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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99

       *** ***

         

       “자자, 다들 힘내고! 몸성히 귀환하도록!”

         

       “허헛, 사천낭인이 된 이래로 단체행동을 하게 될 줄이야.”

         

       “그만큼 상황이 급박하다는거겠지.”

         

       낭인들은 우르르 몰려다니는 것이 영 어색한 듯 이런 저런 말을 주워섬기며 이동했다. 사실 낭인들이 이렇게 단체로 움직이는 일 자체가 처음이다. 대부분의 의뢰는 개인 단위로 진행되고 힘을 합친다 한들 끽해야 두세명이니까.

         

       검은 흑립을 쓴 낭인들이 떼를 지어 이동하자 사람들이 겁에 질려 물러서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 모습을 보며 낭인들 몇몇이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허허, 가끔은 몰려 다니는 것도 나쁘지 않겠어.”

         

       어쩐지 공감할 수 있는 말이었다. 혼자 다닐 때는 항상 따가운 시선을 받았으니까. 다 들리게 험담을 하는 것도 뭐 익숙해진 일이긴 하지만 솔직히 좋은 기분은 아니지.

         

       그런 사천사람들이 겁에 질려 도망치는 모습은 퍽 유쾌했다.

         

       낭인들은 조금 들뜬 기색이었다.

         

       사실 대부분의 낭인들은 악당 연출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그렇잖아? 영웅놀이에서 악역만 하는데 재미가 있을 리가.

         

       그렇지만 아무리 싫은 일이라도 계속 하게 되면 향상심을 품거나 정이 들기 마련이다. 소위 직업의식이라는 놈이겠지. 오래간만에 일을 한다는 점, 그리고 이번 일로 낭인객잔의 숨통이 트일 수 있다는 점, 아니면 그냥 대규모 행사에 참가한다는 흥분감 등 여러 가지 이유로 낭인들의 의욕은 충만한 상태였다.

         

       나는 유사연의 당부를 떠올렸다.

         

       ‘잠봉문 놈들이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어. 아무래도 사건이 일어날 것 같으니까 각별히 신경좀 써 줘.’

         

       “잠봉문이라…”

         

       잠봉문에 대한 유사연의 의견을 어떻게 받아들어야 할까.

         

       잠봉문과 유사연은 아주 진득진득한 악연이 있다. 이 사천성에서 휘몰아친 은원의 역사 속에 유사연 역시 외인이 아니었다.

         

       뭐, 유사연이 잠봉문을 바라보는 눈에 감정이 담겨 있다고 해도 잠봉문의 움직임은 수상하기 그지 없었다. 잠봉문은 일단 뭐라고 해야 할까….그래 정파의 틀을 쓴 양아치라고 하는 표현이 좋겠군.

         

       덩치는 크지만 초절정 고수인 개명부 장로와 장문인파로 나뉘어 있다. 애초에 문파의 성향도 정파답지는 않지만 거기에 더해 두 파의 주도권 다툼이 치열해 사람들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사천낭인 전체가 나서느니만큼 제법 굵직한 이번 건을, 양쪽이 다 참여하지 않는다는 것은 충분히 의심이 들 수 있는 상황.

         

       장문인파나 장로파나 서로 이번일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하고 뒷통수를 치고는 참여한다던가.

         

       예상치 못한 소란이 일어날 수는 있겠군.

         

       하지만 뭐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잠봉문 동향이 좀 수상쩍다고 시일을 지체할 수 있을 정도로 여유로운 상황이 아니니까. 거기에 사천낭인은 이 정도 현장변수야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정예인력들이다.

         

       오늘의 일은 시작점이다.

         

       사천의 문파들은 계속해서 자신들의 인상 쇄신을 위해, 사천성의 민심을 붙잡기 위해서 계속해서 활동을 이어나갈 것이고 사천낭인들 역시 악인의 평판을 이어가기 위해서 이곳저곳에서 사고를 칠 것이다.

         

       여태껏 낭인들은 기껏해야 작은 소요사태밖에 일으키지 못했다. 그건 당연한 일이었다. 사천성에 문파는 셀 수도 없이 많고 모두 경쟁관계니까. 너무 큰 소란을 일으키거나 소란이 장기화되면 다른 문파들이 끼어들어 훼방을 놓으니까.

