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너희 스승이 그렇게 가르치시든?(1)
입에서 거품을 내뿜으며 기절한
한아빈을 구석으로 옮긴 후, 아까부
터 바닥에 몸을 붙이고 눈을 감고
있는 백시현을 바라보았다.
뭔가 특별한 정신집중법인가 싶어
잠시 바라보았지만, 그런 낌새는 보
이지 않고 그녀는 계속해서 괴상하
게 허리를 뒤틀 뿐이었다.
“넌 뭐하냐.”
“마법 지팡이 찾고 있어요.”
그게 찾는다고 바로 찾아지는 물
건이면 내가 그런 짓은 안 했겠지.
“찾을 거면 힘 더 빼고. 마력을 바
닥까지 뽑아내던가, 마력이 생성되
는 위치를 역추적하면 될 거다.”
2주일 정도 걸리려나.
기본적으로 마법 지팡이를 무기로
쓰는 마법소녀가 많지만, 우리 셋처
럼 몸속에 가지고 있는 경우도 숫자
가 적지는 않은 편이다. 비율로 따
지자면 대략 6대 4 정도.
그런 이들은 마법 지팡이가 자신
의 몸에 존재한다는 것을 인지할 수
있다면 전략의 폭이 확 넓어진다.
마법 지팡이에 걸린 리미터를 해
제하거나, 사용할 수 없는 마법을
강제 이식하거나, 마법 지팡이 그
자체를 구현하여 무기로 사용하는
방법도 있다.
그러니 지팡이를 찾는 행위 자체
는 앞으로의 훈련에서 필요한 행위
였지만, 지금 할 필요는 없다.
뭐 본인이 찾고 싶다는데, 조언은
해줘야지. 적어도 2주간은 쟤한테
뭘 안 가르쳐도 되겠네.
“마력의 근원, 허리, 힘을 뺀다….”
내 조언을 중얼거리는 백시현의
목소리는 서서히 차분하게 가라앉기
시작했다.
기본적인 재능도 있고, 전투방식도
나쁘지 않으니 이런 식으로 자잘한
테크닉부터 시작해서….
“찾았어요. 스승님!”
이게 무슨 소리야. 조언해준 지 5
분도 안 지났는데 찾았다고?
“찾았다고?”
“예!”
놀란 나는 곧바로 백시현의 허리
에 손을 올렸다.
“지팡이에 마력 불어넣어 봐라.”
“하는 법을 몰라요!”
“무기를 구현할 때처럼, 마법 지팡
이가 외부에 있다고 생각하고 거기
에 마력을….”
뽕. 툭.
귀여운 소리와 함께, 허공에서 은
빛봉이 나타나 지상으로 떨어졌다.
아무런 장식도 없는 둥그런 은색 막
대기는 훈련실의 매트 위를 구르며
우리에게서 멀어졌다.
“저거 설마 마법 지팡이냐.”
“그럴걸요? 몸속에서 느껴지던 마
력원이 사라졌어요.”
10분?
인지, 마력 부여, 증폭, 구현까지
10분?
몇 번을 말해줘도 은퇴할 때까지
마법 지팡이를 못 찾던 마법소녀가
태반인데 고작 10분?
모든 마법소녀가 이 정도라면 관
리국의 기본 커리큘럼을 다시 써야
할 것이다.
내 주장처럼 모든 마법소녀가 마
법 지팡이를 인식할 수 있도록 해야
만 한다.
이쯤 되면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
르겠다. 천재도 이 정도는 아니지
않을까. 난 이 녀석에게 뭘 가르쳐
야 하지?
“스승님 이거 보세요. 제 생각에
따라서 막 변해요!”
마법 지팡이를 손에 쥐고 아무렇
게나 변형시키는 백시현의 모습은
즐거워 보였지만, 그걸 보는 나는
더더욱 깊은 고민에 빠지게 되었다.
정말로 뭘 가르치지.
***
“뇌는 평소에 마력으로 보호되고
있다. 이계의 힘에 침식되면 미쳐버
리기 때문인데.”
“예!”
“보호를 포기하고, 대신 마력으로
뇌의 연산 속도를 강화할 수 있다.
이계의 힘에 버틸 만큼 의지력이 강
인하거나, 이계의 힘이 없을 때….”
“말&#!이안 #멈$*$% 요!”
백시현은 엄청난 속도로 말하며,
사방팔방으로 날뛰기 시작했다.
“뭐!^& 야 $$ 아^* 아.”
