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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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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갑자기 성신제 따위 아무래도 상관없어졌으면 개추]

       

        축제 기간 내내 우리랑 같이 갤질한다고 선언한 프리나나나님한테 갑자기 호감 생기면 개추

       

        [추천 5307 / 비추천 57]

       

        — 홀린 듯이 개추 눌렀다

        — 이게…… 완장의 품격?

        — 사실 예전부터 호감이시긴 했어~

        — 마린이444 : 누가 봐도 사진 도용인데 신 났네 ㅉㅉ

         ㄴ 응 아니야 내가 방금 천칭에 올려봤어~

         ㄴ 마린이444 : 아님 남자겠지 손만으로 성별을 어케 암

         ㄴ 그 정도 곱상한 손이면 가능

         ㄴ 나도

         ㄴ 마린이44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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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 나나나나님이 여자였다고?]

       

        꿀벌단 집합

       

        지금부터 완장 찬양을 시작하겠습니다

       

        — 부아아아앙!!!

        — 새로운 여왕벌을 찾은 것이에요……!

        — 이 새끼들 아직도 안 뒤졌음?

        — 개악질 팬덤 하나 생기겠네 ㅅ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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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다른 완장들도 다 미소녀였던 거 아닐까]

       

        개씹알파메일주딱이 만든 마법사 하렘이었던 거지

       

        마침 숫자도 딱 일곱인데 학파별로 하나씩 있는 게 분명함

       

        갑자기 박탈감 느껴지는데……?

       

        — 지금까지 날 차단시킨 게 미소녀라면 오히려 좋아

        — 프리나나마망한테 차단당하고 싶다

         ㄴ 뜌땨 뜌우땨이……! 뜌땨땨!!

         ㄴ 어어, 지능 떨어진다

         ㄴ 근데 좀 꼴리긴 해 차단 사유에 욕 한 바가지 적어줄 것 같아서

        — 하지만 주딱도 여자라면?

         ㄴ 헉!

         ㄴ 허어어어억……!!!!

         ㄴ ㄹㅇ 주딱은 은발미소녀인 게 학계의 정설이거든요~

         ㄴ 글레시아의 빙하가 녹을 때까지 비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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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문대묘지기

        [새파딱마음에안들어지금까지중에가장최악이야]

       

        주딱을이상한실로묶고있어이대로가다간자빠뜨려버릴지도몰라지금은망설이고있지만언젠가욕구를못참으면순진한주딱몸에이빨을박을지도몰라ㅏㅏㅏ

       

        — 뭐라는 거임 띄어쓰기 좀 해라

        — 어휴, 또또 순수한 프리나나님 음해한다

        — 음습한 점성학파가 그렇지 뭐

        — 꼬우면…… 아시죠?

         ㄴ 뭐 같이 파딱하라고? ㅋㅋㅋㅋ

        — 주딱이랑 파딱이랑 비빈다고? 오히려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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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리나에게 더없이 호의적으로 돌아선 여론.

        다만 신상 공개는 양날의 검으로 그만한 위험성이 따른다.

        갤러리 내에서 인기가 많아지며 불만세력이 생겨날 뿐 아니라 행정부에게도 노출될 수 있기 때문.

        나는 극채색 입단 테스트 때 프리나에게 알려줬던 계정으로 메시지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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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고닉도절반은고닉 : 선배, 갤러리에 신상은 안 올리는 게 좋지 않을까요?

        프리나나 : 너 갤러리 보고 있었어?

        프리나나 : 신경 쓸 거 없어 어차피 시간 지나면 사그라들 떡밥이니까

        반고닉도절반은고닉 : 그게 아니라 위험할 것 같아서요 밖에서 누가 알아보면 어떡해요

        프리나나 : 기껏해야 손 사진 하나로 누군지 알아보는 변태가 있을 리 없잖아

        프리나나 : 그보다 너 어디 갔길래 은신처에 없어? 

        반고닉도절반은고닉 : 잠깐 기숙사 청소하러 나왔어요 성신제라도 할 일은 해야죠

        프리나나 : 출근할 때는 현관 앞에서 잘 다녀오라고 포옹하는 게 학파 규칙이잖아

        프리나나 : 일 끝났으면 빨리 돌아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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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으음, 마치 부부 사이에나 할 법한 행동인데 그것도 학파규칙이었던가.

        어쨌거나 프리나는 별 대수롭지 않다는 태도를 고수했지만 세상 일은 모르는 법이었다.

