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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99

       ‘…에잇 젠장.’

         

       주나용은 재수도 없다고 생각했다.

         

       주변을 슬쩍 둘러본다.

         

       자신처럼 집중 못 하는 이들이 한 두 명이 아니었다.

         

       이는 축 늘어지는 수업 분위기를 기강 잡기 위해 자신이 희생양이 되었다는 소리이다.

         

       지지리 운도 없다고 생각하며 머리를 긁적였다.

         

       뭐, 물론 당당히 걸어 나와 풀어버리면 그만이지만…

         

       ‘…모, 모른다고 이런 거…’

         

       주나용은 속으로 한숨을 쉬며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주나용은 공부를 못한다.

         

       애초에 머리 쓰는 일과는 크게 연이 없는 그녀이다.

         

       몸으로 움직이는 거면, 당연히 만점을 받을 자신이 있지만.

         

       이런 글자 따위.

       머리에 들어올 리가 없었다.

         

       특히나 이 수업은 주나용에게 있어 가장 취약한 ‘전략 수업’이다.

         

       언제나 전선에 달려들어, 눈앞의 적만 족치는 것에 신경 쓰는 그녀이다.

         

       넓은 시야와 냉철한 판단력으로 적재적소 지시하는 것이 중요한 전략 수업 따위 적성에 맞을 리가 없었다.

         

       따라서 깐깐미 교수의 물음에 제대로 답변할 수 없었다.

         

       결국, 고개를 숙이며 사과하는 주나용.

         

       “…죄, 죄송합니다.”

       “…흠. 우선은 벌점으로 마무리를-”

       “-저기, 교수님. 잠시만요.”

         

       껀깐미가 성적표를 체크하려는 찰나.

         

       기다렸다는 듯 유세하가 번쩍 손을 들어 올렸다.

         

       아까부터 묵묵히 상황을 지켜보던 유세하는, 주나용이 별점을 받으려 하자 교수의 말조차 끊으며 일어섰다.

         

       “…분명 유세하 생도였죠. 무슨 일이라도?”

       “주나용에게 했던 문제. 제가 대신 풀 테니 용서해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예상 못 한 발언에, 주변에서 웅성거림이 커진다.

         

       당연히 가장 크게 당황한 건 주나용이었다.

       허둥지둥거린다.

       입 모양으로 ‘야, 야 유세하! 뭐 하는 거야!’라고, 뻐금거린다.

       그러거나 말거나, 빙그레 웃기만 하는 유세하.

         

       그로서는 소중한 ‘캐릭터’가 별점을 받는다는 건 당연히 용납할 수 없기에 나선 거였다.

         

       지켜보던 깐깐미가 ‘흐음…’하면서 안경을 고쳐 쓴다.

         

       “…흑기사라는 개념으로 받아들여도 되겠습니까?”

       “맞습니다. 틀리면 제가 대신 별점을 받겠습니다.”

       “…원칙상 말이 안 되는 거지만, 제가 이런 것에 낭만이 있어서요. 과연, 유세하군은 처음부터 꿰뚫어 본 모양이군요.”

         

       으음?

       그건 아니다.

       그냥 주나용이 곤란해 보여서 오지랖 병이 발동한 것뿐이지.

         

       “알겠습니다. 나와보시죠.”

         

       말을 마친 깐깐미는 칠판에 미세한 마력을 불어넣었다.

         

       그러자, 놀랍게도 마치 전략 시뮬레이션처럼 칠판에 적힌 수치와 적의 구성, 가지고 있는 소모품 및 지형 등이 배치되었다.

         

       “와…”

         

       신기하다는 듯 감탄사를 터트리는 유세하.

       깐깐미는 그런 그를 향해 나지막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어디 한번 풀어보세요.”

         

       유세하 생도.

         

       *

         

       “흠……”

         

       1분.

       유세하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칠판만 바라보는 침묵의 시간이었다.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으니…

       지켜보던 이들에게서 목소리가 새어 나오기 시작한다.

