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저에게 시간과 예산이 조금만
더 있었더라면..(2)
“여긴가.”
핸드폰 화면에서 반짝이는 지도
앱은 현재 위치에 미래과학 생명제
조학회가 있다고 알려왔다.
“아무것도 없는데요.”
아무것도 없긴 하지.
백시현의 말을 듣고 주변을 둘러
보자, 황량한 북한 벌판이 시야에
들어올 뿐이었다.
반대로 말하면, 아무것도 없으니까
이런 이상한 놈들이 자리 잡기 좋다
는 뜻이지만.
“GPS 왜곡이 일어난 게 아니면,
여기가 맞을 거다.”
자동차보다 빠른 발로 열심히 뛴
덕분에, 처음 예상보다 몇 시간 일
찍 도착할 수 있었다.
아빈이가 탈진하는 문제가 있었지만,
그것도 어떤 만남으로 해결되었고.
“선배니임, 시현아아 기다려어.”
도플러 효과로 괴상하게 들리는
목소리가 가까워졌다. 멧돼지 등 뒤
에 올라탄 아빈이가 목청껏 내지르
는 목소리.
그러나 그 목소리는 가까워지기
무섭게 다시 멀리 떠나가 버렸다.
멧돼지라 그런가, 아마 급정지가
힘든 모양이다. 놔두면 돌아오겠지.
“스승님. 저거 멧돼지 아니죠?”
하긴, 자동차보다 덩치가 크고, 등
위쪽까지 뿔이 솟아오른 괴생명체를
멧돼지라 하긴 좀 힘들겠지.
근데 어쩌겠냐. 멧돼지가 맞는데.
저 종이라면 먹어봐서 안다.
“멧돼지 맞아. 이계의 힘에 오염돼
서 약간 괴수화 되었을 뿐이지.”
본질은 동물에 가까우니까 지금처
럼 두들겨 패면 말을 듣는단 소리.
내가 생각해도 저기에 한아빈을
태운 것은 잘한 행동인 것 같다.
“그러면, 괴수가 사람 말을 듣는단
소리네요. 신기하다.”
“괴수 말고도 괴인이나 괴물도 사
람 말 들어. 다만, 인격과 지능이
있는 만큼 천차만별이지.”
자신의 대적자와 아이를 낳은 괴
인도 있고, 자신의 주인인 여자아이
를 지키겠다며 이계의 군세를 가로
막은 괴수도 있었고.
“얼마 전에 말했잖냐. 사회에 적응
해서 살아가는 괴인도 있다고. 관리
국에도 몇몇 있는데.”
그 폭력성을 억누르는 게 힘들긴
하지만, 적응하면 별 차이 없드라.
“관리국에서 일하는 괴인이 있다
는 말은 처음 들어요!”
“무슨 소리냐. 아마 너 기초교육
가르쳤던 애들도 괴인..”
잠깐, 설마 이거 기밀정보인가?
워낙 당연히 교류하다 보니까 아
닌 줄 알았는데.
“…어디서 내가 말했다고 하지 마
라. 관리국엔 사람밖에 없어.”
괴수도 있고, 괴물도 있고, 괴인도
있지만, 아무튼 사람만 있다.
“네!”
안 하겠지? 안 할 거라고 믿어야
지. 매지컬★기억제거라고 제자 머
리를 후려칠 수도 없는 노릇이니까.
・해볼까?
“스승님?”
내가 자신의 머리를 빤히 보는 게
신경 쓰였던 것일까.
백시현은 약간의 의문이 섞인 미소
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만두자, 뭔 생각을 한 건지.
“일단 추가로 말해두자면, 그런 애
들은 이계의 힘이 나오지 않도록 억
제하는 장치를 몸 어딘가에 달고 있
으니까 구분하기 쉬울 거다.”
요즘은 목이던가? 초기형은 몸을
뜯어서 심장이나 뇌에 박아넣어야
했던 거에 비하면 많이 발전했지.
