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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33

황금 사신의 예상외의 반응에 나는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서 핫초코의 바닷속에서 황금 사신을 건져냈다.

구슬을 품에 안은 황금 사신은 내 손바닥 위에서 몸을 둥글게 말고, 눈을 꼭 감은 상태였다.

황금 사신은 어느새 잠이 든 상태였는데, 슬픈 꿈을 꾸는지 눈에서 눈물이 한 방울 흘러내렸다.

나는 이 편지가 마구마구 퍼져서 즐겁게 폭탄 돌리기를 하는 황금 사신들을 보고 싶었을 뿐인데!

이 편지를 그대로 믿어버릴 줄이야….

나는 손바닥 위에 황금 사신을 올려두고, 고민을 거듭했다.

이 사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지?

아귀랑 싸웠던 것보다 골치 아프네.

해결책 1번.

[내가 구슬을 제거해 주면서 저주를 해결한 척하기.]

장점 : 황금 사신이 행복해한다. 누구도 상처받지 않은 세상의 완성.

단점 : 들키면 더 큰 문제가 발생한다. 황금 사신이 얼마나 화낼지 감이 안 잡힌다.

내 마음속의 중립 사신이 제시한 해결책.

모두가 행복한 결말을 맞는 루트였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해결책 1번은 힘들어 보였다.

감정 변화에 민감한 황금 사신을 속이는 게 쉬웠다면, ‘실수’로 계속 검은 점액 투척이 가능했을 테니까.

해결책 2번.

[제대로 사과하고 정면 돌파.]

내 마음속 착한 사신이 제시한 해결책.

정공법은 언제나 옳다.

잘못했으면 사과를 해야지.

역시 사과하는 쪽이 나아 보여.

그 외에도 내 마음속의 사악한 사신이 제시한 해결책 3번도 있었지만, 파기했다.

모두가 행복하지도 않고, 들키면 큰일 나는 하이리스크 로우리턴의 계획이었으니까.

해결책 2번을 하기로 마음먹고, 황금 사신의 품에서 구슬을 빼내려고 손가락으로 집었다.

그리고 잡아당기자, 어찌나 세게 쥐고 있는지 빠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결국 잠에서 깬 황금 사신은 내 모습을 확인하고는 더욱 안 놓치려고 부들부들 떨면서 구슬을 끌어안았다.

나는 구슬 빼앗는 것을 포기하고 황금 사신의 머리를 슥슥 쓰다듬으면서 의지를 전달했다.

‘그거 사실 내가 만든 거야. 미안해.’

그 말을 전달하자마자, 황금 사신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고개를 들고 나를 쳐다봤다.

그리고 황금 사신 품에 있는 구슬을 없애버리고, 새로운 구슬을 만들어 내자 또르르 다시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나는 황금 사신을 품에 꼭 안아주면서 머리를 천천히 쓰다듬었다.

‘응, 장난이었으니까. 애착 인간 안 죽어. 울지마.’

‘미안해.’

‘다시는 안 할게.’

황금 사신이 울음을 그칠 때까지, 계속 천천히 쓰다듬어 주었다.

***

늦은 오후의 햇살이 사무실 창문을 통해 들어와, 책상 위에 쌓여 있는 서류 더미에 긴 그림자를 드리웠다.

오랫동안 경직된 자세로 업무를 봐서 그런지, 피로가 어깨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었다.

김중뢰 선배도 바쁘고, 서아 언니도 바쁘니 단순 서류 작업은 모두 내 차지가 되어버렸다.

“으으.”

머리 위로 팔을 쭉 뻗어서 굳어있던 어깨를 풀어주자, 근육이 기분 좋게 당겨지며 시원한 느낌이 만족스럽게 밀려왔다.

제임스가 갑작스럽게 제시한 ‘세희 연구소의 미국행’을 위해서 준비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았다.

특급 오브젝트 반출을 위해서 한국 오브젝트 협회에 제출할 서류뿐만 아니라 미국 오브젝트 협회에 제출할 서류 등등.

미국행을 위해서 필요한 수많은 양식과 신청서, 서류가 산더미처럼 있었다.

하지만 조금 전까지 나를 힘들게 했던 서류들은 마침내 모두 제출되었다.

“드디어 끝났다!”

나는 의자에 기대어 만족스러운 한숨을 내쉬며, 끝없는 업무의 굴레에서 벗어났다.

우리나라 오브젝트 협회는 요구하는 서류가 어찌나 많은지, 해도 해도 필요한 서류가 계속 튀어나오는 기분이었다.

물론 제출한 서류에 대한 답신이 오면 다시, 해야 할 일들이 잔뜩 생기겠지만, 그 일은 오늘의 내가 아닌 내일의 내가 해야 할 일이었다.

드디어 찾아온 휴식의 순간.

끊임없는 업무로 소용돌이치던 내 마음은 이제 사신이를 보러 갈 수 있다는 생각에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자리에서 일어나, 텅 빈 사무실의 불을 끄고 밖으로 나섰다.

사신이를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입가에는 저절로 미소가 피어올랐다.

격리실에 가서 사신이를 만나면, 있는 힘껏 껴안고 침대 위에서 뒹굴어야지!

그리고 도착한 사신이의 격리실에서는 충격적인 장면이 펼쳐지고 있었다.

사신이가.

사신이가 옷을 입고 있어!

