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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99

       테르인의 왕. 드워프 중의 드워프.

       비션 테르인은 쭈욱 갤러리를 관찰했다.

       갤러리에서 경매장이 생기고. 드워프들에게 활기를 부여한 시점부터 구경하는 게 일과가 되었다.

       드워프들의 삶에 큰 영향을 줬는데 어떻게 무시할 수 있을까.

         

       그들의 삶을 윤택하게 만든 게 갤러리의 경매장이란 존재다.

       그러하니. 갤러리에 꾸준한 관심을 가질 수밖에.

         

       “흐음….”

         

       그는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갤러리의 동향을 주시했다.

       온갖 개소리가 난무하는 갤러리 속. 그가 읽는 글과 댓글은 오직 주딱의 것이었다.

         

       다른 이들의 글과 댓글은 그렇게까지 중요하지 않다.

       결국 거인의 발걸음이 향하는 곳이 어디인가가 가장 중요하니.

         

       ‘슬슬 일을 벌일 때가 되지 않았는가.’

         

       주딱은 가만히 있지 않는다. 꾸준히 사건 사고를 터트리는 게 이 사내였다.

       이번에도 일을 벌일 텐데…

       아니나 다를까. 국왕은 이상한 글을 하나 목격했다.

         

       ─헤센 백작령에서 일 할 사람 구함

         

       “500명…?”

         

       일 할 사람을 500명이나 구한다는 건 평범한 일이 아니었다.

       거대 길드보다 많은 인원이며, 상단을 꾸리기까지 충분한 인원이다.

         

       그런 인원들을 왜 구한단 말인가.

       그만한 인원을 필요한 무언가가 있다는 건데.

       일 할 사람을 500명이나 구한다는 것부터가 이미 이상한 일이었다.

         

       ‘도대체 무슨 사업이기에?’

         

       500명이나 필요한 사업이 있던가.

       그에게 가장 먼저 생각난 건 대규모 농장이었다.

       하지만 이내 그 생각을 지워버렸다.

         

       그건 불가능하다.

       헤센 백작령에 그만큼 빈 땅이 있진 않으니까.

       농지 혹은 개척지로 어울리는 땅이 있긴 하나.

       500명이 농사를 짓기에 충분한 크기는 절대 아니었다.

         

       그렇다면 도대체 뭔가.

       왜 500명이나 필요로 하는 것인가.

       500명을 구하는 것도 오래 걸릴 텐데.

         

       의문으로 가득한 비션 테르인에게 다른 소식이 들려온 건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일 할 사람 필요 없어짐 ㅇㅇ

         

       ‘갑자기…?’

         

       그냥 평범한 뻘글이었을까.

       그렇다고 하기엔 너무나도 구체적으로 얘기를 했던 것 같은데….

       고심하는 테르인 국왕에게 새로운 정보가 들어왔다.

         

       “아르델에서 수백에 달하는 인원이 오센 왕국을 향해 출발했다고 합니다.”

       “수백이라면… 어느 정도지? 정확히.”

       “대략 오백 정도라고 합니다.”

       “오백에 달하는 인원….”

         

       주딱이 말했던 인원과 딱 맞아 떨어진다.

       그는 설마하고 되물었다.

         

       “…헤센 백작령을 향해서인가?”

       “그쪽 방향이긴 하나… 확실한 건 모릅니다.”

       “그런가.”

         

       그쪽 방향이라면 목적지는 헤센 백작령일 가능성이 높았다.

       그만한 인원이 굳이 갈만한 영지는 없었다.

       주딱이 말한 헤센 백작령을 제외하고는 그럴싸한 곳이 생각나지 않았다.

         

       ‘오백에 가까운 인원이 왜 헤센 백작령에 필요하단 말인가.’

         

       테르인 국왕이 침음했다.

       왜 하필 헤센 백작령인가.

       헤센 백작. 싸움에 미친 개. 왜 하필 그가 있는 영지인 것일까.

       다른 영지도 많지 않은가.

       테르인과 가장 가까운 위치의 영지라, 신경쓰지 않을 수도 없었다.

       테르인과 가까운 영지…?

         

       ‘시기가 공교롭군.’

         

       국왕의 눈이 좁아졌다.

