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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98

       

       

       [···그렇다는데?]

       

       [푸, 푸흡···. 필멸자한테 협박받는 꼴이라니.]

       

       

       최근 내가 기세등등했던 게 마음에 들지 않았던 걸까.

       

       녀석들이 나를 비웃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기회에 나를 잔뜩 놀려두려는 속셈이겠지. 내 속을 긁기 위해 하는 얄팍한 도발이야.

       

       그러나 나는 그런 도발에 당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이라면 조금 달랐을 수도 있겠지만···.

       

       유시우가 하는 말이라면. 이 세상의 주인공이 하는 말이라면 기쁘기 그지없었다.

       

       

       “멋있다···.”

       

       [···얘는 자기보고 몸조심 하라고 협박하는데 멋있다고 감탄하고 있네. 진짜 미쳐버린 건 아니지?]

       

       “왜? 어차피 언젠가 져주려고 했어.”

       

       

       다른 놈들은 그놈의 자존심 탓에 누군가에게 져준다는 건 상상할 수도 없겠지.

       

       저런 협박성 발언에 당장이라도 눈이 돌아가 어떻게든 강림하려고 눈이 돌아갈지도 모른다.

       

       그런데 나는 자존심 같은 건 벗어던진 지 오래거든.

       

       

       [하여튼 특이하다니까.]

       

       [뭐, 그래서 이런 걸 꾸민 거 아닐까? 재밌긴 하잖아.]

       

       “그렇지?! 그렇지?!”

       

       

       문득 들려온 칭찬에 잔뜩 신이 나 동의를 구했다.

       

       재밌다. 개성 있다.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내가 칭찬받은 것 같은 기분.

       

       

       “주인공이 이렇게까지 독자님을 생각하고 있을 줄이야!”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둘의 사이가 좋은 모양이었다.

       

       설마 시우가 같은 방에서 자자고 권유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뭐, 같은 침대가 아닌 건 조금 아쉽지만. 그건 시간이 해결해줄 게 분명했다.

       

       

       “역시 나는 천재가 아닐까···?!”

       

       [또 시작이네.]

       

       [쟤는 칭찬 같은 거 해주면 안 돼.]

       

       

       놈들이 시끄럽게 떠드는 소리는 가볍게 무시했다.

       

       다들 부러워서 그런 거야.

       

       내가 최초라는 걸 시기하고 질투하는 거지.

       

       저런 녀석들의 이야기는 열심히 들을 필요가 없었다.

       

       그야, 나는 천재니까···!

       

       

       “역시 독자님에게 말을 걸지 않았던 게 옳았어!”

       

       [아니, 너 혼날까 봐 말 안 한 거라고 하지 않았던가?]

       

       [나도 그걸로 알고 있는데. 필멸자한테 혼나는 불멸자라고 조리돌림 당한 지 얼마나 지났다고···.]

       

       

       오늘따라 시기와 질투가 조금 심하구나.

       

       하지만 나는 결과로 말할 수 있지.

       

       자랑스럽게 내가 보고 있는 장면을 보여주었다.

       

       

       “이걸 보고도 내가 틀렸다고 할 수 있을까!”

       

       [···.]

       

       

       독자님과 시우가 같은 방에서 잠들어있는 방을 보고 꿀 먹은 벙어리처럼 조용해진 녀석들의 목소리에 의기양양해졌다.

       

       독자님이 이렇게까지 진도가 나가게 된 게 누구 때문인데.

       

       그래, 나 덕분이다.

       

       내가 말을 걸지 않았기에 독자님이 불안해했지.

       

       그렇기에 주인공에게 눈을 떼놓을 수 없어지고, 집착이 심해졌잖아.

       

       그걸 누구보다 재미있게 보던 녀석들이 누군데.

       

       너희들이잖아.

       

       

       “이대로 가만히 놔뒀으면 저 둘, 십 년은 지나야 진도가 나가지 않았을까?!”

       

       [거기까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지금보다는 느렸겠지.]

       

       [으음, 그렇긴 하지···?]

       

       

       내 열변에 납득한 녀석들이 생겼다.

       

       그야 그럴 만도 하지.

       

       두 사람은 언제쯤 사귀는 거냐.

       

       저거 저러다가 죽을 때까지 연애 못하는 거 아니냐.

       

       그런 의견이 저 녀석들 사이에서 오갈 정도로 진도가 더뎠잖아.

       

       차라리 억지로 네 독자님의 설정을 바꿔서, 주인공의 체취에 발정한다는 설정을 집어넣는 게 어떠냐는 놈도 있었지.

