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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98

       

       

       

       

       꿈꾸는 아이들의 결말.

         

       나는 그것을 두고 계속 고민했다.

         

       사실 고민이라고 해봤자 생각해둔 선택지는 두 가지밖에 없었다.

         

       하나는 소중한 친구의 죽음으로 인해 상처를 받았지만, 그것을 극복하고 남은 이들과 앞으로 함께 나아가겠다는 비교적 희망적인 결말.

         

       또 하나는 소중한 친구의 죽음을 두고 엄청난 슬픔을 표하며, 절대 너를 잊을 생각도 잊지도 않겠다고 말하는 결말.

         

       후자가 바로 현재 설소영이 펼치고자 하는, 꿈꾸는 아이들의 또 다른 결말이었다.

         

       앞서 말했다시피 김미소는 바랬다.

         

       친구들이 자신의 죽음에 대해 더 이상 슬퍼하지 않기를, 얼른 자신을 잊고 앞으로 나아가기를.

         

       하지만 설소영, 아니 문연우는 친구의 바램에 그저 이렇게 대답한다. 동시에 그것은 지금 무대를 보고 있는 관객들에게 질문을 건네는 것이기도 했다.

         

       당신은 소중한 이의 죽음을, 그로 인한 슬픔을 쉽게 떨쳐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소중한 친구와 나누었던, 행복했던 추억을 간단하게 지워버릴 수가 있겠냐고…….

         

         

       ─꿈이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문연우의 머릿속에는 아직도 친구의 모습이 선명하다.

         

       죽음이라는 갑작스러운 이별을 통해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친구를 더 좋아했던 것을 깨달았고, 그렇게나 곁에 있었는데도 마치 거짓말 같았다.

         

       그리고 꿈에서 죽은 친구를 마주했을 때는 직감했다.

         

       이 이상 상처 입을 일 따위 있을 리가 없다고.

         

       도무지 너를 잊을 자신이 없다고…….

         

       어쩌면 문연우가 말하는 것처럼 남겨진 이들에게 있어서 김미소의 요구는 참으로 이기적인 것일지도 모르지.

         

       나는 문연우의 짙은 슬픔을 눈앞에서 보며, 천천히 눈을 감았다.

         

       운이 좋게도 나는 소중한 사람이나 가까운 사람의 죽음을 겪어보지 않았고, 때문에 나는 그 무게감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

         

       그저 상상이나 공감으로 인해 간접적으로나마 알고 있을 뿐.

         

       허나, 무대에 서 있는 설소영이 내게 똑똑히 알려주고 있었다.

         

       그 무게감이라는 게 무엇인지, 슬픔의 깊이가 어떠한지를.

         

       덕분에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저것이야말로 꿈꾸는 아이들의 진정한 결말이 아닐까…… 라고.

         

       사실 알고 있었다.

         

       작품성으로도 재미로도 저 결말이 훨씬 더 낫다는 것을.

         

       하지만 나는 그것을 두고 굳이 희망적인 결말을 새로 만들어냈다.

         

       청소년 연극제라는 취지에 맞게 좀 더 밝은 결말을 만들고 싶었다…… 는 것은 변명이고, 단순히 걱정되어서였다.

         

       솔직히 원래도 오늘 연극이 끝나면 아마 많은 관심을 받지 않을까 걱정했다. 학생 수준에서 꿈꾸는 아이들은 조금 넘사벽 수준의 연극이니까. 자연스레 대본과 연출을 맡고 있는 내게 관심이 쏠리겠지.

         

       그리고 저 결말은 그 이상의 결과를 불러올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렇기에 겁쟁이 마냥 결말을 바꾼 것이고.

         

       하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그것은 각본가로서 너무나도 멍청한 짓이었고, 무대 위에서 최선을 다해 연기를 펼치는 연기자들과 뒤에서 군말 없이 서포팅 해주는 스텝들에게 조금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들에게 더 좋은 작품을 선사해줄 수 있었고, 어찌 보면 되도 안 되는 변명을 하며 도망치고 있는 것과 다름없었다.

