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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98

       * * *

       

       

       “일리가 있군. 그런데 두마에서 차르의 말을 지지하겠소?”

       “예. 이미 만장일치로 지지를 받았습니다.”

       

       

       이미 이 부분은 국가 두마로부터 허락을 받았다.

       

       내가 어떻게든 2차대전 판은 짜둬야 하니, 어려울 건 없었다.

       

       

       -“그 저 방공 협정은 제가 주도해도 되겠습니까?”

       -“아니, 당연한 말씀 아니십니까?”

       -“외국 정상들이 있는 자리니, 당연히 폐하께서 하셔야 합니다.”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이던데.

       

       내가 느낌이 오는 것이 있거든. 아무래도 두마에서는 나한테 전부 맡기고 잘못되면 나 갈굴 거 아닌가.

       

       그러니 이 방공협정에 참여한 정상들과 책임 분담을 해야지.

       

       그러니까. 불가리아가 그리스를 친다고 하면 딱히 말리지는 않을 생각이다.

       

       그렇다고 군사지원은 하지 않을 것이고.

       

       어디까지나, 불가리아가 그리스 쳐도 우리는 그냥 방관할게요. 이 정도지.

       

       

       “그리스건은 우리도 함께 하겠습니다.”

       “튀르키예가?”

       “예. 그리스군은 메갈리 이데아를 천명하면서 아국의 국토를 유린하고 학살을 벌였습니다. 보복을 해야하죠.”

       

       

       그건 전에 이미 들었던 이야기니, 거부할 이유가 없다.

       

       어디까지나 2차대전 후라면 말이지.

       

       러시아땅에서 일어나는 전쟁도 아니고 그리스를 도울 이유가 있나.

       

       같은 동로마의 후예라고 치면 그리스와 손을 잡는 게 맞지만, 그리스측에서는 아무런 말도 없다.

       

       방공협정은 직접 두마에서 협정에 조인할 국가를 추린 것을 제외하고 몇몇 국가에도 협정 제안이 보내졌다.

       

       기본적으로 친영국가들인 발트 3국에도 보내졌고, 그리고 그리스도 있다.

       

       발트 3국은 독립 보장을 조건으로 걸었고, 그리스는 아직 별말은 없다.

       

       아마 메갈리 이데아를 방해한 러시아가 마음에 안 들어서거나, 또는 그 방공 협정에 불가리아와 튀르키예등이 있어서 그런 건지. 그도 아니면 공산화 빨간물이 들고 있는 유고슬라비아와 이탈리아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리스는 이곳에 오지 않았다.

       

       그 결과 불가리아와 튀르키예가 함께 그리스를 조질 날이 예약이 잡혀버렸다.

       

       뭐 안 온 놈 잘못이지.

       

       자, 그럼 우리도 뭔가 받아야 하지 않겠냐.

       

       

       “자, 그럼, 저희 러시아도 불가리아, 루마니아, 튀르키예에 약속받을 일이 있습니다.”

       “무엇이오?”

       

       

       내가 설마 루마니아, 불가리아를 상대로 뭘 요구할 거로는 생각도 못했는지, 보리스 3세와 페르디난드 1세는 차를 홀짝이다가 눈을 크게 떴다.

       

       이뇌뉘는 뭐 예상한 게 있는 거 같고.

       

       자, 여기서 세 국가는 무슨 공통점이 있을까?

       

       전부 로마와 인연이 있다는 거지.

       

       루마니아는 당장 국호만 하더라도 로마인의 땅이라고 국호 자체가 대놓고 로마 계승을 주장한 것이고.

       

       불가리아도 오스만에서 독립 후에는 별말이 없었지만, 이전만 해도 로마처럼 황제의 자리에 오르고자 했다.

       

       튀르키예는 당장 동로마를 합병한 장본인인 오스만의 후신이고. 

       

       

       “콘스탄티노플은 비잔티움을 계승한 우리 러시아의 정당한 강역입니다. 이것을 인정하셔야 합니다.”

       

       

       튀르키예는 조약상 이미 튀르키예 독립전쟁 때, 콘스탄티노플은 어디까지나 불가리아는 어쨌든 이번에 콘스탄티노플을 차지하면서 국경을 맞대었으니까.

       

       이건 들어둬야 한다.

       

       로마의 후신임을 국경을 맞댄 주변국에 분명히 인정받아야 하니까.

       

       콘스탄티노플을 가진 러시아가 외국에 콘스탄티노플을 러시아의 정당한 강역이라고 인정하라는 건 곧. 동로마의 후예는 러시아라는 것을 인정하라는 말이니까. 

