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98

        “그때는 내가 막 그 차원에 도착했을 때였지.”

       

        코즈믹 에너지를 소모해서 차원의 균열을 만들고,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서 막 나타났는…….

       

        – 그런데 코즈믹 에너지가 뭔가요?

       

        “…….”

       

        ……까지 이야기하는데, 갑자기 시청자들이 질문을 한다.

        쩝. 중간에 이야기가 끊겨서 조금 감질나네.

       

        – 그러고 보니 코즈믹 에너지는 뭐임?

        – 마나 비슷한 건가요?

        – 무슨 상위 차원의 에너지인가?

        – 포스임? ㅋㅋㅋㅋ

        – 칼라로 연결되었다!!!

        – 엌ㅋㅋㅋㅋ

        – 별들의 전쟁 좀 보신분인 듯?

        – ㅋㅋㅋㅋㅋㅋ

       

        “…….”

       

        뭐…… 그래. 그렇게 궁금해하니 알려 줘야지.

       

        “코즈믹 에너지란 너희들이 마나라 부르는 에너지보다 좀 더 상위의 에너지 중 하나란다. 저 우주를 구성하는 요소 중 하나지.”

       

        사실 마나는 인간들이 말하는 ‘운동 에너지’, ‘위치 에너지’, ‘전기 에너지’같은 것들과 본질적으로 같은 것이다.

        다만 물질과 에너지의 그 사이 어딘가에 존재하는 것이라고 해야 하나?

        그렇기에 마나는 에너지와 같은 것이고, 필멸자들에게 허락된 힘은 어디까지나 ‘에너지’다.

       

        “하지만 초월자가 되면 에너지뿐만이 아니라 좀 더 상위의 힘에 접촉할 수 있게 되지.”

       

        물론 접촉만 가능하다 뿐이지, 그 힘을 다룰 수 있게 되는 것은 아니다.

        나 역시 코즈믹 에너지를 다루는 것은 아니다.

       

        “나는 그저 코즈믹 에너지를 모아두었다가, 한꺼번에 쏘아내어 차원 간의 균열을 만드는 용도로만 사용하니까.”

       

        말하자면 화약을 잔뜩 모아두었다가 그냥 불을 붙여서 냅다 폭파시키는 것이라고나 할까?

        화약을 가공해서 총알이나 대포를 만든다거나…… 그러지 않고 그냥 화약 그 자체를 무식하게 사용하는 것에 가깝다.

       

        – 엌ㅋㅋㅋㅋ

        – ㅋㅋㅋㅋ

        – 그럼 마나로는 차원 못 여나요?

        – ㅋㅋㅋㅋㅋㅋ

        – ㅋㅋㅋ

        – ㅋㅋㅋㅋㅋ

       

        “마나로도 불가능한 것은 아닌데…….”

       

        마나 만으로 차원 간의 균열을 열려면 진짜 어마어마한 양의 마나가 필요하고, 거기에 더해 복잡한 마법진이나 장치가 필요하다.

        물론 마나를 사용할 경우에는, 그만큼 안전하게 차원 간의 통로를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겠지만…….

       

        “나는 마법에 정통한 초월자가 아니라서 말이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이라고 해봤자 필멸자들도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의 마법뿐이다.

        그보다 더 상위의 마법은 잘 모르고, 별로 알려고 하지도 않았다.

        왜냐하면 필요가 없으니까.

       

        “너희에게도 그런 말이 있지 않더냐? 뭐였더라? 육체가 강건하면 머리가 편하다…… 였던가?”

       

        – ?

        – ??

        –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라나라나님?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엌ㅋㅋㅋㅋㅋㅋㅋ

        – ?

        – 진짜 생각지도 못했넼ㅋㅋㅋㅋㅋ

        – 우씽! 물 마시다가 뿜었잖아욬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

       

        왜 웃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런 것이다.

        나는 마법이 필요 없었고, 그렇기에 마나로 안전하게 차원 간의 통로를 뚫는 방법을 몰랐다.

        그렇다고 마나 만을 사용해 차원 간의 균열을 만들려면 진짜 어마어마한 마나가 필요하고…….

       

        “그래서 생각한 것이 바로 코즈믹 에너지였지.”

       

        마나와 같은 필멸자에게 허락된 에너지로 출력이 부족하다면, 좀 더 상위의 에너지를 사용하면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으로 출발한 아이디어는, 제법 그럴듯하게 성공했다.

       

        “약간의 부작용은 있지만, 어쨌든 생각보다 적은 에너지로 차원을 이동할 수 있게 되었지.”

       

        – 조?금

        – 진짜 조금인가요?

