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Chapter 07

07. 짐승들은 좀 맞아야 말을 들어.(1)
기다리던 시간이 되어, 텔레비전의
채널을 바꾸었다.
“앗. 보고 있었는데.”
“시끄러워.”
달라붙는 운호를 발로 밀어내고,
화면에 시선을 집중했다.
-최근 영웅을 노리는 새로운 범죄
가 나타났다고 들었습니다만.
-그렇습니다. 관리국이 공개한 정
보에 따르면, 윈드 매지션 그린그
린을 시작으로 많은 영웅들이 희생
되었다고 합니다.
녹색 마법소녀 별명이 그린그린이
었나. 촌스럽기는.
-그 행태만큼이나 수법 또한 매우
잔혹하다고 들었는데요?
-예. 지금까지 드러난 피해자는 총
네 명으로 모두 양팔과 다리 한쪽이
부러진 상태로 발견되었습니다. 흉기
는 둔기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둔기라고 하심은?
-공사장에서 흔히 보이는 쇠 지렛
대라고 합니다. 목격자의 증언에 따
르면 흉기를 팔다리가 부러질 때까
지 몇 번이나 휘둘렀다고 합니다.
“정말 그랬어요…?”
운호는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무
서운 사람을 바라보는 눈빛으로 날
바라보았다.
“설마. 한 번에 끝냈어. 안 부러지
면 두세 번 두드리긴 했지만.”
“최대한 후유증도 남지 않게 부러
트렸으니, 몇 주 정도만 지나면 쌩
쌩하게 나을걸.”
정급하면, 치료술의 힘을 가진
영웅의 힘도 빌릴 수도 있을 테고.
“그렇지만… 상처는 몸에만 남는
게 아닌걸요. 하람 님은 그걸 누구
보다 잘 아시잖아요.”
물론 알고 있다.
과거에는 세상의 참혹함을 견디지
못한 채, 이야기를 끝낸 후에도 공
포에 시달리며, 범죄에 빠지거나 자
살하는 이들도 있었으니까.
“죽진 않잖아? 옆에 있던 사람이
한순간에 피떡이 된 것도 아니고.”
지금도 떠오른다. 함께 나아가던
동료가 괴수의 짓밟는 공격 한 번으
로 핏자국으로 변한 기억.
“그 정도 고난이야. 팔다리가 부러
지고, 습격당하는 고난. 영웅을 칭하
려면 그 정도는 넘어서야지.”
때마침 텔레비전에서도 내 주장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럼 범인의 동기는 무엇인가요?
-화면을 보시죠.
화면에 내 메시지가 나타났다.
【고난을 겪지 못한 자는 영웅을
자처하지 말라. 영웅은 스스로의 정
의를 보여라.】
-저게 무슨 뜻입니까?
-지금의 영웅 사회에 불만이 있다
는 뜻이겠죠.
-과연 어떤 불만일까요?
-일반적인 해석이라면 영웅들의
태도에 불만이 있다는 뜻이 됩니다
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남성은 흥분한 듯 목소리를 높이
더니 말을 쏟아내었다.
-영웅이 하는 일을 생각해보길 바
랍니다. 그들은 항상 위험한 장소에
서 민간인들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합니다. 2년 3년, 어쩌면 10년을
넘게 말이죠.
그야 선택받았으니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인데 호들갑은.
-영웅은 그렇게 삶을 바쳐가며 인
류의 적과 목숨을 걸고 싸웁니다.
그런 이들이 영웅이라 불리는 것에
불만이 있다는 것은 일반적인 상식
으로는 이해할 수 없습니다.
-확실히 그렇군요. 저만해도 영웅
에게 구해진 적이 있으니 말입니다.
-관리국의 생각도 저와 비슷한 것
같습니다. 공식 발표를 보면, 관리국
은 이 사건을 사회에 불만이 많은
조직이나 정신이상자, 사회에 숨어
든 괴인의 소행으로 생각하고 사건
조사에 착수하고 있습….
삑.
채널을 돌렸다.
텔레비전 화면에서 뉴스가 사라지
고, 조금 전까지 운호가 보고 있던
방송이 다시 나타났다.
나는 리모컨을 두드리며, 머릿속에
방금의 말을 곱씹었다.
일반적인 이는 영웅에게 그리 생
각할 수 없다고?
정신이상자?
진정한 영웅들의 모습을 수없이
많이 보아온 나에게?
진정하자. 저 남자만의 의견일지도
모르잖아.
나는 핸드폰을 꺼내, 나처럼 생각
하는 이가 있기를 빌며, 포털사이트
의 뉴스란을 열었다.