       

       

       “콘스탄티노플을 차지하셨으니 마땅히 러시아의 땅이며 러시아야말로 동로마의 후손이오.”

       “우리 루마니아도 인정하겠소.”

       

       

       여기 온 김에 튀르키예 쪽도 다시 확언을 받을 생각이다. 콘스탄티노플을 인정받았지만, 이건 로마의 정통성이 달린 거니까.

       

       앞으로 그래도 방공에 대해서는 함께할 국가끼리는 서로 알아야지.

       

       이뇌뉘 총리는 살짝 불쾌한지 기침을 했으나.

       

       방공협정 자리에서 서로 친목 도모하려면 어쩔 수 없지.

       

       

       “동로마의 후계는 러시아 합중국임을 저희 튀르키예도 인정하겠습니다.”

       

       

       오스만 제국도 동로마 합병 이후, 로마의 국호를 쓰기는 썼다.

       

       다만, 로마 영토 점령에 대한 명분과 동로마 합병당시 동로마 상류층을 회유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하지만 이제 우리를 튀르키예가 직접 러시아 합중국을 동로마의 후손으로 인정한 것은 오스만 제국 시절 로마의 정통성을 버리겠다는 뜻이지.

       

       애초에 나라 멸망시킨 주제에 그 나라 국호를 쓰는 게 우습지 않은가?

       

       당장 튀르키예란 국호만 하더라도 그 근본을 보면 로마의 계승이 아닌 민족의 정체성에서 따온 것이니까.

       

       즉, 동로마의 후손은 러시아 하나면 족하다.

       

       지금 러시아가 하나로 단합된 것이 동로마의 후계라는 자부심이 있어서다.

       

       그걸 감안하면, 이 자리에서 확신받고 단순 슬라브 족의 맏형이 아니라 로마의 본산이 되는 것이 맞다.

       

       공산주의에 위협을 받는 각국의 사정을 생각한 지금 로마의 후손임을 인정 받게 되면 러시아인들은 더 로마뽕에 빠질 거다.

       

       공산뽕이 아니라.

       

       생각해보니, 그리스도 이곳에 왔으면 메갈리 이데아로 동로마 후예라면서 열심히 우리와 말다툼 했을 지도 모르겠네.

       

       동로마의 민족 구성원을 생각하면, 러시아는 정신적 정통성이고 민족적 정통성은 그리스가 가지고 있으니까.

       

       

       “그럼, 각자 협정문에 서명하시죠.”

       

       

       약간 너무 국제관계를 이용해 이 틈에 콘스탄티노플 주변 나라에 로마의 후손을 인정받은 꼴이지만.

       

       

       “동프로이센과 폴란드는 이미 서명한 것이오?”

       “그렇습니다. 이제 모두가 함께 반공을 위해 모였으니, 이 얼마나 아름다운 날이 아니겠습니까? 모두 함께 사진을 찍으시죠.”

       

       

       나는 밝게 웃으며, 각국 정상들과 함께 사진을 찍었다.

       

       이렇게 독일제국과 폴란드에 이어, 오스트리아, 헝가리, 루마니아, 불가리아, 튀르키예가 2차 협정에 참여하면서 발칸은 반공으로 똘똘 뭉치게 되었다.

       

       

       * * *

       

       

       독일 자유 사회주의 공화국 베를린

       

       

       2차 방공협정이 신문에 대문짝 만하게 실리면서, 독일 자유사회주의 공화국도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제길 발칸의 혁명은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인가.”

       

       

       차리나가 어떤 당근을 들이밀었는지, 어떻게 유혹했는지 몰라도 많은 발칸 국가가 러시아와 함께 하게 되었다.

       

       이말인 즉, 혁명을 함부로 주도하기도 힘들다는 것이다.

       

       심지어 튀르키예 빼고 죄다 군주정인만큼, 내부의 결속력도 단단할 터.

       

       튀르키예도 대통령 아타튀르크란 자는 이미 차리나와 개인적으로 회담하여 튀르키예란 국가를 인정받은 만큼 공산화되기 어려울 거다.

       

       서기장 카를 리프크네히트는 발칸의 지도를 바라보면서 아쉬운 듯 혀를 찼다.

       

       

       “이렇게 된 이상, 유고슬라비아라도 확실히 적화시켜야 합니다. 서기장 동지.”

       

       

       로자 룩셈부르크의 말이 맞다.

       

       유고슬라비아에서 때마침 공산주의 열품이 불고 있다.

