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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

       

    커버접기

       육신을 살찌우는 것은 음식이지만, 영혼의 허기를 달래는 것은 취미다.

       

       밥을 삼시세끼 꼭꼭 챙겨먹어야 몸이 건강한 것처럼.

       취미생활을 즐기지 않으면 언제고 영혼에 병이 들어버리고 만다.

       

       누군가는 게임에 열중하고, 누군가는 축구나 농구 등 스포츠에 열중한다. 지구상에는 그야말로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취미가 있다. 또, 취미는 운명처럼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다.

       

       딱 봐도 나랑 맞지 않을 것 같아서 평생을 멀리 해 오다가도, 우연한 계기로 접하고 난 뒤에 푹 빠져버리는 경우도 있다. 취미로부터 간택받는 것이다. 

       

       나는 TRPG가 취미다.

       

       테이블탑 롤 플레잉 게임.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설명하자면 소꿉놀이나 노트에 그림 그려가며 하던 rpg의 초진화형이다.

       

       대학생 시절, 어쩌다보니 사귀게 된 여자친구가 권유해 와서 어쩔 수 없이 시작한 TPRG였다.

       

       아직도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 내 첫 세션은 ‘판델버의 잃어버린 광산’이었고, 내 첫 캐릭터는 스스로를 3인칭으로 부르는 바바리안 ‘바리안’ 이었다. 먹다 남은 매머드의 뼈를 무기로 사용한다는 컨셉이었다.

       

       바바리안 바리안의 판타지 세계 대모험은 많은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성공적으로 좆망했다.

       

       명작은 요약본으로 읽어도 명작인 것처럼, 좆망한 이야기는 요약본으로 봐도 그 그윽한 향기를 맡을 수 있다. 바바리안 바리안은 갑자기 등장한 북부 대공(남자/16세/미소년/소드마스터/20레벨)에게 사로잡혀 똥물에 빠져 죽었다. 나는 세션의 종료와 동시에 여자친구와 헤어졌다.

       

       실연의 아픔으로 끙끙 앓던 것도 잠시, 나는 TRPG라는 새로운 놀잇거리와 사랑에 빠졌다.

       

       무한한 자유도와 원하는 만큼 상상의 나래를 펼쳐낼 수 있는 확장성, 타인과 교류하며 이야기를 만드는 통일감과 충족감⋯⋯

       가끔 그 무한한 자유도를 이용해 내 정신을 박살내는 빌런들이 있었지만, 아니 많았지만. 리턴에 비하면 작은 리스크였다.

       

       TRPG, 나의 사랑, 나의 빛, 나의 삶, 나의 안식, 나의 영혼⋯⋯.

       

       고달픈 인생에 지친 영혼을 치유해 줄 나의 유일한 구원이여!

       

       

       하면서 가슴 아픈 일들도 괴로운 일도 많았지만, TRPG의 즐거움은 내 삶의 일부였다. 

       차에 치여 죽어가는 지금도 다른 일보다 TRPG를 먼저 떠올리고 있지 않던가.

       

       만약, 다음 생이 있다고 한다면.

       그리고 다음 생의 취미를 내가 고를 수 있다고 한다면.

       

       나는 다시 한 번 TRPG를⋯⋯

       TRPG를⋯⋯

       

       아니, 그냥 운동이 인생 취미였으면 좋겠다.

       내가 어쩌다 이런 취미에 홀려가지고. 

       

       시발.

       

       ===============================================================

       

       “그, 그러니까, 환상 마법을 이용해서 하나의 세계를 구현해놓고 한다는 일이, TRPG⋯⋯ 인가 뭔가를 하겠다는 말, 이지?”

       

       “예.”

       

       환생해도 못 끊겠더라.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세션이란?

    TRPG의 플레이 단위를 일컫는 말입니다. 옆집 철수가 영희랑 CST라는 TRPG를 오후 8시에 하기로 했을 때,
    철수는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습니다 : “오늘 8시에 우리 세션 있어 영희야!”

    “다음 세션은 언제 하나요?”

    “세션 알찼다~~~”

    등으로 쓰입니다.

    다음화 보기


           


Otherworld TRPG Game Master

Otherworld TRPG Game Master

Another World TRPG Game Master, 이세계 TRPG 게임마스터
Score 8.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a wizard of the Illusion Magic School and decided to create a virtual reality with illusion magic to play a tabletop role-playing game (TRPG). It was great to create a virtual reality, but I was in trouble because there were no suitable players. During that time, I received an offer to be the professor from the Royal Academy. The offer was to use illusion magic to fill the students’ lack of practical experience safely. And so, I became a professor at the academy. “Send me back, send me back to that world right now-!” “Outer god, someday an outer god will be our doom, we’ll all die!!” “I am not the bastard of the Redburn Ducal Family. I am the foremost disciple of the Great Namgung Clan, Namgung Qinghui!” But it seems there is a bit of a misunderstanding. This isn’t a spell for dimensional travel, kids. It’s fi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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