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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98

        

       *** ***

         

       “오늘의 임시 회의를 주최한 황보경찬이라 하오.”

       

       “점창파 대제자 혁기린입니다.”

       

       “청성파 종혁이라 합니다.”

       

       “종남파 도사 자소준입니다.”

       

       “아미타불, 아미파의 여율입니다.”

       

       혁기린은 회의장의 면면을 보며 빠르게 판단을 내렸다.

       

       ‘다들 정찰을 보낸 셈이구나.’

       

       무게감 있는 이라면 황보경찬일까. 현재 황보가의 소가주는 정해지지 않는 상황. 그래도 그 우열 정도는 드러나 있으니 현재 소가주 자리에 가장 가깝다는 평가를 받는 이가 바로 황보경찬이었다.

       

       나머지는 딱히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는 것을 보아 사천 상황을 알아 보라는 사문의 지시에 따라 파견된 일반 제자들로 보였다.

       

       “다들 정남산에 산적들이 나타난 일 때문에 사천성으로 오신 것으로 판단됩니다만. 그렇지 않습니까?”

       

       황보경찬의 물음에 구파일방의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무량수불, 산적들의 악행으로 인한 사람들의 피해가 크더군요.”

       

       전체적으로 각 문파의 제자들을 말을 아꼈다. 혁기린은 저들의 입장을 이해했다. 결국 저들은 문파 내에서 특별한 발언권이 없는 평제자들. 소가주의 위치에 가까운 황보경찬이나 대제자의 위치를 공고히 하고 있는 혁기린처럼 문파를 대표할 권한이 있는 이들이 아니었다.

       

       이런 반 공식적인 자리에서 명확히 의견표현을 할 수 없는 셈.

       

       황보경찬은 이런 반응을 예상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혁기린은 살짝 의구심이 들었다. 결국 황보경찬이 이들을 불러 모은 셈이었는데 대체 이들을 모아서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 것일까.

       

       “저 역시 피해 조사를 위해 사천상인연합회에 들렸다가 어느 언질을 받아…이렇게 전달하는 역할을 맡게 되었습니다.”

       

       “언질이라 하시면 어떤 이야기입니까?”

       

       “사천상인연합회에서는…흠. 아무래도 사천성에 있는 문파들에게 큰 실망을 한 모양입니다.”

       

       이야기를 꺼낸 첫 한마디부터 심상치 않은 느낌에 좌중의 모두는 마른침을 삼켰다.

       

       “사천상인연합회야말로 지금 사태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다 할 수 있습니다. 재물을 빼앗긴 직접적인 피해 상단들은 물론이요 물류가 막힘으로써 손해를 보는 자들, 길이 막힘으로써 신용에 타격을 입는 자들까지.”

       

       “사천상인연합회가 이 사천성에 있는 많은 문파들에게 산적 토벌을 호소해 보았으나 영 소득이 없었던 모양입니다. 그 때문에 사천성에 있는 문파들에게 깊은 실망을 느꼈다 하더군요.”

       

       “음. 안타까운 일입니다.”

       

       “무량수불.”

       

       “아미타불.”

       

       유일하게 혁기린만이 침묵을 지켰다. 어째서 사천성의 문파들이 산적을 토벌하지 못하는가. 그것은 사천성의 문파들이 결집하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현재 사천성에서 어느 정도 세력을 형성한 문파들은 다 어떻게든 지금의 다섯 문파와 선이 닿아 있기 때문이었다.

       

       ‘사천의 문파가 힘을 합치지 못한 것은 우리 구파일방과 황보세가 때문인 것을…’

       

       문파인 이상 세력 다툼을 하거나 세력을 확장하려는 움직임을 꾀하는 일은 당연한 일이었다. 불문의 색과 도교의 가르침을 따른다고는 해도 결국 그들의 근본은 무림문파였으니까. 혁기린은 그 점까지 부정하지는 않았다.

       

       다만 사천성의 문파들이 지금과 같은 외부의 위협에 하나로 뭉치지 못하는 이유는 사천성의 문파에 지금 이 자리에 모여 있는 거대문파들이 영향력을 투사한 탓이다.

       

       ‘영향력을 투사한 게 잘못된 것은 아니지.’

       

       그러나 지금의 사천성의 생태를 만들었다면 적어도 모른 척은 하지 말아야 할 일이었다.