상세한 사건 개요가 적힌 뉴스가
지나가고, 사람들이 의견을 표출하
는 댓글 칸이 나타났다.
-영웅에게 저게 무슨 짓이야. 우
리가 어떻게 살아 있는지 알고.
-분명 틀딱들 소행일걸? 동네 사
는 노인들이 옛날에는 영웅 같은 거
없어도 잘 살았다고 그러더라.
-영웅이 그런 약골 틀딱들한테 막
당할 것 같냐.
-혹시 아냐? 이계에 노출되어서
초능력이라도 얻었을지.
-그냥 돈 잘 버는 다른 영웅이 샘
나서 듣보잡 영웅이 설치는 거지.
-이거네.
-그린그린 귀엽던데, 미친놈한테
걸려서….
댓글 창을 빠르게 흩어보았지만,
공감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씨발!”
분노가 치밀어 핸드폰을 내던졌다.
힘을 제어하지 않고 내던진 핸드
폰은 벽에 부딪혔고, 약정이 1년이
나 남은 핸드폰은 그대로 산산조각
으로 흩어졌다.
“포욧!”
텔레비전에 정신이 팔려있던 운호
는 갑작스러운 소리에 비명을 지르
며 공중으로 튀어 올랐다.
무슨 소리인가 하고 주변을 살피
던 운호는 금세 상황을 파악하곤,
분노하는 나에게 달라붙었다.
“화 푸세요. 집 무너져요!”
“지금 내가 화를 풀게 생겼..”
“행복한 거, 행복한 거 생각하세
요.
왜 화났는지는 제가 들어드릴
테니까!”
행복한 일.
너무나 자연스럽게 옛 동료들이
떠올랐다.
모두가 생존한 걸 기뻐하며, 술을
들이켜던 시절. 아직 내가 마법소녀
의 모습으로 고정되지 않아, 술에
취할 수 있던 시절을.
그런 기억들을 떠올리자 조금씩
감정이 가라앉고, 몸에서 들끓던 힘
도 점차 사그라들었다.
손을 올려 운호의 흰 털을 쓰다듬
었다. 윤기가 흐르는 털의 부드러움
을 느끼며, 입을 열었다.
“모두 내가 잘못했다고 따지니 잠
깐 화가 났을 뿐이다.”
“그래요. 그럼 그만두시는 건…?”
운호는 아직도 내가 평범하게 돌
아가기를 바라는 모양이다.
“그럴 리 없다는 건 네가 알겠지.”
“그건 그렇죠. 뭐.”
내 몸을 휘감은 운호를 조심스럽
게 내려놓고, 현관으로 향했다.
“아마 관리국에서 올 것 같은데,
나 찾으면 없다고 전해줘.”
“적당히 변명해서 돌려보내면 되
는 거죠?”
“그래.”
아까 본 댓글 중에, 눈에 띈 댓글
이 있었다. 내 사진을 올려놓고, 영
상과 닮았다고 주장하던 글.
-이거 매지컬 크림슨이랑 닮지 않
았어요?
-비슷하긴 한데…. 맞나?
내가 찍힌 영상은 관리국이 모두
내렸을 텐데, 누군가가 캡처한 것이
남은 모양이다.
일반인 사이에서 나와 습격자가
동일 인물이라는 의견이 늘어나면,
공적 지정이 빨라지니 그쪽의 대처
를 우선할 필요가 있다.
관리국 쪽은 아직 신경 쓰지 않아
도 된다.
그 녀석들도 아마 나를 의심하고
있겠지만, 영웅들의 이미지메이킹에
신경 쓰고 있는 만큼 나를 구속할
순 없을 것이다.
관리국은 영웅들을 완전무결한 선
인이라 포장하니, 나 같은 예외가
크게 드러나면 그들의 이미지메이킹
에 타격이 갈 테니까.
기껏해야 감시가 붙거나, 누구도 모
르게 구속하여 사건을 묻으려 하겠지.
집 밖으로 나오자, 예상대로 누군
가의 시선이 느껴졌다. 관리국의 미
행일 게 분명했다. 이런 짓에는 쓸
데없이 행동이 빠르니.
그 시선을 느끼며, 다른 상상을
떠올렸다.
아니면………
암살이라도 하려나?
시선이 느껴지는 방향을 바라보고,
방긋 웃어주었다.
***
미행은 손쉽게 따돌릴 수 있었다.
빌딩 몇 개를 건너뛰자, 더는 따
라오지 못하겠는지 미행자는 옥상에
서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나를 미행하고 싶었다면, 신체 능
력이 뛰어난 이를 데려와야지.
