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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99

       ……갑자기?

         

       멜리나가 먼저 연락했던 적은 여태까지 단 한 번도 없었다.

         

       ‘……급한 일인가?’

         

       바로 옆에 에스티가 두 눈을 치켜뜨고 있는데 받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여태까지 회귀하지 않았다고 빌드업을 해놨는데, 갑자기 멜리나와 연락한다면 당연히 이상하다고 생각할테니까.

         

       ‘그렇다고 안 받을 수도 없고.’

         

       어딘가 문제가 생겼으니 이렇게 연락했을 것 아닌가.

       올리비아는 옅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보다 부탁이 있는데, 잠시 자리 좀 비켜줄래? 지인한테 연락이 와서.”

       “……지인?”

         

       어쩔 수 없다. 이럴 때는 정공법 밖에 없다.

         

       숨길 건 확실하게 숨기되, 드러나도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은 확실하게 드러낸다.

       통화 상대가 멜리나라는 사실만 모르게 하면 된다.

         

       올리비아는 아공간에서 수정구를 꺼내 흔들었다.

         

       “개인사야.”

       

       확실하게 선을 긋는 말에 에스티가 시무룩해진 얼굴로 말했다.

         

       “……난 또 내가 아는 사람인가 했지.”

       “왜, 알면 도와주려고?”

       “그냥, 반갑잖아. 전생의 인연을 다시 만난거니까.”

         

       에스티가 어깨를 으쓱했다.

         

       “……아무튼 이해했어. 저쪽에서 기다리고 있을게.”

       

       전생의 인연이라.

       확실히, 올리비아는 회귀자가 아닌 탓에 회귀자의 관점으로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래도 한 가지는 확신할 수 있었다.

       회귀자들은 ‘판도를 뒤엎을 만한’ 미래 지식은 한 톨도 사용하지 못할 것이라고.

       이유는 간단했다.

         

       ‘내가 없으니까.’

         

       아카데미, 제국, 성국, 동부 연합, 서부 군도…….

       대륙 어디를 봐도 올리비아의 손이 닿지 않았던 곳이 없었다.

         

       당장 대악마만 봐도 그렇다.

       벨페고르와 아가레스를 제외한 나머지 두 대악마는 올리비아가 소리소문 없이 처리했었다.

       ‘아스모데우스’의 존재를 아는 리브가를 제외한 나머지 회귀자들은 현계에 강림할 대악마가 그 둘뿐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렇게 ‘아무도 모르게’ 처리한 대형 사건이 수십 개도 넘는다.

         

       그 중에는 제국을 전복시키기 위해 움직이는 비밀결사단도 있다.

         

       올리비아가 처음에 북부에 존버할 생각을 했던 것도 다 이 때문이었다.

         

       ‘회귀자는 미래 지식을 버리지 못하지.’

         

       처음에는 미래 지식을 활용하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그 ‘미래’에서 벗어나면 죽을 것처럼 행동한다.

         

       올리비아도 ‘미래 지식’에 집착하지 않기까지 참 오랜 시간이 걸렸다.

       정석으로 자리 잡은 빌드를 버리고, 새로운 방법을 시도해 보기까지 거의 서른 번이 넘는 회차를 내다버려야만 했다.

         

       미래가 알던 대로 흘러가도 그럴텐데, 중간중간 처음 보는 큼지막한 사건들이 터진다?

         

       미래 지식을 활용하기 전에, 멘탈부터 무너질거다.

         

       ‘그건 그렇고…….’

         

       에스티가 시야에서 사라진 것을 확인한 올리비아가 수정구에 마력을 불어넣었다.

         

       [……드디어 받는구나.]

       “무슨 일이세요?”

       [급하게 전해줄 소식이 있어서 그랬단다. 황궁에 무슨 일이 생긴 것 같구나.]

       “……황궁에요?”

         

       눈치 빠른 멜리나는 올리비아가 무슨 질문을 하는 건지 바로 알아차렸다.

         

       [……그, 사실 내 직책이 직책이다보니, 황궁에 몇 가지 안전장치를 마련해 뒀었단다.]

         

       듣자하니, 70년 전 쯤에 황제궁을 보호하기 위해 마법진을 설치해뒀었단다. 그것도 대마법사 정도 되지 않으면 생채기조차 낼 수 없는 수준으로.

       근데 오늘 그 마법진이 깨졌다고 한다. 그것도 일격에.

         

       [나도 방금 알았단다. 알림 마법이 워낙 구식이었던지라…….]

       “짐작가시는 건 없으세요?”

