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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98

       

       

       

       

       

       “감자떡이요?”

       

       실비아는 뜬금없이 감자떡을 해 먹자는 내 이야기에 고개를 갸웃했다. 

       그 모습을 본 나는 약간의 장난기가 발동해 씩 웃으며 뭔가 말했다.

       

       “아아, 실비아 씨는 모르시죠. 감자떡이 저와 아르 사이에 얼마나 큰 역할을 했었는지.”

       

       내가 우쭐한 듯 말하자 실비아의 눈이 샐쭉해졌다.

       

       “아까 장난 좀 쳤다고 그렇게 선 긋기예요? 치이.”

       “하하, 농담이에요. 사실 그렇게까지 엄청난 사건은 아니었고…. 기억에 남는 일이긴 했죠.”

       

       나는 내가 아르와 처음 만났을 때 감자떡을 나누어 먹었던 이야기를 해 주었다. 

       물론 레어에서 나왔다는 이야기는 제외하고 대충 배경을 각색해서.

       

       “맙소사. 우리 아르가 그랬단 말이에요?”

       

       이야기를 들은 실비아는 입을 가리며, 감자떡이라는 말에 꼬리로 땅을 톡톡 두드리고 있는 아르를 내려다보았다. 

       

       “쀼우?”

       

       실비아는 순진무구한 얼굴로 자신을 마주 올려다 보는 아르를 보며 올라가는 입꼬리를 주체하지 못했다.

       그리고 곧바로 아르 앞에 쭈그리고 앉아, 아르를 끌어안고 볼을 맞대고 마구마구 비볐다. 

       

       “쀼우욱?”

       “우리 아르, 역시 아기 때부터 너무너무 착했구나. 감동 받았어.”

       “쀼, 쀼우…!”

       

       아르는 실비아의 격한 반응에 바동거리며 부끄러운 듯 뺨을 붉혔다. 

       

       실비아는 얼굴을 떼고도 아르의 빵실한 볼을 손바닥으로 문지른 뒤에야 아르를 완전히 놓아 주었다. 

       

       “어쩐지, 캐머해릴에서 갑자기 웬 감자 가루를 포대째 사시나 했어요.”

       

       캐머해릴을 떠나기 전, 식량을 비롯한 여러 가지 물품들을 쇼핑하러 함께 다녔던 실비아가 그제야 손바닥 위를 주먹으로 톡 치며 알겠다는 표정을 했다. 

       

       “후후후. 실비아 씨도 같이 만들어 보실래요? 아르랑 같이 반죽 하려고 했는데.”

       “당연히 도와 드려야죠. 떡 반죽을 직접 하다니, 재밌겠는데요?”

       

       우리는 먼저 날이 완전히 저물기 전에 근처에 텐트를 쳤다. 

       

       그리고 캐머해릴에서 사 온 경계 알람 아티팩트를 작동시켰다. 

       

       실비아가 굳이 돈 들여서 그런 거 살 필요 없다고, 자신이 경계를 맡겠다고 했으나 내가 고집을 부려 구매한 아티팩트였다.

       

       잠은 자고로 충분히, 그리고 깊게 푹 자야 하는 법이니까. 

       

       실비아도 실력 있는 용병으로서 선잠에 익숙하고 경계에 자신이 있는 건 이해하지만, 그런 실비아도 침대에서 평화로운 표정으로 푹 잘 수 있다는 걸 나는 이미 그간 같이 지내면서 알고 있었다. 

       

       “읏차. 됐다.”

       “오오, 텐트가 확실히 재질부터 꽤 고급이네요.”

       “그쵸? 이렇게 펼쳐 놓고 보니 돈값은 하는 것 같아요.”

       

       실비아는 나와 함께 이번에 새로 구매한 텐트를 친 뒤 감탄하듯 말했다. 

       

       우리가 오늘 밤에 지낼 텐트는 보통 땅에 대충 말뚝을 박고 짓는 삼각 텐트가 아니었다. 

       

       흡사 지휘관의 막사처럼 충분한 높이의 평평한 지붕을 가진 짱짱한 사각 텐트였다. 

       

       설치하는 것도 생각보다 간단했다. 

       기둥 네 개가 빳빳한 재질의 텐트와 연결이 되어 있어서 튼튼한 땅에 제대로 기둥을 박아 넣고 줄을 잘 당기기만 하면 텐트가 쫘악 펴지도록 설계가 되어 있었다. 

       

       가장 좋은 점은, 추가금 10실버를 내고 살 수 있는 푹신한 텐트 바닥 파츠가 존재한다는 점이었다. 

       

       -아이고, 고객님. 이 사각 텐트가 최근에 나온 신제품인데, 돈 좀 벌어 봤다 하시는 상인 분들 사이에서 벌써 아주 입소문이 자자합니다.