은밀함과 탐지능력만을 기준으로
사람을 뽑으니 미행이 정상적으로
될 리가 있나.
관리국 녀석들도 내가 있던 시절
이랑 바뀐 게 없구만.
그렇게 생각하며, 빌딩 사이 어두
운 골목으로 뛰어내렸다.
찰팍.
하필, 착지 장소에 썩은 물웅덩이
가 있었다.
“이런 망할.”
부츠가 물로 더러워져서, 나도 모
르게 욕설이 튀어나왔다.
빛이 내리쬐지 않아 눅눅하고 습
한 공기로 가득한 장소다 보니, 얼
마 전에 내린 비가 아직 물웅덩이로
남은 모양이다.
짜증 난 마음을 가라앉히고자, 혼
잣말을 꺼내며 골목 사이로 발걸음
을 옮겼다.
“분명, 이 주변이었을 텐데.”
몇 년 만에 오다 보니, 정확히 어
디인지 잘 떠올릴 수 없었다.
골목 여기저기를 살펴보았지만, 내
가 찾는 것은 보이지 않았다.
“설마 그놈들이 거주지를 옮긴 건
아닐 테고.”
그러면 일이 곤란해진다. 그 녀석
들 기술만 믿고 예상보다 거하게 일
을 벌였건만.
짜증이나 발로 땅을 박차며 화풀
이를 하고 있자, 뒤에서 남성의 목
소리가 들려왔다.
“웬 꼬마가 여기 있어.”
고개를 돌리자, 제대로 옷을 갖춰
입지도 않은 한 남자가 보였다.
“여긴 어린아이가 올 만한 장소가
아닌데?”
척 봐도 껄렁거리는 불량배 같은
인상의 남자.
“길을 잃었으면 여기서 빨리 나가
든지 해라. 아니면 이 오빠한테 크
게 혼난다?”
그의 말을 무시하고, 그의 몸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옷 사이로 보이는 삐져나온 짐승
의 털, 역관절로 인해 약간 삐뚤어
진 걸음걸이, 입 사이로 보이는 뾰
족한 짐승 이빨.
찾았다.
“내 말 듣고 있냐? 어?”
애송아, 협박은 그런 게 아니란다.
“시끄럽고, 너희 보스한테 안내해.”
“이 꼬맹이가 미쳤나. 우리가 누군
지 알고.”
역시 이 새끼들은 말로 하면 안
듣는 모양이다. 방긋 웃어주며, 그대
로 눈앞의 정강이를 걷어찼다.
“아그갸으악!”
남자는 비명을 지르며 그대로 무
릎을 꿇고 쓰러졌다.
뭐라 해석할 수 없는 비명이 들렸
기에, 입을 막고자 얼굴에 주먹을
박아넣었다.
빠득.
뼈가 부러지는 느낌이 손을 타고
전해졌다. 힘 조절을 했는데 코라도
부러진 건가. 뭐, 시비를 건 녀석이
잘못이지.
바닥에서 바둥거리며 비명을 내지
르는 녀석의 머리끄덩이를 붙잡고,
머리통을 들어 올렸다.
“너희 지부장이 흰머리 여자애한
테는 시비 걸지 말라고 안 하던?”
강제로 시선을 맞춘 그의 얼굴이
공포로 물들었다. 이제 무슨 말을
하든 들어주겠지.
“그럼 정강이도 부러지기 전에, 너
희 조직으로 안내해.”
“네헤, 알게숩니다.”
…아무래도 부러진 게 코뼈만이
아니라 이빨도 있나 보다.
조금 양심에 찔렸다.
***
“그래서 조직원들 몇 명을 때려눕
히셨다고요?”
“알 게 뭐야. 조직관리 안 한 네가
잘못이지.”
푹신한 가죽 소파에 몸을 누이며,
눈앞의 남성에게 말을 건넸다.
“듣기로는 길 안내를 위해 나간
간부의 이빨도 같이 날려버렸다고
들었습니다만.”
“나보고 ‘꼬마 아가씨’라고 부르는
걸 참으라고?”
어떤 정신 나간 놈이 그딴 단어를
쓰는 거야.
“…저희 잘못이군요.”
남자는 얼굴에 달린 촉수를 휘두르
며, 쏟아지는 점액을 수건으로 훑었다.
“그보다 무슨 일로 오신 겁니까.
돈에도 관심 없다고 하신 분이.”
“돈은 관심 없는 게 아니고, 범죄
조직 돈을 받기 싫은 거다. 올바르
게 일해서 나한테 주던지.”
“저희가 그러기 힘들다는 건 아시
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대신 다른 거 받으러
“오는 거잖아.”
