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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99

   “자칼이 그댈 싫어하는 것 같다고?”

   

   아무 노력도 하지 않고 목걸이를 버리기 아까웠던 나는 무슨 사정인지 알아보기 위해 아서에게 말을 걸었다.

   

   내가 말을 걸었을 때 흔쾌히 대답을 해 줄 사람 중 그나마 자칼과 알고 지내는 사람이 아서니까 말야.

   

   “본인도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진 잘 모른다. 이전에 같이 던전에 들어간 이후로 대화를 나눈 적이 없어서 말이다. 노골적으로 날 피하는데 다가가기도 그렇잖은가.”

   

   약간의 기대를 가지고 꺼낸 물음에 돌아온 건 으쓱거리는 어깨뿐이었다.

   

   지난 번 나와 아서의 대결 이후로 자칼은 아서를 피하고 있었던 것이다.

   

   “다른 이들도 비슷할 거다. 그 녀석. 점점 골방에 틀어박혀 가는 느낌이야.”

   

   뭐지?

   

   던전에 들어가기 전까지만 해도 그 정도는 아니었잖아.

   

   그 때 죽을 뻔 했던 게 트라우마가 된 건가?

   

   근데 그럼 왜 날 미워하는 거지?

   

   나 걔 목숨을 구해 줬는데.

   

   뭐가 문제야?

   

   하아. 진짜 아무것도 모르겠다.

   

   대체 뭐가 자칼의 열등감을 자극한 거지?

   

   나? 난가?

   

   원래는 걔보다 재능 넘치는 사람이 아서밖에 없었는데 또 다른 이레귤러가 나타나서 마음이 꺾인 거야?

   

   그거 말고는 변수가 없긴 한데 그럼 왜 목걸이는 안 받는 거냐.

   

   게임 속에서 주인공이 뛰어난 성적을 거둬서 질투를 하더라도 목걸이는 받았었잖아!

   

   머리만 아프고 추측이 가는 건 아무것도 없네 진짜.

   

   혹시나 날이 지나면 달라질까 싶어 다시 한 번 자칼에게 말을 걸어보았던 나지만 결과는 똑같았다.

   

   그는 나를 싫어했고 그 이상으로 자일의 목걸이에 대해 언급하는 것을 싫어했다.

   

   그 결과 자칼은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하더라도 무시하는 것으로 일관했다.

   

   기껏 목걸이를 구했는데 써먹지도 못하고 버려야 한다니.

   

   이거 버로우 가문의 사람이 아니면 진짜 아무 의미도 없는 물건인데.

   

   더 정확하게는 이 물건을 지닌 게 자칼이 아니면 의미가 없다고 해야 하려나.

   

   이거 하나 구하자고 알새틴한테 정보를 가지고 거래를 걸었는데 목걸이가 쓰레기가 될 줄은 진짜 상상도 못했네.

   

   그나마 다행스러운 건 알새틴이 실수를 저질렀기 때문에 이 녀석에게 실책을 물을 수 있다는 거겠지.

   

   평소 알새틴이 있던 자리에 앉아 다리를 꼬고서 위를 올려다본다.

   

   그럼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알새틴의 모습이 있었다.

   

   ‘알새틴. 뭘 말하러 온 건지는 알죠?’

   “허접 정보팔이. 내가 무슨 말을 하러 온 건지 알지? 아~ 맞다. 일 하나 제대로 못 하는 멍청이라 모를 수도 있겠네.”

   

   알새틴의 어깨가 떨리지만 그는 아무런 반론도 하지 못했다.

   

   이번 일은 분명 그의 실수였기 때문이다.

   

   까놓고 이야기해서 내가 목걸이를 얻은 데에 알새틴이 한 일이 무어가 있는가.

   

   그가 한 일은 뉴먼 가문에게 추적당해서 물건을 빼앗긴 것 뿐.

   

   목걸이를 받아낸 것은 오롯이 나의 공적인 것이다.

   

   ‘전 여기서 우리의 관계를 끝내도 상관없어요.’

   “난 더 이상 너 같은 허접 정보팔이랑 이야길 나누고 싶지 않아. 너 너무 무능하잖아.”

   

   원래 나와 알새틴 사이의 거래는 내가 정보를 주고 알새틴이 목걸이를 구해주는 것이었다.

   

   근데 여기서 목걸이를 구하는 데에 알새틴의 공이 사라져 버리면?

   

   난 알새틴에게 정보를 줄 이유가 아예 없어지는 거지.

   

   만일 내가 지닌 정보가 알새틴이 바라는 게 아니었다면 그도 내게 매달리지 않았을 것이다.

   

   보수를 받은 셈치고 말았겠지.

   

   그렇지만 내가 지닌 정보는 알새틴에게 있어서 그 무엇보다 소중한 것.

