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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3

23. 위험도 최고 B 예상. 해당 위치
에 승강기 다수. 10시간 이내 제압
완료 예정.”
“…괴수의 씨앗은?”
“확인 후 폐기처분 예정. 내가 직
접 처리할 생각이다.”
“알겠다. 방심하지 말도록.”
“누구한테 하는 이야기냐.”
전화를 끊으려는 찰나, 핸드폰에서
현석이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다음부터는 힘을 쓸 때 미리 연
락해라. 관리국 관측팀에서 난리가
났다. 미확인 영웅이나 새로운 ㅇ급
이 대장벽에서 넘어왔냐며.”
“망치질 한방에 무슨 소란이야. 어
차피 과거 사례 분석해보면 대충 나
“오지 않냐?”
아니면 너무 과거 데이터라 아직
못 찾았나?
“지금은 평화의 시대다. 그런 사례
도 과거 일이란 걸 잊지 말도록.”
“알았다. 알았어. 주의하지.”
어디 도시 하나 붕괴한 것도 아닌
데, 이런 타박을 들을 줄 몰랐다.
“이런 너저분한 이야기는 이걸로
끝내고, 다행이군. 이하람.”
왠지 모르게 조금 부드러운 목소
리가 전화에서 흘러나왔다.
“뭐가.”
“난 네가 그대로 썩어버릴 줄 알
았다. 주변에 아무런 관심을 가지
않은 채, 죽을 때까지 멈춰서서.”
모든 것에 관심을 놓아버리고, 영
웅으로서 활동도 하지 않았던 시절.
그때도 현석이는 아무 말 하지 않
고 나에게 돈을 내어줬을 뿐이지만.
그도 나를 걱정하고 있었음을 이제
야 알았다.
아니, 아마 그 시절에도 조금만
신경을 썼다면 그것이 나에 대한 걱
정임을 알 수 있었으리라.
내가 아무런 관심이 없었기에 무
시했을 뿐.
“해야 할 일을 찾았으니까.”
“좋은 방향이다. 이하람. 제압팀은
12시간 후 도착 예정이다. 그때까지
모두 처리하도록.”
“확인.”
뚝.
확인이라니.
얼마 만에 쓰는 단어인가.
현석이랑 이야기하다 보니, 옛날로
돌아간 기분이라도 들었나 보다.
그럼 가 볼까.
도망간 과학자들을 잡으러.
***
“씨발 이거 풀면 우리도 다 죽는
다고요. 학장님!”
“풀어! 그냥 풀라고! 어차피 이대
로면 우리 다 죽어!”
뭐가 이리 시끄러워.
문 닫을 시간도 없었는지 열린 문
을 걷어차며 방 안으로 들어갔다.
수없이 많은 거대한 유리 실린더.
녹색 액체로 가득한 실린더에는
수많은 생명체가 떠다니고 있었다.
배양에 실패한 고깃덩이.
잘 자라기는 했지만, 팔다리가 모
자라 보이는 생물.
완성 직전으로 보이는 거대 괴수.
실린더 안의 모든 것이 인간의 손
으로 만들어낸 괴수들.
주기적으로 실린더 아랫부분이 열
리며, 실패한 고깃덩어리가 배양실
아래 구멍으로 사라졌다.
정말 인체실험은 안 했나 보네.
인간의 살점은 보이지 않고, 실패
작중에서도 인간을 닮은 녀석들은
보이지 않았다.
뭐, 살짝 흩어봤을 뿐이라 아직
모르지만.
대충 주변 상황을 확인한 후, 중
앙에 놓인 실린더에 시선을 옮겼다.
보라색 액체에 담긴 거대한 표범.
몸 자체는 표범이라는 원형을 유
지하고 있지만, 몸에 달린 얼룩 하
나하나에 검은 털 대신 눈이 잔뜩
돋아나 있었다.
단순한 장식은 아닌지, 지금도 천
천히 끔뻑거리며 눈을 감는 눈꺼풀,
여기저기 시선을 맞추는 눈알들.
저 녀석이 이 연구실에서 태어난
모든 괴수의 씨앗인가.
느껴지는 힘으로 추정해보면, 등급
은 B 상위권에서 A 중위권.
잘도 포획했군.
“아직 완전히 제어할 수 없습니다.
하다못해 30분이라도 더….”
“지금 영웅이 쳐들어왔단 말이다!
당장 풀어버리지 않으면….”
내가 온 것을 눈치채지 못했는지,
그들은 내 쪽으로 고개도 돌리지 않
고 키보드를 두드렸고, 그들을 향해
시끄럽게 울부짖는 과학자가 한 명.
저 녀석이 이 학회의 수장인가.
“자. 주목.”
그들의 시선이 모였다.
그럼 이야기를 계속하자.
“키보드에서 손 떼시고, 일단 영웅
규칙이니 이야기해주마. 순순히 투
항한다면 징역형으로 끝날 거다. 민
간에 끼친 피해도 없고, 기껏해야
괴수 관리법 위반이니.”
이 괴수들로 뭘 하려 했을지는 모
르겠지만, 과학자들은 내가 쳐들어
온 걸 다행으로 생각해야 한다.
괴수들을 풀었으면 빼도 박도 못
하고 사형 판결이었을 테니까.
그런 내 말이 영향을 끼친 것일