       

       심지어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구성국이던 크로아티아와 보스니아 등도 여기에 호응하고 있으니 유고슬라비아 정부로서는 답이 없을 거다.

       

       

       “프랑스 혁명은 어떻게 될 거 같소? 전쟁 전에 가능하면 좋을 텐데.”

       

       

       프랑스의 공산화야말로 앞으로 공산 독일이 유럽의 패권을 잡을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프랑스 혁명은 당장에는 무리일 것 같습니다. 프랑스도 루르에서 오래 버티지는 못할 것이니 물러난 후에, 우선 식민지 혁명 지원계획을 실행해야 할 듯합니다.”

       

       

       식민지 혁명 지원.

       

       지금 공산 독일은 베르사유조약 파기를 당당히 외쳤으나, 그렇다고 전쟁의 피해를 복구한 것도 아니다.

       

       당장 지금만 해도 루르를 점령한 프랑스에 이를 갈 뿐 아무것도 못하고 있으니까.

       

       하지만, 빨갱이의 힘은 군사력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자고로 공산주의란 어렵고 힘든 사람의 마음을 파고 들어서 같은 공산주의로 물들여버린다.

       

       식민지인이라고 다를 바 없다.

       

       오히려 간악한 식민제국의 아래에서 신음하며 개돼지만도 못하게 사는 식민지인이 더 혹할 터다.

       

       독일 공산당은 아나스타샤의 예상대로 최종전쟁을 벌써부터 준비하고 있었다.

       

       공산주의란 그런 것이니까.

       

       독일 공산당이 무너트려야 할 마지막 적은 러시아다.

       

       러시아는 일찍이 볼셰비키를 때려잡고 볼셰비키, 공산주의를 혐오하고, 체제 경쟁에서 공산독일을 계속해서 비웃고 걸고 넘어지며, 혁명전파를 방해할 테니까.

       

       공산 독일도 자기 주제는 알고 있었다.

       

       러시아를 상대하고자 하면 영국과 프랑스 모두를 꺾어야 한다.

       

       그들 식민제국도 공산주의의 적이오. 그 식민제국에게 공산주의 역시 무너트려야 할 적이었으니.

       

       하지만, 독일의 힘으로는 그 모두를 바라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았다.

       

       그래서 현실과 타협하여 선택한 것이 식민지에 공산당을 침투시켜 공산주의자들을 늘리는 것. 때가 되어 독일이 노동자 해방 전쟁을 일으키면, 식민지에서도 같은 시기에 봉기를 일으켜 영국과 프랑스의 군대가 식민지에 묶이게 하여, 유럽대륙에서의 전쟁수행 능력을 떨어트리는 것이다.

       

       그것이 식민지 혁명 지원이었다.

       

       식민지인들이 저 대영제국과 프랑스의 발목만 잡아줄 수만 있다면, 그 사이 수정자본주의라는 말도 안 되는 사상으로 노동자를 현혹시킨 저 가증스러운 러시아의 여제를 격파하여 진정한 유럽 해방을 이루면 되는 것이다.

       

       

       “좋소. 현지 식민지인들을 계속 포섭해야겠지. 그리고 프랑스 코뮌도 계속 후원해야 하오.”

       “예. 동지.”

       

       

       그러는 한편, 프랑스에서도 코뮌과 계속 연락을 하며 코뮌을 후원했다.

       

       식민지에 묶여있는 틈을 타 프랑스 전선에서 막을 영국과 프랑스 연합군에게 한방을 먹이고 프랑스 코뮌이 장악하는 것을 도와 정권 교체에 성공만 하면 전쟁의 판도는 바로 바꿀 수 있으리라.

       

       그 과정에서 저지대 국가(네덜란드, 벨기에, 룩셈부르크)는 그냥 독일이 프랑스로 들어갈 고속도로에 지나지 않았다.

       

       여기서 한 가지 약간 걱정되는 점이 있다면.

       

       서기장 카를 리프크네히트의 눈은 책상에 펼쳐진 지도에서 이탈리아 반도로 향했다.

       

       그래. 이 이탈리아다.

       

       공산주의 국가라면서 과거의 로마를 재현하겠다고 외치는 이상한 서기장. 베니토 무솔리니의 국가.

       

       

       “이탈리아는 여전하오?”

       “예. 동지. 베니토 무솔리니 서기장은, 자기들만의 공산주의라고 하고 있지만, 여전히 로마를 외치고 있습니다.”

       “쯧.”

       

       

       명색이 이탈리아의 영도자라는 인물이 노동자 해방이라는 명분이 아니라 로마 부흥을 위해 공산주의를 채택한 꼴이 아닌가.

