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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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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f you wish’라는 제목의 인디게임이 있다.

       

       여주인공의 시점으로 진행되는 역하렘물과 백합물을 모두 좋아하는 특이한 취향을 가진 어느 인디게임 제작자가 ‘없으니 내가 만든다’라는 생각으로 약 3년 동안 1인 제작한 육성 시뮬레이터.

       

       제작자 자신이 그때까지 해 온 미연시와 로맨스 만화, 그리고 약간의 막장 드라마 취향과 백합물을 버무린 인물 설정에, 역시 제작자가 어린 시절 즐기던 육성 시뮬레이터에 대한 취향까지 마구 욱여넣은 그 게임은 심지어 무료 배포였다.

       

       덕분에 깔끔한 배경 CG, 게임 캐릭터 CG를 가진 상업용 게임과 다르게 카메라로 찍어 적당히 블러처리를 한 배경과 그림판으로 그린 것 같은 캐릭터가 나오는 게임이 되었지만, 그 기묘한 퀄리티 속에서 제대로 작동하는 게임 시스템의 희한한 모습 때문에 오히려 컬트적인 인기를 얻게 되었다.

       

       일부러 노린 듯한 일부 병맛 넘치는 선택지와 전개, 의외로 본격적인 육성 시스템, 그리고 육성 결과에 따라 달라지는 선택지. 그 모든 것이 하나의 게임 안에서 의외로 조율이 꽤 잘 되어 있었고, 거기에 약간 가미된 한국 아침 드라마식 막장성이 의외로 남주인공 루트에서 박진감을 더했다.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돈이 들어가지 않았기에 제작자의 마이너한 취향이 마구 드러나는 게임이었다는 말이다.

       

       다만, 그 막장 드라마스러운 스토리를 위해 등장하는, 마치 아침 드라마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악역 영애의 존재 때문인지, 전통적인NL 여성향 미연시를 즐기던 여성 유저층에게는 별로 인기를 끌지 못했지만.

       

       미연시를 하는데 공략하는 캐릭터에게 끊임없이 치근덕대고, 심지어 여주인공 육성을 잘못하거나 선택지를 잘못 골라 배드엔딩으로 직행하기라도 하면 아예 NTR 엔딩이 나 버리는 사태가 일어나니, 확실히 원래부터 그런 장르를 즐기던 경우가 아니라면 거부감이느껴질 수밖에 없겠다.

       

       반면에, 백합 루트는 꽤 호평받았다. 그 악역 영애가 백합 루트에서는 가련한 히로인 중 하나가 되어버리니까. 게다가 백합 루트에선 껄떡대는 캐릭터도 없다. 원래 남주인공으로 나오던 캐릭터들은 완전히 조연으로밀려나 버리고, 그야말로 순수하게 백합 게임의 분위기가 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이 게임은 여성보다는 남성들에게 더 많이 팔렸다는 모양이다. 남자 주인공의 루트는 병맛 똥겜을 플레이하는 느낌으로, 백합 루트는 진짜 백합 게임을 하는 느낌으로 플레이하는 경우가 상당했으니까.

       

       내가 봤던 동영상도 남자 스트리머가 진행하는 내용이었고.

       

       ……그렇다.

       

       나는 이 게임을 플레이해 본 적이 없었다.

       

       그저 동영상 스트리밍 사이트를 통해 스트리머가 플레이하는 영상을 보았을 뿐.

       

       그나마도 생방송이나 풀 영상을 본 것이 아닌, 한 편에 약 10분씩, 루트 당 세 편~네 편으로 이루어진 하이라이트 모음집을 보았을 뿐이다.

       

       게다가 그 스트리머가 전 루트를 플레이한 것도 아니었고.

       

       총 세 명의 남자 캐릭터, 세 명의 여자 캐릭터 루트 중, 그 스트리머가 클리어한 루트는 각각 하나씩. 남자 캐릭터 루트를 클리어하면서 악역 영애의 방해로 몇 번이나 쓴맛을 본 스트리머는 히로인을 공략할 때는 아예 악역 영애 루트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다른 루트가 궁금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게임을 받아다가 하기는 귀찮았던 나는, 게임을 직접 플레이하는 것 보다는 그냥 너무 위키에 캐릭터 이름을 쳐 보는 것을 택했다.

       

       뭐, 위키 특성상 마이너한 무료 게임의 내용이 제대로 나와 있을 리는 없었지만. 그래도 다행히 짧게나마 캐릭터 항목이 있기는 했다.