       -요 버전은 특히 럭셔리 에디숀이라고 하는 건데 다른 텐트와 달리 기능이….

       -여기서 끝이 아니다! 단돈 10실버! 10실버만 추가를 하시면 세트로다가 연결이 가능한 바닥 파츠를 가져가실 수 있습지요.

       -이 파츠가 특히 써 보신 분들이라면 저어얼대 후회 안 하시는 부분이고, 아무래도 전체 텐트 재고 대비 수량이 부족하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꼭….

       

       텐트 가게 주인장이 호들갑을 떨며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하길래 일단 풀 세트로 구매를 하긴 했는데….

       

       ‘이렇게 떠올려 보니 왠지 나, 호갱님이 된 것 같기도 하고.’

       

       하지만 막상 이렇게 펼쳐 놓고 보니 풀 세트 60실버에 이 정도 짱짱한 기능성 텐트라면, 나름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었던 게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쀼우웃!”

       “어때, 아르야. 바닥도 푹신하지?”

       “쀼웃!”

       

       마침 바닥 파츠를 설치하자마자 도도도 뛰어가 폴짝거리며 푹신함을 만끽하는 아르를 보니 돈이 아깝다는 생각은 쏙 들어갔다. 

       

       “쀼우움!”

       

       아르는 넓고도 푹신한 텐트 바닥이 맘에 들었는지 벌러덩 드러누운 채 데굴데굴 굴러 다녔다.

       

       ‘그래. 돈은 이럴 때 쓰라고 있는 거지.’

       

       무엇보다 아르가 좋아하면 됐다.

       

       ‘안 그래도 텐트에서 잘 때 가장 불편한 게 바닥이 딱딱하다는 건데 말이야.’

       

       나름 침낭 하나 없이 나뭇잎을 덮고 동굴 바닥에서 자 본 적도 있는 나였지만, 그거야 아무것도 없던 시절의 이야기다.

       

       사람이란 적응의 동물.

       

       캐머해릴 내의 가장 좋은 여관에서 묵으며 푹신한 침대에 길들여진 몸으로 다시 딱딱한 흙바닥 위에서 자기란 쉽지 않다. 

       

       “좋아. 텐트는 다 설치됐고. 아르야, 이제 진짜로 감자떡 만들어 먹으러 갈까?”

       “쀼? 쀼우웃!”

       

       아르는 감자떡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벌떡 일어나 꼬리를 쭉 폈다. 

       

       나는 실비아와 함께 텐트에서 나와 짐에서 요리를 할 때 필요한 물건들과 재료를 꺼냈다. 

       

       “파이어.”

       

       일단 중앙에 불을 피워 둔 나는, 주전자에 식수를 담아 데워지도록 두고 조금 떨어진 곳에 커다란 그릇을 놓은 뒤 거기에 감자 가루를 부었다. 

       그리고, 옆의 작은 포대에서 찹쌀 가루를 꺼내 감자 가루 위에 부었다. 

       

       “이 정도면 되겠지.”

       

       눈대중으로 양을 조절한 뒤, 물이 끓는 동안 나는 일회용 장갑을 끼고 감자 가루와 찹쌀 가루를 섞었다. 

       

       그리고 금방 끓은 물을 가져와 섞어 둔 가루 위에 부었다.

       

       “오오, 이렇게 뜨거운 물을 부어서 하는 거군요.”

       “뜨거운 물을 쓰면 반죽이 쫀쫀하게 잘 되거든요. 지금은 찹쌀 가루를 섞어서 그나마 괜찮은데, 감자 가루만으로 반죽을 할 때 차가운 물을 쓰면 제대로 뭉치기도 전에 푸슬푸슬하게 부서져서 만들기가 힘들어져요.”

       “오….”

       “지금은 뜨거우니까 잠시만 기다렸다가 반죽하면 돼요.”

       

       차가운 가루와 뜨거운 물이 섞여 어느 정도 중화되는 동안 나는 실비아에게도 일회용 장갑을 나눠 주었다. 

       

       “쀼우?”

       

       반죽을 같이 하기 위해 옆에 온 아르는 자기도 장갑을 달라며 손을 내밀었다. 

       

       “앗, 아르야. 아르 손에 맞는 장갑은 따로 없어서, 손만 깨끗이 씻고 반죽하자.”

       “쀼.”

       “푸흣. 그리고 장갑 안 끼고 하는 게 더 재미있을걸? 반죽하는 촉감이 꽤 재밌거든.”

       

       아르는 장갑이 없다는 말에 살짝 시무룩했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자, 일단 내가 시범을 보여 줄게.”

