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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10

Chapter: 110

   자그마한 소란이 있기는 했지만 대련의 준비는 정상적으로 진행되었다.

   

   이 전투학 수업을 듣는 사람들 가운데에서 제일 강한 사람이 누구냐 이야기를 한다면 가장 먼저 이름이 튀어나올 두 사람.

   

   알른 가문의 루시와 켄트 가문의 프레이.

   

   수업 시간에 하는 대련에서 두 사람의 전적은 루시의 일방적인 압살이었다.

   

   프레이 켄트가 아무리 공세를 퍼붓더라도 루시 알른의 방패 앞에서는 모든 것이 무의미했으니.

   

   껍질 속에 숨어든 거북이마냥 모든 공격을 방어하던 루시 알른이 결정적인 틈을 노리고 반격을 시도하면 프레이는 그대로 무너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자칼은 처음 그 대련의 양상을 보고서 경외와 질투를 느꼈다.

   

   프레이 켄트가 누구인가.

   

   이 대륙에 존재하는 수많은 신성 중에서 가장 뛰어난 무를 지니고 있는 자이지 않은가.

   

   이전에 한 귀족이 개최한 대회에 장난삼아 나가 보았을 적 프레이 켄트를 상대해 보았던 자칼은 그녀가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실력을 지녔는지 알았다.

   

   당시의 자칼은 프레이 켄트에게 상처 하나 입히지 못했다.

   

   그가 어떤 방식으로 창을 휘두르던.

   

   어떤 노림수를 지니고 있건 뭐건 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도 지니지 못했다.

   

   프레이 켄트가 지닌 압도적인 속도 앞에서는 자칼이 지닌 모든 것이 재롱에 불과했으니.

   

   그는 자신을 향해 몰아치는 검의 폭풍을 앞에 두고서 죽지 않을 수 있음에 감사해야했다.

   

   당시 자칼은 입으로는 자신의 노력이 부족해서 프레이를 이길 수 없다 이야기했지만 사실은 달랐다.

   

   그는 이미 속으로 굴복한 상태였다.

   

   자신이 아무리 노력해도 프레이를 이길 수 없다고.

   

   재능의 극한에 다다른 저 천재를 자신의 창으로 꿰뚫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그렇게 단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허나 자칼은 딱히 프레이를 부러워하지 않았다.

   

   애초부터 천외천의 재능을 타고난 자를 어찌 질투하겠는가.

   

   프레이 켄트는 처음부터 남들의 위에 설 운명을 지닌 자였다.

   

   그 누구도 대적할 수 없는 재능을 지닌 천재다.

   

   모두가 그리 이야기했기에 자칼도 그리 생각했다.

   

   허나 아니었다.

   

   하늘 위에 서 있다 여겨졌던 것은 단순히 사람들이 단정을 짓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처럼.

   

   루시 알른이 너무도 간단하게 프레이 켄트를 인간의 영역으로 끌어내린 것이다.

   

   분명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알른 가문의 수치라고 불렸던 그녀가.

   

   사교계 안과 밖을 가리지 않고 온갖 사고를 치고 다녀서 베네딕 알른의 명성이 아니었더라면 오래 전에 목이 날아갔을 거란 소리를 듣던 그녀가.

   

   과거 루시를 가르쳤던 교사가 그런 빡대가리는 세상에 다시 존재하지 않을 거란 소문을 퍼트리던 그녀가.

   

   2층으로 향하던 계단을 오르다 중간에 지쳐서 헉헉 거리던 그 허약하던 꼬맹이가.

   

   대륙에서 제일이라는 명성을 지닌 천재를 쓰러트린 것이다.

   

   처음엔 사람들도 그를 우연이라 단정 지었다.

   

   그렇지 않은가.

   

   아무리 달라졌다고 한들 루시 알른이라는 망나니가 프레이 켄트를 이기다니!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잖나.

   

   프레이가 방심해서 그런 거다.

   

   사실 컨디션이 안 좋았다.

   

   온갖 말들이 나돌았지만 루시 알른은 재차 자신을 증명했다.

   

   또 다시 프레이 켄트를 쓰러트리는 것으로.

   

   주변에 친구가 없어 소문을 듣지 못하는 루시 알른은 모를 것이다.

   

   그녀의 인성이 어떠한 지는 그렇다 치고서라도 그녀의 실력은 인정하는 사람이 하나 둘 생겨나고 있다는 것을.

   

   알른 가문의 핏줄이 지닌 위용을 눈에 담고자 하는 이가 생기고 있단 사실을.

   

   프레이 켄트와 루시 알른이 서로를 마주 보고서 자리에 선다.

   

   아마 이번에도 두 사람의 대련이 가져 올 결과는 다르지 않을 것이다.

   

   루시 알른은 또 다시 자신을 증명하겠지.

   

   그 사실을 되새기던 자칼은 자신의 마음속에 치밀어 오르는 질투심에 이빨을 까득하고 갈았다.

   

   재능인가.

   

   결국에 재능인 것인가.