시현이와 대화를 나누는 동안, 저
멀리 지평선에서 멧돼지가 돌아오는
것이 시야에 들어왔다.
그렇지만 저 돌진 속도라면 어떻
게 봐도 멈출 것 같지 않아, 돌진을
가로막도록 망치를 들어 올렸다.
“정지.”
콰과과.
자신을 두들긴 망치가 눈앞에 나타
나서 그런지, 멧돼지는 다리를 땅에
박아넣으면서까지 돌진을 멈췄다.
“꺄아아아아악.”
갑작스러운 정지 덕분에 한아빈이
비명을 내지르며 허공을 날았지만,
크게 신경 쓰진 않았다.
영웅에 이름 석 자 박았으면 저
정도는 알아서 착지하겠지.
“고마웠고, 돌아가라.”
땅에 박힌 멧돼지의 다리를 빼내
주며 거대한 엉덩이를 두드렸다.
“꾸익.”
멧돼지는 나에게 고개를 숙인 후,
자신의 집이었던 정글을 향해 질주
하여 우리에게서 멀어졌다.
다리라도 부러졌으면 안락사라도
시켜야 하나 싶었는데, 다행히 일단
은 괴수라고 그 정도로는 부러지지
않는 모양이다.
잘됐군. 잘됐어.
“가버렸네요.. 나름 친해졌다고
생각했는데 말이죠.”
갑작스럽게 등 뒤에서 나타난 한
아빈은 허리를 굽힌 채 한 손은 엉
덩이를 쓰다듬고, 한 손은 흔들며
멧돼지를 배웅하였다.
설마 착지에 실패한 건가?
그런 의문이 뇌를 감돌았지만.
“친해지다니? 먹이라도 건네줬냐?”
한아빈의 명예를 위해, 그런 의문
을 집어삼키고 다른 질문을 던졌다.
“아, 상처를 치료해주니까 고맙다
고 뿔을 비비던데요.”
“그냥 놔뒀으면 몇 달을 고생했을
상처니까. 짐승이라도 고마운 줄은
알겠지.”
사실 그냥 놔두면 아서 죽었을
가능성도 있긴 하지만, 그런 사실은
별로 중요한 게 아니다. 괴수 하나
죽는다고 슬퍼해 줄 사람은 없으니까.
중요한 것은 몇 시간 달리지도 않
았는데, 한아빈이 내 망치에 당한
상처를 치료했다는 점.
“치료 마법도 좀 효율이 올랐나?”
“예. 짓무른 타박상이 1시간 정도
걸리더라고요.”
・고작 그런 상처에 한 시간?
“옛날엔 얼마 걸렸는데?”
“세 시간요.”
세상이 너무나도 끔찍해졌기에, 밝
은 하늘을 올려다보며 심신을 정화하
였다. 하늘은 맑고, 태양은 따습구나.
느리다. 너무 느리다.
마력이 그렇게 상승했는데 한 시간?
내 기준으로 보자면, C~D급 각성
자 수준으로 마력량이 튀어 올랐는
데 속도가 고작 그 정도라고?
“잠깐 치료 마법 뿜어봐라.”
“예? 예!”
내 말을 들은 한아빈의 양손에서
분홍빛 마력이 뿜어나오긴 했으나,
나로서는 봐도 뭐가 문제인지 알 수
없었다.
치료에 대해 뭐 아는 게 있어야지.
“그 기세로 정진해라….”
“예!”
별수 없이 칭찬이나 던지고 이야
기를 끝마쳤다.
리사가 알려주면 좋으련만,꿈에
다시 나온다는 보장도 없으니.
뇌신 찾는 김에 치료계 전문도 찾
아야 하나. 누가 있더라….
옥시모론? 갸는 아니야. 정신이상
자를 관리국에서 늘릴 일 있나.
근데 그 녀석 빼고는 또 없는데.
머리가 아프군..