       제국와 오센 왕국의 대치가 길어지고 서로 소강상태인 지금 움직이다니.

       마침 오센 왕국이 무슨 일을 벌이기 좋은 타이밍이었다.

         

       ‘오센 왕국이 필요로 하는 건 힘이지.’

         

       꾸준히 체급을 높이는 방법도 있지만.

       가장 좋은 건 다른 나라에게서 힘을 강탈하는 것이다.

       설마.

       국왕의 머릿속에서 여러 힌트가 맞물렸다.

         

       ‘주딱이 먼저 움직였지 않은가.’

         

       애초에 주딱이라는 자가 뭘 하는 사람이기에… 그런 필요가 있는 것일까.

       주딱의 존재는 아무도 모른다.

       겉보기엔 평범한 갤러리 관리자 같지만, 현실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 아는 이가 없었다.

         

       ‘아르델의 여왕 세렌디아와 주딱 그리고 오센 여왕이 모종의 관계라면….’

         

       모든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었다.

       아르델의 문제점은 끈끈한 동맹이 없다는 점이고.

       오센의 문제는 충분한 무력이 없다는 점이니.

       서로의 문제를 해결해주면….

       충분히 테르인의 도시 한 두개는 침공할만한 여유가 주어진다.

       아르델에서 직접 보낸 암살대가 움직인다면 일이 얼마나 빠르게 진행될지 상상조차 가지 않았다.

         

       ‘이렇게 보니 테르인 만큼 공격하기 좋은 나라가 없지 않은가…!’

         

       인접한 나라는 마제로스와 오센 뿐.

       마제로스와는 앙숙이니, 오센이 척을 지면 적에게 둘러싸이는 형국이었다.

       고립된 테르인은 오센에게 맛있는 음식이겠지.

         

       뛰어난 장비 제작기술과 많은 인적자원.

       그 모든 걸 탐낼만하다.

       아르델도 군침을 흘릴 내용이었다.

         

       ‘그저 상상에 불과한 내용일 수도 있지….’

         

       아무것도 아니다. 그렇다.

       상상속의 오센 왕국일 뿐일 확률은 언제나 존재했다.

         

       ‘아닐 가능성도 있지만….’

         

       비션 테르인은 주먹을 꽉 쥐었다.

       왜 하필이면 헤센 백작령에 모이는 건가!

       왜 싸우고 싶어서 미친 헤센 백작에게 오백의 인원이 향한단 말인가.

       경매장이 열리자마자 전쟁을 모의했던 미친놈 아닌가!

         

       한 번 한 놈은 두 번도 한다.

       헤센 백작을 대동한다면 가능하다.

       성공하면 좋고. 실패하면 헤센 백작의 단독 행동이라고 선을 긋거나, 적당한 배상금을 지불하고 말겠지.

         

       ‘최악이군….’

         

       이 정도로 우연이 맞물린다면 이런 가정들을 무시할 순 없는 노릇이었다.

       그의 선택지는 단 하나였다.

       확실한 정보를 얻는 것.

       정보를 확보하기 위해 움직일 필요가 있었다.

         

       오센 왕국에 심어져있는 스파이를 움직일 수도 있고.

       마법 장비로 관찰할 수도 있지만.

       그것보다 훨씬 까다로운 선택지를 준비했다.

         

       ‘헤센 백작령에 우리도 합류하면 되는 것 아닌가.’

         

       그렇다면 합법적으로 의심을 받지 않고. 아주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 있으니 말이다.

       비션 테르인은 자신의 장비를 최고의 호위들을 불렀다.

         

       “헤센 백작령으로 가겠다.”

         

       그의 행보를 막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가 헤센 백작령에 도착한 건 몇 시간 뒤.

       테르인과 가까운 위치라 시간은 얼마 걸리지 않았다.

       헤센 백작령의 남쪽에 도착한 그를 보며, 성문을 지키던 경비대가 경계했다.

         

       “누구냐…!”

         

       무장했으니 그럴 법도 하다.

       하지만 호위를 대동하고 여유로운 태도를 고수하자, 상대가 먼저 눈치를 챘다.

         

       “…누구십니까.”

       “본인은 테르인의 왕. 비션 테르인 이라네. 헤센 백작을 만나고 싶다만.”

       “잠시만 기다려주시겠습니까.”