         

       아마 나중에 엄청 후회했겠지. 그리고 나는 그것을 막아준 설소영에게 감사함을 느끼고 있었다.

         

         

       ─그러니 절대 잊지 않을 거야. 지금도 너는 나의 빛이니까.

         

         

       이윽고, 설소영이 마지막 대사를 내뱉었다.

         

       이것으로 꿈꾸는 아이들이라는 연극은 막을 내려야만 했다.

         

         

       “……멜로디?”

         

         

       하지만 그때 공연장 안에 어떠한 멜로디가 점차 울리기 시작했다.

         

       이것은 첫 번째 곡에서 코드를 약간 변경한. 그래, 분명 한여진이 작곡했던 두 번째 곡의 멜로디.

         

         

       “서, 설마 음향 사고 난 거야?”

         

         

       옆에서 함께 무대를 지켜보고 있던 차무식이 당황한 얼굴로 말했다.

         

       안타깝게도 음향 쪽을 관리하고 있는 한여진은 항상 무대 전체의 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음향조정실이라는 곳에 따로 있기에 현재 이 자리에 없다.

         

       그래도 당연히 우리 쪽과 소통이 필요하기에 무전기를 통해 연락을 한다.

         

       참고로 그 무전기는 내가 가지고 있지만, 사용할 생각은 없었다.

         

         

       “일단 다들 그냥 지켜보도록 하죠. 사고는 아닌 것 같아요.”

       “설마 이것도 우리 몰래 얘기된 상황이야?”

         

         

       차무식의 물음에 나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아니, 나도 아까부터 뭐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잘 모르겠어.”

       “그럼 어떻게 이게 사고가 아니라는 걸 확신하는데?”

       “무식아. 너 여진 선배가 연습 때 이런 실수를 하는 걸 단, 한 번이라도 본 적이 있어?”

       “……음. 아무리 생각해봐도 없는 것 같네.”

       “그래. 그 사람 보기보다 세심한 사람이잖아. 오늘 본선 같은 중요한 무대라면 어떻게든 실수하지 않기 위해 주의를 더 기울일 사람이야.”

         

         

       그러니 적어도 지금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는 이 상황이 돌발상황은 아니라는 뜻이다.

         

       어쩌면…….

         

       이것 역시 그녀가 설계한 그림의 일부일지도 모르지.

         

       그렇게 부원들을 순식간에 진정시키고 서은우는 서둘러 무대를 다시 바라보았다.

         

       ……어째서인지 기대감이 가득 찬 눈빛과 함께.

         

         

         

       ***

         

         

         

       조금 전.

         

         

       “여, 여러분 나중에 꼭 사과할게요!”

         

         

       음향조정실에서 무대를 지켜보고 있던 한여진은 갑자기 죄책감을 느끼고 크게 소리를 쳤다.

         

         

       “그… 무슨 문제 있나요?”

         

         

       이에 대회 관계자 중 한 명이 의아한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봤지만, 그녀는 당황한 듯 고개를 강하게 저으며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한다.

         

         

       “으… 창피해.”

         

         

       한여진은 잔뜩 붉어진 얼굴을 빠르게 식히고 다시 투명 유리 너머의 무대를 쳐다봤다.

         

       무대의 중앙.

         

       그곳에는 한창 연기에 몰입 중인 설소영이 서 있었다.

         

       한여진은 그 모습을 긴장한 듯 바라보며 침을 꿀꺽 삼켰다.

         

       이다혜의 노래가 끝나는 그 순간, 음향은 역할을 모두 완수한 것이다.

         

       그렇기에 연습 때라면 긴장을 풀고 설소영이 펼치는 마지막 연기를 편안하게 관람했겠지만, 오늘은 조금 얘기가 달랐다.

