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Chapter 132

Chapter: 132

   ‘잠시만요! 저…’

   “잠깐만. 얼빠 변태 여우. 나 옷 좀 갈아입자.”

   

   아무리 그래도 바니걸을 계속 입고 돌아다닐 수는 없잖아!

   

   나 이제 갑옷 입는 데에 익숙해서 시간도 얼마 안 걸리거든? 정 급하면 그냥 가벼운 복장으로 나갈 테니까 옷 좀 갈아입게 해 줘!

   

   “허어. 그대는 그대의 친구가 잠에 빠져 있는데 그보다 자신의 수치가 중요한 것인가?”

   

   내가 그리 소리치자 얼마 여우는 짐짓 근엄한 표정을 지으면서 그리 물었다.

   

   얼핏 보면 나를 질책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다르다. 이 변태 여우는 그저 내 바니걸 의상을 좀 더 오래 보고 싶을 뿐이다. 저리 말을 하면서도 입꼬리가 간간히 무너지는 게 보이니 자연스레 알 수 있지.

   

   아니 그거 뭐 조금 시간을 끈다고 문제가 생기는 것도 아니잖아! 일주일 정도는 잠에 빠져 있어도 괜찮다는 걸 내가 모를 줄 아나봐?!

   

   “봐라. 그대의 다른 친우는 걱정으로 가득하지 않은가.”

   

   슬며시 시선을 옮기면 내게서 시선을 피하며 우물쭈물 거리고 있는 조이의 모습이 보였다.

   

   “저 괜찮아요. 알른 영애. 다녀오세요.”

   

   괜찮다는 말과는 달리 그녀의 안색은 하얗게 질려 있었다. 조이는 페이비의 정확한 상태를 모르니까. 당장 친한 친구의 목숨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어떻게 침착할 수 있겠어.

   

   …하아. 어차피 이미 다른 사람들한테 다 보여줬잖아. 이제 와서 갈아입는다 해서 뭐가 달라져?

   

   바니걸 의상도 나쁘지 않아. 몸에 걸치는 게 없어서 움직이기가 무척 편하거든. 바람이 피부에 닿아서 시원하기도 하고. 그래 괜찮아. 아무튼 괜찮은 거야.

   

   ‘가죠.’

   “가자. 얼빠 여우.”

   

   “안 갈아입을 테냐?”

   

   ‘괜찮아요.’

   “피부를 훑는 변태 여우의 징그러운 눈만 없으면 괜찮을 것 같거든.”

   

   “으음. 그는 곤란하구나. 보지 않으려 해도 자연스레 눈이 가서 말이다.”

   

   ‘제발 죽어주세요.’

   “역겹네 진짜. 죽어. 네가 다스리는 숲의 생명들한테 사과하면서 자살해.”

   

   진짜로 간절한 마음으로 그리 빌었지만 얼빠 여우는 결국 표정관리를 하지 못하고 헤실거리는 얼굴을 할 뿐이었다.

   

   나중에. 언젠가. 이 얼빠 여우를 내 손으로 쓰러트릴 수 있을 정도로 강해진다면 바로 이 숲으로 와서 이 얼빠여우의 머리를 깨버릴 거야. 정신교육(물리)를 시켜주고 말 거라고.

   

   페이비가 잠에 빠져 있는 곳은 내가 있는 곳에서 다섯 걸음 떨어져 있는 방이었다. 문을 열자 침대 위에서 편히 숨을 내쉬고 있는 그녀의 모습이 보였다.

   

   얼굴에 행복한 미소가 지어져 있는 걸 보면 좋은 꿈을 꾸고 있는 걸까. 페이비가 꾸는 꿈은 어떤 꿈일까. 모든 것을 허접 주신과 연결 짓는 그녀이니 꿈속에서도 허접 주신의 모습을 보고 있으려나.

   

   페이비도 허접 주신이 얼마나 변태 같은 존재인지를 알아야 하는데. 그 신은 성경에 나오는 것처럼 고귀하고 선한 신이 아니라고. 마조에 사디이자 페도인 변태라고. 심지어 아그라보다 무능하기까지 하지!

   

   요즘에는 그래도 나름 주신이랍시고 도움을 많이 주고 있지만 예전에는 심했어! 진짜로! 아무리 페이비의 신앙심이 깊다 할지라도 이 모든 걸 알고서도 아르마디를 믿지는 않겠지?

   

   나중에 아르마디의 사도라고 당당히 밝힐 수 있는 날이 온다면 그 때 페이비한테 알려줘야지.

   

   “환상에서 사람을 꺼낼 때에 제일 좋은 방법이 무엇인지 아느냐?”

   

   얼빠 여우는 우리를 지나쳐 페이비에게 다가서서는 이마 위에다 손을 얹었다.

   

   “바로 스스로가 환상을 부정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 아이의 경우에는 그것이 쉬울 듯 하구나.”

   

   정신과 관계된 분야에서는 이 얼빠여우만한 캐릭터가 없으니까 믿음직스러워야 정상인데 왜 이렇게 믿음이 안 가지?