       

       황보경찬은 침묵하는 혁기린을 바라보며 눈썹을 꿈틀거렸다.

       

       “그래서 사천상인연합회에서 한 가지 결단을 내린 모양입니다.”

       

       “결단이라 하심은?”

       

       “이 자리에 모인 문파들 중 한 문파를 사천성으로 초빙하고 싶다는군요.”

       

       모두의 눈이 크게 떠졌다.

       

       “허, 허어…정말 놀라운 소식이로군요.”

       

       “아미타불. 아미타불.”

       

       “구체적인 사안은 추후 협의를 통해 확정지어야 하겠으나, 지부 설립을 위한 토지 비용, 건설 비용 일체를 부담하고 또한 본파와의 물류 운송에 대한 도움. 제자 확보에 대한 홍보 등을 진행한다고 하더군요.”

       

       “세, 세상에!”

       

       “그런 파격적인!”

       

       구파일방의 제자들조차 기함을 토할 만한 엄청난 혜택! 아무리 정세와 관련없이 무예만 갈고 닦은 평범한 자들이라도 그 가치를 단번에 짐작할 수 있는 일이었다.

       

       “분파를 설립하는 것은 그야말로 문파의 큰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각 문파에 지급으로 소식을 보내 그 의사를 타진해야 할 것 같아 여러분들을 모셨습니다.”

       

       “과연. 그렇지요. 시급히 본 문에 연락을 넣어야겠습니다!”

       

       “무량수불! 무량수불!”

       

       흥분한 기색이 역력한 각 제자들을 지켜보던 황보경찬의 시선이 묘하게 차분한 혁기린에게 꽂혔다.

       

       “또한 그 전에 확인해야 할 사항이 있어 여러분들을 모셨습니다.”

       

       “무엇인지요?”

       

       “상인회의 피해 상단들을 통해 소문을 하나 들었습니다. 현재 산채 연합이 정남산에 자리한 이유가 점창파 제자가 녹림칠십이채의 채주를 처리했기 때문이라는…”

       

       “대답할 가치조차 없는 일이로군요.”

       

       혁기린은 황보경찬의 말을 잘랐다. 좌중은 모두 긴장감에 마른침을 삼켰다. 변명할 이유도 설명을 할 필요도 느끼지 못하겠다는 듯이 단 한마디로 황보경찬의 언변을 압도하는 혁기린의 기도 때문이었다.

       

       황보경찬은 혁기린의 서릿발 같은 기세에 맞서며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입니다. 녹림칠십이채의 채주가 점창파 제자의 손에 베여진 사건으로 어찌 이번 일이 정당화 될수 있겠습니까? 그러나 상인들이 불안해 하는 심정도 이해해 주셔야지요.”

       

       “무슨 뜻이시지요?”

       

       “상인 연합에서는 후예십시의 일원인 홍죽군협 여일예의 은원에 자신들이 말려드는 것이 부담스러운 모양입니다. 아무튼 저 산적들이 그 일을 명분으로 들고 일어났으니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겠지요. 그들은 점창파가 이 경합에 뛰어드시려면 그 점을 명확히 처리해 주어야 함을 조건으로 걸었습니다.”

       

       결국에는 이 부분이 발목이 잡히고 마는가. 혁기린은 인상을 찡그렸다.

       

       “저 역시 점창파에게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정파를 대표하는 구파일방 중 일좌인 점창파의 제자라면 이번 일이 얼마나 중한지도 이해하겠지요. 산체 네 곳이 힘을 합친 전무후무할 일이며 온 사천성의 사람들. 아니 나아가서는 이 사천 전체 사람들의 안위가 걸린 일이기도 합니다.”

       

       “무슨 부탁을 하고 싶은지 명확히 말씀하세요. 황보경찬.”

       

       황보경찬은 목 뒤로 흐르는 식은땀을 느끼면서도 물러서지 않았다. 저 작고 순둥순둥한 외모에서 어떻게 이런 기세가 나오는지. 저 작은 체구가 다섯 배는 크게 보일 정도의 기세가 황보경찬을 찍어 누르고 있었지만 오늘 회담을 주최하면서 이미 각오한 일이었다.

       

       “개인의 은원을 앞세워 문파가 함부로 산채를 자극하거나, 사천성 전체에 불안감을 조성할 수 있는 행동 같은 것들 말입니다.”