         

       왜냐하면, 이제 슬슬 후배와 약속했던 그 시간이니까.

         

       설소영의 마지막 대사가 끝나는 순간, 자신은 이다혜 때와 마찬가지로 어떠한 노래를 추가로 틀 예정이었다.

         

       그것은 서은우의 부탁으로 작곡했던 두 개의 곡 중 하나.

         

       정확하게는 아쉽게 부원들의 선택을 받지 못했던 두 번째 곡이다.

         

       원래 정해진 대로라면 이 연극에서 사용할 일이 없을 곡이었겠지만, 이제는 아니다.

         

       한여진은 어제 설소영과 카페에서 나누었던 대화를 떠올렸다.

         

         

       ─마지막 대사가 끝나고 선배가 작곡한 두 번째 노래를 부르고 싶어요. 당연한 소리지만 그것을 위해선 음향 쪽, 즉 선배의 도움이 필요해요.

       ─……지, 진심이야?!

       ─네. 저는 언제나 진심이에요. 그러니 꼭 부탁드릴게요, 선배.

         

         

       그래. 어제 후배가 갑작스럽게 자신을 찾아온 이유 역시 이 노래 때문이었다.

         

       이야기를 더 들어보니 두 번째 곡의 가사를 바꾸는데 아무래도 시간이 제법 걸렸던 모양.

         

       하긴, 두 번째 곡의 가사는 슬픔이 조금 많이 담겼을 뿐 김미소가 친구들에게 전하는 말인 것 변함없다.

         

       문연우가 부르기 위해서는 당연히 어느 정도 개사가 필요하겠지.

         

       하지만 한여진에게 있어서 두 번째 곡은 죽은 할아버지와의 추억을 떠올리며 만든 나름 의미가 깊은 곡이었다.

         

         

       ─그럼…… 네가 그린 새로운 무대를 내게도 보여줄 수 있겠어?

         

         

       그런 의미에서 후배가 어떤 마음으로 이 노래를 부를지 너무나도 궁금했기에 한여진은 물었다.

         

       이에 설소영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며 한여진에게 노래를 들려주었고, 노래를 다 듣게 된 한여진은 납득할 수밖에 없었고……

         

         

       “부, 분명 모두가 놀랄 거예요!”

         

         

       회상을 끝마친 한여진은 다시 무대에 시선을 집중했다.

         

       설소영이 모든 대사를 내뱉는 그 순간이 약속된 신호다. 한여진은 그 타이밍에 맞춰 두 번째 곡의 멜로디를 틀었다.

         

       뜬, 뜬.

         

       어딘가 씁쓸하면서도 구슬픈 피아노의 도입부 소리. 그것은 마치 누군가의 절규이자 한탄 같았다. 관객들은 설소영이 보여준 슬픔을 직면한 뒤라 무언가 더 소름이 끼쳤는지 팔을 쓰다듬었다.

         

       곧이어 느릿한 피아노의 반주에 발라드 특유의 멜로디가 얹어진다. 무거운 피아노 소리와 멜로디가 연계되니 분위기를 더더욱 무겁게 만드는 느낌이 든다.

         

       이다혜가 부른 첫 번째 곡인 Smile과는 전혀 상반되는 어두운 분위기 속에서, 설소영은 조명의 채도가 현저히 어두워진 조명 밑에 서 있었다.

         

       어두운 그림자에 가려 오직 그녀의 상반신밖에 보이지 않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관객들이 더욱더 설소영에게 집중하고 있었다.

         

       이윽고, 관객들은 설소영에게서 무언가 이변을 눈치챘다.

         

       그녀가 양손을 모으고, 노래를 부르기 위한 호흡을 가다듬는 것. 그 모습은 마치 더 이상 세상에 없는 친구를 위해 기도를 올리는 모습 같았다.

         

       그리고 그녀가 천천히 눈을 뜨고 정면을 마주한 순간……

         

       -어둠 속에서.

         

       당신의 환한 모습을 보았어.