“스승님, 괴수는 어디 있어요? 설
마 지금부터 찾는 건 아니죠?”
그런 내 두통과 고민 속에서, 심
심해하며 망치와 자갈로 골프를 치
던 백시현이 말을 걸어왔다.
“아마 지하에 있을 거다.”
“지하요?”
“이상하게 이계 놈들은 죄다 하늘
이나 땅 깊숙한 대에 기지를 만드는
습관이 있다더라. 언제 한번 물어보
니까 당연히 그래야 한다더군.”
대충 10명 중에서 9명 정도가 그
런 행동 양식을 가지고 있었다.
당사자들의 주리를 틀어서 들은
이야기이니 확실할 터.
인간이 만든 단체도 그런 습관이
생기는 것을 보아하니, 이계의 힘
자체가 뇌를 망가트림이 틀림없다.
아무튼, 다 이계 탓이지.
“그럼 땅이라도 팔까요?”
그런 내 말을 들은 백시현은 어디
서 본 거라도 있는지, 은빛으로 빛
나는 야전삽을 소환해 손에 들었다.
저걸로 팔 생각인가.
“더 간단한 게 있지.”
땅속에 박혀서 안 나오면 자기들
이 나오게 해야지 뭐.
보통은 대규모 폭격이나, 생화학병
기, 소규모 부대를 돌입시키지만……
“백시현, 아빈이 대리고 저 멀리
떨어져라. 안 휘말리게.”
“뭘 하시는지 보면 안 될까요?”
“너야 아마 직격으로 맞아도 중상
으로 끝나지만, 아빈이가 죽을걸.”
아마 시현이도 돌 파편에 맞아서
기절할 수도 있고. 머리는 언제 맞
아도 위험하니까.
“시현아 빨리 가자!”
내 말에 겁먹은 한아빈은 비명을
내지르며 시현이에게 달라붙었고,
백시현은 동료를 등에 업은 채 나에
게서 멀어지기 시작했다.
아쉬운 듯 뒤를 돌아보긴 했다만.
“어차피 멀리서도 잘 보일 텐데,
뭘 그리 보고 싶은지.”
이렇게 힘을 써보는 게 얼마 만이
더라. 몇 년은 된 것 같군.
망치를 소환하여 어깨에 짊어진
후, 양손으로 붙잡을 수 있도록 손
잡이를 키웠다.
철컹, 철컹.
마력을 흡수한 망치가 몸집을 불
리며, 내 의지에 따라 넓고 평평하
게 머리 부분을 변화하였고.
“아구.”
망치가 워낙 거대하게 변한 덕에,
뒤로 잠깐 휘청였다.
쓰러질 뻔했네. 무슨 추태인지.
무너진 자세를 바로잡고, 거대한
망치를 등 뒤의 땅에 내려놓았다.
그럼 개미들을 끌어내 볼까.
흐음.
숨을 들이쉬며, 망치에 마력을 불
어넣었다. 밖으로 마력을 내뿜지 못
하는 내가 유일하게 소통할 수 있
는, 온전한 내 무기를 향해.
쿠웅. 쿠웅.
땅에 기댄 망치가 급속도로 그 무
게를 불리고, 그 무게를 견디는 땅
의 비명이 들려왔다.
어깨에 걸쳐지는 무게는 착실히
늘어나고 있지만, 부담된다고 느껴
지지 않았다. 몸 또한 망치를 휘두
르기 위해 리미터를 해제하였기에.
망치의 무게가 지반을 가라앉혔다.
그 충격으로 바스러진 돌이 나를
향해 튀어 올랐지만, 몸에서 뿜어져
나온 충격파에 분쇄되었다.
푸슉.
지정했던 마력량이 망치에 모였다
는 듯, 망치 뒤쪽으로 실린더가 스
팀을 뿜으며 빠져나왔다.
철컹.
당장이라도 튀어 나갈듯 부들거리
는 실린더를 쇠사슬이 붙잡았고.