       

       ‘모든 남주인공 루트의 해피엔딩에서 끔찍한 결말을 맞아 플레이어에게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라는 것이, 그 항목에 적혀있던 내용이었다.

       

       루트별 행적도 적……으려고 했던 것 같은데, 보통 한 사람이 내용을 거의 다 작성하는 인기 없는 위키 문서가 다 그렇듯 목차만 만들어지고 내용은 그냥 비어있는 상태였다. 쓰다가 현타라도 왔던 것일까.

       

       뭐, 굳이 거기서 더 열심히 찾아볼 필요는 느끼지 못했다.

       

       애초에 텍스트 게임은 내 취향이 아니기도 하고. 하이라이트 영상을 전부 본 것도 게임을 하면서 잘못된 선택지를 고르고 고통받는 스트리머가 재미있었던 것이지, 게임 자체에 대단한 흥미를 느끼지는 못했으니까.

       

       그래서 그 1인 제작게임, ‘if you wish’에 가지고 있던 관심은 그것으로 딱 끝나버리고 말았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그러면 안 됐었는데.

       

       *

       

       텍스트 게임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텍스트를 읽는 것까지 전부 싫어하는 것은 아니었다. 나도 소설 같은 것은 좋아했다. 집중력이 부족해서 진득하게 앉아서 한 권을 전부 읽어버리거나 해 본 적은 없지만 그래도 며칠에 걸쳐서 재미있게 읽은 소설은 많았다. 어렸을 때는 라이트 노벨이나 판타지 소설도 많이 읽었다.

       

       당연히, 출퇴근하면서 웹소설도 읽었다. 그래서 요즘 대충 유행하는 웹소설들이 무엇인지, 그리고 요즘 웹소설에서 유행하는 소재가 무엇인지 정도는 대충 알고 있다.

       

       당연히 내가 마지막으로 읽던 소설이나 게임 속의 등장인물이 되는 전개도 몇 번은 읽어봤다. 물론 나에게 그런 일이 일어날 거라는 생각은 전혀 해 본 적이 없지만.

       

       이세계물을 읽을 때면 그런 생각 해본 적 있지 않은가? 내가 저 상황에 떨어졌다면 더 잘 할 수 있었을 텐데. 내가 저런 히로인을 만나면 훨씬 더 잘해 줄 수 있을 텐데! 저렇게 찌질거릴 시간에 칼을 한 번 더 휘두를 텐데! 하는 생각 말이다.

       

       고향으로 돌아간다느니, 무슨 스스로 쌓아둔 생활에 대해 자부심이라느니 하는 이야기는 전혀 공감이 가지 않았다. 이세계에 가서 미소녀에게 둘러싸였으면 그냥 그대로 좀 만족하고 살았으면 좋았을 텐데.

       

       그런 의미에서 나는 어린 시절 읽던 라이트 노벨보다는 요즘 나오는 웹소설이 훨씬 더 취향이었다.

       

       주인공도 시원시원하고, 오는 히로인 안 막고, 굳이 돌아갈 생각도 하지 않고. 솔직히, 회사 생활하면서 소설을 읽다 보면 그런 웹소설 속의 주인공이 되고 싶을 때가 많았다. 뭐, 솔직히 NTR 물이나 피폐물 주인공만 아니라면, 그 모든 것을 얻기 위해 좀 다쳐볼 만하지 않겠는가? 막말로 TS 물에라도 떨어지면 인방이라도 하며 먹고살면 그만이고.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망상은 망상일 뿐이다.

       

       이유도 모른 채 이세계로 떨어지는 순간에, 급작스럽게 온몸이 바스러지는 것 같은 고통을 느끼면, 그때까지 자신만만하게 망상하고 있던 모든 것들은 머릿속에서 깨끗하게 날아가 버리게 된다.

       

       내가 그랬다.

       

       ‘If you wish’의 세계로 떨어진 직후에 내가 한 일은, 목이 터지라고 비명을 지르는 것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안녕하세요. 이번에도 또 TS물로 여러분과 만나게 되네요. 이번에는 노맨스가 아니라 백합 하렘을 가 보려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

    정말 죄송합니다. 잘못된 클릭으로 이번에도 예약을 실패했습니다. 부득이하게 삭제 후 다시 올리게 되었지만 이미 한 분 읽으신 분이 계시네요ㅠㅠ

    다음화 보기


           


I Don’t Want to Become a Villainess

I Don’t Want to Become a Villainess

Q악역 영애가 되긴 싫어
Status: Completed Author:
I fell into the single-player game 'If You Wish' and decided to struggle to avoid becoming a villainess with a terrible end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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