         

       기습적으로 작은 사건을 빠르게 펼치고 철수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오늘부터 시작할 작전들은 다르다.

         

       사천성 문파 전체와 사천낭인들 전체가 합심하는 초대형 연출!

         

       단순히 규모만 커진 것이 아니다. 사천성 문파들과의 합의가 이루어짐에 따라 방해꾼이 끼어들 염려도 없으니 쫒기듯이 움직일 뿐만이 아니라 사천인들이 몰입할 수 있는 기승전결을 제공할 수 있었다.

         

       “자…다들 준비는 됐는가.”

         

       목표 지점까지 앞으로 앞으로 30장. 이 골목을 나서면 연기를 시작해야 했다.

         

       “준비되었는가?”

         

       “가지.”

         

       사천낭인들의 얼굴은 이미 피도 눈물도 없는 비열한 낭인들로 바뀌어 있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선두로 골목을 나섰다.

         

       나는 거침없이 내 앞에 쌓여 있던 짐을 걷어찼다. 낭인들이 거친 동작으로 집기를 닥치는 대로 부수기 시작했고 그에 따른 사람들의 곡소리가 울려 펴졌다.

         

       “사천낭인이다! 사천낭인이 나타났다!”

         

       “아이고! 아이고!”

         

       “으하하하하! 네놈들 평소에 이 사천낭인들을 무시했겠다! 모두 때려 부숴!”

         

       누군가 외쳤다.

         

       “이, 이놈들! 대체 이러는 이유가 뭐냐!”

         

       “크크크크…! 이유? 이유를 물었나!”

         

       내가 양손을 쫙 펼치자 낭인들이 잠시 파괴행위를 멈추었다. 주변을 둘러 보며 피해 상황을 확인. 음. 역시 베테랑들이라 그런지 일일이 말로 안 해도 아주 잘 하는군.

         

       난장판이 된 거리에서는 프로의 향기가 느껴졌다. 값은 별로 나가지 않는 편이면서 깨칠 때 요란한 소리가 나거나 산산조각이 나는 항아리. 바구니에서 쏟아진 물건들은 묘하게 제자리에 잘 뭉쳐 있었고 박살난 바구니들만 거리에 나뒹굴고 있었다.

         

       잘 빨아서 다시 쓸 수 있는 곳이나 그냥 다시 괴기만 하면 그만인 기와를 집중적으로 파손시키고 잘 포장되어 부숴지지 않을 것 같은 짐들은 크게 크게 던졌다.

         

       “우리 낭인들은 산적의 행태에 큰 감명을 받았다! 하하하! 산적들이 뭉쳤듯이 낭인들 역시 뭉치면 감히 누가 우리를 건드릴 수 있겠느냐!”

         

       “저. 저런..! 천인공노할 놈들!”

         

       “크하하하! 마음대로 지껄이거라! 오늘부터 이 거리에서 살고싶다면 자릿세를 내도록!”

         

       “세상에, 산적들 때문에 살기 힘든데 이젠 낭인들까지…!”

         

       “으하하하! 이 사천성은 우리 낭인들이 지배하겠다!”

         

       무엇보다 이번 대규모 연출의 최대 장점은 충분히 긴 스토리라인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드라마처럼 연속된 극화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

         

       오늘의 연출은 드라마로 치면 [1화, 사천낭인들의 준동]정도일까. 사천낭인들이 산적의 행태를 모방하며 사천성을 지배할 야욕을 드러내고 그것을 막아내는 사천성 문파 무인들!

         

       그리고 그 뒤로 이어지는 사천낭인들의 조직적인 악행과 그 악행을 저지하는 사천성 문파 연합! 산적 사태가 끝날때까지 이어질 여러 편의 장편 액션 활극의 첫 이야기가 지금 막을 올렸다.

         

       유사연이 첫 단추를 잘 꿰었으니 이제 내가 살을 붙어야지. 사천낭인 간부도 만들고 인질도 붙잡고….대충 전대물에서 있을 법한 전개 중에서 자극적인 건 다 가져다 쓰면 되지 않을까.

         

       아무튼 그런 생각을 하면서 악의 연기에 심취했을 때였다.