   

   아무리 노력을 하더라도 나에게는 재능이 없기에 루시 알른을 이길 수 없고 프레이 켄트를 이길 수 없고 아서 솔라딘을 이길 수 없는 것인가?!

   

   신입생 대표로써 연설을 하면 무얼 하는가!

   

   사람들은 나를 인정하지 않는다!

   

   아서 솔라딘이 지닌 지식을 칭송하고.

   

   루시 알른의 변화에 대해 수군거리며.

   

   프레이 켄트의 검에 탄성을 내지를 뿐!

   

   형님이었다면 달랐을까?

   

   저 별들이 빛을 내며 달려갈 때에 그 옆에서 똑같이 달릴 수 있었을까?

   

   형님에게 재능을 빼앗긴 나는 평생 톱니바퀴가 될 수 없는 걸까?

   

   나는.

   

   난.

   

   *

   

   프레이는 앞에서 방패를 치켜들고 있는 루시의 모습을 눈에 담았다.

   

   방패에 여러 잔상처들이 남아 있어.

   

   갑옷도 마찬가지야.

   

   여느 때처럼 여유로운 척을 하고 있지만 눈에도 피로가 스며있고.

   

   지금 루시의 상태는 정상이 아냐.

   

   분명해.

   

   체력이라는 부분에서는 현직의 기사들과 비교하더라도 결코 뒤처지지 않을 루시가 피로를 느끼고 있다는 건 분명 어젯 밤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겠지.

   

   보통 이런 순간에 기사를 자칭하는 이라면 상대의 상태를 배려해 주리라.

   

   허나 프레이는 그런 것 따위 신경 쓰지 않았다.

   

   상대의 상태가 어떤지 알바인가.

   

   그녀에게 중요한 것은 조금이라도 더 루시를 궁지로 몰아넣는 것.

   

   그럼으로써 그녀의 입에서 더 많은 말이 튀어나오게 만드는 것.

   

   그런 후에 자신의 등골을 타고서 올라오는 부글거리는 무언가를 느끼는 것이었다.

   

   기왕이면 그 끝에 이길 수 있으면 좋겠지만.

   

   음? 루시의 상태가 안 좋으면 해볼 만 하지 않나?

   

   마침 먼저 몰아붙일 수 있는 기회도 얻었으니까.

   

   좋아. 오늘은 이겨 보자.

   

   그리고 나서 루시를 화나게 만들자.

   

   그럼 다음에 루시가 더 거친 말을 내뱉겠지.

   

   완벽한 계획이야.

   

   프레이는 스스로 떠올린 생각에 탄성을 지르다 두 손으로 검을 붙잡았다.

   

   “양 쪽 준비되셨습니까?”

   “네.”

   “그래요.”

   “확인했습니다. 그럼 대련을 시작하겠습니다.”

   

   여전히 빈틈은 없어.

   

   아무리 피로에 찌든 상태라고 한들 루시는 루시야.

   

   극한 상황에서도 여느 때처럼 전투를 할 수 있는 훈련을 하던 그녀다.

   

   처음부터 틈을 드러낼 거라고는 프레이도 생각을 하지 않았다.

   

   빈틈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저 견고한 거북의 등껍집을 수도 없이 내려쳐서 금을 내는 수밖에 없겠지.

   

   그리 마음을 먹은 프레이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루시에게 달려 들었다.

   

   루시를 상대할 때 필요한 건 강한 공격이 아냐.

   

   빠르고 잦은.

   

   그녀의 생각을 뒤흔들 수 있는 공격.

   

   껍질 속에 숨은 거북이를 뒤흔들어서 그 머리를 빼낼 수 있게 만들 압박.

   

   검을 휘두르기 무섭게 그 앞으로 방패가 다가온다.

   

   프레이의 머릿속을 읽은 것만 같은 정확한 동작.

   

   역시 루시야.

   

   어떻게 하면 내가 제일 힘들어하는 지 잘 알고 있어.

   

   검이 튕겨남과 동시에 프레이의 머릿속에 여러 가지 생각이 맴돈다.

   

   이번에는 어떻게 검을 휘둘러볼까.

   

   어디를 노려볼까.

   

   어떤 공격을 해서 루시를 조급하게 만들어 볼.

   

   “허접 검사♡ 발전이라는 단어를 모르나 보네♡ 검을 휘두르는 거 말고 아무것도 모르는 바본데 검조차 쓰레기 같다니♡ 멍청하고♡ 우둔하구나♡ 푸훗♡”

   

   웃음소리.

   

   수많은 사람이 모인 이 대련장에 존재하는 모든 소음을 꿰뚫고서 귓가에 박히는 저 웃음소리.

   

   프레이는 자신의 심장이 세차게 뛰는 걸 느끼면서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

   

   이번에야말로 루시를 박살낼 테다.

   

   그래서 루시가 바닥에 널부러진 채 울상을 짓는 걸 보고 말 거야.

   

   반드시.

   

   *

   

   ‘피곤해 죽을 것 같아요.’