이 정도면 되겠지?
“하아아아!”
축이 되어줄 왼 다리를 앞으로 내디
디며, 어깨에 걸쳐있던 망치의 자루를
붙잡고, 곡괭이를 내려치듯 휘둘렀다.
거대한 망치가 대지에 꽂히고
시야가 검게 물들었다.
삐이이이이–
마력으로 차단한 귀에는 미처 막
지 못한 날카로운 이명이 울렸다.
그러나, 주변에는 날카로운 이명이
차라리 다행일 정도의 압도적인 굉
음이 퍼져나가고 있으리라.
제자들은 지금쯤 버섯구름을 관찰
하고 있을 것이다. 충돌지점에 있어
파편과 연기로 시야가 검게 물든 나
는 볼 수 없지만.
“아직 안 끝났어.”
이대로라면 저놈들은 당황할 뿐,
밖으로 튀어나오진 않겠지.
“발사.”
팅. 팅. 팅. 팅.
실린더에 연결되어있던 쇠사슬이
깨져나가며 허공에 흩날렸다. 쇠사
슬 고리가 약간의 빛을 반사하며 존
재감을 남기고.
퉁.
억제되어있던 실린더는 자신에게
담겨있던 막대한 마력을 망치에 전
달하였다.
충격파가 연기와 파편을 걷어내고,
다시금 빛을 되찾았다.
눈앞에 거대한 망치가 보인다.
대지에 박혀, 거대한 힘을 밀어내
는. 거대한 망치가.
실린더를 통해 해방된 막대한 에
너지는 주변으로 흩어지지 않고, 전
도체인 망치를 따라 대지를 향해 질
주하였다.
쿵.
땅이 흔들렸다.
안쪽에 있는 뭔가가 붕괴하는 진
동 또한 느껴져 왔다.
자. 튀어나와라.
B, C급 괴수들을 생산하는 단체가
이 정도로 무너지진 않겠지.
모처럼 힘 조절을 했으니, 이 정
도로 망했다고 하진 말아다오.
너희들도 깊은 땅속에서 생매장당
하는 건 싫겠지.
그 바람에 보답하듯.
철컹. 철컹철컹.
애애애애애앵.
경고 사이렌과 함께, 수많은 건물
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여기저기 금이 가고 무너지긴 했
지만. 원본을 유지하고 있는 건물들.
본진이 나올 정도로 멍청하진 않
은지, 대부분은 엘리베이터나, 화물
운반용 컨테이너긴 했지만, 일단 들
어갈 수단은 확보되었다.
“이제 와도 된다아아아아!”
제자 놈들에게 목소리가 닿도록
크게 목소리를 높였다.
이 정도면 적도 들을 수 있겠지
만, 무슨 상관일까.
지들이 ㅇ급 괴수가 있어, 빽이 있어.
ㅇ급 괴수가 나와도 어지간히 강한
놈 아니면 터트려버리면 그만인데.
하늘 높이 솟아올랐던 먼지가 가
라앉아 주변이 약간 어두워지고, 귀
의 이명도 해결되었을 때 즈음.
“선배님!”
“스승님! 괜찮으세요?”
“뭐가.”
제자 놈들이 날 걱정하며 미친 듯
이 달려왔다.
“방금 뭐 터진 거 아니에요? 핵이
라던가, 적의 비밀병기라던가….”
“핵은 열과 빛이 있어서 이것보다
조금 더 사람 죽이기 편하다.”
그렇다고 핵보다 약한 건 아니고.
뭐 장단점이 있지. 물량이라던가, 사
거리라던가. 나는 제약이 있으니까.
“조금? 그럼 핵이랑 비슷한 걸 견
디신 거예요?”
“내 망치질인데 견디긴 뭘 견뎌.”
내가 못 견딜 정도로 휘두르면 진
작에 이 주변은 다 날아갔어.
괜히 원자력 학과가 망한 줄 아냐.