         

       울먹거리는 설소영의 음색과 함께 무거운 피아노 반주가 겹친다. 그것들이 뒤섞여 마치 하모니처럼 들리기 시작했다.

         

       한여진은 이 곡을 만들면서 생각했다.

         

       어떻게 보면 두 번째 곡은 발라드에 가까웠다. 정확하게 슬픈 분위기가 물씬 느껴지는 발라드.

         

       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분위기는 점점 밝아진다. 한여진은 단지 슬픔만이 가득한 그런 단순한 발라드곡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소중한 이의 죽음을 직접 겪은 사람이고, 아직도 소중한 이와의 행복했던 추억을 기억하고 있다. 그렇기에 그것이 얼마나 슬픈 일인지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죽음이라는 것은 언젠가는 무뎌지는 법이고, 내면에 깊게 자리 잡은 짙은 슬픔도 성장의 밑거름이 된다.

         

       지금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친구들과 마주 보며 웃고, 다 함께 연극이라는 것을 도전하는 것처럼.

         

       -아마 당신이 없었다면.

         

       나는 영영 어두운 채로 있었겠지.

         

       한편, 설소영의 노래를 듣고 있던 서은우는 무언가 울컥하는 기분이 들었다.

         

       노래의 분위기는 같지만, 가사가 완전히 다르다.

         

       당연히 문연우로서 이 노래를 부르기 위해 어느 정도 개사가 필요했겠지.

         

       하지만 나는 어째서 이런 기분이 드는 걸까.

         

       그래. 너무나도 문연우의 슬픔을 잘 느끼게 해주는 가사 덕분일지도 모른다.

         

       얼마나 고심하며 가사를 바꿨는지 여기까지 느껴질 정도였으니까.

         

       다만.

         

       -그리고 마지막에 당신이 알려줬어.

         

       진정한 행복이라는 게 무엇인지.

         

       서은우는 점점 다른 가정이 들었다.

         

       -그런 당신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무엇을 보고 있을까.

         

       뭔가 가사를 들으면 들을수록……

         

       -당신의 목소리가.

         

       도무지 잊히지 않아.

         

       이번 청소년 연극제라는 자리를 빌려 김미소나 관객들이 아닌, 오직 내게 가사 그대로 말을 건네는 것 같아서.

         

       그리고 곡의 하이라이트 부분에 들어서자 설소영이 맑고 청량한 고음을 내지른다.

         

       그녀의 짙은 슬픔과 서글픈 멜로디가 뒤섞인 노래.

         

       전달되는 감정이 도저히 감당이 안 돼서 그런 걸까?

         

       어떤 관객들은 설소영의 노래를 들으며 몸을 웅크리거나 아예 귀를 틀어막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 감정을 느낄 수 있는 것도 그리 오래 남지 않았다.

         

       서은우는 주먹을 꽉 쥐며, 무대를 바라보았다.

         

       서서히 빛을 잃어 가는 조명.

         

       동시에 멜로디가 끝나고, 들려오는 것은 오직 잔잔한 피아노 음향뿐.

         

       이윽고, 조명이 모두 꺼지고 이제 무대 밑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은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나 아직 연극은 끝나지 않았다.

         

       -왜냐하면.

       

       과거에서도 미래에서도.

         

       분명하게 무대에서 소리가 들려온다.

         

       그리고 그제야 모두가 직감한다.

         

       -당신은 나의 빛이니까.

         

       드디어 꿈꾸는 아이들이라는 연극이 모두 막을 내렸다는 것을.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인기 여배우에게 집착 받는 천재작가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She likes me enough to win an award. Meet Seo Eun-Woo, a passionate K-Drama fan turned writer, whose life takes an unexpected twist when he awakens in a world of mediocre dramas. Frustrated and desperate for the perfect storyline, he stumbles upon a former actress who sparks his creative genius. Watch as their fateful encounter turns his life into a captivating drama of its 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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