   

   저 얼빠여우가 내 발 아래에서 더 때려 달라고 하악거리면서 이야기하던 걸 들어서 그런가?

   

   *

   

   “많이 힘들었겠구나.”

   

   고아원의 바깥. 너무 낡아서 아이들끼리 언제 무너지는 지를 걸고서 내기를 하던 벤치에서 페이비는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아르마디의 손길을 받으며 웃고 있었다.

   

   “아뇨. 괜찮습니다. 덕분에 주신님께서 저를 만나러 와주시지 않았습니까.”

   

   행복해요. 여태까지 살아왔던 그 어떤 순간보다도.

   

   제가 여태까지 해 온 일을 아르마디께서 알아주시고, 위로해주시고, 용서해주시고, 칭찬해주시니. 저의 삶 모든 것이 제가 믿고 따르는 이에게 인정을 받는데 어찌 행복하지 않을까요.

   

   따스한 햇살과 손길 속에 페이비가 웃음과 함께 눈을 감은 그 순간 아르마디가 재차 입을 열었다.

   

   “나의 성녀야. 혹여 내가 그대에게 임무를 하나 주어도 되겠느냐?”

   

   그 말을 들은 페이비는 다급하게 눈을 떠 아르마디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여전히 그의 얼굴은 너무도 밝아 페이비의 시야에 담을 수 없었지만 그는 중요치 않았다.

   

   지금 페이비에게 중요한 것은 아르마디께서 자신을 필요로 한단 사실 뿐이었다.

   

   “네. 물론입니다. 위대하신 주신이시여.”

   

   아르마디께서는 내게 무슨 일을 바라실까. 직접 임무를 내린다고 하실 정도라면 분명 위험하고도 어려운 일이리라.

   

   하지만 페이비는 걱정하지 않았다. 위대하신 분께서 자신의 뒤를 지키고서 있는데 무얼 걱정하겠는가.

   

   “그대의 친우 중에 입이 험한 아이가 있지 않느냐.”

   “…예. 그렇습니다.”

   

   루시의 이름이 나왔다는 사실에 페이비의 말문이 순간 막혔지만 그녀는 자신의 마음 속 응어리를 꾹 짓누르며 목소리를 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에요. 알른 영애께서는 주신의 사랑을 받는 존재인걸요.

   

   “그 아이처럼 나를 비하해줄 수 있겠느냐?”

   “…네?”

   

   그녀의 마음을 질척하게 만드는 질투를 자책하던 페이비는 아르마디의 입에서 나온 말을 듣고 자기도 모르게 되물음을 던졌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아르마디의 입에서 튀어나온 문장은 결코 위대하신 분께서 하실 만한 말이 아니었으니까.

   

   “루시처럼 날 모욕해 줄 수 있겠냐는 이야기다.”

   

   허나 그는 페이비가 잘못 들은 것이 아니었다. 모든 신들의 중심되시는 분께서는 페이비가 자신을 비하해주길 바라고 있었다.

   

   어째서? 페이비는 입 밖으로 튀어나오려는 그 의문을 억지로 짓눌렀다. 신의 뜻에 의문을 표하는 것은 너무도 불경한 일이었기에.

   

   “이해할 수 없겠지만 반드시 필요한 일이란다.”

   

   그래요. 위대하신 분께서 저런 말을 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거에요. 어찌 그 뜻을 한낱 인간이 이해할 수 있을까요.

   

   페이비. 말 몇 마디 하는 게 뭐 어려운 일이에요? 그냥 내뱉으면 되잖아요. 할 수 있어요.

   

   “아… 아르마디시여.”

   

   그치만 그걸 말해야 하는 대상이 제가 믿고 따르고 의지하는 분인데요?! 어떡하죠? 어떡하죠!?

   

   “괜찮다. 나의 성녀야. 내가 부탁한 것이지 않으냐.”

   “네. 네!”

   

   눈을 감은 페이비는 몇 번이고 심호흡을 하며 머릿속으로 평소 루시가 하던 말들을 떠올렸다.

   

   알른 영애라면 지금 무슨 말을 할까요. 알른 영애라면. 입술을 곱씹던 그녀는 머릿속으로 할 말을 정하고 빼액 소리를 질렀다.

   

   “허…허…허접 주신님! 저… 저한테 나쁜 말을 듣고 싶으시다니! 변태!”

   

   그러고서 슬며시 눈을 뜬 페이비는 방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아르마디의 얼굴을 가리고 있던 빛이 사라진 것을 발견했다.

   

   뭐지? 의문 속에서 두 눈을 모두 다 뜬 그녀가 보게 된 것은 언젠가 그녀의 성녀복 너머로 그녀의 몸을 훑어보던 어느 남자의 음흉한 시선과 닮은…

   

   “꺄아아아악!”

   

   비명과 함께 눈을 뜬 페이비는 자그마한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며 가쁜 숨을 다스렸다.

   

   꿈. 꿈이었군요. 그래요. 그렇겠죠. 위대하신 주신께서 허접 같은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런… 그런 변태 같은 표정을 지을 리가 없잖아요.

