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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99

       아크의 방송 시작 대기화면은 제법 공을 들인 그림이었다. 한 소녀가 방주의 난간에 걸터앉아, 노래를 부르고 있는 그림.

        

       ‘다양한 시청자들을 포용하고, 그들을 위한 쉼터를 제공하는 방주와도 같은 스트리머가 되고 싶다’라는 생각으로 아이디를 아크(Ark)라 지은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직접 그린 그림이었다.

        

       아크의 지튜브 채널에는 아직도 첫 방송에서 이러한 포부를 당당하게 읊던 그녀의 모습이 박제되어 있다.

        

       조금 더 앳된 그녀의 눈이 이리저리 흔들리는 모습에서 잘 드러나듯이- 스스로도 조금 민망한 이야기라고 생각하고는 있었다. 당시에는 아직 시청자가 없어, 놀리는 채팅 따위는 올라오지 않았지만.

        

       그 공허한 채팅창을 보며, 언젠가는 이 공간에 눈으로 훑기도 버거울 정도의 채팅이 흘러 넘치도록 하겠노라고 다짐했던 기억은 아직도 어제 일처럼 선명했다.

        

       그 말이 씨가 된 걸까.

        

       『🔥 🔥 🔥 🔥 🔥 🔥 🔥 🔥 🔥 🔥 🔥 🔥 🔥 🔥 🔥 🔥 🔥 🔥 🔥 🔥』

       『손님 받아라~ 손님 받아라~ 손님 받아라~ 손님 받아라~ 손님 받아라~』

       『나는 도배를 할 거야~ 나는 아크 시청자니까~』

       『보고 있는 거 다 알아 방송 켜 텐련아!!!』

       『아크야 좆돼써』

       『 🔥 🔥 🔥 🔥 🔥 🔥 🔥 🔥 🔥 🔥 🔥』

       『기사는 아크 방송으로만 송출하기로 계약서라도 씀?』

       『어디 수용소 터짐?』

       『레반은 또 왜 휴방이냐』

        

       아크의 방송에는 약 2만 5천여명의 다양한 시청자들이 몰려와 있었고- 과연, 눈으로 훑기도 버거울 정도의 채팅이 쏟아지고 있었다.

        

       -ㅇㅇ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안녕하세요 레반 시청자들이 많아서 반갑네요. 저도 레반 팬입니다】

        

       『레하~ 레하~』

       『ㄹㅇ저도 레반?인가 암튼 걔 팬임』

       『야 근데 레반 팬은 뭐라고 부르냐』

       『반갑습니다 저도 레반 팬입니다』

       『안녕하세오 레반 팬이에오 아따먹 이 텐련 방송 좀 키라고 해주세오』

       『아 레반 시청자들 도배가 심하네;』

       『얜 무슨 악기 하냐?』

       『마 오카리나나 한 곡조 구성지게 뽑아본나』

        

       단합력이 과도하게 좋은 무리였다. 출신지가 어디인지 의문을 품을 필요도 없을 정도로.

        

       팔로우챗으로 전환한다면 대체 몇 개월 팔로우로 제한해야 할지 잠시 고민하던 아크는, 이내 옅은 한숨과 함께 그만두었다.

        

       그녀 본인의 방송을 구독해야만 얻을 수 있는 이모티콘을 도배하는 시청자들(즉, 애초에 아크 방송을 보다가 이예나에게 유입되었던 자들)도 한 둘이 아니었던 탓이기도 했다. 어설픈 3~4개월 팔로우 제한으로는 어차피 저들을 막을 수 없었다. 애초에 그녀의 방송과 이예나의 방송은 먼 친척과도 같았으니. 

        

       그러나 주된 원인은, 아크의 마음 속 어딘가에서 꿈틀거리기 시작한 ‘까짓 거 한 번 해보죠!’ 마인드였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그녀가 생각하기에 대중의 관심은 스트리머로써 명줄과도 같은 것이었으니까.

        

       전업 스트리머로 활동한지 어느덧 3년. 어그로를 끌어서라도 관심을 수급하는 건 숨쉬듯이 자연스럽고, 또 익숙한 행위가 되어야 한다는 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그래. 긍정적으로 보면 합방 시청자 몰아준 거잖아.’

        

       처음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눈이 캄캄했으나- 다시 잘 생각해보면 그럴 이유가 없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이예나의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아크의 방송으로나마 이예나의 플레이와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에 만족할지도. 가끔 방송에 들어갔던 기억에 의하면, 원래도 채팅창과의 소통은 최소화하는 듯 했으니.