       [……모르겠구나. 마력을 분석 해보기도 전에 마법진이 부숴져버렸으니…….]

         

       그 와중에 마법진을 부순 상대가 마력을 사용했다는 것을 알아낸 모양이다.

       멜리나의 마법진을 ‘단번에’ 부술 수 있을 정도로 강한 마법사.

       그렇다면 답은 하나뿐이다.

         

       ‘……드래곤.’

         

       평범한 드래곤은 아닐 것이다. 제국 정도 되면 드래곤 성체 정도야 얼마든지 사냥할 수 있으니까. 큰 희생이 따르겠지만, 못 잡을 정도는 아니다.

         

       제국 한복판에 위치한 황궁에서 대놓고 깽판을 칠 정도면, 로드급은 되어야 한다.

         

       ‘……에리야스인가.’

         

       모든 일족이 로드를 가지는 것은 아니다. 일족의 모든 구성원에게 인정받은 드래곤만 로드라는 칭호를 얻는다. 그리고 현재 대륙에 존재하는 로드는 총 두 마리.

         

       레드 드래곤 에리야스와, 화이트 드래곤 카르시안.

         

       카르시안은 현재 동면 중이므로 남은 것은 에리야스 뿐이었다.

         

       가슴 한 편이 차가워졌다.

       에리야스가 황궁에 찾아갔다. 그 말의 의미는 간단했다.

         

       회귀자들이 한 곳에 모이고 있다.

         

       [아는 게 이것뿐이라서 미안하구나…….]

       “아뇨, 알려주셔서 감사해요. 정말로 큰 도움이 됐어요.”

         

       이건 진심이었다.

       회귀자들이 접선한 사실을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은 정말로 엄청난 차이였다.

       아리아와 이미 접선한 회귀자들을 만난다면 그 즉시 회귀자 버스터콜이 터지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동선이 읽혀 아리아가 파둔 함정에 걸리기라도 하는 날엔 목이 따여 죽을 것이다.

         

       ‘……내가 아리아라면 어디로 갔을까.’

         

       가장 믿음직한 동료들부터 만나러 가지 않았을까?

       10번대 단서의 회귀자들 말이다.

         

       ‘또 몰라. 대륙 남부, 어쩌면 대수림으로 갔을 수도 있어.’

         

       경우의 수를 생각하던 올리비아의 표정이 점점 복잡하게 변해갔다.

         

       ‘도저히 모르겠다.’

         

       다른 회귀자들이 무력으로 락테아의 주연을 꿰찰 때, 아리아는 오직 지략만으로 주연을 꿰찼다. 천재의 생각을 읽을 수 없는 것이 어찌보면 당연했다.

         

       하지만 아리아에게 지략이 있다면, 올리비아에게는 경험이 있었다.

         

       아리아의 동선을 예측할 수는 없을지라도, 그녀가 가지 않을만한 장소는 예측할 수 있었다.

         

       “일단 알겠어요. 애들은 잘 지내죠?”

       [만난다면 깜짝 놀랄거란다.]

         

       우물쭈물 눈치를 보던 멜리나가 말을 이었다.

         

       [그, 오랜만에 한 번 얼굴이나 보고 싶구나.]

         

       올리비아가 멈추었다.

         

       “…….”

       

       그녀가 반응한 건, 조금 시간이 지난 뒤였다.

         

       “아, 그게……그러니까…….”

       [해야할 일이 많다는 것은 이해한단다. 하지만 말이다. 이러다간 네 제자들이 네가 원하는 방향과 다르게 성장할지도 모른단다. 그래도 괜찮겠느냐?]

         

       일리가 있는 말이다.

       멜리나 정도 되는 마법사가 가르치는데, 마법 테크트리가 바뀌지 않는 것이 오히려 더 이상했다.

         

       원래 마신 공략반으로 써먹으려 했던 제자들이니만큼 유기할 수는 없었다.

       특히나 지금처럼 편가르기 싸움을 앞두고 있을 때는 더더욱 말이다.

         

       ‘제자들이 회귀자 한 명만 묶어줘도 이득이야.’

         

       제자들 전원이 몰살을 일으키기 한참 전에 죽었던 만큼, 아리아의 허를 찌를 비밀 자원으로 활용할 수도 있었다.

         

       “이번주 안에 갈게요.”

       [이번에도 안 오면…….]

       “꼭 갈게요. 반드시.”

         

       그제서야 만족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멜리나였다.

       

        [그리고 적어도 하루에 한 번씩은 연락해다오.]

       “……네.”

