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98

       건물의 지하로 들어온 나는 감탄을 하고 말았다.

        ​

        넓기도 넓었거니와 안에 펼쳐진 광경이 다채로웠기 때문이다.

        ​

        “참 은밀하게도 해 놓으셨네.”

        ​

        파라몬 영감님 정도 되는 사람이 아무 생각 없이 이렇게 해 놓지는 않았을 것이다.

        ​

        하지만 이래도 되나 싶은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

        “어이구, 이 양반은 나름 착하게 산 양반인 거 같은데…”

        ​

        정확하게 일자로 바닥에 뻗어 있는 병사.

        ​

        병사라는 게 그렇듯 그저 명령에 따라 이곳을 지키고 있던 사람으로 추정이 된다.

        ​

        안타깝게도 바닥에 쓰러져 있었지만.

        ​

        옆에서 나를 따라 다니던 드잔트가 무심하게 고개를 돌렸다.

        ​

        “드워프제 투구를 썼다면 괜찮았을 것이다.”

        ​

        “파라몬 영감님이 때린건데요?”

        ​

        “…최소한 꿈틀은 할 수 있었겠지.”

        ​

        급하게 정정하는 걸 보니, 역시나 우리 영감님들은 논외의 대상이었다.

        ​

        드워프제 투구도 막지 못 하는 싸다귀라….

        ​

        걸어들어 갈 수록 바닥에 누워 있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

        “이놈은 기사인가 보네.”

        ​

        그래도 기사라는 건지 꿈틀 정도는 할 수 있었던 모양이다.

        ​

        뻗어 있는 자세가 일자가 아니었다.

        ​

        “음…”

        ​

        정정하겠다.

        ​

        ‘꿈틀’중에 ‘꿈’정도 한 것 같다.

        ​

        검이 반쯤 뽑혀 있었으니까.

        ​

        퉁퉁부어서 투구를 채우고 있는 얼굴이 얼마나 강한 타격이었는지를 증명해주고 있었다.

        ​

        주변에 있던 아이들의 영혼마저 그것을 구경하고 있었으니, 말 다한 셈이다.

        ​

        “이래도 되는 거 맞아…?”

        ​

        드잔트가 코웃음을 쳤다.

        ​

        “괜찮다.”

        ​

        “진짜요?”

        ​

        “저 두놈이 어딘가에 잠입하는 건 수도 없이 있었던 일이니까.”

        ​

        영감님들의 삶이 평범하지는 않았겠지만….

        ​

        도대체 무슨 삶을 살아온 걸까?

        ​

        “대륙전쟁 시절에 무모하게 돌격을 감행한 아군이 있었다. 지금은 멸망한 왕국이지.”

        ​

        이어지는 이야기에 나는 흥미가 동했다.

        ​

        당시의 일에 대해서 들은 게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

        “당시에는 합당한 작전이라 치부되었다. 저 두놈만은 무리하다 판단했고.”

        ​

        “그래서요?”

        ​

        “그쪽 아군의 보급품을 모조리 날려 버렸다. 지휘관의 의식도 같이 날려 버렸지.”

        ​

        “…..?”

        ​

        전쟁은 잘 모르지만, 그 보급품이라는 거 엄청 중요한 거 아닌가?

        ​

        없으면 전쟁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말이다.

        ​

        “결과적으로 그 덕분에 큰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다. 두놈이 아니었다면 다 죽었을 것이야. 머저리들만 모였던 곳이라 결국 멸망했지만.”

        ​

        “역시…”

        ​

        “그냥 행동하는 것처럼 보여도 무척이나 치밀한 놈들이다.”

        ​

        드잔트의 말에 따르면 영감님들의 수완은 굉장하다고 한다.

        ​

        하기야 대륙전쟁에서 활약한 영감님들이니, 각종 전술에 통달했을게 당연한 소리지만.

        ​

        “그 외에 네크로맨서의 목을 잘라온 일도 수두룩하지.”

        ​

        “걱정할 필요 없겠네요.”

        ​

        이야기를하며 걸어갈 수록 아이들의 표정이 안 좋아졌다.

        ​

        같이 갇혀 있던 아이들을 걱정하는 듯싶었다.

        ​

        기특하게도 그 와중에 친구가 된 것이리라.

        ​

        “괜찮아. 어마어마한 영감님이 가셨거든.”

        ​

        주위를 훑어본 아이들이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

        이 광경을 보면 아이도 납득할 만 하니까.

        ​

        “여긴가 보네요.”

        ​

        열려진 문.

        ​

        몸을 떠는 아이들.

        ​

        그리고 안에서 들려오는 소리.

        ​

        짜악 –

        ​

        “우리는 이곳에서 망을 보지. 저쪽과 할 이야기도 있고.”

        ​

        드잔트가 턱짓으로 세레나를 가리켰다.

        ​

        세레나 역시 고개를 끄덕이는 걸 보니 그들만의 일이 있는 모양이었다.