   <그런 것치고는 잘 움직이더만.>

   ‘몸을 움직이는 건 움직이는 거고 피곤한 건 피곤한 거죠.’

   

   어젯저녁부터 시작해서 한 시도 쉬지 않고 계속해서 움직였기 때문일까.

   

   몸에 피로가 잔뜩 쌓여 있었다.

   

   침대 위에서 눈을 감으면 해가 떴다가 지고 다시금 뜨는 그 순간까지 숙면을 취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덕분에 프레이와 대련을 할 때도 상당히 위험했었다.

   

   중간중간에 머리가 멍해져서 생각이 비더라고.

   

   철벽 스킬이 계속해서 방패를 들 위치를 알려주지 않았더라면 프레이한테 졌을 거야.

   

   평소라면 걔한테 지더라도 별 생각 안 했겠지만 이번은 시험이잖아.

   

   아무리 대련 수업의 시험이 승패와 상관없이 대련의 내용을 본다고 해도 신경 쓰이는 건 어쩔 수 없다고.

   

   어찌저찌 대련 시험도 잘 넘겼고 오늘은 시험 한 개만 더 치면 오늘은 일정에서 해방이네.

   

   사실 이번 과목은 시험을 친다고 하기도 그래.

   

   던전학 시험은 아카데미 1학기 던전의 30층 이상을 공략했다 그러면 중간고사를 만점으로 처리해 주니까.

   

   시험장에 가더라도 내가 치를 시험은 없을 걸?

   

   원래는 시험장에 갈 필요가 전혀 없지만 난 어쩔 수 없이 그 곳에 가야만 했다.

   

   던전학 시험을 치르는 장소에 가서 누가 나크라드의 사주를 받았는지를 관찰해야 하니까.

   

   소울 아카데미가 게임이었을 적 중간고사에서 이벤트가 생기는 순간이 바로 던전학의 시험을 치러지는 순간이다.

   

   시험을 치르는 와중 갑자기 정체 모를 던전의 입구가 생겨나고 그 안에서 몬스터가 튀어나오는 것이다.

   

   후일 밝혀지기로 아카데미에서 갑자기 던전이 나타난 이유는 악신의 사도의 사주를 받은 한 학생이 마도구를 사용했기 때문이었지.

   

   아마 이번 던전학 시험에도 한 학생이 마도구를 사용할 거다.

   

   원래는 내가 던전을 다 없애버렸으니 사도의 사주 자체가 없어야 하지만 나크라드 그 개자식이 반칙을 써서 던전을 만들어 냈잖아.

   

   분명 학생에게 던전과 연결할 수 있는 무언가를 선물로 줬을 거야.

   

   그 학생은 아무것도 모른 채 나크라드가 시킨 대로 마도구를 사용하겠지만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을 거다.

   

   왜냐면 내가 그 던전을 없애버렸으니까.

   

   생각해보면 끔찍하네.

   

   본래 이 시기에 존재해서는 안 될 아드리의 저택이 폭주해서 그 안에 있는 마물들이 바깥으로 튀어나왔다면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아무리 교수들이 즉각적으로 대응을 했다 하더라도 많은 피해가 생겨났을 거야.

   

   여러 학생들이 다칠 테고,

   

   아드리는 토벌 당할 것이고,

   

   비시는 슬퍼했겠지.

   

   어젯밤에 좀 고생을 하긴 했지만 역시 아드리를 구하러 간 건 잘 한 선택이었어.

   

   이럴 땐 허접 주신님에게 감사를 해야겠네.

   

   그 분이 아니었더라면 내가 어떤 선택을 했을지 알 수 없으니까 말이야.

   

   흐흥! 오늘만큼은 특별히 아르마디님이라고 불러 드리도록 할게요!

   

   이 정도면 나쁘지 않죠?

   

   피곤을 잊기 위해 잡생각을 하며 던전학 시험을 치르는 장소에 도착한 순간 저 멀리서 다른 영애들과 대화를 하고 있던 조이가 나를 발견하곤 내 쪽으로 걸어왔다.

   

   “알른 영애.”

   

   조이의 표정은 어느 때처럼 살벌했다.

   

   평범하게 인사를 하더라도 위압적인 조이다.

   

   그녀의 표정이 안 좋아 보이는 건 그리 특이한 일이 아니었다.

   

   그걸 알고는 있지만 왜 평소보다 기분이 안 좋아 보이는 걸까.

   

   ‘네. 조이.’

   “왜 그래? 얼빵 영애?”

   

   “어젯밤에 기숙사에서 빠져나가선 뭘 하고 오신 건가요?”

   

   응?

   

   어떻게 내가 어제 기숙사에 없었다는 걸 아는 거야?

   

 

 

       
   


           


Mesu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u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sa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saggi tanks are not properly educated., Mesugaki tanks are not properly educated., 메스가키 탱커는 참교육 당하지 않는다.
Score 9.2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You sloppy orc~ You can’t take down a girl?” He became the Mesugaki character in the Academy game. But the taunt works too w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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