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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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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왕도적인 정통판타지 소설의 조연에 빙의했다.

       

       용사가 동료들과 함께 온갖 고난과 역경을 딛고 결국 마왕을 죽이며 세상의 평화를 되찾는다는 내용의.

       

       흔한 빙의물은 대부분 조연캐로 빙의한 자가 원작의 지식을 이용해 분탕을 친다. 원작 주인공의 기연을 선점하고 히로인을 빼앗고 결국 혼자서 북치고 장구치고 엔딩을 보지.

       

       ‘조용히 살려고 했는데’라는 말도 안 되는 소리나 해대면서.

       

       그런데 그거 쓰레기짓이잖아.

       

       이미 완성된 원작을 비틀고 먹칠하는 짓은 할 수 없어.

       

       그리고, 주인공이 원작대로 나아가는 게 나에게도 이로운 길이다.

       

       지금 내가 가진 가장 큰 무기는 정석루트의 원작 스토리를 안다는 것. 이것을 스스로 나서서 바꿔버리는 건 자살행위나 마찬가지다.

       

       내가 주인공이 되는 것보다 원작의 주인공이 정상적으로 마왕을 죽이고 평화가 도래한 세상에서 조용히 사는 게 훨씬 나아.

       

       그래서 조력했다. 주인공과 동료들과 함께 목숨 걸고 싸웠다.

       

       “이번에도 역시 네 말이 맞았구나, 디안.”

       “디안 님은 혹시 예언자 아니신가요?”

       “디안이 아니었다면 어떻게 됐을지 생각도 하기 싫어.”

       

       주인공과 동료들은 나를 신뢰했고 나 역시 그들을 신뢰했다.

       

       그렇게 우리는 결국 마왕 앞에 도달할 수 있었다.

       

       “디안. 그 동안 고마웠다.”

       

       마왕을 목전에 둔 주인공이 결연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만약 내가 여기서 죽는다면 셀린느가 무사히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이상한 소리하지 말고 내가 알려준 대로만 해. 그럼 모두 살 수 있어. 나를 믿지?”

       “그래. 믿는다. 이 세상에 너를 믿지 않으면 대체 누구를 믿는단 말이냐.”

       “좋아. 그럼 가자.”

       

       전투는 치열했고 몇 번의 위험한 고비가 있었지만 마왕은 원작대로 몸이 반으로 갈라져 소멸했다.

       

       우리는 무사히 귀환했고 대륙은 평화를 되찾았다.

       

       막대한 사례금, 작위 및 영지 수여, 성대한 환영식. 그 끝무렵에 나는 혼자 짐을 챙겨 황성을 나섰다.

       

       “디안! 디안!”

       

       봄날의 훈훈한 밤바람을 맞으며 황성의 도개교를 나서는데 뒤에서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 왔다.

       

       돌아보니 주인공이 헐레벌떡 뛰어오는 게 보인다.

       

       “디안! 여기 있었나!”

       “뭐야? 환영회의 주인공이 도중에 빠져 나오면 어떡해?”

       “네가 보이지 않아서 찾으러 나온 거다. 그런데….”

       

       주인공이 내 등에 멘 가방을 보고는 물었다.

       

       “그건 뭐지? 어디를 가려는 것이냐?”

       “떠나려고. 내가 여기서 할 일은 더 없으니까.”

       “떠난다고…? 그게 무슨 말이지? 그리고 네가 할 일이 없다니?”

       

       영문을 몰라 갸웃거리는 주인공에게 미소를 지으며 설명했다.

       

       “마왕은 죽었고 더는 우리가 싸워야 할 건 없어. 그러니 할 일이 없는 거지. 물론 너와 다른 애들은 앞으로 굉장히 바쁘겠지만.”

       “마치 남일처럼 말하는데, 디안 네게도 황제가 제안한 자리가 있지 않느냐. 설마 거절할 셈인가?”

       “그래. 나는 머리 쓰는 일은 어울리지 않아. 한 자리에 묶여 있는 것도 답답하고. 그래서 떠나련다.”

       

       그러자 주인공은 진지한 눈빛으로 물었다.

       

       “이것 역시 미래를 내다보고 결정한 일이냐?”

       “하하하! 그런 거 아니야. 예언의 능력 같은 건 없다니까. 그냥 이제 혼자 조용히 살고싶어서 그러는 거야.”

       “조용히 살고 싶다고? 하지만 너는….”

       “그래서 작위랑 영지도 반납했어. 귀족의 책무에 얽매이고 싶지 않아서.”

       “아….”

       

       주인공은 말문이 막혔는지 한참이나 나를 쳐다봤다.

       

       “그런 것인가….”

       

       잠시 후, 주인공은 다소 가라앉은 목소리로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네가 그렇다면 그런 것이겠지. 넌 단 한번도 틀린 적이 없으니까.”

       “틀린 적도 많아. 뭐, 여튼… 이제 작별이네. 그 동안 고마웠고 행복해라.”

       

       주인공의 어깨를 두드려 주고 몸을 돌렸다.

       

       “디안!”

       

       몇 걸음을 떼지도 못해 주인공이 나를 불러 세웠다.

       

       돌아보니 주인공이 늘 짓는 그 진지하면서도 순진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혹시, 내가 언젠가 다시 네 도움이 필요하다면….”

       

       주저하던 주인공이 말을 이었다.

       

       “지금껏 그래왔던 것처럼 나를 도와주겠나?”

       

       잠시 주인공을 보던 나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당연하지.”

       

       원래는 원작대로 스토리를 이끌기 위해 조력했지만 이제 주인공은 내 가장 친한 친구니까.

       

       대답을 들은 주인공의 얼굴이 환해졌다.

       

       “고맙다, 디안!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눈물을 글썽이는 주인공에게 손을 흔들어 주며 도개교를 빠져 나왔다.

       

       모든 것은 원작의 스토리대로. 마왕은 죽었고 대륙에는 평화가 찾아왔다.

       

       엔딩 후의 이야기는 나도 알지 못한다. 그러니 나는 더 도움이 되지 못한다.

       

       이제 마왕토벌의 사례로 받은 것들로 조용히 사는 거다. 

       

       빙의한 조연에 걸맞는 베스트 엔딩이라 할 수 있겠지.

       

       

       # # # # #

       

       

       10년 후.

       

       “디안. 나를 좀 도와주면 안 되겠나?”

       “아, 이건 좀….”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특별한 사정 없으면 일일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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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etired Supporting Character Wants To Live A Quiet Life

The Retired Supporting Character Wants To Live A Quiet Life

The Retired Supporting Character Wants to Live Quietly 은퇴한 조력캐는 조용히 살고 싶다
Score 3.9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nstead of causing chaos with my knowledge of the original work, I assisted the protagonist.

I successfully completed the story and now planned to retire and live peacefully.

However, it seems the protagonist still needs my help.

An academy professor? That’s nothing much.

But why is the state of the academy so str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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