         

       “멈춰라! 이놈들!”

         

       수십 명의 무인들이 우르르 등장했다. 그들의 모습은 다 땀에 절거나 진흙투성이였는데 저들은 방금 전까지 대민지원활동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겠지.

         

       민심을 돌릴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무엇인가? 당연하게도 사람들을 직접적으로 돕는 일이다. 이곳은 사천성에서도 비교적 가난한 자들이 살아가는 곳. 오늘 우리와 합을 맞추기로 한 사천성 문파 무인들은 도로정비나 거리청소 혹은 집 수리와 식량 지원 등을 하며 봉사활동을 하고 있었다.

         

       사람들을 위해 대민지원을 해 주는 진짜 협객들이 우연히 악의 조직으로 각성한 사천낭인들을 막아선다!

         

       그게 오늘 연출의 주요 내용이었다.

         

       “네 이놈들! 안 그래도 바깥에서 산적들이 날뛰며 사람들의 생을 어지럽히고 있거늘! 이게 무슨 소란이냐!”

         

       “이건 또 무슨 꼬질꼬질한 거지 집단이냐? 비켜라! 이 거리는 오늘부터 우리가 지배한다!”

         

       “우리는 산적 사태로 인해 고통받는 사천인들을 위해 봉사활동을 나온 사천성의 무인들이다! 큰코 다치기 전에 썩 물럿거라!”

         

       “뭐라?”

         

       나는 과장된 태도로 삿대질을 하며 배를 잡았다.

         

       “하하하하! 그 거지 꼴을 한 주제에 무슨 무인이란 말이냐! 집에 가서 그 더러운 옷이나 빨아 입거라!”

         

       “으하하하하! 거지들이로군!”

         

       “와하하하!”

         

       나와 낭인들은 노골적으로 무인들의 외형을 비웃었다. 무인들을 진짜 노동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평소의 멋스러운 모습 대신 팔다리의 소매를 다 겉어부친 노가다 꾼의 외형이었고 노동으로 인해 머리가 흐트러지거나 몸에 지저분한 것들이 묻어 있는 상황.

         

       “이, 이놈들! 사천의 무인분들을 모욕하지 마라!”

         

       “그래! 우리를 도와주시는 분들이다!”

         

       나와 낭인들의 비웃음에 발끈한 것은 주변 사람들이었다. 자신의 집, 자신의 집앞 거리를 정비하고 청소해 주느냐고 꼬질꼬질해진 무인 아닌가. 자신들 때문에 무인들이 비웃음을 당하자 사람들은 앞다투어 무인들을 옹호했다.

         

       “후후후..! 거지꼴을 한 녀석들을 혼내주는 것은 격이 떨어지지만…감히 우리 사천낭인에게 반기를 들고도 그냥 보낼 수는 없지. 그리고…거지들을 옹호하는 녀석들도!”

         

       나와 사천낭인들이 일제히 무기를 뽑아들자 사천성 문파의 사람들들도 무기를 뽑아들었다.

         

       “네 이놈들! 행패를 부린 것도 모자라서 양민들까지 협박하다니!”

         

       “사천성의 일원으로서 정의의 이름을 걸고 용서하지 않겠다!”

         

       “쳐라앗!”

         

       와아아아아!!

         

       사천성의 문파들도 사활이 걸린 일이니 제법 연기력이 괜찮은 녀석들만 뽑아왔다. 과도하게 훈훈함을 연출하느냐고 얼굴에 검댕이나 진흙을 처바른 녀석들을 제외하고는 다 낭인 일을 하면서 알게 모르게 안면이 익은 놈들 뿐.

         

       “차하아아압! 일수만검!”

         

       “끼요오오옷! 경화수월!”

         

       나를 향해 달려오는 무인에게 미미하게 고개를 저었다. 애써 달려온 무인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지금의 나는 사령탑. 혹시 모를 소요사태를 대비해 전황을 살펴야 했다. 무려 수십 명의 무인들이 어울리고 있는 상황이고 블록버스터 규모의 연출은 낭인들은 물론이고 무인들 역시 처음이다.

         

       무슨 돌발사태가 발생할지 모르니 긴장을 늦추지 않고 비도를 던질 준비를 하고 있는 상황.