       

       쯧쯧. 그래서야 재미를 느낄 수 없는데.

       

       스토리를 알지도 못하는 것들.

       

       매일같이 자기네들 마음대로 세상을 주물럭거리니 그런 짓을 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여기는 거야.

       

       

       “자연스럽게. 강제가 아니라, 스스로. 판을 깔아두기만 하면 저절로 이야기는 흘러가는 법이라니까.”

       

       

       천재를 향한 시기와 질투로 가득 찬 녀석들은 그 사실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냥 강제로 붙여놓으면 되는 거 아니냐.

       

       그런 의견이 대세였으니까. 내가 보여주기 전까지는!

       

       이 녀석들이 여태껏 로맨스에 관심이 없었던 것도 어쩌면 당연하겠지.

       

       강제로 하는 로맨스에 무슨 재미가 있다고.

       

       

       “역시 나는 천재야!”

       

       [아, 죽여버리고 싶다. 왜 하필 저 자식이···.]

       

       

       또다시 시기와 질투를 시작한 놈들은 무시하기로 했다.

       

       내가 지금 기대되는 것은 딱 하나.

       

       독자님과 시우가 훗날 어떻게 될 것인가.

       

       내가 궁금한 것은 오직 그것 하나뿐이었다.

       

       

       

       ***

       

       

       

       우리들은 교실에 누워 느긋하게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학생들이 부럽다는 듯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지만, 뭐.

       

       굳이 신경 쓸 정도는 아니지.

       

       다른 사람들에게 공격받을 정도로 평소 행실이 나빴던 것도 아니고.

       

       아카데미의 학생들에게 빌런의 소탕을 시험으로 내걸 정도로 치안이 불안정했던 예전과는 달리, 지금은 상당히 나아졌기도 하고.

       

       원래 협회 소속의 초인들만 하던 치안유지를 아카데미 학생들도 도와주니 얼마나 편하겠어.

       

       우리 수사관님의 말에 의하면 협회에서 아예 정식으로 인턴 제도를 도입할지 고민 중이라고 하더라.

       

       생각보다 학생들의 수준이 괜찮다고 여긴 모양이었다.

       

       

       그것뿐만이 아니지.

       

       아라크네도 활동을 시작했으니까.

       

       

       “뭔가 요즘 저 녀석들, 정기적으로 나가네.”

       

       “빌런이 너무 줄어들었으니까요···.”

       

       

       활동이 뜸해졌던 아라크네의 활동 재개.

       

       경험이 부족하더라도 일단 초인 전력인 아카데미의 학생들.

       

       평소에도 치안 유지에 힘쓰던 협회.

       

       세 조직이 빌런을 소탕하려고 눈에 불을 켜고 있는데,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겠지.

       

       학생들은 다들 빌런 소탕은 진작에 포기하고 사회봉사 쪽으로 눈을 돌린 모양이었다.

       

       이 사실은 아카데미에서도 당연히 알고 있지만···.

       

       굳이 바꾸려는 생각은 없다는 것 같더라.

       

       빌런의 소탕도 소탕이지만, 아카데미의 목적은 무너진 권위를 조금이나마 바로 세우는 것이었으니까.

       

       

       “나 오늘 오는 길에 과자 받았어.”

       

       “저는 초콜릿이요. 요즘 들어서 자꾸 뭘 받는 것 같은 기분이···. 혹시 왜 이러는지 아시나요?”

       

       “요즘 아카데미 학생들의 인식이 많이 좋아져서 그래요.”

       

       “네?”

       

       

       여태껏 시민들에게 아카데미 학생은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실제로 활약하는 건 영웅들이고, 아직 덜 여문 학생들은 배워나가는 시기니까.

       

       그들에게 노출되지 않는 학생들에게는 관심이 덜한 편이었지.

       

       하지만 최근 한 달 정도 사이에 학생들을 향한 관심이 많이 늘어났다.

       

       이유는 단 하나. 학생들의 활발한 활동 때문이다.

       

       

       “빌런들 잡는다고 뛰어다니고, 그 사건 이후로 부서진 가게 재건해주고. 자연재해 복구 지원부터 마을 공연에서 기술 시연까지. 긍정적인 면의 노출이 갑자기 늘어났잖아요.”

       

       “···아.”

       

       

       포인트를 모으겠답시고 빌런을 잡았다.

       

       일단 여기에서 시민들의 인식이 좋아지는데, 여기서 끝난 게 아니지.