연산 속도의 급가속으로 인한 제
어 불능. 익숙해지면 해결될 문제이
긴 하지만…….
나는 뛰어올라 백시현의 몸을 붙
잡은 후, 백시현의 귓가에 속삭였다.
“마력이 뇌의 표면을 감싸는 걸
상상해라. 두개골이 마력으로 이루
어져 있고, 그 두개골은 매우 단단
해 모든 것을 튕겨낸다고.”
“하 ^%흐%음… 멈췄어요!”
정말 말도 안 되는 학습능력이다.
뇌의 안전을 포기하는 것은 본능
적으로 힘든 행위인데도, 그것을 순
식간에 해내다니.
이것 말고도 자잘한 기술을 더 보
여주자, 그녀는 순식간에 기술을 학
습해 자신 나름대로 구현했다.
마치 처음부터 자신이 가진 기술
인 것처럼 능숙한 움직임이었다. 다
만, 약간의 문제가 있다면.
“그래서 어떻게 했다고?”
“그냥요.”
“그냥이라는 게 말이 되냐. 왜 조
절을 못 하는 건데.”
너무 빨리 배운 탓일까. 중요한
부분이 죄다 생략되었다.
“안 되는 건 안 되는 게 아닐까요?
그보다 다른 것도 가르쳐주세요!”
“이것부터 하고.”
마법 지팡이를 휘두르며 불만을
표하는 백시현이었으나, 내가 쏘아
보자 순순히 마법 지팡이를 몸 안쪽
으로 돌려보냈다.
“다시 해보자. 몸속에 있는 마법
지팡이에 조금씩 마력을 흘려 넣으
면서 해당 마력이 증폭되도록.”
“으이이이익.”
괴상한 소리를 내뱉는 백시현의
등에 손을 올렸다. 한 번 구현에 성
공한 탓일까. 별다른 집중 없이도
그녀의 마법 지팡이의 위치를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약한 마력이 마법 지팡이로 흘러
들어가고, 마법 지팡이가 해당 마력
을 증폭시키려는 찰나.
뽕.
귀여운 소리와 함께, 또다시 허공
에 마법 지팡이가 구현되었다.
탁. 떼구르르르.
조용한 훈련장에 은빛 봉이 땅을
구르는 소리만이 울려 퍼졌다.
돌겠구만.
“왜 구현은 되는데 그 전 단계인
증폭에 실패하는 거지.”
“저도 잘….”
멋쩍은 듯 머리를 긁으며 지팡이
를 주워드는 백시현.
“증폭은 배워두면 충분히 쓸만한
기술이다. 약한 마력도 크게 증폭시
킬 수 있고, 급박한 상황에서도 최
후의 마력을 짜낼 수 있으니까.”
정말 죽기 직전, 바닥에 남은 마
력 한 줌을 증폭시킬 수 있다면 전
세를 뒤집기 충분하니까.
“그렇게 좋은 기술인데, 왜 관리국
에서는 가르쳐주지 않을까요?”
그러고 보니 저 녀석 첫날부터 염
동력이랑 잘 다뤘지. 그래서 기본교
육도 안 받은 줄 알았던 건데, 일주
일간 기본교육을 받긴 한 모양이다.
“일단 배우기 힘든 게 첫 번째고.”
나는 그녀의 손에서 마법 지팡이
를 뺏어 들었다.
“위험한 게 두 번째다.”
쓸어올리는 손을 따라 느껴지는
마법 지팡이의 구성.
내 망치와 비교하면 허술하긴 해
도, 한 번 정도는 내 마력을 버틸
만큼 견고하게 단련되어 있었다.
“잘 봐둬라.”
“예!”
그녀는 마법 지팡이를 빼앗겼음에
도 그저 즐거운 듯 싱글벙글 웃기만
했다. 어째서인진 모르겠지만 나에
대한 신뢰감이 엄청난 모양이다.
팬이라고 해도 한도가 있지 않나?
“흡.”
기합 소리를 내뱉으며 마력을 끌
어올렸다. 막대한 마력이 몸을 순환
하여 손바닥으로 모여, 쥐어짜이고
뒤틀리며 몸 밖으로 삐져나왔다.
정말 티끌만큼의 마력이 손바닥에
서 흘러나오고, 은빛 봉에 내 마력
이 맞닿았다.
500이라는 마력을 쏘아 보냈지만,
나오는 것은 1뿐. 여전히 전환율이
1%도 안되는구만.