         

       이내 헤센 백작을 나올 거라 예상했지만, 그의 생각과는 다른 인물이 나타났다.

       한 눈에 알아보기 쉬운 하늘색 머리칼. 숨길 수 없는 여왕의 기품.

       베아트리스였다.

         

       이로써, 그의 생각이 확실해졌다.

       여왕까지 영지에 있다면… 오센 왕국이 연관되어있다.

       흉계를 꾸미고 있었나.

       그러나 베아트리스는 표정하나 바꾸지 않고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신지요. 테르인 국왕.”

       “…여왕. 오랜만이오.”

       “일단 안으로 들어가실까요. 밖에서 얘기를 나누기엔 보는 인원도 많고 불편하실 테니.”

       “그렇게 하겠소.”

         

       그는 베아트리스를 따라 자리를 옮겼다.

       갑작스럽게 왕과 여왕의 만남이 선사된 탓에 당황스럽긴 했지만.

       의중을 떠보기엔 이만큼 좋은 자리가 없다.

         

       접객실에서 비션 테르인이 소파에 앉자, 베아트리스가 직접 그에게 향긋한 민트 차를 대접했다.

         

       “그래서 무슨 용건으로 저희 헤센 경의 영지를 방문하셨는지요.”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는 것인가.”

       “직접 행차하셨으니, 시간 낭비를 하지 않는 게 피차 좋겠죠.”

       “역시 여왕은 시원시원하군.”

       “국왕님의 호탕함에 비하면 별 것 아니지요.”

         

       서로 웃음 속에 칼을 숨겼다.

       훈훈한 것처럼 보이는 분위기 속.

         

       “….”

         

       그 사이에 낀 헤센 백작은 땀을 흘리면서 조용히 차를 마셨다.

       여왕 한 명만으로도 충분히 고통스러운데. 테르인 국왕까지 오다니.

       정작 그 둘은 신경 쓰지도 않고 얘기를 이어나가는 중이었다.

         

       “직설적으로 말하지. 지금 공장을 짓고 있다고 알고 있다만.”

       “예. 헤센 백작령을 거점 삼아 투자하고 있지요. 별 일은 아닙니다.”

       “…별 일이 아닌가. 이 규모가?”

       “별 일이라고 하기엔. 아무 것도 아니니까요.”

         

       진심인가… 아니면 거짓인가.

       언제 봐도 도통 할 수 없는 여인이군.

       국왕이 베아트리스를 힐긋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그것과 관련된 얘기라네. 우리 테르인에서도 헤센 백작령의 남는 부지에 공장을 짓고 싶소.”

       “남는 부지에 말인가요?”

       “남는 땅에 투자하겠소. 헤센 백작과 오센 왕국에게도 좋은 일이니. 구미가 당길 테지.”

         

       국왕에게도 손해가 아니었다.

       테르인은 이미 충분한 개발이 이루어진 상태.

       지하로 깊숙이 뚫을 순 있어도 크기를 넓힐 순 없었다.

       산을 더욱 훼손하다간 산사태가 일어날 가능성도 있기에.

       일반 부지에 짓는 게 당연히 이득이었다.

         

       ‘이상한 짓을 안 하는지. 감시까지 할 수 있지.’

         

       좋은 투자와 감시.

       이 정도면 충분한 이득을 챙길 수 있는 구조였지만….

       여왕의 구미가 더욱 당기도록 그가 떡밥을 던졌다.

         

       “겸사겸사 기술자들끼리 기술을 공유하면 어떤가 생각을 하고 있다네.”

       “그런가요.”

         

       베아트리스는 차분하게 차를 마시며 답했다.

       테르인에서 이렇게 나올 거라는 건 충분히 예상했고….

       테르인이 어떻게 행동하든 오센 왕국에겐 이득이었다.

         

       ‘테르인에서 오센 왕국에 성명을 내고 비판했다면 최악이겠지만….’

         

       그건 테르인에게 이득이 될 게 없으니 가능성이 가장 낮다 생각했다.

         

       만약, 테르인이 행동하지 않았다면 그건 그것대로 좋다.

       일에 차질이 생기진 않으니까.

         

       ‘지금 상황은….’

         

       가만히 앉아서 코를 푼 격.