        

       ‘그래. 쓸데없는 걱정……. 과민반응……했을 뿐이야.’

        

       그렇게 스스로를 설득한 아크는, 화사한 표정을 지으며 캠 화면을 띄웠다. 숙련된 방송용 표정이었다.

        

       “아하~ 안녕하세요, 여러분! 어우, 오늘따라 손님이 많이 오셨네요. 자, 자! 다들 진정하세요. 제가 진정시켜드릴 시간이 없는게……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어요. 자, 오늘은 대망의 이틀차 대회 연습이죠? 지체없이 바로 디스코스부터 들어가보겠습니다.”

        

       물론, 당장은 채팅창에서 대규모 시위가 일어나고 있었으나- 아크는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시위대의 요구사항은 명확했으니.

        

       게임, 그리고 이예나.

        

       다시 말해, 이들은 잠시 후 이예나와 함께하는 게임이 시작되고 나면 불만이 사그러들고 얌전한 시청자로 변할 가능성이 높은 이들이었다. 마침 메인 오더 역할을 번갈아가며 맡아 보기로 했으니, 이예나부터 오더를 하며 가능한 말을 많이 하게 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을 터.

        

       《안녕하세요, 아크님.》

        

       디스코스에 음성채팅에 접속하자마자, 이예나는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인사를 건네왔고- 

        

       아무 일도 없다는 양 평온하기 그지없는 그녀의 목소리를 들은 시청자들이 한층 더 빠르게 날뛰기 시작했다.

        

       물론, 예상 범주 내의 일이었다.

        

       “네, 안녕하세요! 와……아따먹님 팬덤 화력이 장난 아닌데요? 지금 제 방송에서도 찾는 분들이 한 둘이 아닌데……진짜 방송 안 켜실 거예요?”

        

       이예나가 당연하다는 듯이 뭔가 설득력 있는 헛소리를 하면, 가벼이 관련 주제로 티키타카를 하다가, 나머지 사람들이 들어오면 자연스럽게 합방을 시작하면 되리라.

       

       그렇게 생각했다.

        

       《네. 아직 조금 취해서……그렇네요. 아크님은 괜찮으신가보네요. 별로 안 드셔서 그런가.》

        

       『술?』

       『같이 마심?』

       『???』

       『ㅁㅇㅁㅇ』

       『???? 오프라인 모임했어?』

       『둘이 술 마심?』

       『취했다고?』

       『이제 8신데 언제 술을 마신거야』

        

       상대가 자연스럽게 오프라인 모임을 한 사실을 폭로하며, 채팅창에 기름을 붓기 전까지는.

        

       “잠, 잠깐만요. 아따먹님?”

        

       《와. 아크님 시청자 많네요. 홍보 많이 하셨어요?》

        

       * * * *

        

       《저, 저! 리치 뚫었어요! 보호막 목걸이 나왔는데 누구한테 뛸까요!》

        

       “직접 쓰세요. 조금 더 공격적으로 움직여도 되겠네요.”

        

       긴장 풀린 별포크는 기대 이상이었다. 아직은 조합상 혼자 지하에 있는 시간이 긴데……잘 도망다니네.

        

       요리조리 피하며 상자만 따고 다니는 게, 상대 지하 입장에선 제법 혈압이 오를 만했다. 마주칠 때마다 비틀거리며 도망가는게 뭔가 어설퍼 보여서 더더욱. 다른 건 몰라도 상대의 신경을 긁는 재능만큼은 일품인 제자였다.

        

       다시 말해, 일류 도적 유저의 자질을 타고난 제자였다. 내가 후계는 참 잘 들였지.

        

       부족한 화력과 경험치……는, 내가 최대한 자주 지하로 지원을 가며 메우면 그만이다. 핵심은 지하에서 정면대결 없이 야금야금 이득을 쌓아가는 거니까.

        

       그렇게 운영하다가 타이밍을 봐서 내가 지하로 뛰어내려가 상대 광전사를 마크하면, 온갖 아이템을 둘둘 두른 도적이 후방에 침투할 수 있고-

        

       [슈슉슈욱슉님이 처치되었습니다!]

       [별포크(도적) → 슈슉슈욱슉(사제)]

        

       아무리 교전 능력이 처참하다고 해도, 도적과 단둘이 마주한 사제의 머리가 목 위에 남아있을 수는 없다.

        

       [(전체) 내손에매직(광전사): 아 도1적 진짜 개*같네]

       [(전체) 내손에매직(광전사): 느그 @$&*가 그렇게 하라고 가르침?]

        

       터졌네.

       

       내 마음 속에서 별포크에 대한 평가가 2단계 올라가는 순간이었다.