        만약 시엔이 자기 복사뼈를 찍어 공지로 올린다면 나는 피 냄새를 맡은 상어처럼 수천 킬로미터 밖에서도 그녀를 정확히 찾아낼 테니까.

       

        뭐, 외모로 관심받길 즐겨하는 성격도 아니고 아마 주딱이 자길 보호해줄 거라 믿는 거겠지.

        실제로 그편이 좋으니 우선 은신처로 돌아가야겠다.

        그러고 보니 밖에서 돌아왔을 때의 규칙은 분명 더 낯간지러운 것이었는데…….

        잘 기억이 안 나 머리를 긁적이던 내게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기요 저기요, 가면을 쓴 타락한 광대들의 왕이자 이젠 성별조차 모호해진 경계의 어둠 속에 몸을 숨기신 분.”

       

        누군진 몰라도 굉장한 타이틀을 가진 사람이군.

        가뜩이나 사람이 바글바글한데 거리에서 마주치기라도 한다면 계집애처럼 비명을 지를 법한 공포스런 호칭이었다.

        나와는 상관없어 보여 발걸음을 돌리려던 찰나 누군가 내 옷깃을 붙잡았다.

        성신제의 세 가지 모토 중 하나인 풍요를 뜻하는 사슴 가면을 쓴 소녀였다.

       

        가면을 슬쩍 들어 올리자 서글한 인상과 함께 눈을 가린 붕대가 드러났다.

       

        “당신을 일컫는 거에요, 황천으로부터 단말마를 모으는 분. 이름부터 이명까지 모든 게 베일에 싸인 이방의 신살자.”

        “오! 오랜만이군요. 분명 존함이…….”

        “릴리아라고 해요. 릴리아 페이지, 신성학파의 장문이신 세실리아 님께 영원한 영광을 승계받은 차기 가주에요.”

        “반갑습니다, 전 클락이라고 합니다.”

       

        대학원 사태 때 스쳐 지나간 신성학파의 모녀 중 딸 쪽이었군.

        순혈 마법사인줄은 알았지만 무려 칠현자의 직계일 줄이야.

        작은 신장에도 불구, 마장으로 보이는 지팡이로 근처의 벤치를 가리키는 모습은 자택 감금 중에도 파딱을 주지 않으면 부계정으로 테러나 하겠다는 누군가와는 사뭇 다른 위엄이 느껴졌다.

        나는 근처 매대에서 마찬가지로 성신제의 세 가지 모토 중 하나인 지혜를 뜻하는 부엉이 가면을 사서 그녀 옆자리에 앉았다.

       

        “당신에겐 어울리지 않는 가면이네요.”

        “전 부엉이가 좋답니다. 아니면 늑대로 할 걸 그랬나요?”

        “어느 쪽도 마찬가지에요. 굳이 따지자면 좀 더 이렇게…… 으음, 이런 이야기를 하려고 부른 게 아니죠.”

       

        릴리아는 땅에 그려놓은 어느 동물의 형상을 구둣발로 지우며 이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제가 당신을 멈춰세운 이유는 경고하기 위함이에요.”

        “경고라뇨?”

        “이번 성신제를 위해 교국에서 사절단이 파견된 걸 아시나요? 단순히 축제를 즐기기 위해서 왔다고 하기에는 직책이 지나치게 높답니다. 무려 서방교구의 대주교까지 왔으니까요.”

       

        교국은 현재 4대 재앙 중 하나인 ‘태양의 적’과 전쟁 중이었다.

        국가 전체가 몇 세기에 걸쳐 단 하나의 마족을 멸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음에도 날이 갈수록 승산은 희박해지고 있었다.

        특히 삼십 년 전 교국의 두 성녀 중 하나가 사망한 이후, 그들은 부족한 병력을 마탑에서 지원받고자 여러 차례 교류의 손길을 뻗어왔다.

       

        듣기로는 신성학파의 칠현자가 영광을 모두 소진한 끝에 거의 퇴치 직전까지 놈을 몰아세우고 돌아왔다고 하던데, 그마저도 자기들끼리 마무리하기는 어려웠나 보다.

       

        “십중팔구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서겠죠. 자신들의 숙원을 이뤄줄 자에게.”

        “호오…….”

       

        그렇군, 그런 것인가.

       

        하늘을 불사르던 용의 노여움도 잊혀지고.

