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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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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01. 저 버튜버가 하고 싶은데요 (1)

       

       

       말하자면, 여름의 매미가 한창 시끄럽게 울던 날이었다.

       눈을 뜨면 낯선 여성의 품에 안겨있었다.

       

       “서연이 우리 딸, 참 예쁘기도 하지.”

       “보통 아기일 때는 예쁘기 쉽지 않은데, 따님은 정말 얼굴이 곱네요.”

       

       그 여성과, 다른 여성이 나누는 대화가 들렸다.

       나를 안고 있는 여성은 정확히 누구인지 모르겠으나, 대화를 나누는 여성은 간호사였다.

       

       ‘이게 대체 뭔…….’

       

       어지러웠다.

       대체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분명, 나는 쓰러져서…….’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았다.

       겨우 백수를 탈출하고, 취직한 회사에서 일하던 중 가슴에 통증을 느꼈다.

       앰뷸런스 소리가 들리고, 들것에 실리던 것이 내 마지막 기억.

       

       그리고, 깨어나 보니 이 꼴이다.

       

       ‘흠.’

       

       나는 엄지를 한번 쪽 빤 뒤에 결론을 내렸다.

       작은 입 만큼이나 손가락도 작았다.

       

       ‘환생했군…….’

       

       거기까지 생각한 나는 우선 자기로 했다.

       덮치는 수마를 견딜 만큼, 아직 내 몸은 튼튼하지 못했다.

       

       ***

       

       시간이 흘렀다.

       거울을 보면, 대략 대여섯 살쯤 된 여아가 팔짱을 끼고 자신을 노려보고 있었다.

       

       ‘귀엽네.’

       

       손을 들어, 양갈래로 묶인 긴 머리칼을 툭툭 건드린다.

       이 또한 제법 귀여워서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거울에 얼굴을 가까이 가져가면, 조금 붉은 눈동자가 눈에 들어왔다.

       

       ‘이상한 병은 아니겠지?’

       

       의사 말로는 색만 다를 뿐 별다른 문제는 없다고 했다.

       뭐, 엄청 새빨간 색도 아니라, 멀리서 보면 그냥 옅은 갈색으로 보일 뿐이다.

       

       ‘아무튼 아직도 적응이 안 된단 말이야.’

       

       처음 환생 했을 때는 미처 눈치채지 못했다.

       하지만, 본인이 여자로 환생 했다는 사실을 깨닫는데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전생에 나는 남자였다.

       그러니, 여자로 환생하고 얼마나 당혹스러웠겠는가.

       

       지금도 완전히 적응한 건 아니지만, 상당히 익숙해진 편이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며, 이런저런 포즈를 취해보면 솔직히 나라기보단 귀여운 아이를 보는 느낌이 컸다.

       

       5년이 지났음에도 익숙해지지 않는 이유는 아마 이런 내 외모에 기인하겠지.

       솔직히 전생에 비해 너무 귀여워진 거 아닌가?

       

       “아아.”

       

       목소리도 귀엽다.

       거울을 보면 정말 너무 귀여워서 만족스러웠다.

       환생도 역시 한번하고 볼 노릇.

       

       전생의 내가 이렇게 귀여웠다면, 김부장이 나를 그렇게까지 괴롭히지 않았을 텐데.

       

       “어머, 우리 딸. 거울에서 뭐하니? 모델이라도 되려고?”

       

       그런 내게 말을 거는 여성, 말하자면 말하자면 환생한 나의 부모였다.

       솔직히 전생에 부모와 썩 좋지 못한 관계였던 나로선, 거북할 정도로 살가운 어머니였다.

       

       “으응, 전 모델 안 할 거예요.”

       “왜? 우리 딸은 이렇게 귀여운데?”

       “그건 알지만, 안 할래요.”

       

       어차피 으레 엄마들이 하는 말이니 나는 저런 말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내가 여자인 것을 깨달았을 때부터 생각해둔 그야말로 완벽한 플랜이 있었으니까.

       

       그래, 간단히 말하자면.

       

       나는 버튜버가 될 거다.

       

       ***

       

       TS가 된 남성이 밟는 전직 루트는 크게 몇 가지 있었다.

       스트리머, 연예인, 버튜버 등등.

       

       그중 내가 선택한 건 버튜버였다.

       

       ‘우선 처음엔 얼굴도 안 까도 되고.’

       

       나는 손거울로 얼굴을 살폈다.

       지금은 엄청나게 귀엽지만, 나중에 성장하면 또 어찌 될지 모른다.

       자고로 역변이라는 게 있지 않은가.

       

       ‘물론 TS 된 사람 중에 역변된 사람은 없다지만.’

       

       그 예시가 어디까지나 가상의 인물 뿐이라는 게 문제다.

       무적의 TS 세포가 현실에도 적용될지는 모르는 일이었으니.