핵 샤워도 견디는 미친놈들이 설쳐
서 망한 거지. 그렇다고 핵 샤워로
ㅇ급 놈들 못 막는 건 아니다만.
제자들은 말이 되냐는 표정으로
내 작아진 망치를 바라보았고, 나는
그 시선을 무시하며 대충 아무 엘리
베이터나 가리켰다.
“갔다 와라. 괴수들 있을 거다.”
“어. 위험하지 않을까요?”
한아빈이건 백시현이건, 얼마나 당
황했는지 내가 가리킨 엘리베이터는
보지도 않고 망치만을 계속해서 빤
히 바라보았다.
그럼 강제로 넣어야지 뭐.
“시끄럽고. 다녀와.”
넋이 나간 제자들을 붙잡아 엘리
베이터를 향해 던져넣었다.
죽기 싫으면 정신 차리겠지.
위이잉. 철컹.
“스승님?!” “선배님?!”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고, 강철 상
자가 지하를 향해 발사되었다.
아. 아직 말 안 해준 게 있던가.
터벅터벅 걸어가 엘리베이터 문을
뜯어내고 이미 사라진 강철 상자를
향해 소리를 내뱉었다.
“위험하면 소리 질러라! 구해주러
갈 테니까!”
“꺄아아아아아아아악.”
어두운 구멍에서 뭔가 찢어지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무시하고 다른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저건 소리 지르는 게 아니라 그냥
비명이니 별 상관없다.
난 내 할 일해야지. 그럼 어떤
엘리베이터가 연구실로 향할까.
움푹 파인 황무지를 서성거리며,
엘리베이터에 뭐라도 적힌 게 없나
둘러보았다.
1, 2, 3, 4, α, B, Y
각각의 엘리베이터에 붙어진 문자
들. 어차피 쓰는 사람만 쓴다는 듯,
손님에 대한 배려가 없는 표시였다.
“다 아닌 거 같은데.”
그렇게 하나씩 확인하며 걸어가던
중, 눈에 띄는 엘리베이터가 보였다.
문자 없이 잠금장치만 걸려있는
수상한 물건. 외형은 비슷하지만 자
잘한 설비가 더 붙은 것을 보아하
니, 중요한 시설로 향할 것 같았다.
이놈인가.
엘리베이터를 열고자 버튼을 눌렀
지만. 나오는 거라고는 경고음이나
손가락을 타고 올라오는 전기 충격뿐.
손님맞이가 개판이네. 이런 상황을
위해서 배워둔 기술이 있지.
망치로 엘리베이터 문을 찍었다.
길이 없으면 만들면 되는 기술이다.
쿵.
“버텼네?”
내 기대와는 반대로, 엘리베이터
문은 푹 파여 일그러지기만 했을
뿐, 가볍게 흔든 망치를 버텨냈다.
꽤 단단한 금속이구만.
망치를 가볍게 휘두르며, 몇 번이
고 문을 찍어눌렀다.
“문 여는 마법이면, 열려라 참깨였
나. 아니면 엑스 마키나 쇼 타임?”
왠지 오랜만에 영웅다운 일을 한
다는 생각이 들어 흥이 솟았다.
역시 운동은 적들 비명을 안주 삼
아 기지 깨는 게 최고지.
개인적으로는 폭발물을 설치하며
매지컬★문따기라고 외쳤던 동료 놈
이 생각나지만, 그런 걸 말하기에는
쪽팔리고.
그렇게 다섯 번 정도 더 휘둘렀을
까. 망치질에 견디지 못한 문이 찢
겨나가며, 엘리베이터 안쪽의 모습
을 보여주었다.
“아무것도 없잖아.”
침입자를 방지하기 위함인지, 아니
면 고장이라도 났는지. 눈앞의 열린
문은 엘리베이터 카 없이 시꺼먼 어
둠만을 보여주었다.
캉캉캉.