       

       그러나 이걸 가지고 독일이 뭐라 하기에는 일단 껍데기는 제대로 공산주의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 문제였다.

       

       굳이 따지고 들어가면, 못 따질 것도 없지만.

       

       그렇게 하면 이탈리아와도 갈라서게 되는 것이고, 지금 당장은 굳이 그리할 필요까지는 없었다.

       

       

       * * *

       

       

       러시아령 북만주 하얼빈

       

       이 무렵, 러시아 북만주의 하얼빈은 한참 개척으로 열을 올리고 있었다.

       

       개척을 위해서는 당연히 사람들이 있어야 할 터.

       

       러시아는 극동까지 영향을 뻗치며 블라디보스토크까지 개척했듯, 많은 한족과 만주족이 빠져나간 이 자리에는 이제 러시아 본국에서 보낸 백계 러시아인들과 유대인들이 순차적으로 도착했다.

       

       특히 유대인들은 이 새로운 환경이 낯설었다.

       

       오랜 기간 고향을 잃고 유럽을 떠돌며 폴란드에 정착했던 유대인들은 폴란드에 동화되지 못하고 기어이 폴란드의 반유대 정책에 따라 탄압받고 추방당했다.

       

       유대인을 우대한다는 러시아에 도착한 유대인집단은 정착 보조금을 줄 테니 북만주로 가라는 러시아 본국의 지시를 따랐다.

       

       때마침 폴란드에서 재력 깨나 있던 유대인들이 재산을 정리하고 북만주로 1차적으로 이주했다. 

       

       

       “앞으로 이곳에서 사는 건가?”

       “아빠, 여기 좀 추운 것 같아요.”

       “그래도 폴란드놈들 아래에서 죽어 나가는 것보다는 낫지.”

       

       

       새롭게 엉덩이 붙이고 살아야 할 땅이 마냥 좋은 건 아니지만. 최소한 그 폴란드 놈들에게 눈칫밥 먹어가면서 사는 것보다는 나았다.

       

       유대인들을 북만주로 인도한 자로 보이는 수염 덥수룩한 러시아 백군 장성이 열차에서 내린 유대인들을 하얼빈 광장으로 모이게 했다.

       

       그의 이름은 드미트리 호르바트. 일찍이 중동철도를 장악하여 열강의 지원을 받아내고 극동의 적군을 교란하던 백군지도자인 그는 역사가 바뀌어 백군의 승리로 합중국이 성립되자, 러시아령 북만주 총독으로 임명되았다.

       

       그는 연단 위에 서서 유대인들에게 말했다. 

       

       

       “다들 들으시오. 앞으로 여러분은 이곳에 정착해 개척하면서 살아가게 될 것이오. 이미 이전부터 이곳에는 당신들보다 먼저 이주하여 사는 유대인들도 많소.”

       

       

       대뜸 이곳에 살면서 개척하라니.

       

       먼 이역만리를 철도를 타고 온 유대인 중에는 불평 불만이 있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적어도 폴란드 압제에 신음하는 것보다는 나았다.

       

       물론 이 동방의 땅도 동양인들이 살던 건물도 썩 마음에 드는 건 아니지만, 차차 그들의 것으로 바꾸어 나가면 될 것이다.

       

       

       “아, 혹시라도 석유 탐사를 도울 사람이 있다면, 북만주 총독부를 찾아오시오. 그쪽 일자리는 지금도 많은 사람을 모집하고 있으니.”

       

       

       석유탐사.

       

       최근 북만주에서는 로스차일드의 은밀한 지원 아래에 석유탐사가 한창이었다.

       

       이미 전문가로부터 석유의 가능성도 봤으니. 석유만 터진다면 이 북만주 지역의 유대인들에게도 나쁜 이야기는 아니었다.

       

       러시아 본국에서 파견된 일부 선전가들이 ‘만주리아 드림’이라고 하면서 개척을 적극 권하고 있으니 유대인들로서는 북만주 석유탐사도 개척도 일상이 되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실수로 단톡방에 백업 원고를 풀어버린 실수를 해버렸네요. 백업 집필 분량도 거의 없지만….앞으로는 클라우드에 백업해야 겠습니다.
    다음화는 한국 임시정부에 대해 나올 예정입니다.

    선작, 추천 감사합니다.

    다음화 보기


           


I Became the Last Princess of the Bear Kingdom

I Became the Last Princess of the Bear Kingdom

Status: Ongoing Author:
I became a Russian princess destined to die in a revolu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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