         

       나를 향해 달려오던 무인도 사천에서 살아온 짬밥이 좀 되는지 곧바로 몸을 틀어 다른 낭인과 어우러졌다.

         

       각본상으로는 한 차례 어우러진 뒤에 무인들이 부쩍 밀리는 기색으로 한 차례 소강상태에 들어간다.

         

       한참 낭인들과 무인이 어우러지는 모습에 주변 사람들이 흥미진진하게 몰입하고 있을 때.

         

       “으핫핫핫핫!”

         

       내가 흐름을 깼다. 내 신호를 받아들인 낭인들이 슬쩍 거리를 벌리자 사천성 무인들도 눈치를 채고는 힘든 표정을 지으며 물러섰다.

         

       “핫핫핫핫! 참으로 어리석은 놈들이군! 그깟 대민지원 따위나 하니까 힘이 없겠지! 뭐 애초에 형편없는 실력이겠지만…흐흐흐.”

         

       “큭…”

         

       무인들은 말없이 신음성만 냈다. 그러자 사람들은 비오듯이 땀을 흘리고 있는 무인들과 그들의 옷과 얼굴 등에 묻어있는 검댕이와 진흙등을 바라보았다.

         

       오늘의 대본은 유사연의 작품. 낭인객잔의 주인인 유사연은 나만큼은 아니지만 연출과 각본에 대해서 잘 아는 사람이다.

         

       그래 이게 왕도고 정석이고 불패의 각본이지.

         

       “우리 때문에…”

         

       “그러고보니 새벽부터 땀을 흘리며 집을 수리하셨지…”

         

       위기에 몰린 정의의 용사들이 사람들의 응원을 받고 ‘너희들이 마음, 잘 받았다!’이러면서 필살기로 악당들을 초토화시키는 것. 지금 이 상황에서는 그것만큼 불타오르는 전개가 없지.

         

       “대협! 힘내세요!”

         

       “지지 마세요!”

         

       갑자기 쏟아지는 성원에 감동 받은 듯 주변을 둘러보는 협객들. 선두의 몇몇은 눈물까지 글썽이는 것이 사천낭인으로 캐스팅하면 어떨까 싶은 명배우들이었다.

         

       나는 낭인들에게 손짓을 했고 낭인들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저쪽 역시 숙달된 배우들이지만 지금 이야기의 흐름상 각자 절초를 쏟아낼 것이고 낭인들을 그걸 받아내고 쓰러져야 할 입장. 위기는 연출이지만 그 연출의 위험은 진짜다. 바짝 긴장하고 절초를 받아내야만 큰 부상 없이 극을 마무리할 수 있는 것이다.

         

       “여러분…!”

         

       감격한 목소리로 저쪽 배우들이 입을 여는 순간.

         

       [이놈들!]

         

       누군가의 신형이 화살처럼 쏘아졌다.

         

       “피해!”

         

       누구인지 모를 사람의 외침이 들리고 이미 몸의 긴장감을 끌어 올리고 있던 낭인들이 분분히 움직여 보았지만 상대의 움직임이 너무나 빨랐다. 골목에서 튀어나와 순식간에 낭인들에게 짓쳐드는 움직임은 일반적인 수준을 한참이나 벗어나 있었다.

         

       촤아악!

         

       “으아악!”

         

       피가 튀었다.

         

       절정의 낭인이었지만 상대의 검력을 이기지 못하고 무기가 튕겨나가고 상체가 베였다.

         

       “흑영기공! 호후격타!”

         

       이 낭인객잔에서 초고수에 가장 가까운 낭인. 그리고 그런 흑묘를 제외한 순위전 1위인 자소경을 불렀다. 이름을 부를 수는 없으니 각자의 상징을 불렀다.

         

       흑묘의 신형이 어둠에 잠기면서 순식간에 상대에게 쇄도했다.

         

       그제야 나는 상대를 확인하고 인상을 찌푸렸다. 잠봉문의 장로. 개명부. 유사연의 원수이자 탕수문을 박살낸 장본인.

         

       그와 별개로 이 사천성에서 가장 화경에 가깝다는 평가를 듣는 고수.

         

       “상대는 초절정이다!”

