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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05

05. 요즘 애들은 비명이나 지를
줄 알지.
“왜 안 맞는 거야!”
짜증이 가득한 마법소녀의 목소리
가 귀를 괴롭힌다.
평소라면 듣기 좋을 목소리일 것
인데, 적이라고 생각하자 찢어지는
음성이 된다니. 아이러니하구만.
마법봉의 말단 부분을 좇았다.
다음 조준은 오른쪽 어깨.
상대가 마법봉을 흔들어 올림과
동시에 몸을 던져 땅을 굴렀다.
푸슝.
귀여운 발사음과 함께, 내 몸 위
로 바람 마법이 스쳐 지나갔고, 나
는 땅을 구르는 동안 빠르게 뒤편을
보며 마법의 영향을 파악했다.
표적을 맞히지 못한 바람 마법은
내 뒤로 날아가 누군가의 집 담벼락
을 산산조각냈다.
쿵. 쿵.
어두운 밤중, 벽이 무너지며 떨어
지는 돌의 충돌음이 주변을 시끄럽
게 만들었다.
살상계 마법이라. 어지간히 마음을
독하게 먹었나 보군. 인간형 적에게
는 비살상 계열이 기본인데.
낮춘 자세 그대로 땅을 박차고 녹
색의 마법소녀에게 뛰어들었다.
“엣? 뭐야, 오지 마!”
그녀는 마법봉을 겨누고 마력을
충전했다. 저 마법이 날 맞출 수만
있다면 치명상을 입힐 수 있으리라.
하지만 늦었다.
조준도 완벽하고, 마력의 충전 속
도도 느리지 않다. 이야기의 끝을
앞둔 마법소녀다운 실력.
평상시라면 위기에 몰렸어도 저런
행동으로 위기를 모면할 수 있을 것
이다.
상대가 나만 아니었다면.
손에 쥔 빠루를 길게 고쳐 잡고
그대로 손을 뻗었다.
빠르게 상황을 파악한 마법소녀는
빠루를 피했으나, 나는 처음부터 이
것을 노렸다.
급격한 회피로 균형이 무너진 그
녀를 바라보며 빠루를 끌어당겼다.
탁.
빠루의 머리 부분이 무릎 뒤에 걸
리며 자세가 무너진 그녀.
“꺄앗!”
자세가 무너지자, 나를 향했던 마
법봉의 조준도 허공으로 틀어졌다.
푸슝.
마법봉에서 쏘아진 마법은 귀여운
발사음과 함께 허공으로 사라졌다.
그대로 쓰러진 마법소녀를 덮쳐
복부에 발을 올리고 짓밟았다.
질겅거리는 살점의 감촉이 발을
타고 올라오는 것에 급격하게 기분
이 나빠졌다.
“나한테 왜 이러는 거야!”
그렇지만, 작업이니 어쩔 수 없지.