         

       -스팟.

       

       멜리나는 기분 좋은 얼굴로 화면에서 사라졌다. 어쩌면 처음부터 이걸 노렸던 것 같기도 한데……어쩔 수 없다. 가끔씩은 알면서도 당해줄 때도 있는 법이다.

         

       잠시 후 물살이 일렁이며 에스티가 바닷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끝났니?”

       “일단은.”

         

       올리비아는 난감하다는 얼굴로 에스티를 내려다봤다.

         

       회귀자들은 이카일에 떨어진 번개를 보고 에스티가 죽었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니 에스티가 멀쩡히 살아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면 다행이라고 여기기보단, 에스티가 왜 살아있는지부터 알아내고자 할 것이다.

         

       어쩌면 ‘올리비아가 에스티를 제압한 다음, 강제로 정신 지배를 사용하여 제 편으로 끌어들이려 한다.’ 라는 결론에 도달할 수도 있었다.

         

       정확히는 정신 지배가 아닌 기억 조작이지만……그런 의심을 품게 되는 순간 끝이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키엘은 바로 아리아에게 붙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올리비아가 물었다.

         

       “넌 앞으로 어떻게 할거냐? 이제 이카일을 지킬 필요도 없잖아.”

       “뭐……저번처럼 해야겠지.”

       “……저번이라니?”

         

       생각해보니, 단서가 그렇게 마무리된 후 에스티가 어떻게 살았을지 생각해보지 못했다.

       몰살회차보다 ‘목소리’를 없앤 시기도 빨랐고, 방법도 달랐으니까.

       설마 여기서 또 스노우볼이…….

         

       “라센 강 하구(河口) 따라서 쭉 올라갔었지.”

         

       이카일 앞바다와 연결된 라센 강은, 내륙 깊숙한 곳까지 이어져 있었다.

         

       ‘이런 제기랄.’

         

       라센 강을 쭉 따라 올라가면 아틸라 산맥이 나온다.

       그리고 아틸라 산맥에는, 자유도시 미카벨이 있다.

         

       “무왕이라고 알아? 그 사람이랑 같이 지냈어.”

       “…….”

         

       망했다.

         

         

       *****

         

         

       “곧 깨어날 겁니다.”

        “흐흐, 역시 그렇겠지.”

         

       주술사의 말에 무왕이 낄낄 웃었다. 그의 머리카락은 하얗게 셌지만, 무지막지한 크기의 근육은 여전히 젊음을 외치고 있었다.

         

       “그래도 검성이라는 명성 치고는 약하군요.”

       “본좌가 젊을 때보다는 훨씬 낫다. 이것아.”

         

       무왕은 확신했다. 이 대륙에서, 자신을 만족시킬 수 있는 전사는 키엘 뿐이라고.

         

       드드드드드…….

         

       바닥에 뻗어 있던 키엘의 몸에서 진동이 일어났다. 체내에 잔류해 있던 오러가 몸을 회복시키기 위해 끓어오르며 생기는 현상이었다.

         

       “오, 이제 깨어나는구만. 역시 젊은 게 좋기는 좋아.”

         

       그 잠깐을 참기가 힘들었는지, 무왕은 큼지막한 손으로 키엘의 뺨을 후려쳐댔다.

         

       -짝!

         

       무식한 소리가 몇 번이나 울려퍼졌을까, 키엘이 고장난 기계처럼 삐걱거리며 눈꺼풀을 들어올렸다.

         

       “무, 식……한 놈.”

        “흐흐흐. 엄살 부리지 말고 일어나라 이것아. 사냥꾼이 오기 전까지 한 판만 더 하자꾸나.”

        “……사냥꾼?”

         

       무왕은 대답하는 대신 낄낄 웃었다.

         

       “걱정 마라. 이번에는 본좌가 네 목숨을 거둬줄테니. 기왕 죽을 거라면, 가장 전사다운 본좌에게 최후를 맞이하는 편이 낫지 않겠나.”

       

       무왕은 주먹을 들어올렸다.

         

       “자, 검을 들어라.”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Ilham Senjaya님!!!!!!!!

    벌써 99화라니!!!

    감사합니다!
    다 여러분들 덕분입니다!!!!

    다음화 보기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세계를 멸망시킨 마녀가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destroyed the world to see its Annhiliation Ending.

And I possessed my Character Olivia in the game.

However… … .

[The world is rebuilt.] – NPCs killed by you return.

– Princess Aria hates you.

– Sword Saint Kiel wants to slit your throat.

… … Isn’t that a bit of a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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