       

       “그것은 점창파의 협의를 의심하는 것으로 받아들여도 되겠습니까?”

       

       “그저 확실히 하자는 것일 뿐이죠. 사천 전체의 안위가 걸린 일이니까요.”

       

       혁기린은 황보경찬이 하는 말 속에 숨어있는 의도를 파악했다.

       

       명분.

       

       명분 없이 탐욕을 부리며 움직이는 문파를 속세에서는 사파라 칭한다. 그러니 정파의 필두로 분류되는 구파일방이 움직이기 위해서는 정당하고 명확한 명분이 존재해야만 했다.

       

       아무리 구파일방이고 사천성의 문파들과 이런 저런 끈이 달려 있다고는 해도 산적들이 자리잡은 정남산은 엄연히 사천성 문파들의 영역이다. 산적들이 자리 잡은지 얼마 되지도 않은 지금 벌써부터 구파일방이 전격적으로 개입하기에는 너무 명분이 약하다.

       

       그러나 점창파만은 이 사태에 끼어들 명분을 가지고 있다.

       

       산적들이 점창파 제자인 여일예를 운운하며 정남산에 자리잡았으니 감히 제자의 명예를 더럽힌 산적들을 징치하겠다는 명분.

       

       점창파가 나서기에는 부족한 명분이지만 무리하면 얻을 수 있는 것 역시 많다. 일단 산적 연합을 토벌했다는 명성. 그리고 사천성 내의 절대적인 지지.

       

       나머지 네 문파들과 경합해서 사천성의 패자가 되는 일보다 더 나은 선택지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아니 확실히 더 나은 선택지였다. 사천의 구파일방, 황보세가와 전력을 다 하는 불확실한 경쟁을 펼치는 것보다야 조금 욕 먹고 날로 삼키는 편이 이득이니까.

       

       황보경찬은 그런 사태를 견제하고 있었다.

       

       점창파가 막 나가버리면 기회조차 없다는 것을 파악하고 점창파를 제지하기 위해 정보의 우위까지 내던지며 다른 문파의 힘을 빌려 점창파를 압박해보겠다는 의도.

       

       그게 지금 황보경찬이 이 자리를 만들어낸 진짜 이유였다.

       

       혁기린은 지금의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 궁리했다.

       

       그리고 깨달았다.

       

       뒷배를 믿는 산적의 자신만만한 모습. 사천상인연합회의 경악할 만한 제안. 그리고 지금 점창파가 처한 처지까지. 모든 것들이 하나의 결론으로 수렴되었다.

       

       ‘사매..여일예 사매의 행동이…읽혔구나.’

       

       이 모든 일이 여일예의 원수의 손에 설계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여일예의 원수는 여일예가 휴적을 신청하리라는 것을 간파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이런 행동을 벌인 것이다. 산적들이 여일예에게 잡혀간 막여부의 원한을 핑계로 정남산에 자리잡아도 점창파가 나설 수 없다는 것을 예상했다.

       

       휴적 신청에 들어간 여일예는 점창파의 제자가 아니었으니까.

       

       그러나 점창파는 이제 황보세가와 청성파, 종남파, 아미파의 견제를 감당해야만 했다.

       

       여일예가 휴적을 끝내고 복귀하면 점창파가 명분을 획득하게 되고 이 판을 엎어버릴 수도 있다고 여길 테니까.

       

       저들이 여일예가 휴적 처리가 되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게 된다면 여일예를 찾아 억류할지도 모를 일이었다.

       

       지금 저들에게 있어 여일예는 이 엄청난 기회를 송두리째 날려 버릴지도 모를 폭탄이었으니까.

       

       혁기린은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이미 여일예 사매와 점창파는 여일예의 원수가 쳐 놓은 덫에 깊숙이 걸려들어 있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은 공란이다.)

    (아무런 말도 하지 않겠다.)

    (정말이다.)

    (100화 기념 연참을 하긴 할 것이나 100화와 101화를 이어서 할 것인지. 101화와 102화를 이어서 할것인지는 그날 컨디션을 봐야 할 것 같다.)

    (아무튼 오늘은 연참이 아니니 자러 가면된다.)

    *일대제자 이대제자 등이 평제자로 수정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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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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