까. 과학자들 사이에 동요가 퍼졌다.
“지금이라면 가벼운 처벌로 끝나?”
“저놈 이하람이잖아. 어차피 망한
거 관리국에 기술이라도 넘기고 목
숨이라도 부지해야….”
“잘하면 관리국 연구직으로….”
이놈들 대체 얼마나 오래 썩은 거
지? 날 아는 놈이 또 있네. 그건 넘
기고… 마지막 녀석이 정답이네.
따로 죄목이 없고 인체실험, 실체
탐구, 힘 주입 등 관리국이 금지한
실험을 하지 않았다면, 관리국 연구
직으로 징역을 대신할 수도 있으니.
그런 동요가 퍼져나갈수록, 수장의
얼굴이 점차 붉게 변했다.
이런 치욕을 견딜 수 없다는 듯
크게 화난 표정.
..
“웃기지 마라!”
“안됩니다!”
키보드를 향해 달려든 학회의 수장.
굳이 막고자 하면 막을 수 있지
만, 그러면 씨앗을 얻기 힘들어 그
냥 내버려 두었다.
다른 과학자들이 달려들어 수장을
막으려 했지만, 수장이 키보드를 두
드리는 속도가 더 빨랐다.
과학자들이 수장의 손을 붙잡았지
만, 수장의 새끼손가락이 엔터키를
두드렸고.
-강제개방 명령 승인. 주변에 계
신 분들은 대피 바랍니다. 실험체
2-001 해방 프로세스 진행.
“이제 끝이야!”
“아아아악!”
비명을 내지르며 나를 지나쳐 도
망가는 과학자들.
틱. 틱.
손가락을 두 번 튕겨, 도망치는 놈
들의 다리에 쇠구슬을 박아넣었다.
도망치는 건 안 되지. 거기 쓰러
져서 너희 학회의 최후나 구경해라.
악의 결사라는 놈들은 어떻게 이
렇게 하나같이 행동이 똑같을까.
곧 무너질 집단. 최후의 수단.
마지막 합의마저 실패하고, 불안정
한 실험체가 풀려난다.
악당들 전용 대본이라도 있나.
퉁. 퉁.
괴수의 몸에 박혀있던 굵은 호스
들이 몸에서 빠져나왔다.
철컹. 철컹.
괴수의 손발을 붙잡았던 고정장치
가 풀려나고, 괴수의 손발이 움직이
기 시작했다.
부글. 부그르르륵.
실린더 안에 차 있던 보랏빛 액체
가 거품과 함께 아래로 빠져나가고,
표범의 머리 위에 달린, 평범한 두
개의 눈을 떴다.
“하하하! 저 녀석을 처리해라 파
투스 아이즈!”
괴수 이름도 개판이구만. 파 뭐?
쨍그랑. 콰직.
유리가 깨짐과 동시에, 자신만만하
게 헛소리를 하던 학회의 수장이 표
범에게 잡아먹혔다.
수장은 유언도 없이 단순한 고기로
변해 괴수의 목 안으로 삼켜졌다.
폭주하는 최종병기에 죽은 악당이
라. 이것도 똑같구만.
저 꼴을 보면, 사람은 굽힐 때도
알아야 해. 빨리 굽힌 과학자들은
다 목숨은 부지할 거 아냐.
“그르르르.”
살기를 동반한 표범의 울음소리가
주변에 퍼졌고.
“으그륵….”
과학자들이 거품을 물고 기절했다.
무기를 든 나를 노리고 쏘아낸 살
기였지만, 그 여파만으로도 그들이
기절하기엔 충분했다.
A급 괴수란. 그런 괴물이니까.
“뭐 이놈아. 시꺼.”
나한테는 괴물이 아니지만.
살기에 대한 보답으로 나 또한 표
범에게 살기를 발산했다.
얌전히 있으면 한순간에 죽여주마,
가만히 있어라.
“갸륵?!”
살기를 느낀 표범이 한 발자국 뒤
로 물러났다.
어디서 잡혀 왔는진 모르겠지만,
아마 네 주변에는 너보다 강한 짐승
이 없었겠지.
이런 강대한 살기를 받아본 적도
없을 것이고.
처음부터 괴수로 태어났다면 모를
까, 씨앗을 통해 괴수로 변한 야생
동물이라면 저러는 것이 당연할 터.
저벅.
내가 한 발자국 다가가자 표범이
한 발짝 뒤로 물러났다.
저벅.
또다시. 한 발자국.
그런 행동이 반복되자, 표범의 다
리가 난간에 걸쳐졌다.
더는 뒤로 도망갈 수 없는 위치.
“갸아아아아악!”
마지막 자존심이라도 지키려는 듯,
입을 벌리고 날카로운 소리를 높이
는 괴수였지만.
내가 아무런 반응 없이 걸음을 옮
기자 겁먹은 듯 몸을 움츠렸다.
저벅. 탕.
겹치는 두 발소리.
내가 발자국을 옮김과 동시에 표
범이 천장으로 솟구쳤다.
쨍그랑.
표범이 도약한 위치에 있던 실린
더가 깨져나갔다.
실린더 안의 녹색 액체와 고깃덩
어리들이 허공을 날았고.
탕. 쨍그랑.
한순간에 가속한 표범은 배양실
여기저기로 몸을 옮겼다.
과학자들이 쌓아 올린 괴수들이
고기 쓰레기로 변해간다.
탕.
또다시 귓가에 들리는 도약음.
충분히 가속했다고 생각했는지 표
범이 나를 향해 날아들었다.
그래, 결국 괴수로 죽겠다는 거냐.
아까부터 땅에 끌고 다니던 망치
를 짧게 휘둘렀다.
표범의 머리에 해머가 닿도록.
팡.
표범의 머리가 터지는 소리, 눈앞
에 벌어지는 핏빛 광경.