        – 그 조금잌ㅋㅋㅋㅋ

        – ㅋㅋㅋㅋㅋ

        – 전혀 조금이 아닐 것 같은데욬ㅋㅋㅋㅋ

       

        시끄럽다!

        속으로만 중얼거린 후 음료수를 마셨다.

        이럴 때 인간들은 ‘속이 탄다!’라는 표현을 사용하던가?

       

        “어쨌든 이야기를 계속해 보자면…….”

       

       

        *            *            *

       

       

        레이지가 말을 이었다.

       

        “그때는 아직도 기억할 수 있어. 망가진 우주선에서 죽음을 기다리고 있던 내 앞에, 네가 나타났던 것 말이야.”

       

        “…….”

       

        그 말에 나의 기억이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기 시작했다.

       

        당시 차원을 막 건너온 나는 우주 공간으로 튀어나왔다.

        하필 바로 이전에 웬 거미를 닮은 초월자와 싸웠고, 그 상태에서 제대로 된 휴식처를 찾지 못한 채 적당한 소행성에 구멍 뚫고 거기서 지냈다.

        덕분에 나는 조금 피곤한 상태로 차원을 넘었는데…….

       

        “그래. 그때 반파된 우주선의 잔해 속에서, 너만이 살아남아 있었지.”

       

        거의 모든 기계 장치들이 작동을 멈춘 우주선의 잔해 속에서.

        조금 남은 산소를 끌어모은 우주복을 입은 채 우주선의 잔해 속에서 죽어 가던 아이가 있었다.

        만약에 내가 조금만 늦었거나, 혹은 나에게 인간에게 적합한 환경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없었다면…….

       

        “고마워.”

       

        “무엇이 말이냐?”

       

        “그냥. 이번 기회에 제대로 감사 인사를 하고 싶었던 것뿐이야.”

       

        레이지가 어깨를 으쓱거리며 웃었다.

       

        “네 덕분에 별 볼 일 없던 꼬맹이가, 어느새 어엿한 배를 가지고 있는 골드 랭크의 용병이 되었어.”

       

        “전부 너의 능력이란다.”

       

        “하지만 네가 아니었다면, 이런 기회도 없었겠지.”

       

        “그건 인정하마.”

       

        “큭큭큭큭…….”

       

        벌써 취했는지, 평소와는 조금 다른 모습을 보이는 레이지.

        테이블에 엎어진 채 술잔을 빙빙 돌리던 그가 나에게 물었다.

       

        “라나.”

       

        “왜 그러느냐?”

       

        “언제까지 일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도 잘 부탁해.”

       

        “……그래.”

       

        쿵!

       

        내 대답과 동시에 레이지가 테이블에 머리를 박았다.

        슬쩍 확인해 보니, 술에 취해서 자고 있었다.

       

        “흠…….”

       

        잠시 고민하다가 남아 있던 음식을 재빠르게 먹어 치웠다.

        그리고 레이지의 단말기를 꺼내 음식값을 지급하고, 그대로 레이지를 들쳐멘 후 음식점을 나섰다.

        그렇게 성인 남성 하나를 등에 짊어진 채 용병선을 향해 걸어가고 있을 때였다.

       

        “어이. 아가씨.”

       

        “어딜 그렇게 바쁘게 가시나?”

       

        “음?”

       

        인간들이 내 앞과 뒤를 막아섰다.

       

        ‘그러고 보니 이곳은 하층 구역이었지.’

       

        나도 나름 이 차원에서 2년간 지냈다. 그렇기에 이 세상의 지식은 어느 정도 알고 있다.

        이런 콜로니에서 용병들에게 허락되는 구역은 보통 치안이 좋지 않은 외곽지대다.

        그리고 이런 지역은 콜로니의 순찰대들이 잘 돌아다니지 않기에, 이렇게 불량배들이 꼬이기 쉬운 지역이기도 했다.

       

        심지어 전투 능력이 있을 것으로 보이는 레이지는 술에 취해서 잠들어 있고.

        그런 레이지를 짊어지고 있는 나는 인간 청소년 정도의 외형에, 가녀린 소녀로밖에 보이지 않지 않던가?

        게다가 내 외형이 이렇게 눈에 띄면, 당연히 임신매매? 아니, 인신매매였던가? 아무튼, 그런 쪽의 질이 나쁜 이들이 꼬이는 것도 당연한 일일 것이다.

       

        “헤헤헤.”

       

        “이게 웬 횡재냐?”

       

        “자. 착하지? 가만히 있으면 금방 끝날 테니까…….”

       

        “…….”

       

        하지만 안타깝게도 저들은 세 가지 큰 착각을 했다.

       

        하나.

        건장한 성인 남성인 레이지는, 사실 겉모습과는 달리 몸싸움이라고는 하나도 못 하는 몸치다.