   

   이걸 어떻게 놓아주겠는가.

   

   마음 같아서는 날 협박해서라도 얻어내고 싶을 걸?

   

   내가 변경백 가문이 아니었더라면 험한 일을 저질렀을 지도 모르겠네.

   

   그런데 이걸 어째.

   

   나는 얘가 건드리지 못하는 사람인데.

   

   ‘그러니까 물어볼게요. 당신은 저한테 뭘 주실 수 있죠?’

   “그러니까 말해봐. 너처럼 무능한 멍청이하고 거래해야 하는 이유를. 명색이 정보팔이인데 그 정도는 할 수 있지? 응?”

   

   과거 RPG게임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괴롭혔던 단어 선제시.

   

   물건을 사는 입장에서는 손발이 벌벌 떨리고 숨이 턱 막히고 머리에 열이 오르는 방법이지만 물건을 파는 입장에선 다르다.

   

   구미가 당기면 거래를 하고 구미가 당기지 않으면 그냥 자리에서 일어나버리면 그만인 것이다.

   

   물론 이런 방식으로 일을 하면 서로간의 사이가 안 좋아질 수 있지만 지금의 난 괜찮다.

   

   어차피 머잖아서 까마귀의 인장을 받을 예정이거든.

   

   그럼 지금 알새틴이 할 수 있는 모든 일들을 뉴먼 가문 쪽에서 대체해 줄 수 있단 말야.

   

   알새틴이 나를 좋아하던 싫어하던 알 바인가?

   

   어차피 더 이상 난 얘한테 관심이 없는걸.

   

   있으면 좋고 없으면 말고 수준인데 뭐 어때.

   

   “바라시는 게 있으십니까?”

   

   ‘그걸 왜 저한테 여쭤보시죠?’

   “왜 나한테 물어보는 거야? 내가 네 엄마도 아닌데 하나하나 알려줘야 해? 음. 그래. 엄마~하고 부르면서 엉엉 울면 생각해볼게. 해 봐. 응? 그럼 재밌을 것 같단 말야.”

   

   “…아닙니다. 제가 생각하겠습니다.”

   

   진짜 엄마라고 부르면 어쩌나 싶었는데 다행이다.

   

   그래도 무작정 괜찮은 물건을 가져오라 그러면 지금 나한테 하등 쓸모없는 물건을 가지고 올 지도 모르니까 범위 정도는 정해줄까.

   

   어차피 어지간한 건 뉴먼 가문을 경유해서 구할 수 있을 테니까 뉴먼 가문은 구할 수 없는 물건으로 하는 게 맞겠지.

   

   당장에 떠오르는 건 역시.

   

   ‘주신 교회와 관계된 정보를 바래요.’

   “아냐. 무능 정보팔이한테 맡기긴 영 불안하니까 범위를 정해줄게. 난 주신교회와 관련된 정보를 원해.”

   

   “정확히 어떤 정보인지는.”

   

   ‘제 입이 열릴 만큼 가치 있는 정보면 좋겠네요.’

   “허접하고 무능하고 눈치 없는 정보팔이를 위해 특~별히 말해줄게. 내 입이 열릴 만큼 가치 있는 정보를 들고 와. 무능 정보팔이가 할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뉴먼 가문은 주신 교회와 관계된 정보를 거의 얻지 못한다.

   

   그들은 뒷세계에 진출하며 수도 없이 교회와 부딪혀온 상극의 관계.

   

   내가 아그라의 저주를 해주했음을 나의 목걸이를 보고서야 알 정도인데 거기에 정보망이 있겠는가.

   

   그렇지만 알새틴은 다르지.

   

   이 녀석도 뒷세계의 사람인 건 분명하지만 주신 교회와 척을 진 사이는 아니거든.

   

   “그게… 아뇨. 알겠습니다. 최선을 다하죠.”

   

   알새틴은 무어라고 말을 하려다 입을 다물었다.

   

   무슨 말을 하더라도 제대로 된 답변을 하지 않을 거란 걸 알고 있는 거겠지.

   

   걱정마. 네가 최선을 다해서 주신 교회를 뒤지다 보면 자연스럽게 내가 원하는 정보가 뭔지 알게 될 테니까.

   

   난 결국 페이비가 무너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중간에 흔들릴 수는 있잖아?

   

   그 때 옆에서 도움을 주고 싶거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호감도 좀 올리고.

   

   그 끝에 페이비를 우리 파티의 힐러로 넣을 수 있다면 그만큼 완벽한 계획이 없을 테니까.

   

   전위에 설 탱커랑 후위에서 딜을 해 줄 사람은 이미 구했으니 이제 힐러만 구하면 마지막 자리에는 아무나 넣어도 되는 거잖아.

   

   고개 숙이는 알새틴을 보고서 만족스럽게 웃고 있으려니 문이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알른 영애님. 알새틴님. 잠시 실례해도 괜찮겠습니까?”