하지만, 손에 닿는 감촉은 그것이
실존하지 않음을 알렸다.
묘하게 위화감이 드는 충격.
최면술인가. 아니면 환상?
수많은 눈은 아마 그것을 위한 기
관이리라.
환상이건 최면이건 뭐건 표범은
아직 죽지 않았다.
노리는 게 내가 아니라면 과연 뭘
할까. 도망치는 것을 우선시할까, 아
니면 내 뒤에 있는 과학자들일까.
뻔하지 않은가.
수없이 많은 실험에 고통받은 야
생동물이 어떤 선택을 할지는.
쓰러진 과학자들이 있는 장소에
망치를 휘둘렀다.
묘한 위화감이 느껴지는 위치.
공기의 흐름이 멈추고, 미약한 생
체적 활동이 느껴지는 장소.
퍼걱.
들릴 리 없는 소리가 들렸다.
묵직하게 휘두른 망치를 통해 살
점이 파괴되는 손맛이 흘러들어오
고, 휘두른 망치는 허공에 멈췄다.
한 번의 망치질.
괴수는 최후를 맞이했다.
괴수가 쓰러짐과 동시에 최면이
풀린 듯, 허공에서 거대한 표범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배에 커다란 구멍이 뚫리고, 사방
에 살점이 흩뿌려진 채 죽은 표범.
마지막 공격에 놀란 듯, 몸에 난
모든 눈이 떠진 채 경련하고 있지
만, 생체활동은 느껴지지 않았다.
최종병기인 괴수는 죽었고 학회의
실험은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그럼, 씨앗이 어디 있을까.”
철컹.
내 의지에 따라 오른손에 은빛 건
틀렛이 생겨났다.
괴수의 배에 뚫린 구멍 사이로 건
틀렛을 집어넣어 내장을 헤집자, 역
겨운 감촉이 전해져왔다.
사체의 감촉은 항상 역겹단 말이지.
단단한 건틀렛 너머로도 느껴지는
피와 살점의 끈적임, 갓 죽은 괴수
의 미묘한 온기.
질퍽 질퍽.
구멍에서 흘러나온 내장이 기절한
과학자들 머리 위에 떨어지길 몇 번.
“찾았다.”
단단한 물질이 건틀렛에 잡혔고,
그것을 붙잡아 끌어당겼다.
뚜득. 뚜두둑.
괴수 안쪽에 자리한 이물질에 연
결된 수많은 혈관과 신경들이 뜯겨
나가고, 빠져나온 건틀렛 위에서 울
퉁불퉁한 검은 돌이 반짝였다.
이계의 힘이 뭉친 덩어리.
변이 괴수나 타락 영웅의 몸속에
서 발견되는 검은 씨앗. 몇 번이고
괴수의 몸을 잘라내서 추출한 듯,
인공적인 절단면이 보이긴 했지만,
아직 사용할 수 있을법한 크기였다.
“봉인.”
철컹. 철컹.
해머의 윗부분이 열리며 작은 공
간을 드러내자, 나는 그 공간에 씨
앗을 집어넣고 해머를 닫았다.
관리국엔 씨앗을 파괴한다고 말했
지만, 애당초 내 목적은 이것이었다.
검은 씨앗. 이계의 힘 덩어리.
그럼 제자들이나 보러 가 볼까.
바닥에 쓰러져 움찔거리는 과학자
들의 관절을 친절히 꺾어놓은 후,
배양실을 떠났다.


           


Mr. Magical Girl

Mr. Magical Girl

마법소녀 아저씨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 Artist: , Released: 2019 Native Language: Korean
202X. In the back alleys of Seoul, South Korea… He looked down at the heroes under his feet—the heroes who adorned themselves in a variety of colorful clothes, as if they were K-pop idols on TV. Those heroes? They were crawling beneath him, their gaudy outfits smeared with dirt. That was the true nature of being a hero. He hoped the individuals before him learned that lesson well. It was time to ensure they never forgot it. As a magical girl, he swung his hammer down. This is a bright story. The story of a man reclaiming his l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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