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밤, 두 고층빌딩 옥상에서 한 남녀가 대치하고 있었다.
남자쪽인 내 주변에는 여러 대의 헬기가 돌아다니며 조명으로 열심히 나를 비추고 있었고 옥상 뒤편 비상구에서는 점점 발소리가 가까워지는 중이었다.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는 여자쪽은 흑발을 흩날리며 사나운 표정으로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선의 이능력자 집단, 다들 그냥 히어로 연합이라 부르는 조직의 떠오르는 스타 히어로 발키리(Valkyrie).
정의감 넘치는 히어로의 교과서라고도 할 수 있는 그녀는 손가락으로 날 가리키며 외쳤다.
“키드 G! 이번엔 더 이상 도망치지 못할거다! 훔친 물건을 내놓고 순순히 항복해!”
반면 나는 얼굴의 눈을 가리는 흰 가면을 쓴 모습만 봐도 느낌이 오는 것처럼 악의 이능력자, 세간에선 빌런으로 통하는 자들 중 하나.
“항복하란다고 순순히 항복하는 빌런이 어딨습니까? 그리고…”
나는 발키리를 가리키며 씩 웃었다.
“여태껏 한 번도 절 잡은 적이 없으시면서 이번이라고 다를 리도 없고요.”
“이 자식…!”
“그리고 히어로라는 분이 칠성건설 편을 드시는 겁니까? 이놈들이 어떤 놈들인지는 아시고요? 아니면 돈만 받으면 누구 편이든 들어주시는 건가요? 이거 원 누가 빌런인지.”
“시끄러워! 상대가 어떻든 벌을 내릴 거라면 정정당당하게 법으로 심판받게 해야지 너처럼 도둑질을 하는 건 또다른 범죄자일 뿐이야!”
“에헤이, 증말 앞뒤 꽉 막혀가지곤 말이 안 통하네. 벽 보고 얘기하는 것도 아니고.”
“이, 이게 누가 누구한테 할 소리를…!”
발키리는 격분해 안전장치 하나 없는 고층빌딩 사이를 펄쩍 뛰어 내게 달려들었다.
순백의 천사날개가 그녀의 등 뒤에서 펼쳐지더니 발키리는 십수미터는 되는 거리를 한번에 날아왔다.
몇 번 안됐지만 우리가 맞닥뜨릴 때마다 정기행사처럼 벌어지는 구도.
그리고 그 결과는 늘 같았다.
끼이익-
발키리가 달려들자 나는 서 있던 빌딩의 옥상 바닥에 손을 갖다댔고, 그 순간 옥상 바닥에 문이 생긴 것처럼 사람 한 명 지나갈 공간이 열렸다.
내가 그 속으로 들어가자마자 임시로 바닥에 생긴 문은 바로 닫혔다.
……
발키리가 아래층으로 내려왔을 때 키드 G는 이미 내뺀 후였다.
현장에 남은 발키리는 바닥에 놓인 카드를 집어들어 거기 적힌 글자를 읽었다.
『힘없는 자들의 눈에서 피눈물을 뽑게 만든 칠성건설 회장의 귀중한 수집품들은 정의의 빌런 키드 G가 가져갑니다.』
“으극… 이게…! 또 도망쳤어…!”
발키리는 카드를 손 안에서 찌그러뜨린 뒤 바닥에 카드와 함께 내동댕이쳤다.
……
탐정과 도둑의 관계라는 건 원래 이런 거다.
톰과 제리처럼 한쪽은 죽어라 쫓지만 정작 잡혀야할 놈은 잡히지 않는 거.
거기에 더해 탐정측 인물들은 하나같이 안면인식장애라도 있는건지 일상생활 속에서 뻔히 보이는 도둑의 일상 모습을 보고도 눈치채지 못한다.
내 경우에는 정말로 인식능력저해 전파를 방출하는 칩을 달고 있긴 하지만.
어쨌든 예로부터 모든 만화나 애니메이션에서 다 이어져온 국룰이라는 거고, 지금도 다르지 않다.
다르지 않아야하는데…
“어어?! 너… 너 이 자식 키드 G! 잡았다!”
나는 불과 이틀 후, 대학 입학식 당일에 같은 신입생인 발키리에게 잡혔다.
…… 어라?
Raw Chinese ? not translated ?
I will add translate plugin soon
And it’s kore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