        ​

        “부탁드려요.”

        ​

       안으로 들어서자 마자 보이는 것들은 나의 인상을 찌푸리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

        더러운 바닥과 곳곳에 흩어진 핏자국들.

        ​

        녹이슨 쇠창살.

        ​

        그리고 안에 갇혀 있는 아이들까지.

        ​

        얼마 전에 갇혀온 듯 외관이 깔끔한 아이들도 있었다.

        ​

        파라몬 영감이 쇠창살을 구부려 입구를 만들었다.

        ​

        “왔는가?”

        ​

        “이렇게 뒤집어놔도 괜찮아요?”

        ​

        “이렇게 안 하고 아이들을 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네.”

        ​

        이놈들도 바보가 아닌 이상 경비병들을 다 빼지는 않을 것이다.

        ​

        무력충돌은 어쩔 수 없다는 것.

        ​

        “이편이 가장 확실하고 안전하지.”

        ​

        “….”

        ​

        영감님의 말보다 나의 눈길을 잡아끄는 아이가 있었다.

        ​

        겁에 질려 오들오들 떨고 있는 아이.

        ​

        유난히 눈에 띄는 아이였다.

        ​

        “저 아이에게 무언가가 있는가?”

        ​

        “네. 우선, 애들을 좀…”

        ​

        갇혀 있는 아이들만 대략 사십명 정도.

        ​

        모두가 겁에 떨고 있었지만, 이 아이만은 조금 달랐다.

        ​

        “…구해주러 오신 건가요?”

        ​

        떨리는 눈이 나와 마주쳤다.

        ​

        “맞아.”

        ​

        “그럼…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 건가요?”

        ​

        “응.”

        ​

        안도한 듯 아이의 손에서 떨림이 잦아들기 시작했다.

        ​

        촉촉해진 눈동자가 꼭 부모님을 떠올리는 듯했다.

        ​

        “아저씨들은 누구신가요…?”

        ​

        “우리는 말이야…”

        ​

        우리가 누구인지 말하기 전에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이 있었다.

        ​

        허리춤으로 손을뻗자 만져지는 차가운 방울.

        ​

        딸랑 –

        ​

        “…아저씨?”

        ​

        아이의 주변을 돌고 도는 업.

        ​

        아까부터 눈에 띄던 것이 이제야 확실해졌다.

        ​

        “애가 아니네?”

        ​

        “…네?”

        ​

        “몇십년 먹은 남정네가 들어앉았어.”

        ​

        파라몬 영감님이 아이들을 빼내다 말고 이곳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

        “연기는 그만하지?”

        ​

        아이의 얼굴에 섬뜩한 미소가 맺혔다.

        ​

        씨익 –

        ​

        순간, 빠르게 움직이는 놈의 손.

        ​

        어느덧 품속에서 빠져나온 단검이 나의 목에 붙어 있었다.

        ​

        이럴 줄 알았다.

        ​

        어째 아이한테서 살업이 보인다 했더니….

        ​

        “어떻게 눈치챈 것이지?”

        ​

        아이의 얼굴.

        ​

        아이의 목소리.

        ​

        하지만 나오는 말투는 전혀 달랐다.

        ​

       불쾌한 이질감을 불러일으킬 만큼.

        ​

        이상한 것은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

        “사람을 죽였는데 원혼이 안붙어 있네?”

        ​

        “….”

        ​

        놈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

        “목이 떨어지기 직전이라는 걸 모르는군.”

        ​

        검이 목에 닿여 있었지만, 그것보다는 이놈의 상태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는 게 맞을 것이다.

        ​

        “마나도 안 쌓았고…”

        ​

        “….”

        ​

        “빙의도 아닌데 아이의 몸이라…”

        ​

        아마 모종의 방법으로 성장을 멈춘 것 같았다.

        ​

        어릴 때부터 길러진 암살자라고 추측해볼 수 있다는 소리다.

        ​

        눈치챌 수 없도록 마나마저 쌓지 않은 암살자.

        ​

        딸랑 –

        ​

        희끄무레한 장면들이 떠올랐다.

        ​

        죽어 있는 아이들.

        ​

        증거를 인멸하기 위해 죽은 아이들이었다.

        ​

        그리고 그사이를 누비는 이놈.

        ​

        “영혼을 모으고 있었구나.”

       

       “….!”

        ​

        내가 말을 내뱉는 순간.

        ​

        닿아 있던 칼이 움직이며 내 목을 그어놓았다.

        ​

        그리고 경악이 터져 나왔다.

        ​

        “…네, 네놈…!”

        ​

        당황하며 다시 한번 칼을 내지르는 놈.

        ​

        하지만 몸에 상처가 날리가 없었다.

        ​

        맨발로 성검위에서도 뛰어노는데, 이런 단검이 내 몸을 뚫을리가 있겠는가?

        ​

        다시 한번 검이 휘둘러지려는 찰나.

        ​

        콰앙.