       

       물과 감자 가루, 찹쌀 가루가 어느 정도 섞인 걸 확인한 나는 물기가 많은 쪽과 적은 쪽을 모아 손으로 잘 쥐어 반죽을 하기 시작했다. 

       

       “요렇게 살짝 색깔이 탁해지면서 쫀쫀해질 때까지 반죽을 해 주면 돼.”

       “이렇게요?”

       “맞아요. 딱 그 정도면 돼요. 물론 더 쫀쫀하게 하고 싶으면 더 주물럭거려도 되긴 하지만….”

       “쀼우!”

       

       아르는 얼른 자기도 해 보고 싶다는 듯 손을 내밀었고, 나는 먼저 아르의 손을 깨끗이 씻겨 준 뒤에 작은 그릇에 가루와 물을 따로 덜어 주었다. 

       

       “아르는 요걸로 해 볼래?”

       “쀼!”

       

       아르는 신이 난 듯, 작은 그릇 앞에 궁둥이를 붙이고 주저앉아 조그만 손으로 반죽을 만들기 시작했다. 

       

       “쀼웃. 쀼웃.”

       “그렇지. 옳지. 잘하네, 아르. 그렇게 쭉 해서 커다랗게 반죽 덩어리 하나를 만든다는 생각으로 하면 돼.”

       “쀼웃!”

       

       조물조물.

       

       아르는 양손을 그릇에 파묻고 주물거리며 열심히 반죽 덩어리를 만들었다. 

       

       나는 아르가 반죽 덩어리를 완성시킬 때까지 기다렸다가, 반죽을 조금 떼어서 손으로 떡을 빚는 시범을 보여 주었다. 

       

       “이제 요걸 이렇게 조금씩 떼어서 한 입에 먹기 좋은 크기로 잘 빚어 주면 돼.”

       “쀼우!”

       

       아르는 ‘한 입에 먹기 좋은’이라는 말에 꼬리로 바닥을 연신 톡톡 두드리며 나를 따라 반죽을 빚었다. 

       

       커다란 반죽 덩어리에서 일부를 잡아 쭈욱 뜯은 후, 조막만 한 양손으로 꾹꾹 눌러 빚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입가에 절로 미소가 맺혔다. 

       

       ‘귀여워….’

       

       맛있게 먹는 것도 물론 좋지만, 이렇게 자기가 직접 손으로 빚은 걸 먹는 건 또 느낌이 다른 법. 

       

       안 그래도 아르가 좋아하는 감자떡인데, 그걸 직접 요리조리 빚어서 먹는다니 아르한테는 아마 잊지 못할 추억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자, 그리고 여기서 감자떡을 더 맛있게 만드는 방법!”

       

       나는 작업이 반쯤 완료되었을 때쯤, 미리 준비해 두었던 작은 용기를 꺼냈다. 

       그 안에는 달콤한 꿀이 담겨 있었다. 

       

       “반죽 가운데를 엄지로 이렇게 눌러서 자리를 만들고, 꿀을 소량 넣은 다음 요렇게 잘 닫아서 마무리를 해 주면…. 맛있는 꿀 감자떡이 되는 거지.”

       “쀼, 쀼우웃!”

       “아르도 요렇게 눌러 볼래? 내가 꿀 부어 줄게.”

       “쀼우!”

       

       나는 신난 아르를 도와 꿀 감자떡 반죽을 마저 만들었고.

       

       “휴우! 이쪽도 다 됐어요!”

       

       실비아도 자신의 몫을 마무리한 걸 확인한 나는 반죽을 한데 모았다. 

       

       그중 절반 정도는 일반 감자떡이었고, 절반 정도는 꿀을 넣은 감자떡이었다. 

       

       “이렇게 섞어 놓으면 먹을 때 또 당첨 되는 재미가 있지.”

       

       나는 고개를 끄덕인 뒤, 감자떡들을 찜용 용기에 넣은 뒤, 밑에 물을 붓고 불 위에 올렸다. 

       

       꿀꺽.

       꼴깍.

       

       그렇게 뜨거운 스팀에 감자떡을 쪘고.

       시간이 되었음을 확인한 나는 조심스럽게 용기를 빼서 내려놓은 뒤 뚜껑을 열었다. 

       

       화아악 올라오는 스팀이 한바탕 빠진 뒤, 나와 실비아, 그리고 아르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고개를 들이밀고 잘 쪄진 찹쌀 감자떡을 바라보았다. 

       

       감자떡을 본 우리 입에서 감탄사가 튀어나왔다.

       

       “와, 맛있겠다.”

       “진짜 맛있어 보여요.”

       “쀼우우우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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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Picked Up a Hatchling

I Picked Up a Hatchling

해츨링을 주웠다
Status: Ongoing Author:
But this guy is just too cu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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