       

       아카데미 주변의 박살 난 가게들을 지원해주는 것도 포인트가 쌓이니까.

       

       학생들에게는 그저 좋은 성적을 얻기 위한 행동이었지만, 그게 시민들의 호응으로 이어진 거다.

       

       

       “단발성으로 생각했던 내용인데, 호응이 너무 좋다고 하던데요. 앞으로는 주기적으로 할 거라고 해요.”

       

       

       그렇다고 학생들에게 이득이 없느냐?

       

       그건 또 아니지.

       

       일단 자신의 포인트를 얻기 위해 한 행동. 즉 사리사욕을 위해 도와줬지만, 그것도 결국 도와준 거다.

       

       당연히 학생들은 도와준 사람들에게 감사 인사를 받고, 그걸로 성취감을 느꼈다는 모양이었다.

       

       최근 학생들의 자발적 연습량이 크게 늘었다고 하더라.

       

       우리 수사관님이 만족스럽다는 듯 웃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어쩌면 약간 화나있던 것 같기도 해.

       

       

       왜 진작 이런 좋은 걸 하지 않았냐고 말이지.

       

       

       “기분 좋은 선순환이 생겼다는 모양이야.”

       

       

       시우도 그 사실에 기분 좋다는 듯 싱긋 웃었다.

       

       주인공다운 성격인 그가 교실에서 이렇게 느긋하게 보낼 수 있는 것도, 뭐.

       

       학생들이 열심히 해서 그런 거지.

       

       큰 사건이 터지지를 않으니까.

       

       학생들이 포인트를 받기 위해 시민을 도와주고.

       

       시민이 학생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며 이것저것 쥐여주고, 칭찬해주고.

       

       생전 처음 들어보는 감사 인사와 칭찬 탓에 기분이 좋아져서 학생들은 더 노력하고.

       

       그런 좋은 경험을 했으니 빌런이 될 가능성도 적어질 거라고 협회는 판단하고 있다고 하더라.

       

       빌런이 되면 겪을 수모. 그리고 영웅이 받는 환호와 보상.

       

       그걸 모두 겪었으니까.

       

       

       “어, 그래···.”

       

       “···뭔가요, 그 떨떠름한 목소리는?”

       

       

       물어본 걸 대답해줬더니 이 반응은 뭐야.

       

       아멜리아와 도로시의 반응에 살짝 의아했다.

       

       

       “아니, 그게 말이야···. 뭔가 너희들 요즘 붙어 다니지 않니?”

       

       “그러게요. 방금 아르테가 대답하다가 시우가 대답한 것도 그렇고···.”

       

       

       뭔가 있는 게 아닌가요?

       

       도로시의 순진한 물음에 나는 제대로 대답할 수가 없었다.

       

       진짜 뭔가 있었으니까.

       

       

       “···어, 그게. 별거 아니야! 하하, 그렇지?”

       

       “네, 네. 그래요. 별거 아니에요.”

       

       

       나와 시우는 어색하게 웃으며 말을 돌리려고 시도했다.

       

       그도 그럴게, 같은 집에서 생활하고 있다고 어떻게 말해.

       

       이유가 있지만 그걸 말할 수도 없었다.

       

       말하면 오히려 더 이상하게 볼 것 같다고.

       

       

       “···그래, 뭐. 그런 거로 하자.”

       

       “그런 거로 하자니까요?”

       

       “아냐, 도로시. 그냥 내버려 두자고. 자기네들이 즐겁다는데, 뭐.”

       

       “···.”

       

       “···.”

       

       

       아멜리아의 웃음기 섞인 모습에 나와 시우는 깨달았다.

       

       어떻게 알았는지는 몰라도, 이미 알고 있었구나.

       

       나와 시우가 같이 생활하고 있다는걸.

       

       아마 방금 물어본 건 확인차 물어본 거겠지.

       

       

       “···피임은 조심해?”

       

       “안 했거든요?!”

       

       

       진짜 제정신인가, 아멜리아?!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승승장구하자 다른 초월자들을 시기와 질투를 일삼는 놈들이라고 치부하는, 잔뜩 우쭐해진 작가님.

    뺨을 한대 쳐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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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st Because I Have Narrow Eyes Doesn’t Make Me a Villain!

Just Because I Have Narrow Eyes Doesn’t Make Me a Villain!

실눈이라고 흑막은 아니에요!
Score 3.9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Why are you treating only me like this!

I’m not suspicious, believe me.

I’m a harmless person.

“A villain? Not at 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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