

    “?!”

     

    대공자가 그렇게 멘탈이 튼튼한 사람이었나?

    아닐 텐데?

    고개를 갸웃했다가 변수를 깨달았다.

    미식 이벤트!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사기가 올라서 평소에는 하지 않을 활동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에효. 누가 누굴 걱정하겠어.”

    “그러게.”

    “우비 남은 거 한 장은 어떡할래?”

    “조명대에 씌울래!”

     

    자식처럼 아끼는 조명대(방수기능있음)에 우비를 씌우려고 애쓰는 티토소가.

    우비를 덮어서 그늘진 조명이 복도 끝으로 늘어졌다.

    그림자를 따라 시선을 돌리는데 홱 하고 숨는 사람머리 하나를 발견했다.

     

    “?”

     

    잠시 후, 쏙 튀어나오는 고개.

    조명대에 씌워진 우비를 원망스럽게 쳐다보는 즈앙을 발견했다.

    미식이벤트로 사기가 올라서 원래라면 포기했을 강의도 들으러 가는 학생은 안데르센 대공자뿐만은 아니었나보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미식을 즐기고 힘이 난 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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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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