        ​

        놈의 몸이 튕겨져 나가며 벽에 부딪혔다.

        ​

        콰직 –

        ​

        영감님의 발에 부러지는 팔.

        ​

        우지직 –

        ​

        으스러지는 손가락.

        ​

        다시 검을 잡기는 힘들 것이다.

        ​

        “자네가 어떻게 빠져나올까 했더니, 그대로 검을 맞아버릴 줄은 몰랐군.”

        ​

        “아니, 위험해 보이면 빨리 도와줘야 하는 거 아닌가요?”

        ​

        영감님이 어깨를 으쓱거렸다.

        ​

        “자네에게 위험한 일이 생기겠는가?”

        ​

        “참나…”

        ​

        암살자를 어깨에 들쳐매는걸 본 나는 고개를 돌렸다.

        ​

        반짝반짝.

        ​

        부담스럽게 나를 쳐다보는 아이들.

        ​

        “아저씨는 기사님인가요?”

        ​

        “아니.”

        ​

        “마법사님이신가요?”

        ​

        “아니.”

        ​

        또 다른 게 무엇이 있을까 고민하는 아이들.

        ​

        “무당이야.”

        ​

        “무당이요?”

        ​

        뭔지도 모르면서 일단 멋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

        “저도 무당할래요!”

        ​

        “너넨 이런 거 하지 마.”

        ​

        무당이 되는 순간 편안한 삶과는 멀어진다.

        ​

        능력이 뛰어날수록 아주아주 멀어지는 것이다.

        ​

        “이제 나가야지? 집에 가자.”

        ​

        아직도 몸을 떨고 있는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

        손이 몇 번 움직이지 않았는데도 사그라드는 떨림.

        ​

        아이의 호흡이 고르게 변하고 있었다.

        ​

        “할머니가 만져 주는 것 같아요.”

        ​

        “비슷해.”

        ​

        이제 이곳을 빠져나가는 일만 남았다.

        ​

        문제는 이 많은 아이들을 데리고 어떻게 빠져나가냐는 것이다.

        ​

        들키지 않고 나가기에는 너무나 많은 숫자였으니까.

        ​

        문을 빠져나가니 드잔트와 세레나가 우리를 반겼다.

        ​

       딱딱해진 얼굴로.

        ​

        “생각보다 빨리 끝났군.”

        ​

        뒤를 졸졸 따라오는 아이들.

        ​

        지하에서 올라가 건물 밖으로 나가니, 아비규환이 따로 없었다.

        ​

        저 멀리 보이는 시뻘건 불길과 검은 연기.

        ​

        땡 – 땡 – 땡 –

        ​

        “불이야!”

        ​

        “군량창고에 불이 났다!”

        ​

        바쁘게 뛰어가는 병사들까지.

        ​

        우리의 근처에 남아 있는 병사는 얼마 되지도 않았다.

        ​

        그마저도 다 바닥에 누워 있었으니….

        ​

        클로셀 영감이 그 앞에서 히죽거리고 있었다.

        ​

        “자네가 사람 죽이는 걸 싫어하니, 싹 다 재워 버렸네.”

        ​

        “그…영감님.”

        ​

        “음?”

        ​

        솔직히 이게 괜찮은 건지 모르겠다.

        ​

        이곳은 엄연히 남의 나라가 아닌가?

        ​

        이렇게 깽판을 치다가 걸리기라도 하면 큰 문제가 생기는 것 아니냔 말이다.

        ​

        영감님이 걱정 말라는 듯 손을 휘휘 저었다.

        ​

        “우리의 얼굴을 본 목격자도 없거니와 들켜도 상관이 없네.”

        ​

        “상관이 없을 수가 있나요?”

        ​

        “차차 알게 될 것이네.”

        ​

        영감을 따라 나가니 신기하게도 길이 열려 있었다.

        ​

       “허….”

       

       길을 따라 잠들어 있는 병사들.

        ​

        가끔 불을 끄기 위해 달려오던 경비들도 마찬가지였다.

        ​

        풀썩 –

        ​

        “부…불이…!”

        ​

        스르륵 –

        ​

        일정 거리 이상 접근하면 바닥에 쓰러졌다.

        ​

        영감님들의 말대로 완벽한 잠입이었고, 완벽한 구출이었다.

        ​

        “이게 되네…”

        ​

        “이제 어디로 가면 되겠는가?”

        ​

        딱 한곳 떠오르는 곳이 있다.

        ​

        가보지도 않았는데 선명한 곳.

        ​

        촉이 오고 있었다.

        ​

        “보육원이 있어요.”

        ​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뭔가 실력이 늘어나려는지 가물가물 휘청휘청!!!

    여러분 저 성장하나봅니다!!!!

    다음화 보기


           


I Became a Shaman in a Fantasy World

I Became a Shaman in a Fantasy World

판타지 세계의 무당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We check love fortune, career fortune, financial fortune, compatibility, physiognomy, and points of interest.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