         

       ―…뭐야? 아무것도 안 하는데?

       ―설마 문제 답 모르는데 나온 거 아니야?

       ―와, 그런 주나용 대신 별점 받으려고 나온 거야? 정말로 흑기사 하려고? 바보 아니야?

       ―…멋있는데?

       ―잘생겼는데 저렇게 성격도 좋다니…진짜 확 고백해 버려?

         

       이런 웅성거림에 깐깐미도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에는 당연히 답을 알고 나온 거로 생각했었다.

         

       ‘허나, 그게 아닌 모양이군요.’

         

       정말로 주나용 생도에게 별점이 갈 것 같으니 나섰던 거였다.

         

       객관적으로 말해서 어리석은 행동이지만.

         

       ‘낭만 있군요.’

         

       깐깐미는 평소 엄격 진지한 성격과 다르게, 남자들끼리의 뜨거운 우정.

       여자를 지키기 위해 나서는 기사도 같은 흔히, ‘로망’ 있다고 여겨지는 모습에 동경심을 가지는 성격이었다.

         

       그의 용기를 높게 사는 깐깐미.

         

       ‘별점은 주지 말아야겠군요.’

         

       제 한 몸 바쳐 레이디를 지키는 나이트는, 그만한 보상을 받아야 하는 법.

         

       감격한 깐깐미는 그만 들어가도 좋다고 말하려고 하였다.

         

       그 순간, 귀신같이 유세하가 손을 들어 올린다.

         

       “저, 교수님, 이거 어떻게 작동하나요?”

         

       유세하가 가리킨 것은, ‘전략’을 시뮬레이션 형태로 펼쳐주는 마도구였다.

         

       마력을 주입하여, 술식에 적힌 문제를 가상으로 구현.

       여기에 과정과 결과를 보여주는 아티팩트였다.

         

       대단한 구조이지만, 가장 많이 보편화되었기에 대다수 생도는 사용법을 잘 알고 있었다.

         

       “음, 유세하 생도? 중학교 과정이면 배우는 마도구인데…사용법을 모르시나요?”

       “아, 제가 학교 같은 걸 다녀 본 적이 없어서…”

         

       그 말에 깐깐미는 흠칫거렸다.

         

       여러 가지 생각이 머릿속에 감돌다, 자신이 실수했다는 걸 인지한다.

         

       “…미안합니다. 교수라면 그 정도는 예측해야 했는데.”

       “…네?”

       “아니요. 아무것도…구슬을 잡고 마력을 불어넣어 보세요. 그러면 작동이…-”

         

       *

         

       나는 교수의 사용법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

       혹시나 하였는데…

       방금 설명으로 틀림없었다.

         

       ‘이거 전략 모드 스테이지잖아?’

         

       ‘고스라’는 기본적으로 컨트롤 모드로 진행되는 게임이다.

         

       ‘리더’로 지정된 캐릭터 하나를 내가 조정.

         

       나머지 파티원과 호흡을 맞추며, 적을 상대하고 스킬을 사용하는 액션 RPG 장르.

         

       다만 모든 스테이지가 순수 피지컬로 진행되지는 않았다.

         

       흔히, ‘실시간 전략 게임’으로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는 모드도 존재하였다.

         

       ‘…어디 보자.’

         

       이런 전략 게임의 가장 핵심은 적의 구성을 살펴보는 것.

         

       내가 나와서 1분 동안 고민했던 이유는 뻔한 답이 아닌, 좀 더 좋은 답안이 없을까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적은 총 4명.’

         

       세 명의 <빌런>.

       한 명의 <마인>.

         

       그중 빌런 2명은 근접 딜탱 클래스였고, 한 명은 보기 드문 <소환사> 클래스였다.

         

       여기에 <마인>은 전형적인 화력을 담당하는 <마법사> 직군이었다.

         

       ‘소환사가 다루는 몬스터는 전부 위습이구나.’

         

       <위습>.

         

       <정령> 계통 몬스터로 [신성]이 있어야 소환할 수 있었다.