나는 아무 생각 없이 차가운 눈으
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에게 특별한 감정은 없다. 그
저, 가장 처음 눈에 띄었을 뿐.
그런 이유로 우연히 첫 징벌의 대
상이 되었을 뿐이다.
누군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그녀가 상대하고 있던
것이 사천왕이라 지칭된 것을 보아,
꽤 숙련자임은 확실하다.
그 사천왕도 내 빠루에 머리가 터
진 뒤 그녀의 마법에 맞아 저기 어
딘가에서 나뒹굴고 있긴 하지만.
약하다.
마법 시전 속도는 빠르지만, 위기
상황에 대처하지 못하고 무너졌다.
이게 정말 이야기의 끝을 보는 영
웅이란 말인가?
빠직.
내 생각을 끊은 것은 따끔한 열기
와 빛나는 섬광이었다.
“방심했구나!”
그녀의 몸에 있는 브로치로부터
튀어나온 밝은 빛이 나를 꿰뚫었다.
그래. 영웅은 누구나 비장의 수
하나둘쯤은 있는 것이지.
그렇지만, 너무 뻔해.
“어・・・ 째서?”
그녀의 얼굴이 공포로 물들었다.
빛은 나를 통과했지만, 사라진 것
은 검은색의 상복 일부분뿐. 사라진
옷 위로 상처 하나 없는 깨끗한 피
부가 드러났다.
“좋은 정보 하나 알려주마. 마법소
녀의 마력은 마법소녀에게 피해를
주지 못해. 단순한 치유나 힘을 건
네받기 위한 수단일 뿐이지.”
타락하거나, 이야기를 포기한 영웅
이 나오지 않는 지금의 이들은 모르
는 정보일 것이다.
“너도 같은 마법소녀야? 그러면
왜 이런….”
“정의를 위해서다.”
내가 말했지만, 내게 어울리지 않
는 문장이다. 지금은 얼굴이 어린
여성의 형태라 다행일지도 모른다.
“죽이진 않을 거다.”
나는 빠루를 치켜들었다.
내 발아래에 깔린, 그녀의 얼굴이
공포로 물들었다. 그녀는 왜 이런
일을 당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얼
굴로 그저 높게 치켜 올려진 빠루를
바라보았다.
재수가 없었을 뿐이야.
그대로 빠루를 내리쳤다.
“아아아악!”
비명이 어두운 밤거리를 꿰뚫으며
주변에 울려퍼졌다.
우선, 오른팔.
빠루에 짓이겨진 그녀의 오른팔은
있어서는 안 되는 방향으로 뒤틀려
버렸다.
이어서, 왼팔.
빠직.
뼈가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둔기
가 살점을 짓무르는 감촉이 빠루를
타고 뇌리에 흘러들었다.
항상 있던 일이기에 별다른 감정
은 느껴지지 않았다.
다만, 빠루는 해머와 달라서인지
살을 짓이기는 감촉이 직접 손을 타
고 올라왔다.
통짜 철로 돼서 그런 건가.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살려주
세요.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정신이 무너졌는지 발아래의 그녀
는 같은 말만 반복하기 시작했다.
나에게 소원을 빌 거라면 소원이
잘못되었다. 죽이지도 않을 것이고,
후유증도 남지 않을 거다.
영웅을 계속할 수 있을지는 네 의
지에 달렸지만.
그대로 떠날까 했으나 다른 생각
이 머리에 맴돌았다.
하나쯤 더 부러트려 놓을까.
첫 번째 사례인데 피해가 작다면
그다지 언급되지 않을 수도 있으니.
“하나만 더 부러트리자.”
“살려주세요..”
말하다 지쳤는지, 그녀의 목소리는
더더욱 작아진 상황이었다. 처음부
터 듣지 않았기에 언제부터 작아졌