쿵.
증폭된 마력이 제어에서 벗어났다.
훈련장이 흔들리고, 바닥에 깔린 매
트가 용솟음쳤다.
“뭐야? 뭐죠?”
그 소란에 한아빈이 눈을 뜨고,
백시현은 대단한 것을 보는 듯, 반
짝이는 눈으로 날 바라보았다.
“이게 증폭이 위험한 이유지.”
“대단한 거 아닌가요? 저 정도 마
력으로 이런 전환 효율이면….”
모든 힘에는 대가가 있는 법. 증
폭 또한 마찬가지다.
“마법 지팡이는 어디에 있지?”
“제 몸속에요.”
“그럼 이 마력이 네 몸속에서 터
지면 어떻게 될까?”
“당연히 죽죠?.. 아!”
“그런 거다. 잘못 쓰면 죽어버리
지. 설령 죽지 않는다고 해도 몸에
걸리는 부담은 막대하고.”
설령 전투에서는 이겨도,영구히
장애가 남을지도 모르는 양날의 검.
“요즘 시대에 이런 기술을 배우느
니, 그냥 가지고 있는 마력을 잘 쓰
는 편이 좋지. 그런 이유다.”
애초에 목숨을 걸 힘을 자주 사용
할 일이 있을 리 없다. 이야기의 끝
에 도달해도, 보통은 자신이 보유한
힘으로 충분하니까.
목숨을 걸 일이 없는 요즘은 가르
칠 필요가 없는 기술인 셈이다.
“그래도 너는 배워야지. ㅇ급이랑
싸우는데.”
휙.
백시현을 향해 그녀의 마법 지팡
이를 던졌다. 그녀는 그것을 받아들
고, 또다시 이상한 기합 소리를 내
며 정신을 집중했다.
“무슨 이야기들 하고 계세요?”
“한아빈 너는 아직 배울 필요 없
는 고급 테크닉.”
마법 지팡이에 관련된 기술이니,
지금의 한아빈에게는 가르쳐줘봐야
연습도 못 하고.
그보다 그녀에게 남아있는 마지막
기억은 허리가 부러질 기억일 텐데,
아무런 적대감 없이 나에게 다가와
서 말을 걸었다.
의외로 싹싹한 타입인가 보군.
“그럼 전 뭘 하면 될까요?”
아직 마법 지팡이를 복구할 준비
도, 이식할 마법 지팡이도 없으니
그녀가 할만한 건..
“가서 뛰고 와라. 도시 한 바퀴.”
“네?”
“대충 150km니까. 7시간 뛰면 되
겠지. 다녀와라.”
“네?”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그녀는 눈
을 동그랗게 떴다. 이해할 수 없는
지, 버벅거리며 굳어버린 그녀를 위
해 추가로 설명을 이어나갔다.
“마법소녀는 변신하면 육체가 고
정되니까 단련의 의미가 없다고 하
지만, 그건 육체 계열이 아닐 때의
이야기고. 육체 계열은 느리지만 도
움이 되니까. 다녀와라.”
정확히는 마력의 흐름 같은 게 단
련된다. 좀 더 빠르고 적절한 위치로,
움직임에 맞는 근육이 강화되도록.
“그냥 여기서 기술 연습이라도 하
면 안 될까요?”
“지금 넌 마력도 안 나와서 연습
도 안 돼. 뛰고 와라.
“그럴 리가요. 아무리 그래도 마력
정도는 어라?”
나올 리가 없지.
“지금 마력이 안 나오는 건 당연
한 거니까. 뛰고 와라.”
“알겠습니다….”
의외로 한아빈은 대꾸하지 않고
순순히 훈련장을 나섰다.
적어도 반항을 한다던가, 불만을
내뱉을 거라 예상했건만, 의외로군.
어깨를 축 늘어트리고 걸어가는
모습을 보니, 허탈해하긴 하지만 내
말에 불만은 없어 보였다.
“마력 떨어지면 택시 타고 돌아와
도 되니까. 달리다 와라.”
답변이 돌아오진 않았지만, 목소리
는 닿았을 터.
“으그그그각”
다시 조용해진 훈련장에는, 백시현
의 이상한 기합 소리만이 가득했다.
뿅. 뿅.
마법 지팡이가 사라지고, 다시 손
아귀에 나타나길 계속 반복한다.