         

       아마 정석적인 답안은 아군 탱커 2명을 앞에 배치.

       힐러의 회복을 받으며 라인을 유지하고.

       소모품으로 지급된 ‘강화 포션’을 섭취한 딜러들이 공격하는 구조였을 거다.

         

       실제로 이렇게 할 경우, 큰 피해 없이 안전하게 공략할 수 있었다.

         

       ‘…하지만 너무 오래 걸려.’

         

       내가 보기엔 이건 좋은 수는 아니다.

         

       스테이지에서 3개의 별을 받는 조건 중 하나는 바로 ‘타임 어택’.

         

       요컨대 아군은 죽지 않으면서, 이른 시간 안에 깨는 게 필수라는 소리다.

         

       모든 계산을 마친 나는, 먼저 탱커 한 명을 적절한 위치까지 이동시켜. 적의 어그로를 집중시켰다.

         

       화력이 집중되자 탱커는 당장이라도 죽기 일보직전까지 몰린다.

         

       하지만 정확한 계산으로 아슬아슬하게 생존하는 데 성공한다.

         

       ‘여기서 승부다.’

         

       빠르게 힐러들이 회복.

         

       나머지 탱커 한 명이 화력을 받아주며, 딜러 2명은 <마인> 마법사에게만 공격을 집중하였다.

         

       막아주던 [마력 보호막]이 부서지며 피해를 보자, 극대노 하는 <마인>.

         

       역시 예상대로, ‘마기’를 해방하여 능력치를 올리기 시작했다.

         

       갑작스럽게 증가한 화력에 두 번째 탱커마저 위험에 처했지만, 이는 역설적으로 승부를 결정짓게 해주는 요소가 되었다.

         

       바로 아군을 공격하던 <위습>이, <마인> 마법사에게 떼를 지어 몰려가 공격하기 시작한 것.

         

       본능적으로 ‘마기’를 혐오하는 빛의 정령이었기에 가능한 현상이었다.

         

       덕분에 서로 내부 분열이 일어났고, 그 사이 두 번째 탱커를 안전하게 치료.

         

       딜러들은 DPS를 유지.

         

       얼마 지나지 않아 완벽한 승리로 마무리 지었다.

         

       ‘아주 좋아.’

         

       훌륭하다.

         

       이 정도면 커뮤니티에서도 ‘겜잘알’이라는 칭호를 받을 정도의 전술이었다.

         

       그리고 이건 ‘시스템’도 인정하는 모양이었다.

         

       [당신의 전술은 뛰어난 혜안을 개방하게 합니다.]

       [적재적소로 활용한 판단력이 빛을 냅니다.]

       [‘통찰력’을 획득합니다.]

       [습득 보상으로 정신이 1 상승합니다.]

         

       캬 좋고요.

         

       [통찰력]은 흔히 정신에 영향을 주는 능력이었다.

       대상의 움직임을 관찰, 간파한다.

       여기에 ‘상태 이상’에 걸렸을 때 빠르게 벗어나게 해주는 저항력도 상승시켜 주었다.

       이것 또한 기본 특성이라 얻으면 무조건 좋았다.

         

       “다 풀었습니다.”

         

       나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깐깐미를 바라보았다.

         

         

       * * *

         

         

       문제 풀이가 끝나자 잠시 고요한 침묵이 감돌았다.

         

       “…호.”

       “교수님도 이걸 아시고 미리 배치하신 거죠?

         

       나는 감탄하는 깐깐미를 향해 빙그레 미소 지으며 물어보았다.

         

       “아니요. 저도 몰랐습니다.”

       “……”

         

       약간 얼이 빠졌다.

       모른다는 사실을 너무나도 간단히 인정하였으니까.

         

       그 시선을 눈치챈 깐깐미가 말을 이어나간다.

         

       “교수라고 해서 모든 걸 다 아는 건 아닙니다. 중요한 건 그것을 부끄러워하며 괜한 자존심을 부리지 않는 것. 언제나 부족함을 인지하고 정진하는 것이 제가 교수 생활을 10년 이상 해온 비법이지요.”