         

       저 미친 자식은 아예 작정했는지 그 사이에 두 번째 낭인에게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두 번째 낭인은 아예 처음부터 몸을 뺄 생각으로 바닥을 굴렀지만 초절정 고수가 작심한 검은 두 번째 낭인의 등을 베었다.

         

       그리고 흑묘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암흑기공과 흑영장법을 극성으로 펼치며 순식간에 장영이 허공을 수놓는다. 아무리 초절정 고수라도 전신에 호신강기를 두르지 않는 한 장영에 타격을 입기 마련. 흑묘가 뒤를 생각하지 않고 일수에 뻗어낸 수십 개의 장영을 무작정 무시할 수는 없었다.

         

       쉬쉬쉬쉭!!

         

       개명부가 검막을 펼쳐 흑묘의 장법을 해소하는 사이 자소경이 파고들어 일권을 날린다.

         

       “호후격타!”

         

       맹호권법을 펼치는 자소경은 절정이지만 초절정인 당도경이 창안한 맹호권법이다. 개명부 역시 흑묘의 장법을 해소하는 것과 동시에 맹호권법까지 맞이하는 것은 불리하다 생각했는지 한번 뒤로 몸을 날렸다.

         

       “후안무치한 낭인놈들 아니랄까봐 염치도 모르고 합공을 펼치는구나!”

         

       “저 개자식이 지금 뭐라고 하는거야!”

         

       “미쳤나? 개명부!”

         

       두 명의 낭인이 피를 흘리며 쓰러진 것을 본 낭인들의 기질이 단번에 사나워졌다. 한순간에 주변이 서늘해졌다고 느낄 정도의 살기가 주변을 메웠다.

         

       나는 반대편 사천성 정파 무리를 바라보았다. 다들 놀란 표정이나 당황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상대가 숙달된 배우라고는 하지만 이건 연기가 아니라 진짜 감정표출이었다.

         

       순간적으로 의식을 전환했다.

         

       방금 전까지 내 머릿속에 꽉 찬 사실은 개명부가 왜 이런 미친 행동을 하느냐에 대한 분석이었다. 그걸 강제로 머릿속에서 끄집어냈다. 지금 이 자리에서 개명부를 잡을 수 있는가? 아닌가. 잡을 수 없다면 어떻게 퇴각해야 하는가.

         

       답은 퇴각이었다.

         

       개명부가 초절정이라 물러서는 것이 아니었다. 지금 이 자리에서 싸워 봐야 실익이 없다.

         

       “철수! 철수한다!”

         

       일류고수들이 부상자를 들쳐메고 절정 고수들이 후미를 지킨다. 개명부는 한번 달려들까 하다가 흑묘, 영지후열, 자소경을 바라보고는 혀를 찼다.

         

       “여러분! 걱정말고 생업에 종사하시오! 이 잠봉문의 개명부가 사천성을 지키고 있으니!”

         

       “오오…과연 이름 높은 개명부 대협!”

         

       나와 낭인들은 부상자들을 부축하며 골목을 통해 낭인객잔으로 퇴각했고.

       

       

       와아아아아!

       

         

       그런 우리들의 등 뒤로는 함성소리와 개명부를 연호하는 소리가 들렸다.

         

       작전은 실패했다. 그리고 앞으로 작전은 없으리라는 예감이 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잠봉문이 무슨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대규모 연극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전 사천성 문파들의 합의가 반드시 필요했으니까.

         

       그래.

         

       대규모 연극은 1화만에 전복되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어제 저녁부터 어금니가 쑤시더니 오늘 아침에 일어나니 이가 맞물리는것만으로도 통증이 올라와 사랑니를 발치했습니다.

    매복사랑니를요!

    진통제를 복용하면서 어찌 연재분량은 뽑긴 했습니다만…연참은 내일로 미뤄야겠네요.

    내일은 제발 멀쩡하기를!

    * 22/08/11일 86~104화 리메이크가 적용되었습니다.

    ep.89~104화 사이를 읽던 독자님들은 내용 수정 공지를 참고하시어 수정 내용을 파악하시거나 89화부터의 재독을 권장드립니다.

    댓글과 본문의 내용이 상이할 수 있으니 참고 부탁드립니다.

    다음화 보기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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