‘몇 년 동안 수거하러 오지도 않
으셨던 분이 인제 와서?’
여전히 구시렁거리면 내가 못 듣
는 줄 아나 보네.
“뭐라고?”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래. 주둥이 관리 잘해. 이빨 대
신 촉수를 뽑아버리기 전에.”
다시 소파에 몸을 뉘었다.
가죽으로 된 소파인데도, 부드럽게
몸을 감싸는 감촉이 나쁘지 않다.
우리 집에도 이런 거 하나 있으면
좋을 텐데.
“…그래서 무슨 일로 오신 겁니까.
혹시 그 소파라도 가져가시려고 오
신 겁니까?”
“그것도 나쁘지 않은 제안이지만,
지금 필요한 건 다른 거라서 말이지.”
나는 소파에서 몸을 일으키며 입
을 열었다.
“변신능력을 가진 괴인 하나. 자의
식이 있는 녀석이든 조종형이든 상
관없지만, 죽일 계획이니까 조종형
이면 좋겠네.”
“관리국에 들키지 않고 괴인 만들
려면 얼마나 힘든지 알긴 하시죠?”
“싫어? 싫다면 여기서 바로 이계
사출 당하든가.”
나는 곧바로 해머를 소환해, 공중
에서 붕붕 휘둘렀다.
“…최대한 빨리 준비하도록 하죠.”
그는 품속에서 핸드폰을 꺼내, 어
딘가로 연락을 넣었다.
잠시 이야기를 나누던 그는 연락
을 끊고 다시 나에게 말을 걸었다.
“완성 후에는 어떻게 연락 드리면
될까요?”
“그 핸드폰도 내놔.”
“핸드폰 말씀이십니까…?”
“관리국에 탐지 안 되도록 만든
핸드폰일 거 아냐. 마침 내 핸드폰
도 박살 났거든.”
그는 한숨을 내쉬더니 허공에서
핸드폰을 꺼내 나에게 던졌다.
한참 조준이 빗나간 그것을 해머
로 붙잡아 손 위에 떨어트렸다. 조
금 조작해보자, 문제없이 동작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거 통화료는 누가 내냐?”
“제가 낼 테니 마음껏 쓰시죠.”
할부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니. 앞
으로 종종 이용해야겠다. 구체적으
로는 신기종이 나올 때마다.
“흠. 나쁜 놈들 돈을 쓰는 건 마음
에 안 들지만 어쩔 수 없네.”
‘그 나쁜 놈들 뜯어먹는 게 누군
데 저런 말을.’
“무슨 말 했어?”
“아뇨. 아무것도.”
그래, 아무것도 아니겠지.
나는 소파에서 몸을 일으켜, 방을
떠날 준비를 했다.
“그럼 앞으로 연락할 일 많을 테
니, 잘 부탁한다.”
“그게 무슨 뜻입니까?”
“뉴스도 안 보냐?”
“매일 봅니다만. 이하람 님과 연관
된 내용은….”
나는 해머를 집어넣고 빠루를 꺼
내 들었다. 내 몸에 겹쳐진 모든 색
채가 순식간에 검게 물들었다.
조금씩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검
게 변하기 시작했다. 시야에서 빛이
사라짐과 동시에 방안에 어두운 입
자가 흩날리며 내 변신이 끝났다.
“이제 좀 알겠냐?”
“영웅 습격 사건….”
“정답.”
나는 고개를 끄덕인 후, 빙그르
몸을 돌려 문턱을 건넜다.
“저희를 위해 이 세계에서 살아갈
기반을 만들어주신 것은 정말 감사
드립니다.”
그의 목소리가 속삭이듯 들려왔다.
“하지만 저희도 목숨이 위험하다면,
이하람 님을 버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것만은 염두에 둬주시길 바랍니다.”
내 뒤로 천천히 문이 닫혔다. 나
는 조그만 틈만이 남은 문 너머로,
그에게 들리도록 입을 열었다.
“그걸로 충분해.”


           


Mr. Magical Girl

Mr. Magical Girl

마법소녀 아저씨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 Artist: , Released: 2019 Native Language: Korean
202X. In the back alleys of Seoul, South Korea… He looked down at the heroes under his feet—the heroes who adorned themselves in a variety of colorful clothes, as if they were K-pop idols on TV. Those heroes? They were crawling beneath him, their gaudy outfits smeared with dirt. That was the true nature of being a hero. He hoped the individuals before him learned that lesson well. It was time to ensure they never forgot it. As a magical girl, he swung his hammer down. This is a bright story. The story of a man reclaiming his light.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