        

       “잘했어요.”

       

       《갛, 감사합니다!》

        

       사제한테서 극찬을 얻어내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다. 진짜배기는, 사제만 죽여서 상대 지하로부터 패배 선언을 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 배우기 시작한지 이틀 만에 벌써 이 정도로 성장하다니……스승으로서 감개무량할 뿐이다.

        

       다음에는 춤을 전수해볼까. VR은 춤이 자유롭던데.

        

       “올라갈게요. 법사 포격지원 해주시고- 한 번에 중앙 뚫죠.”

        

       빠르게 다시 지상으로 복귀하여 압박을 가하자, 공격로의 반대편에 서있던 상대 기사가 천천히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공세에 밀려난다기보다는, 전의를 상실한 듯한 움직임.

        

       또 한 번의 승리를 쟁취했다는 신호였다.

        

       .

       .

       .

        

       《서렌! 서렌 나왔어요!》

        

       《와, 이걸 이기네. 별포크님도 그렇고, 우리 멘티님들 성장속도 미쳤는데요?》

        

       《감사합니다! 이게 다 우리 센세 덕분이에요!》

        

       《다들 좋았어요. 고생하셨습니다.》

        

       《레반선생님, 이 만학도는 칭찬을 들어보고 싶습니다.》

        

       《……좋았습니다, 형님.》

        

       마지막 게임이 끝나자마자, 조금의 침묵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듯이  오디오가 가득차기 시작했다. 2연패 이후 이어진 3연승. 과연, 텐션이 오를만한 스코어기는 했다.

        

       초반의 2패도 오늘따라 집중을 잘 못하던 아크의 지분이 컸다는 점을 고려하면, 여러모로 고무적이었다. 어째 여러 차례 사양을 하더라니. 외모와 달리, 술이 잘 안 받는 편이었던 걸까. 시청자가 많아졌다고 부담감을 느끼는 스타일 같지는 않았는데.

        

       반면- 우리 제자님은 끔찍해보였던 첫날의 움직임이 무색할 만치 잘도 뛰어다녔다. 처음부터 느꼈듯이, 역시 기본적인 순발력은 나쁘지 않았다.

       

       도핑이 좀 필요할 뿐이지.

       

       다만……문제는, 도핑을 한 상태에서도 조금만 실력있는 상대와 근접하여 교전을 벌이면 형편없이 무너진다는 점이었다. 무너진다, 정도로 표현하는 게 우스울 정도로. 상당한 정도의 교전공포증. 아마, 스트리머가 아니었다면 애초에 나오나 같은 게임을 안 했을 사람 아닐까. 교전 없이 플레이할 수 있는 직업이 있는 것도 아니니.

       

       사제……나는 그런 건 몰라. 제자를 그렇게 키우지는 않았어.

       

       아무튼.

       

       아예 교전에 대한 두려움을 겪을 일이 없도록 해준다면, 당장은 어떻게든 될 것도 같지만……이게 맞는 길일까.

       

       매번 교전으로부터 지켜줄 수는 없다. 대회에선 상대 지하로 챌린저가 올 수도 있는 노릇이니. 내가 아무리 커버를 다닌다고 해도, 교전을 백프로 회피할 수 있는 동선을 만들어주는 건 불가능하지 않을까.

       

       결국, 극복시켜야하는 거겠지.

       

       ……그래.

       

       너무……온실 속 화초처럼 키우려했던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사자는 새끼를 강하게 키우기 위해 절벽에서 떨어트린다고 하지 않나. 거짓말이긴 하지만, 그런 우화가 있는 건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마침 합방도 마무리되어가는 분위기다. 약속했던 5판도 채웠고, 3연승으로 마무리되었으니 끝내기는 최적의 시점이겠지. 아직 초록빛으로 빛나는 동그라미를 확인하고 입을 열었다.

       

       “레반님.”

       

       《네. 아니, 아니요.》

       

       “합방 끝나고……잠깐, 시간 좀 내주실 수 있나요. 방송 끄고.”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김현호_330 님, 5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같은 글을 두 번 쓰기는 쉽지 않네요. 결국 날아가버린 연재분과는 제법 다른 결과물이 나오고 말았습니다. 이런저런 생각이 들게 되는 하루입니다.

    날이 쌀쌀해지고 있네요. 건강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

    다음화 보기


           


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그런 악질 방송 안ㅣ에요
Score 3.7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am a healthy skill-based broadcaster.

I don’t hate priests.

It’s not that kind of broadcast.

What?

Clarify the controversy that’s been posted on the community?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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