         

       음, 이건 좀 존경스러운 말인데…

         

       대답을 마친 깐깐미는 풀이를 보며 계속해서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 확실히 대단하군요. 군더더기 없이 마치 감정 따윈 없는 기계 같은 작전입니다. 실제로 최소한의 자원 소모만 본다면 이 이상 완벽한 답안은 없겠지요.”

         

       다만…

         

       뒷말을 흘리는 깐깐미 교수.

         

       “어, 뭔가 문제라도 있나요?”

       “…아니요. 이건 그저 꼬투리 잡기에 불과하겠네요. 들어가도 좋습니다. 유세하 생도. 고생하셨어요.”

         

       고개를 꾸벅 숙인 나는 주변의 박수를 받으며, 제자리로 돌아갔다.

         

       자리에 앉자, 옆에 있던 주나용이 입 모양으로 ‘미안해…’하고 바라본다.

         

       마치, 비에 홀딱 젖은 강아지처럼 축 늘어지는 게.

       웃음이 나오는 걸 참기 어려울 정도로 귀여웠다.

         

       ―괜찮아.

         

       입 모양으로 말하며 빙그레 웃어주었다.

         

       그렇게 깐깐미 교수의 수업은, 얼굴을 붉히며 푹 숙이는 주나용의 모습으로 마무리되었다.

         

         

       * * *

         

         

       잠시 뒤.

       휴식 시간이 끝나고, 두 번째 오전 수업이 시작되었다.

         

       “반갑습니다. 여러분. 앞으로 수업을 맡게 될 최채굴이라고 합니다.”

         

       꽤 듬직한 크기의 남성 교수가 인사를 올린다.

         

       못해도 190은 넘을법한 키에, 포근한 인상이 딱 ‘곰 아저씨’라는 말이 어울리는 인물이었다.

         

       이름 최채굴.

       맡은 과목은 <부산물 채취>.

         

       1~3학년 공통 과목으로 들어가는 수업을 맡은 교수 중 한 사람이었다.

         

       그가 인사를 마치자, 자리에 앉아있던 다수의 생도가 시시덕거리기 시작한다.

         

       대다수 ‘일찍 끝날 텐데 잠시 놀러 갈까?’, ‘피시방이라도 갈래?’ 하는 목소리가 새어 나온다.

         

       최채굴.

         

       그는 흔히 생도들에게 있어, 호구 같다고 평가받는 대표적인 교수였다.

         

       언제나 ‘허허…’하고 사람 좋은 미소를 하며 수업도 일찍 끝내주고, 과제도 쉬운 걸 내주기에 2~3학년들 사이에서 만만하다는 소문이 퍼진 자였다.

         

       이러한 정보는 1학년 새내기들에게도 들어갔기에, 다들 당연히 OT만 하고 보내줄 거로 생각하였다.

         

       하지만 곧 이어지는 말에 분위기가 달라진다.

         

       “오늘은 첫날이지만, 풀로 수업을 진행하겠습니다. 다들 교과서를 펼쳐주세요.”

         

       ―……? 뭐야. 선배에게 들은 거랑 다른데?

       ―그러게? OT만 하고 보내준다며.

         

       여기저기 작은 웅성거림이 들려온다.

       그러거나 말거나 교과서를 펼쳐 내용을 적는 최채굴.

         

       단추처럼 작은 그의 눈 안으로 날카로운 안광이 돋보인다.

         

       그는 마치…

         

       생도들을 증오하듯 쳐다보고 있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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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Cheat-Level Munchkin 5★ Character

I Became a Cheat-Level Munchkin 5★ Character

사기급 먼치킨 5★ 캐릭터가 되었다
Score 6.4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4 Native Language: Korean
《Gonis Archive Life》 ‘GAL’ for short. I found myself possessed into the world of this game. Not only that, but I became a 5★ character from the very start, The only male character with ridiculously OP abil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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