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시골의 공터.
여행용 마차들이 둘러싼 야영장에서.
나는 한 무리의 괴물들과 마주하고 있었다.
뿔과 엄니를 가진 근육질의 거한.
살아 움직이는 해골.
팔이 여섯 개가 달린 여인.
전신에 붕대를 감은 괴인.
머리 셋 달린 쌍둥이.
들창코에 머리가 벗겨진 난쟁이.
내가 그들을 바라보자, 그들은 눈을 피하며 고개를 숙였다.
내가 입을 열자, 그들은 눈을 질끈 감으며 몸을 떨었다.
내가 한 발 내딛자 그들은 한 발 뒤로 물러났다.
맹수를 앞에 둔 초식동물들과 같은 꼴.
그들은 나를 두려워하고 있었다.
그들에게 나는 피도 눈물도 없는 악마 단장이었으니까.
결국, 오늘도 나는 그들에게 다가가지 못하고 마차로 돌아왔다.
“하아.”
내가 한숨을 내쉬자 거울 속의 남자도 같이 한숨을 내쉬었다.
날렵하고 단단하게 잘 빠진 몸매에 큰 키.
대리석을 깎아 만든 것 같은 조각 같은 얼굴.
어깨까지 내려오는 긴 금발.
입가에 가득한 가식적인 미소.
익숙한.
너무나도 익숙한 얼굴이다.
내가 못 알아볼 리 없었다.
검은 마도사.
프랑크 원더스타인.
괴물서커스단의 단장.
트릴 트릴로 3부작 내내 최종 보스로 나오는 악당.
나는 그가 되어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