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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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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 프롤로그>

     

    나는 리세마라에 미쳐있었다.

    긴급탈출버튼으로 캡슐을 강제로 열어 게임을 종료하고 다시 게임을 시작하는 튜토리얼 리셋 마라톤.

    잘못 되면 죽을 수도 있다고 기기에서도 매번 경고창이 나오고, 뉴스에도 얘기가 나오고 그러는데 솔직히 거짓말 같다.

    왜냐고?

    벌써 일만 번도 넘게 했거든.

     

    “야, 너 미쳤어?! 그러다 진짜 죽어!”

    “괜찮아 안 죽어.”

    “어휴, 미친놈. 넌 진짜 죽을 때 묘비에도 괜찮아 안 죽어라고 적힐 거야.”

    “뭐 어때.”

    “차라리 야겜에나 빠져 살지, 뭔 운빨망겜에 빠져가지고는 목숨 걸고 리세마라질이야.”

     

    소꿉친구는 혀까지 차면서 그리 악담 아닌 악담을 퍼부었다.

    진짜 괜찮은데.

     

    “리세마라는 그렇다고 쳐. 여캐라도 하면 애가 성욕이라도 있고 건전해보이지. 무슨 땀내나는 근육떡대남캐만 맨날 해? 너 혹시 게이야?”

    “아 뭐래. 게이 아니거든? 이게 다 한방폭딜에 뿅가서 그래. 딜만 좋으면 남캐 아니어도 좋다고.”

    “근데 넌 남캐만 하잖아.”

    “이것보다 딜 좋은 빌드가 없으니까 그렇지.”

    “그으래애? 딜만 좋으면 여캐여도 괜찮다 이거지? 근육도 없고 키도 엄청 작은데다가 피부는 막 하얗고 하는 짓은 불쌍해 보이는 그런 여캐여도?”

    “당연하지!”

     

    이후로도 술 몇 병을 비우면서 재잘재잘 취조같은 질문이 끊이질 않았다.

    계집애 아니랄까봐 뭐 이리 말이 많은지.

    술이 좀 돌아서 그런지 문득 헛생각이 들었다.

    혹시 그건가?

    얘가 나 좋아해서 걱정하는 건가?

    그런 우쭐한 생각까지 드는 내게 친구가 말했다.

     

    “야, 오늘 같이 자면 봐준다!”

    “즐. 게임해야 됨.”

     

    좋아하기는 개뿔.

    소꿉친구면 다 서로 좋아하고 막 그러나?

    건전하게 술 마시고 게임 얘기만 할 수도 있지.

    저것도 다 주정이다.

     

    “집 들어가면 문자 보내라, 시아야.”

     

    곱게 택시 태워 보내고는 집에 돌아와서 캡슐이나 켰다.

    그린라이트라는 건 알지만 그래봤자 뭐하나.

    사귀더라도 데이트할 돈이 없는데.

    게임이나 하자.

     

    파지직!

     

    안일한 마음으로 캡슐을 키자마자 스파크가 터졌다.

    설마 했던 캡슐 오작동에 의한 감전!

     

    ‘아…… 이게 죽네.’

     

    후회하기엔 너무 늦었다.

    끔찍한 고통에 전신을 타고 흐르는 감전의 고통.

     

    “……니가 자초한 거야. 난 분명 기회 줬어.”

     

    죽을 때가 되면 주마등이 보인다고 하던데.

    웬걸, 나는 소꿉친구 시아의 목소리가 들렸다.

    역시 사귈 걸 그랬나?

    후회도 잠시.

    이내 의식 스위치가 내려갔다.

     

     

    * *

     

     

    그리고 개같이 이세계에서 눈을 떴다.

     

    <튜토리얼 이벤트>

    아카데미 입학을 위해 풍운의 꿈을 품고 수도로의 상경길에 나선 당신! 당신이 머무르던 여관방에 아버지의 편지가 도착했습니다.

    아버지가 당신을 위해 어떤 선물을 준비했을까요? 편지를 열어서 확인해보세요!

     

    딱히 불평하는 건 아니다.

    게임 하다 죽었으니 게임세계에서 눈을 뜬다니.

    진성 겜창으로서는 오히려 감사하게 생각한다.

     

    몰캉

     

    손가락으로 팔뚝을 누르면 느껴지는 촉감.

    눈으로만 봐도 부드러운 하얀피부.

    거추장스러울 정도로 긴 머리칼.

    낯선 여자의 몸도 거슬리긴 해도 참아줄 수 있다.

    근데 딱 하나가 거슬린다.

     

    [내 딸 오크노디에게]

     

    편지 겉면에 적힌 이름이 문제였다.

    이쪽세계에서는 오크노디라 읽고 Oknodie라 쓰는 이름.

    처음에는 눈치 채지 못했지만 다시 보고 깨달았다.

    습관처럼 떠오르는 한 마디.

    괜찮아 안 죽어.

    Ok no die.

    방금 죽고 게임세계에서 눈 뜬 사람이 갖기에는 조금 꼴받는 이름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이름 억까부터 시작하는 이세계 생활

    4월12일 수정사항 – 소꿉친구 시아 관련 지문이 추가되었습니다.

    다음화 보기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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