       

       그런 의미에서 버튜버는 설령 역변을 하더라도 걱정 없는 안전 자산이었다.

       

       ‘아직은 버튜버가 크게 뜨지 않은 시기지만.’

       

       환생하고 깨달은 건, 내가 죽었던 시기보다 과거로 돌아왔다는 것.

       그리고, 아직 버튜버라는 게 존재하지 않는 시기라는 거다.

       

       버튜버가 제대로 뜨는 건 앞으로 8년 후, 그리고 시장이 커지는 건 13년 정도 후다.

       이걸 초기에 잘 들어가 터만 잘 잡으면…….

       

       “그러니 착실히 준비해야지.”

       

       수능 때 아슬아슬하게 인서울에 실패한 내 성실성이라면, 지금부터 준비하면 충분히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터.

       

       “우선 발성 연습부터.”

       

       버튜버는 다른 건 몰라도 목소리는 좋아야 한다.

       물론 지금의 내 목소리는 충분히 귀엽지만, 그냥 귀여운 정도로는 시장에서 경쟁하기 어려울 게 분명했다.

       

       “아아아~.”

       

       그러니 나는 혼자 방에서 이런저런 발성 연습을 시작했다.

       TV에서 나오는 쭉쭉 체조를 보며, 최대한 자연스럽게.

       

       ***

       

       “여보, 서연이가 연예인이 되고 싶나 봐요.”

       

       그런 서연을 몰래 지켜보던 서연의 어머니, 민수아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어렸을 때부터 울지도 않고 투정도 부리지 않던 딸이다.

       심지어 아이답지 않게 존대도 꼬박꼬박 잘하던 아이.

       

       혼자 곧잘 제 할 일을 찾았고, 쉬는 일 없이 늘 이런저런 것들을 하고 있었다.

       

       “연예인?”

       

       뉴스를 보던 남편, 주영빈은 그런 아내의 말에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걔가?’

       

       본인의 딸이긴 했지만 엉뚱한 구석이 있는 딸이다.

       참 착하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귀여운 딸인 건 분명했다.

       

       하지만, 가끔보면 대체 무슨 생각을 하며 사는지 모를 구석이 있었다.

       

       “보세요, 우리 서연이 매일 어린이 동산 보면서 발성 연습을 하는걸요?”

       “음, 뭐 그렇긴 하지.”

       

       저게 발성 연습인가?

       혼자 이런저런 말을 떠들고 있긴 했지만, 저게 발성 연습과 무슨 연관이 있는지는 이해할 수 없었다.

       

       “제가 몰래 보니까, 이런저런 연기를 하더라고요. 너무 귀여워서 몰래 안아주고 싶었다니까요?”

       ‘흠, 그정돈가?’

       

       주영빈은 차마 의문이 들면서도 차마 그렇게 말하진 못했다.

       딸을 너무나 사랑하는 어머니들이 으레 보이는 모습이었으니까.

       

       “우리 서연이, 말도 금방 뗐는데 확실히 배우 같은 것을 하면 좋지 않을까요?”

       

       저렇게 연기 연습도 매일 하는 것을 보면 본인도 관심 있는 게 분명했다.

       

       “음, 정 그러면 아역 배우 오디션이라도 한번 봐보는 게 어때?”

       

       보통 이런 건, 직접 현실을 보여주는 게 제일 좋은 법이다.

       주영빈은 딸이 정말 귀엽다곤 생각은 하지만, 그와 별개로 연예인이 되는 건 절대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 정도는 알았다.

       

       끼가 많은 아이가 얼마나 많은가?

       자신의 딸은 특이하긴 해도, 끼가 많냐고 하면 그런 것 같지는 않았다.

       

       ‘거기다 요즘은 연기도 다 조기 교육이지.’

       

       서연의 집이 못사는 건 아니지만, 그런 예체능에 투자할 정도의 돈은 없었다.

       제대로 연기 공부하고 온 아이들 틈에서, 어린이 동산이나 보며 연기한 서연이 뭘 할 수 있겠는가.

       

       “그럴까요?”

       

       반면 수아는 반색하며 활짝 웃었다.

       아무래도 진심인 모양이라, 영빈은 찔끔했다.

       

       아버지인 자신이 딸에 대해 너무 각박하게 평가했나 하고.

       

       ‘하긴, 의외로 혹시 아나? 정말 재능이 있을지.’

       

       열심히 아역 배우 오디션을 찾는 아내를 보며 주영빈은 머리를 긁적였다.

       그래, 기왕 하는 거 제대로 한번 해보는 것도 좋으리라 생각하며.

       

       “네? ……아역 배우 오디션이요?”

       

       하지만. 

       이는 서연이 바라던 미래와는 한참 동떨어진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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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Want to Be a VTub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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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definitely just wanted to be a VTuber... But when I came to my senses, I had become an ac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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