       테르인에서 정보를 캐기 위해 직접 움직여준 덕에 이득을 보았다.

       헤센 백작령과 오센 왕국에 금괴가 절로 굴러왔다.

       다만, 공장은 은은한 감시를 당하거나 충돌이 있어서 잡음이 생기겠지만.

       그렇게 큰 문제는 아닐 것이다.

         

       ‘나쁘지 않아요.’

         

       머릿속에서 다시 계산을 끝마친 그녀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결정만 하면 모든 일이 끝나는 상황.

       그녀의 시선이 국왕의 반대쪽으로 향했다.

         

       “그러시군요. 그렇다면… 헤센 백작의 의중이 가장 중요하겠네요.”

       “…?”

         

       조용히 차를 마시던 헤센 백작이 눈을 휘둥그레 떴다.

       왜. 갑자기…. 화살의 방향이 이쪽으로 바뀐단 말인가.

       둘의 시선이 동시에 닿자, 용사를 상대할 때보다 더한 긴장감이 몰려왔다.

         

       “결정하세요. 헤센 백작.”

       “….”

         

       국왕 한 번. 여왕 한 번. 그들과 눈을 마주쳤다.

       헤센도 눈치가 있었다.

         

       여긴 왕끼리 모인 자리이고… 서로 협상은 되어가는 분위기다.

       거절한다면 직접 행차한 테르인을 물 먹이는 꼴이고.

       헤센 백작령과 오센 왕국에게도 손해겠지.

       베아트리스 입장에서도 달갑지 않을 것이다.

       아무튼 영지에 공짜로 투자한다는 거니까.

       헤센 백작은 테이블 아래로 땀범벅인 손을 바지에 닦았다.

         

       ‘결정하라니.’

         

       이건 이미 결정된 것 아닌가.

       싫다하면 어떻게 될지 뻔히 보인다.

       일개 개인의 무력으론 뒤집을 수 없는 결정이었다.

         

       “저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군. 그럼 연락해서 기술자들을 보내도록 하겠네.”

       “서두르지 않으셔도 됩니다. 국왕.”

       “….”

         

       서로 웃으면서 대화하는 헤센 백작은 침을 삼켰다.

         

       ‘도대체 왜 저희 영지에서 이러시는 겁니까.’

         

       이건 좀 물어보고 싶었다.

         

         

       ***

         

         

       헤센 백작령으로 관심이 쏠리자, 자연스럽게 영향을 받는 곳이 있었으니.

         

       “키야아아아악!!!”

       “매수해 매수!”

       “아니, 매도해야 해! 다 팔아!!!!”

       “거래 몰려오는 거 처리부터 해!”

         

       헤센 백작령으로 흔들리는 주식 거래소였다.

       주딱의 헤센 백작령 얘기에 술렁이고.

       일 할 인원이 필요 없다는 얘기에 술렁이고.

       테르인에서 합류했다는 얘기에 술렁였다.

         

       “몇 번이나 요동치는 거야!”

       “캬. 여기가 합법 도박장이지.”

       “시발. 오늘 집에 어떻게 들어가지….”

       “좆됐다. 각방 쓰게 생겼네.”

       “난 오늘 강제 의무 방어전인데?”

         

       선물 옵션으로 미래의 주가를 맞추는 사람들은 멘탈이 쪽 빨려버렸다.

       요 근래 몇 번의 조정과 폭등이 오갔는지.

       맨 정신으로 서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계속된 홀짝에 돈을 따고 잔고가 타버리고.

       과도한 도파민 분비로 망가진 사람이 대부분이지만.

       그런 것에 굴하지 않는 초인도 있었으니.

         

       “캬아~ 가즈아아~! 이번엔 콜옵션 드가자~!”

         

       아르델의 여왕. 세렌디아였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늦어서 죄송합니다…
    이번 파트가 되게 어려워서… 제가 빡대가리라 쉽게 쓰질 못하는 군요…

    항상 제 글을 읽어주시는 독자님들께 감사하고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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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coming The Top Moderator Of The Otherworld Board

Becoming The Top Moderator Of The Otherworld Board

I Became The Top Moderator Of The Otherworldly Gallery 이세계 갤러리 주딱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Artist: Native Language: Korean

I was minding the board 24/7 when I got dragged into another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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