        파딱들의 석비도 사토속에 묻혀버린…… 어쨌든 많은 시간이 흘렀음에도 잊지 않고 마룡을 잡았던 나를 수소문해 온 모양이군.

        자신들과 함께 4대 재앙 중 하나를 해치워 달라고 무릎 꿇고 부탁하기 위해서.

       

        내가 거만하게 다리를 꼬자 옆에서 사슴의 눈망울이 다소 불안하게 이쪽을 응시했다.

       

        “이제 제가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아시겠죠?”

        “예, 이해했습니다.”

        “다행이에요. 그럼 성신제 기간 동안 절대 밖으로 나오지 말고 숨어있도록 하세요.”

        “반드시 저들과 접선하여 성대한 접대, 아니 대접을 받…… 응?”

        “네……?”

       

        릴리아의 고개가 서서히 옆으로 기울어지자 가면이 바닥에 툭! 하고 떨어졌다.

        그녀는 한 손으로 제 이마를 짚더니 자신의 말뜻을 조금도 이해하지 못한 내게 답답하다는 듯 외쳤다.

       

        “당신 같은 괴물이 교국의 병사들과 싸우면 마탑이 무너질지도 모르니까 눈에 띄지 말라는 거잖아요!”

        “괴물이라뇨! 저는 선량한 해주학자일 뿐입니다.”

        “제발…… 저들에게 그런 변명은 안 통해요. 마족의 흔적을 찾는 데는 도가 튼 자들이라고요!”

        “그럼 더욱이 제 결백을 알아주겠군요. 어디 계신지만 말해주면 바로 찾아가도록 하겠습니다.”

       

        나는 자신 있었다.

        오랜 시간 지속되어 온 음해를 일거에 떨쳐낼 자신이.

        비록 이세계에 떨어져 개고생 하는 동안 몸에 피를 조금 묻히긴 했지만 마음만큼은 설화수만큼이나 투명하다고 자부했다.

        그러나 안대를 쓰고서는 사람의 내면은커녕 눈앞의 진실조차 볼 수 없었기에 릴리아는 한숨을 폭 쉬며 몸을 일으켰다.

       

        “당신이 그들을 찾아가려 해도 소용없어요. 애초에 급행을 타고 순혈 마법사가 아니라면 닿지 못하는 곳까지 올라갔으니까.”

        “신성학파의 칠현자에게 재차 부탁하러 간 건가요?”

        “아뇨, 세실리아 님께서는 복귀하신 이후 탑 밖으로는 나가지 않고 계세요.”

        “그러면…….”

        “칠현자 중 유일하게 재앙의 토벌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죠. 뭐, 그쪽도 밖으로 안 나오긴 매한가지지만요.”

       

        그녀는 지팡이로 바닥에 92라는 숫자를 적고 떠나갔다.

       

       

       

        *

       

        “난 화단을 마음대로 밟고 들어오라고 말한 적은 없는데.”

       

        리브라는 자신을 찾아온 이들을 돌아보지도 않은 채 위치노트를 덮었다.

        비석에 닿은 손은 [주딱은 사실 여자다]라는 문장을 지울지 말지 고민 중이었다.

        본인이 나서서 해명한 일은 없으니 확실한 정보가 아니라 판단해 두 줄을 그었다.

       

        이윽고 불청객이 입을 열었다.

       

        “송구합니다, 현자님. 저희는 이번 성신제를 맞이하여 교국에서 찾아온…….”

        “리카르도 그레지오, 서방교구의 대주교.”

        “저를 아시는군요? 영광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점성학파의 칠현자이신 리브라 님께 긴히 부탁을…….”

        “엘 프레스토 성전단 소속 성기사 윌리엄, 우고, 조르조, 안드레아, 프리모, 하워드, 테런스. 너희가 밟고 있는 꽃들은 내세를 기약하기는커녕 명계에 몸을 누일 곳조차 없어 내가 만든 이 공간에 머물고 있는 망자들이야.” 

        “……!!”

        “종복이라는 자들이 자신의 문양을 새긴 병구로 사자(死者)의 육신을 깔아뭉개고 있는 걸 보면 성신께선 참으로 기뻐하시겠네?”

       

        자신들을 정확히 지칭하며 뼈있는 말을 던지자 교국의 병사들이 일제히 동요했다.

        설득이 쉽지 않을 것을 직감한 리카르도는 급히 부하들을 물렸다.

        병사들을 실은 급행이 떠나자 리브라는 철길이 지나간 자리에 누워있던 꽃들을 천칭에 올렸다.