       

        둘째.

        나는 외형은 가녀리게 보여도, 사실은 초월자의 아바타다.

       

        마지막 셋째.

        나에게 싸움을 걸고 싶었다면, 적어도 몸에 금속은 지니지 않은 채로 왔어야 한다.

        특히 저들처럼 몸 이곳저곳을 ‘임플란트’라고 이름 붙인 기계 장치로 바꾼 이들이라면…….

       

        딱!

       

        털썩!

       

        털썩!

       

        털썩!

       

        내가 손가락을 튕기자마자 우리에게 다가오던 인간들이 순식간에 쓰러졌다.

       

        “커어억!”

       

        “어버! 어버버!”

       

        “게게게게게게게겍……!”

       

        저들의 신체를 대신하는 기계 장치의 회로 부분을 살짝 손봐서, 오작동을 일으키도록 만들었을 뿐이다.

        바닥에 널브러진 채 오작동을 일으키는 인간들…… 사실 몸 절반 이상을 기계로 뒤바꾼 시점에서는 인간이라고 칭하기도 어렵지 않나?

        어쨌든 인간들을 지나쳤다.

       

        “술은 적당히 마시래도…….”

       

        “음냐냐…….”

       

        생긴 것과는 달리, 귀여운 술주정을 하는 레이지를 살살 쓰다듬으며…….

        우리는 용병선에 다다랐다.

       

       

        *            *            *

       

       

        이튿날.

        의료포트에서 숙취 없이 말끔한 모습으로 일어난 레이지와 나는, 이 ‘제 3번 트리미아 – 5 콜로니’에 존재하는 용병 길드에 들어갔다.

        어제 미루어 두었던 의뢰 완료 보고 및, 보상금을 수령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이외에 다른 일거리도 있었고 말이다.

       

        “누구지? 처음 보는 사람인데?”

       

        “옆의 여자는 애인인가?”

       

        “맙소사. 캡틴 골드잖아?”

       

        “캡틴 골드?!”

       

        “최단기간에 골드 랭킹을 달성한…… 그 캡틴 골드?”

       

        나와 레이지를 발견한 용병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참고로 ‘캡틴 골드’란 레이지를 지칭하는 별명이다.

        일단 레이지를 비롯한 크루들이 생활하고 조종하는 우주선…… 그러니까 우주선인 척하는 내 외형이 황금색이고, 레이지도 1년 만에 골드 랭킹을 달성하게 되며 자연스럽게 용병들 사이에서 저렇게 불리기 시작했다.

        정작 본인은 조금 불만이라고 하지만 이제는 본인도 포기했는지 그냥 받아들이는 모양이었다.

        어차피 따로 용병단을 창설하지 않는 한, 일반적인 용병선은 그 용병선의 ‘캡틴’의 이름값이 곧 용병의 명성에 직결되니…… 딱히 나쁜 의미도 아니었고 말이다.

       

        “조금 늦었지만, 의뢰 완료 보고와 보상금 수령, 그리고 거주 허가를 받으러 왔어.”

       

        “알겠습니다. 캡틴 골드…… 아, 실례. 캡틴 레이지님 맞으시죠?”

       

        용병 길드의 직원이 능숙하게 일을 처리하기 시작한다.

        이번에 완료한 의뢰를 확인하고, 블랙박스에 담긴 증거 자료와 의뢰 내용을 대조한 후 보상금을 전달한다.

        그 후엔 이 콜로니에 장기간 머물 수 있는 허가를 받는 과정으로 넘어갔다.

       

        “인원 확인하겠습니다.”

       

        레이지의 크루들의 이름이 하나씩 불리기 시작한다.

       

        배의 함장인 레이지.

        화기와 실드 관리 담당인 아놀드.

        부함장인 기계 생명체, 필립.

        배의 수리와 관리를 담당하는 엔지니어 제인.

        오퍼레이터이자 회계 담당인 에이미.

        그리고…….

       

        “저, 실례지만 뒤의 분은?”

       

        “아.”

       

        레이지는 나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라나. 배에서 맡은 직책은…….”

       

        잠시 말을 멈춘 그를 대신해, 내가 담담히 선언했다.

       

        “마스코트다.”

       

        “……?”

       

        용병 길드의 직원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마스코트(흑막)

    늦어서 죄송합니다. 어제 늦게까지 글 내용 고민하다가 자는 바람에 그만…….

    제가 노벨피아에서 두 작품을 동시 연재하고 있다보니, 하나에만 집중하기가 힘드네요.

    아무튼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리고 도주! 호다닥!)

    다음화 보기


           


Dragon’s Internet Broadcast

Dragon’s Internet Broadcast

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