   

   그 물음에 알새틴이 눈짓으로 내게 질문을 던졌다.

   

   들여보내도 되냐는 거지?

   

   맘대로 하란 의미에서 고갤 끄덕여주었더니 알새틴이 부하를 불렀다.

   

   “들어와.”

   

   알새틴의 부하는 가운데에 앉아있는 나와 그 앞에 벌을 서듯 고갤 숙이고 있는 알새틴의 모습을 보고서 눈동자를 떨다가 허리를 숙였다.

   

   “실례하겠습니다.”

   

   ‘무슨 일인가요?’

   “뭔데. 허접 조무래기.”

   

   “뉴먼 가문에서의 연락입니다. 치료제를 구했다고 합니다.”

   

   벌써? 빠르네.

   

   적어도 며칠은 더 걸릴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들을 치료하기 위해서 커즈 뉴먼이 힘을 많이 쓴 모양이야.

   

   그럼 얼마 안 가서 맹약을 이행하기 위해 커즈 뉴먼이 나한테 까마귀의 인장을 주겠네.

   

   으음. 그걸 받으면 무엇부터 부탁을 하면 좋으려나.

   

   부탁을 하고 싶은 게 너무도 많아서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던 중에 알새틴의 부하가 슬며시 말을 이었다.

   

   “뉴먼 가문 측에서 이야기를 하길 아들의 치료를 위해서라도 가문에 방문해 달라 하십니다.”

   

   ‘그렇군요.’

   “그래?”

   

   그 말을 들은 순간 바로 이해를 할 수 있었다.

   

   일부러 그 조항을 집어넣은 거니까.

   

   내가 직접 가서 아그라의 저주를 해주해주기 위해서.

   

   <저 쪽에서 먼저 너를 부를 줄은 몰랐구나.>

   ‘그러게요.’

   

   내가 뉴먼 가문으로 간다 한들 달라질 게 있나?

   

   모르겠네.

   

   뉴먼 가문으로 간다한들 커즈 뉴먼이 나를 건드릴 리도 없고.

   

   아그라의 저주를 하나 더 해주한다 한들 달라질 것도 없으니까.

   

   아. 물론 아그라 그 쪼잔한 놈이 날 더 미워하긴 하겠지.

   

   허나 그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난 이미 아르마디의 사도가 된 순간부터 아그라에게 증오를 사고 있을 테니까.

   

   내가 던전에 들어갈 때마다 무슨 일 생기는 거 봐.

   

   저주 한 번 해주했다고 이 정도로 억까하진 않는다고.

   

   이 정도 빈도가 나오려면 대륙에 존재하는 아그라의 저주를 모두 해주해야 할 걸?

   

   내가 소울 아카데미라는 게임을 할 때 이런 일이 일어났으면 바로 버그 리포트를 올렸을 거야. 

   

   이처럼 패널티는 얼마 없는 데에 비해 얻을 것은 훨씬 더 많다. 

   

   아그라의 저주를 해주한 걸 주신 교회에 보고하면 명성이 올라갈 테고.

   

   교회 측 인물들에게 호감을 사기 쉬워짐은 물론이고.

   

   목걸이의 기능도 더 강화되고.

   

   어쩌면 우리 허접 무능 주신이 무언가 선물을 줄지도 모르지.

   

   여태까지 경험 상 내가 아그라를 엿 먹이면 허접 주신이 박수를 치면서 뭔가를 주더라고.

   

   뉴먼 가문으로 향해서 손해 볼 거라고 해봐야 내 시간이 약간 낭비된다는 것 뿐이지 않을까.

   

   근데 그것도 순간이동의 진을 사용하면 금방이잖아.

   

   저 쪽의 의도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뭐 어때.

   

   안 불러주더라도 내가 찾아 갈 생각이었는데 명분을 만들어 준 거잖아.

   

   오히려 고마워해야지.

   

   ‘언제까지 가면 되나요?’

   “그 좆밥 가문에서 언제까지 오래?”

   

   “되도록 빠른 시일 내로 와주었으면 한다고 합니다.”

   

   흐음. 그렇단 말이지?

   

   어디 보자.

   

   지금 시간이 아직 주말 낮이니까 뉴먼 가문에 다녀와도 시간이 남겠네.

   

   ‘지금 갈게요.’

   “지금 갈게. 준비해. 허접 정보팔이.”

   

   자아. 그럼 아그라한테 한 번 더 도발을 걸러 가볼까.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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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su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u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sa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saggi tanks are not properly educated., Mesugaki tanks are not properly educated., 메스가키 탱커는 참교육 당하지 않는다.
Score 9.2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You sloppy orc~ You can’t take down a girl?” He became the Mesugaki character in the Academy game. But the taunt works too w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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