       

        “너희 용건은 이미 알고 있어. 하지만 나는 산 자들의 나라에 봉공(奉公)하지 않아.”

        “4대 재앙을 없애는 건 인류에의 공헌입니다!”

        “성역을 회복하려는 너희의 영광이겠지? 그 과정에서 몇이나 여기 묻힐지 생각해봤어?”

        “……허나 영광을 쫓지 않는 현자님께도 필요한 일이겠지요.”

       

        고민하던 리카르도는 입을 열었다.

       

        “억울하게 죽은 이들의 넋을 달래주는 것은 본디 저희 교국의 사제들의 몫입니다. 지금은 성역을 탈취당하고 재앙의 토벌에 매진하느라 충분히 힘을 쏟지 못할 뿐이지요.”

        “…….”

        “현자님께서 저희를 도와주신다면 여기 있는 꽃들도 제자리를 찾아 떠날 것입니다. 아니면 이곳에 가만히 계시면서 또 한 번의 기적을 바라시려는 건 아니겠죠?”

       

        5년 전.

        실낙원의 꽃들 중 일부가 일제히 만개한 적 있었다.

        명계의 문이 열리지 않았음에도 망자들의 혼이 하늘로 올라가던 모습을 리브라는 똑똑히 기억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4대 재앙 중 하나가 토벌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제국에서 어찌나 철저하게 숨겼는지 신문에는 단 한 줄도 나오지 않았지만, 이내 마탑의 모두가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

       

        “신성학파에서 대규모 제사라도 지냈는지 모르겠지만 그런 요행은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을…….”

        “요행이 아니야.”

        “예?”

       

        리브라는 언덕 위에 세워진 비석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지금껏 리카르도가 ‘기적’ 혹은 ‘요행’이라 일컫는 일을 벌인 어느 인물에 대해 써놓은 정보들을 차례로 읽어나갔다.

       

        [주딱은 현재 10층에 있다]

       

        [주딱은 마탑의 시련에 간섭할 수 있다]

       

        [주딱은 영혼들의 움직임을 감지할 수 있다]

       

        .

        .

        .

       

        [주딱은 이제는 사라진 용의 부산물들을 가지고 있다]

       

        [주딱은 메테오가 얼음마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주딱은 창vs칼 논쟁에서 창을 지지한다]

       

        [주딱은 민트초코를 좋아한다]

       

        [주딱은 얼음 정수기에 애착을 가지고 있다]

       

        [주딱은 가슴 큰 여자를 좋아한다]

       

        [주딱은 갤러리가 더럽혀지는 것을 싫어한다]

       

        .

        .

        .

       

        “너희 제안은 성신제가 끝날 때까지 생각해볼게.”

        “정말이십니까?”

        “다만 너무 기대하지는 마. 내가 여기 있는 건 더 중요한 일이 있기 때문이니까.”

        “그건 무슨…….”

       

        아래에서부터 위로.

        가장 최근에서부터 오래된 순서로.

        턱을 조금씩 위로 치켜들며 자신이 쓴 문장을 훑던 그녀는 마침내 비석에 최초로 적었던 글자에 다다랐다.

       

        [둘 다 아직 살아있지? 내가 해치웠어]

       

        뜬금없이 연구부의 새로운 발명품이 오작동을 일으키고.

        그 첫 페이지에 깃든 신기한 마도구에 관리자의 이름으로 작성된 글을 보고 쓴 것이었다.

       

        [주딱이 용을 죽였다]

       

        “꼭 만나야 할 사람이 있어.”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쓰다보니 점점 내용이 길어져서 좀 늦었네요 죄송합니다 ㅠㅠ.
    너무 바빠서 오타 수정은 내일 퇴근하고 한 번에 하겠습니다. 항상 지적해주시는 부분은 고치고 있습니다.
    모두 행복한 일주일 보내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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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Master of the Magic Tower in Another World

I Became the Master of the Magic Tower in Another World

이세계 마탑의 갤주가 되었다
Score 3.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10 years since transfer to another world

What I do inside the Ivory Tower of Truth isn’t much different from what I did on Ear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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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 you missed today’s attendance for the ‘Principles and Understanding of Dimensional Glass’ course, you’ll get a penalty] If you want to kill the professor who suddenly changed the classroom with a phase transition 2 minutes before the start of class, go ahead. Haha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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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t why does everyone think I’m the Tower Ma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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