는지는 모를 일이었다.
오른쪽 종아리.
여기라면 상처도 남지 않을 것이
고 근육의 손상도 최소화될 터.
콰직.
“아아악!”
또다시 그녀의 뼈가 부러졌다.
허공을 찢는 비명을 무시하고 몸
을 일으켰다.
내 의견을 남기려면 어떤 방법으
로 하는 게 가장 좋을까.
처음엔 그녀에게 이야기를 전하도
록 하는 방향으로 진행하려 했지만,
꼴을 보아하니 내용이 뇌리에 남는
다는 보장이 없었다.
잠시 주변을 둘러보자 아까 무너
진 벽의 잔해가 보였다. 마법으로
깨끗하게 쪼개진 돌은 평평해서 뭔
가를 남기기 좋아 보였다.
여기 쓰면 되겠네.
빠루 끝부분을 잡고 천천히 돌에
내용을 새겼다.
친구를 잃은 비탄을
관리국에 대한 원망을.
사회에 대한 분노를.
【고난을 겪지 못한 자는 영웅을
자처하지 말라. 영웅은 스스로의 정
의를 보여라.】
저런 내용을 적어, 쓰러진 마법소
녀의 왼손에 쥐여 주었다.
그러나 돌조각을 잡을 힘도 없는
지, 눈물을 줄줄 흘리며 꿈틀거릴
뿐이었고, 손에 쥐여 준 돌조각도
그대로 굴러떨어졌다.
생각과는 다른 장면이지만, 저런
돌을 누가 훔쳐 갈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자리를 뜨기 전, 마지막으로 그녀
를 바라보았다.
초점이 흐려져 죽은 눈, 있을 수
없는 방향으로 꺾인 팔다리.
얼굴에 비참하게 남은 눈물 자국.
빠루에 얻어맞아 생긴 멍.
그런데도, 마지막까지 오른손에 움
켜쥐고 있는 마법봉.
공포에 질렸기 때문일까. 아니면,
마지막까지 붙잡은 자신의 상징일까.
그녀의 마음까진 알 수 없었기에,
그저 그 자리를 뒤로하며 그녀가 내
고난을 뛰어넘어 새로운 영웅이 되
길 빌어주었다.
***
“다녀왔다.”
“어서 와요~.”
느긋한 흰 돼지의 목소리가 귓가
에 닿았다. 적어도 대꾸는 해주었으
니 다행인가.
방 안에서 굴러 나온 흰 먼지 덩
이가 나를 올려보았다.
“너무 오래 날 내버려 둔 것 아니
에요? 덕분에 먹을 밥이 없어서 고
생했다고요. 포요.”
그럼 방 안에는 과자 봉지가 쌓여
있겠군. 내 잘못이니 그건 넘어가
줘야겠지.
“뭔가 분위기가 바뀌셨네요…?”
그는 내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시
야를 왕복하더니, 가까이 다가와 뭔
가의 냄새를 맡기 위해서인지 코를
킁킁거렸다.
“악의 씨앗. 타락의 냄새..”
그런 돼지 꼴을 하고도 일단은 마
스코트라고 벌써 알아차렸나.
“설마, 그 힘으로 나쁜 짓을 한 건
“아니시겠죠?”
“맞아. 마법소녀 한 명 두들겨 패
고 오는 길이야.”
냉장고를 열어 장 본 물건들을 그
대로 쑤셔 넣었다. 텅 빈 냉장고라
그런지 물건들은 문제없이 다 들어
갔다. 정리는 나중에 하면 되겠지.
“그런 짓을 하면 안 되는 거 알고
있잖아요!”
“그랬지.”
방금 사 온 맥주를 들고 소파에
앉았다. 차가운 캔이 몸의 열기를
식히는 감각은 꽤 괜찮았다.
텔레비전에서는 재미없는 개그프
로그램이 흘러나오고 있다. 그런 재
미없는 개그맨의 목소리 사이로, 운
호의 이야기가 들려온다.
“다음부터 그러지 않을 거라고 어
서 마음속 깊이 참회해야 해요! 그
“렇지 않으면….”
“아니, 난 계속할 거야.”
사회에 경각심을 줄 때까지.
이 이상 영웅의 이름이 굴러떨어
지지 않도록.
부산스럽던 흰 덩어리의 시야가
진지해졌다.
“그러면 어떻게 되는지 이미 알고
계시지 않나요?”