   

   멍청한 페이비! 이젠 하다하다 꿈에서마저 주신께 모욕을 드리는 건가요?! 멍청이. 바보. 그리고.

   

   “페이비. 괜찮아요?”

   

   옆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고개를 든 페이비는 자신을 걱정스레 쳐다보는 조이를 발견했다.

   

   “조이? 왜 그런 얼굴을 하고 계신가요?”

   “페이비! 정말 다행이에요!”

   

   평소 공작 영애라는 입장 때문에 과한 감정표현을 자제하는 조이가 자신을 끌어안자 페이비가 눈을 깜빡거렸다. 대체 무슨 일이죠?

   

   “못 일어나는 줄 알았어요!”

   

   조이가 반쯤 울먹이는 목소리로 그리 이야기를 하고 나서야 페이비는 자신의 상황을 떠올렸다.

   

   저는 사이틸 숲의 시험에 임했어요. 그 곳에서 보게 되는 건 제가 가장 바라는 풍경. .

   

   …

   

   그랬군요. 저는 매일같이 바라던 대로 주신님의 얼굴을 마주했던 거에요. 그리고 그것이 환상임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모든 위화감을 무시해 버렸던 거고

   

   정말 허접하네요. 저는. 알른 영애가 매일 같이 말을 하던 것처럼.

   

   “걱정시켜서 죄송해요. 조이. 그리고 고마워요.”

   “산통을 깨서 미안하다만 아이야. 네가 감사인사를 전할 사람이 하나 더 있구나.”

   

   사과의 말과 함께 조이의 등을 두드리던 페이비는 중간에 끼어든 리나의 말에 고개를 들었다.

   

   “…어라?”

   

   그녀는 그제서야 조이의 너머에 존재하는 두 사람의 모습을 눈에 담았다. 리나의 모습은 페이비가 쓰러지기 전과 다를 게 없었지만 그 옆에 선 사람은 달랐다.

   

   루시 알른. 위대한 주신에게 사랑받는 사람이자 현 대륙에서 가장 뛰어난 재능을 지닌 신성.

   

   어두운 감정을 모르던 페이비에게 질투라는 단어를 알려주었던 사람. 그녀는 저를 옷이라 불러야 할지 의문스러운 복장을 입고서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저게 대체 뭐죠? 팔과 어깨 다리의 살이 그대로 드러나 있잖아요?! 전 아직도 환상 속의 세계를 맴돌고 있는 걸까요? 저의 어두운 마음이 알른 영애가 부끄러운 복장을 입기를 바란 건가요?!

   

   “하아. 진짜 민폐야. 허접 성녀.”

   “앗. 저. 죄송합니다?”

   “옷 갈아입고 갈테니까 응접실에 가 있어.”

   

   꿈…이 아니네요?

   

   *

   

   죽으면 과거로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

   

   혹시 알아? 목이 날아가면 예전의 시간으로 로드할 수 있을지? 시험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거잖아. 물론 죽을 용기가 없으니까 시험해 볼 엄두는 못 내겠지만.

   

   하아. 젠장. 갑옷을 벗은 방을 돌아온 나는 문을 닫고 할배를 인벤토리에 처박은 후 바니걸 의상을 바닥에 내던졌다.

   

   진짜 돌아버리겠네! 나랑 눈을 마주친 페이비의 그 표정이 머릿 속에서 사라지질 않아! 미친년이라고 생각하겠지?! 그치?!

   

   흐아아아악! 허접 주신님! 죄송한데 퀘스트 클리어하고 나면 무슨 벌을 내리려고 했는지 알려주시면 안 될까요?!

   

   그 정체 모를 굴욕이 바니걸을 입고 주변 사람들한테 보여주는 것보다 더 심각하고 부끄러운 거면 좀 위로가 될 것 같아서 그러는데요! 제발요!

   

   관음하기를 좋아하는 변태인 네가 지금 내 모습을 안 보고 있을 리 없잖아! 빨리 대답해!

   

   – 띠링.

   

   혹시나 싶어서 소리를 쳐봤는데 진짜였던 모양이다. 안 그래도 없었던 신앙심이 바닥을 치는 게 느껴지네.

   

   [퀘스트 클리어!]

   

   [숲의 주인에게 인정을 받는데 성공했습니다!]

   

   [보상이 지급됩니다!]

   

   [십자가의 기능이 강화됩니다!]

   

   뭡니까. 위로금이에요? 고생했으니까 이거 먹고 떨어지라 그거야?! 없는 것보다야 낫지만 기분이 미묘해!

   

   […]

   

   [정산 과정에서 숲의 주인의 인정이 아닌 숲의 주인의 애정을 얻은 것을 확인했습니다.]

   

   [퀘스트 조건의 과다달성이 인정됩니다!]

   

   [보상이 증가합니다!]

   

 

 

       
   


           


Mesu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u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sa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saggi tanks are not properly educated., Mesugaki tanks are not properly educated., 메스가키 탱커는 참교육 당하지 않는다.
Score 9.2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You sloppy orc~ You can’t take down a girl?” He became the Mesugaki character in the Academy game. But the taunt works too well.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