괴상한 기합 소리를 내뱉는 제자
와 허탈해하며 뛰러 나간 제자. 둘
다 의외로 꾀를 부리지 않고 내 말
에 따라주고 있다.
첫날이라 그럴지도 모르지만 나와
기술을 교류한 이들을 생각하면 특
수한 경우.
옛 동료 놈들은 다들 각자의 기술
에 자부심이 있어서 그런지. 내 말
은 죽어도 안 들었지.
특히 뇌신은 뭘 가르쳐주려 하면,
필요 없다며 도망치기 일쑤였고.
뇌신이라고 하니, 갑자기 떠오른
생각이 있었다.
“시현아. 너 전기마법도 있었지?”
“예! 으가가가각. 이거 어떻게 하
는 거예요?”
“그냥 마력만 밀어 넣고 증폭시키
면 되는데, 왜 그걸 못하는지 이해
가 안 간다.”
구현이 가능한데 왜 증폭이 불가
능한 걸까.
뿅. 뿅.
“오늘 안으로 해볼게요!”
“그래 힘내라.”
저 상황을 봐서는 저게 더 오래
걸리겠네. 이론이 아니라 감각이나
본능으로 접근하는 타입인가.
전기마법이라.
마법 쪽은 내가 어떻게 할 수 있
는 분야가 아니니, 뇌신을 소개해주
는 편이 좋을 것 같다.
뭐하고 지내려나.
은퇴했다는 소식이 마지막이었지.
그 이후로는 소식이 끊겨서 뭘 하고
사는지 모르겠다.
그럼 관리국에 가서 뇌신의 거주
지도 확인해봐야겠고.
할 일이 늘었네.
몇 주 전만 해도 아무런 생각 없
이 집에서 뒹굴다 사냥 임무나 나서
는 삶을 살았었는데, 그때에 비하면
꽤 충실한 인생이 되었다.
이야기의 끝을 기다리며 하루하루
핸드폰을 두드리던 삶과 달리, 계속
사건이 일어나는 나날.
나쁘지 않은 삶이다.
‘그래서, 네 대적자를 더 강하게
해서 어쩌려고? 그냥 대충 가르쳐,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을 거야.’
어디선가 들려오는 마음속의 소리.
나도 알고 있다. 언젠간 이런 삶
에도 끝이 찾아올 것을.
내가 제자를 쓰러트리건, 내가 제
자에게 쓰러지건. 어떤 식으로든 이
야기는 끝날 것이며, 이 나날은 언
젠간 끝날 거라고.
“그래도 후회하고 싶진 않으니까.”
“뭐라고 하신 거예요 스승님?”
“아무것도 아니다.”
혹시 모른다.
우리 둘은 영원히 대립하다가 영
원히 은퇴하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내 이야기가 진전되지 않을 경우
의 이야기겠지만, 그 또한 고민해봐
야 할 문제일 것이다.
내가 은퇴하면 백시현은 어떻게
이야기를 끝낼까.
나처럼 영원히 은퇴하지 못하는
삶을 살게 될까.
아니면 힘을 잃어버린 나를 퇴치
하여 이야기를 완수할까.
수많은 미래가 떠오르고 가라앉았
지만, 나는 그것을 모두 흘려보냈다.
부질없다.
우리가 언제부터 미래를 바라보는
영웅으로 살았는가.
현재에 집중하자.
나는 그들의 스승으로서 제자들을
강하게 기를 것이며, 블랙 머라우더
로서 정의를 바로 세우리라. 그것이
어떤 미래를 가져올지는 지금은 생
각할 필요가 없었다.
“스승님! 성공했어요!”
“증폭이 아니라 네 마력을 집중시
킨 거잖아. 다시 해.”
저건 저것대로 굉장하긴 하다만.
Chapter 17
Posted by ? Views, Released on January 2, 2024
, Mr. Magical Girl
마법소녀 아저씨
Status: Ongoing Type: Web Novel Author: Cat Swipe, 냥둘러치기 Artist: Hi, VIKPIE Released: 2019 Native Language: Korean
202X.
In the back alleys of Seoul, South Korea…
He looked down at the heroes under his feet—the heroes who adorned themselves in a variety of colorful clothes, as if they were K-pop idols on TV.
Those heroes? They were crawling beneath him, their gaudy outfits smeared with dirt.
That was the true nature of being a hero. He hoped the individuals before him learned that lesson well.
It was time to ensure they never forgot it.
As a magical girl, he swung his hammer down.
This is a bright story. The story of a man reclaiming his l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