뜯겨나간 문짝이 여기저기 부딪히
며 추락하는 소리만 들릴 뿐인, 아
무것도 보이지 않는 나락.
무슨 상관이야. 뛰어내리면 되지.
이딴걸 안전대비책이라고 해놓다
니. 무한성주가 보면 누가 설계했냐
고 설계도를 찢어버릴 것이 눈에 선
하다.
레이저 메스라던가, 플라즈마 발생
장치라던가, 이계 전송 장치라도 잔
뜩 달아놔야 안전대비책이지.
“읏쌰.”
덤덤히 아래쪽을 향해 뛰어내렸다.
그렇게 아무 위험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아니. 망할.”
중력이 내 몸을 잡아당기며 생겨
난 바람이 몸 안쪽을 파고들며 옷을
부풀려 기분을 상하게 하였다.
귀찮게.
옷 자체에 마력을 흘려보내자, 단
단하게 변한 옷이 조용해졌다.
옛날이라면 당연히 행할 조치였건
만, 요즘 입은 빠루의 검은 옷은 그
런 조치가 없어도 그리 펄럭거리지
않았기에 까먹은 행위였다.
그러고 보니, 이 옷을 입고 이렇
게 뛰어다니는 것도 오랜만이구나.
그리 생각하는 와중, 시야 안쪽으
로 파이프와 닫힌 문이 흘러갔다.
20초가량 떨어졌지만, 아직 끝은
보여오지 않는 추락.
꽤 오래 걸리네.
잠입이라면 적당히 아무 문이나
잡고 들어가면 되겠지만, 내가 원하
는 건 연구실에 있는 괴수의 씨앗.
그런 중요시설은 아마 가장 깊은
장소에 있으리라.
잘도 이렇게 깊이 기지를 파냈다
고 생각하며, 마침내 모습을 드러낸
엘리베이터 카를 향해 발차기를 날
렸다.
콰앙.
엘리베이터 카의 천장이 찢겨나가
고, 반으로 갈라진 엘리베이터 카가
하늘을 나는 허공 속.
단단한 발판이 보였다.
당연히 낙법을 취하며 착지하고.
최하층인가.
아무래도 엘리베이터는 최하층에
멈춰있었나 보다.
그럼 저 문이 최하층의 문이겠군.
엘리베이터 문의 좁은 틈 사이로,
빛이 흘러나왔다. 저 너머에 누군가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자그마한 빛.
단단한 발판에서 도약하여 빛나는
문틈으로 손가락을 밀어 넣었다.
빠득. 빠드득.
어떻게든 침입자를 막고자 엘리베
이터의 안전장치가 노력하는 소리가
들렸지만.
압도적인 힘 앞에 안될 것은 없지.
쾅.
들어가야 할 자리를 향해, 뭉개져
억지로 들어간 철문을 잡아 뜯으며,
내부로 걸음을 옮겼다.
“침입자?!”
“괴수들은 어떻게 된 거냐! 어떻
게 여기에 영웅이.”
새하얀 방, 밝은 빛.
사방을 뛰어다니는 가운을 입은
과학자들
코를 찌르는 피와 약품의 향기.
찾았다.
Chapter 24
Posted by ? Views, Released on January 2, 2024
, Mr. Magical Girl
마법소녀 아저씨
Status: Ongoing Type: Web Novel Author: Cat Swipe, 냥둘러치기 Artist: Hi, VIKPIE Released: 2019 Native Language: Korean
202X.
In the back alleys of Seoul, South Korea…
He looked down at the heroes under his feet—the heroes who adorned themselves in a variety of colorful clothes, as if they were K-pop idols on TV.
Those heroes? They were crawling beneath him, their gaudy outfits smeared with dirt.
That was the true nature of being a hero. He hoped the individuals before him learned that lesson well.
It was time to ensure they never forgot it.
As a magical girl, he swung his hammer down.
This is a bright story. The story of a man reclaiming his l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