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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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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소기업 생산직에게 게임은 기본적인 소양이다.

         

       물론 사람에 따라서는 게임으로 인정하지 않기도 했다. 하는 일이라곤 자동사냥과 현질 그리고 뽑기뿐인 핸드폰 애플리케이션을 게임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뜻에서.

         

       그러나 중소기업 생산직에게 있어서 이 게임들이란 게임 이상의 가치를 가졌다.

         

       노동 중에도 캐비넷 안에서 든든하게 스펙 업을 하는 기특한 장르가 아니던가.

       월급은 안 올라도 레벨은 오르는 재미가 있었다.

       무엇보다 팀원들 간 대화에 있어 그 비중이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니, 게임보단 오히려 현대의 사회 생활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그러나 PC, 혹은 콘솔 게임에 한정하면, 생산직들에게 게임은 조금 먼 취미였다. 생산직들의 취미란 술(반주) 혹은 술(회식), 그리고 술(여자) 그도 아니면 낚시 정도가 메인스트림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의 취미가 게임인 것은 꽤 흔치 않은 일이다.

         

       그는 꽤 바지런한 게이머였다.

         

       중소 생산직이란 본래 2교대가 기본이고, 주간과 야간 근무가 교차되는 짧은 사이클에 따라 2박2일 혹은 1박2일의 짧은 휴가가 주어진다.

         

       그러면 그는 일단 죽은듯이 푹 자고 나서, 차가운 맥주를 보온잔에 따라 홀짝거리며 모니터 앞에 앉아 그 휴가를 소모했다.

         

       그는 게임을 딱히 가리지는 않았다.

         

       게임 속에서 서부를 종횡하는 황야의 무법자의 삶을 즐기기도 했고, 외계인의 침략을 막는 초인적 역량의 사령관으로 몇 개의 지구를 멸망시킨 이후 결국 한 번 구해내기도 했다.

       신을 죽인 패륜적인 신의 아들도 재미있었다.

         

       그러나 그 경험 중 대부분은 대개 중세 비스무리한 어느 서양 문화권의 전사 혹은 마법사였다.

         

       그러던 중 게임 추천 좀 해달라는 그의 게시글에 누군가 댓글을 달았다.

         

       ㄴ무림생사전 츄라이 해보쉴 재미짐

        ㄴ짱깨겜 ㄲㅈ

        ㄴ않이;; 진자 잼있음;; 한글패치도 있음 헤이 츄라이츄라이

         

       무림이라.

       그가 아는 무림이란 주성치 영화 몇 편이 전부였다. 소림야구 같은.

       쿵푸허술에서 나왔던 게 여래신장이었던가?

         

       떠올리고 나니 호기심이 동했다.

         

       그가 망설이지 않고 게임을 구매했다.

       혼자 사는 생산직의 지갑은 사실 상당히 두둑한 편이기에 망설일 이유가 없지 않은가.

       다운로드가 이루어지는 동안 그가 게임에 대해 검색을 해 보았다.

         

       중국에서 만들었으며(비공식 한글패치 99.6%) 높은 자유도를 가진 오픈월드 RPG.

         

       일단 유저 제작 한글패치가 배포된 것 부터가 어느 정도의 재미를 보장해주는 요소였다.

       재미없는 게임을 누가 수고를 들여 번역할까.

         

       자유롭게 파밍과 성장을 하며 돌아다니다, 일정 명성치에 이르면 초반 위기 중반 위기 후반 위기라는 큰 이벤트가 랜덤으로 시작된다.

         

       그걸 이겨내면 엔딩을 볼 수 있고, 이후에도 플레이는 가능하며 아니면 끝내고 후손으로 회차 플레이 또한 가능.

       내용에 따라 멀티엔딩을 제공한다.

         

       생소한 무협게임이라 몰랐지만, 검색해보니 제법 인지도가 있는 모양이었다.

         

       그는 어려운 난이도의 극복보다는 시원스레 적을 쓸어버리는, 강캐충이라고 하는 먼치킨 플레이를 선호하는 사람이었다.

       루트를 개척하기보단 검증된 빌드 중 가장 강력한 것을 따라가며 쉽게 즐기는 편이 좋았다.

         

       그가 캐릭터 메이킹 및 빌드 추천글들을 찾아보며 내 캐릭터를 어떻게 키울 것인가 고민했다.

         

       벌써부터 재미있을 것 같은 기대감에 그는 만족스런 미소를 지었다.

         

       곧 게임의 설치가 끝나고, 그가 한글 패치 파일을 덮어씌웠다.

       그리고 대망의 게임 스타트.

         

       방금 전에 읽은 글들이 있으니 그가 빠르게 캐릭터 메이킹을 진행했다.

         

       난이도는 풍류여객(쉬움 난이도).

       회차플레이가 된다고 했으니까, 해보고 재미있으면 2회차는 난이도를 올리면 될 것이다.

         

       체질은 플레이가 쾌적해진다는 시혈독인.

       운명성은 가장 강력하다는 천살고성.

         

       그리고 성별은 고민할 것도 없이 여성.

       그는 여성 캐릭터가 플레이 가능한 게임에서는 무조건 여캐를 골라야 한다는 굳건한 신념이 있었다.

         

       아쉽게도 커스터마이징은 지원하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정해진 외모 프리셋 안에서 가슴이 큰 일러스트를 골랐다.

         

       게임에서라도 잘 빠진 태를 봐야하지 않겠나.

         

       담배를 피우고 맥주를 마시며 한숨 돌릴 때면 화면을 돌려 큰 가슴과 어우러진 여캐의 자태를 감상하는 것이 그의 즐거움이었다.

       독신 남자의 특권이기도 했다.

         

       그리고 캐릭터 이름 란에서 컨트롤+V.

       阿靑 (아청)

       미리 잘라둔 한자가 입력되었다.

         

       어떻게 사람 이름이 아청인지는 이해 불가였다.

       하지만 추천글에 있는 내용이었다.

         

       이렇게 입력하면 게임 내 최고 사기 무공 중 하나인 월녀검법 진체본을 익힌 채로 시작하게 된다고 했으니까.

         

       이제 캐릭터 메이킹은 끝이었다.

         

       무림 출도 버튼을 누르기 전, 그가 초반 스토리 진행 전에 달려서 파밍하는 루트를 정리해둔 공략글을 스마트폰에 띄웠다.

       오픈 월드 게임이라면 역시 시작하자마자 달려 파밍 낭낭하게 한 이후에 본격적으로 달리는게 국룰이 아니겠는가.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쓸모없는 준비였다.

         

       무림 출도 버튼을 누르는 순간-

       그는 서늘한 동굴 안에 서 있었으니까.

         

       갑자기 상체에 쏠리는 묵직한 무게감과 함께.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몰?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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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Am This Murim’s Crazy B*tch

I Am This Murim’s Crazy B*tch

이 무림의 미친년은 나야
Score 4.3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a female character in a martial arts game I’ve played for the first time. I know absolutely nothing about Murim, thoug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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