알고 있다. 타락하여 모든 영웅의
이야기 속에서 공적으로 지정되거
나, 어떻게든 힘을 빼앗기겠지.
“어차피 이제 와선 힘은 못 뺏어.
너도 알잖아? 나는 이미 본질이 잠
식당했으니까.”
“그건 어디서 들었나요?”
“미친 마법소녀에게.”
타락하여 모든 영웅에게 공적으로
지정된 후, 토벌된 마법소녀.
그녀에게 들었다.
“하지만 공적으로 지정되는 건어
떻게 못 하잖아요!”
“어떻게든 되겠지.”
공적 지정은 쉽게 일어나지 않으
니까 시간은 있다.
“…무슨 일이 있었나요?”
“왜 그렇게 생각해?”
“30년이나 정의로운 마음을 품었
던 파트너가 그렇게 변했으니까요.”
운호 역시 냉장고 문을 열고 맥주
를 꺼내왔다. 오동통한 페럿이 캔을
따고 맥주를 들이켜서 거품 수염을
만드는 모습은 제법 웃겼지만, 나는
티를 내지 않고 되물었다.
“마스코트가 술을 마셔도 되나?”
“30년이나 출장을 나와 있으면 규
칙 따윈 의미 없죠.”
적어도 내 마스코트는 곧바로 보
고하러 갈 생각은 없나 보다.
“동훈이가 죽었어.”
“그게 누구예요?”
“너도 본 적 있을 거다. 초기에 5
인조 변신 레인저 집단의 리더.”
“과자를 자주 주셨던 분이네요.”
운호의 작은 뇌에도 그에 대한 기
억은 아직 남아있나 보다.
“그 녀석이 어이없이 죽었거든…”
나와 내 파트너는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맥주 캔이 계속해서 일그러
지고, 안주로 사용한 과자 봉지와
음식쟁반이 쌓여갔다.
“대충 알겠어요.”
“넌 어떻게 할 생각이야?”
“전 아무것도 못 듣고, 아무것도
보지 않았어요.”
“그래.”
그 말은 내 행동에 아무런 제지를
하지 않고 중립을 유지하겠단 의미.
이걸로 내 파트너를 죽일 이유는 사
라졌다.
“대신, 하나 선물을 드릴게요. 빠
루 가져와 보세요.”
뭐 좋은 거라도 해주려나.
나는 신발장 옆에 세워둔 빠루를
방 안으로 가져왔다.
내가 빠루를 가지러 간 사이, 내
파트너는 방 안에 빛나는 마법진을
펼치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마법진의 중앙에 그대의 무기를.”
운호답지 않은 정중하고 짐승 티
가 묻어나는 목소리.
그의 말에 따라 피가 묻은 빠루를
마법진 중앙에 두었다.
“나아가려는 마법소녀에게 새로운
힘을. 정의를 바로 세우려는 영웅에
게 응답해주소서.”
막대한 마력이 마법진에서 흘러나
와 빠루에 흘러들었다.
이윽고, 마력의 폭풍이 방안을 휘
감았다. 분명 내가 처음 변신할 때
느꼈던 그 마력 폭풍.
마법진을 영창 하던 운호는 어느
새 사라지고, 나만이 폭풍 한가운데
에 남겨졌다.
처음으로 마법소녀가 될 때처럼
세계와 격리된 공간. 붉은 빠루가
공중으로 떠오르고, 나와 똑같이 생
긴 소녀가 저편에서 걸어 나왔다.
“그대는 이런 길을 택했는가?”
나타나자마자, 빠루를 힐끗 쳐다보
고 그리 말하는 그녀.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녀는 내 행동을 보고, 어떤 답변도
하지 않은 채 빠루를 붙잡았다.
“의식이 끝났어요!”
잠깐 눈을 감은 사이, 그녀는 사
라지고 나는 내 방으로 돌아왔다.
“그녀는?”
“그녀라니? 누구 말인가요?”
운호는 못 본 건가.
각인 때와 상황이 비슷한 것을 보
아하니, 그녀는 내면의 나 같은 존
재가 아닐까.
나는 천천히 몸을 움직여 땅바닥
에 널브러진 빠루를 쥐었다.
“달라진 게 없는데?”
“자세한 성능은 저도 잘..”
여전히 도움이 안 되는 흰 덩어리
녀석을 내버려 두고, 힘을 시험하고
자 빠루를 휘둘러보았다.
빠루가 공기를 갈랐지만, 특별히
바뀐 것은 느껴지지 않았다.
뭔가 더 강해진 것 같지도 않고,
평소 사용하는 해머처럼 특별한 기
능이 생긴 것 같지도 않았다.
“믿은 내가 바보였지.”
집 안을 굴러다니는 무능한 마스
코트가 무슨 힘이 있다고. 그리 생
각하며 혀를 차려는 순간, 갑자기
운호가 시끄럽게 튀어 올랐다.
“거울. 거울!”
왜 갑자기 거울을 찾는 거야.
“외형이 바뀌었어요. 포요!”
뭐?
화장실로 달려가 문을 열었다.
검은 머리카락, 검은 눈, 프릴이
달린 검은 드레스와 얇은 장갑.
얼굴은 그대로지만, 평소와 전혀
다른 내 모습이 거울에 비쳤다.
“어?”
놀라 몸을 더듬어 보았지만, 아무
래도 환상이나 오감의 이상은 아닌
모양이다.
“설마 영원히 이렇게 바뀌나?”
아니면 이 빠루의 힘인가?
혹시나 하고 빠루를 손에서 놓자,
검은 머리는 천천히 다시 은색으로
돌아왔다.
검게 빛나는 드레스 또한 입자를
흩날리며 사라지고, 본래 입고 입던
후줄근한 옷으로 돌아왔다.
“새로운 변신 형태냐고….”
마법소녀 사이에서 가끔 있다는,
이야기 도중 새로운 힘을 받고 새로
운 옷을 입는 파워업 이벤트.
마법을 쓰지 못하는 나는 평생 겪
을 일이 없다고 생각했더니만 이런
방법으로 겪게 되다니.
혹시나 해서 망치를 소환하여 손
에 쥐어보니, 본래의 마법소녀 복장
으로 돌아왔다.
이건 또 뭔데?


           


Mr. Magical Girl

Mr. Magical Girl

마법소녀 아저씨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 Artist: , Released: 2019 Native Language: Korean
202X. In the back alleys of Seoul, South Korea… He looked down at the heroes under his feet—the heroes who adorned themselves in a variety of colorful clothes, as if they were K-pop idols on TV. Those heroes? They were crawling beneath him, their gaudy outfits smeared with dirt. That was the true nature of being a hero. He hoped the individuals before him learned that lesson well. It was time to ensure they never forgot it. As a magical girl, he swung his hammer down. This is a bright story. The story of a man reclaiming his l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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