물로 만든 커다란 마녀 모자, 그리고 물로 만든 목도리를 두른 사신이가 침대 위에 앉아서 얌전히 TV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앉아있는 사신이의 손아귀 안에는 똑같은 모자와 목도리를 두른 황금 사신이가 헤실헤실 웃으면서 같이 TV를 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주변에는 마녀 모자를 쓴 황금 사신이들이 환하게 웃으며 뛰어다니고 있었다.

사신이랑 같은 옷을 입어서 그런지, 굉장히 즐거운 표정이었다.

사신이가 옷을 입었네.

꿈인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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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서류 작업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나는 지쳐서 잠든 상태인 건가?

갑자기 든 끔찍한 생각에 볼을 꼬집어봤지만, 얼얼한 아픔만이 느껴질 뿐이었다.

꿈이 아니네.

나는 주머니 속에서 핸드폰을 꺼내서, 이 희귀한 장면을 마구 찍기 시작했다.

옷을 입은 사신이가 똑같은 옷을 맞춰 입은 황금 사신이를 애호하는 사진?

누군가가 나에게 판다면 집문서도 넘겨줄 수 있을 정도로 희귀한 사진이었다.

콩콩.

황금 사신이가 손바닥을 두들기면, 사신이는 손가락으로 황금 사신이를 쓰다듬었다.

평소보다 조심스럽고 정성스러운 사신이의 손길에 황금 사신이는 헤실헤실.

사신이가 모성애에 눈을 떴나 싶을 정도로 바뀐 모습이었다.

사진에 제목을 붙인다면, 이렇지 않을까?

<상냥한 사신이와 황금 사신이의 가족사진.>

***

미국으로 떠나는 날이 왔다.

연구소 소속 차량에서 내리자, 새벽의 고요함과 차가운 새벽 공기가 나를 반겨주었다.

태양이 완전히 깨어나기 전, 찰나의 고요한 평온이 가득했다.

지평선 너머로 부드럽고 푸른 빛이 스며들기 시작했고, 빛에 닿는 모든 것에 푸른 광채를 드리우기 시작했다.

피부에 직접 푸른 햇볕이 닿자, 왠지 편안한 기분이었다.

황금 사신이가 옷을 입고 놀아 달라고 하는 바람에 갑갑한 생활을 해서 더욱 그랬다.

뭐든지 하나 들어주겠다고 했는데도, 똑같은 옷을 입고 노는 게 소원이라니!

나를 복제해서 만든 오브젝트라고 상상하기 힘든 소박한 소원이었다.

나랑 비슷한 성격이라면, 혼자 당한 게 억울해서라도 저주의 편지 mk.2를 만들어 달라고 했을 텐데….

예린의 뒤를 따라 천천히 공항에 가까워질수록 공항은 생소한 분위기를 풍겼다.

평소 여행객들로 북적거리던 공항은 섬뜩할 정도로 조용했고, 한산한 분위기가 이질적인 느낌을 주었다.

설마 내가 미국으로 간다고 공항을 통째로 비워버린 건가?

찰박찰박.

자그마한 발소리를 울리면서 공항으로 들어서자, 내 예상대로인 것을 확인 할 수 있었다.

텅 빈 공항과 적막감.

텅 빈 홀을 울리는 예린이의 구두 소리와 내 맨발 소리.

그런데 굳이 사람 없이 비워버릴 거면, 군용 공항을 이용하는 편이 좋은 것 아닌가?

나는 전문가도 아니니까, 뭔가 이유가 있으려니 하고 넘어갔다.

그래도 민간 공항을 이런 식으로 사용하는 것은 비밀 작전답고, 재미있는 놀이 같은 기분이 들게 했다.

히히.

그리고 공항 홀 가운데에 우리들을 기다리고 있던 제임스와 그 일행들이 눈에 들어왔다.

드디어 미국행이다!

***

미국 동부에 위치한 커다란 신생 도시.

제임스 시티.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제임스가 만들고, 제임스가 투자한 거대한 도시였다.

그 도시 외곽에 위치한 공항에서는 한국에서 오는 세희 연구소 일행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 작업이 한창이었다.

아직 이른 아침, 제임스 공항에서 준비 작업을 감독하던 나는 이상한 것을 발견했다.

“저게 도대체 뭐지?”

구멍이 수없이 많이 뚫린 원통형의 기둥이 높게 솟은 빌딩들 너머로 그 모습을 드러낸 것이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보이지 않았던 구조물이었다.

하룻밤 사이에 저런 커다란 구조물이 갑자기 생겨나다니?

“팀장님 거긴 아무것도 없는데요?”

게다가 같이 일하는 부하들은 저 기둥이 보이지 않는 것처럼 행동하고 있었다.

내가 미쳤던지, 아니면 부하들이 미쳤던지.

둘 중 하나로 보였다.

내가 미쳤을 리가 없으니, 나 말고 모두가 미쳤겠군.

부하 직원들의 만류를 떨쳐내고, 나는 기둥이 있는 곳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오브젝트 정신 오염으로 보이는 현상 발견. 대응팀 파견을 요청한다!”

저 멀리서 대응팀을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하하, 자기들이 오염된 줄도 모르고 직접 대응팀을 부르다니.

그나저나 이런 사태가 벌어졌을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하더라?

그래 녹음기를 꺼내야지.

“이상한 구조물이 보인다. 하얀색. 구멍이 잔뜩 뚫린 커다란 기둥 형상이다.”

“나 말고는 인지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아, 전부 오브젝트에 정신 오염을 당한 것으로 보인다.”

“기둥의 정체를 확인하기 위해 이동하겠다.”

당연히 이럴 땐 함부로 오브젝트로 다가가는 건 위험한 행동이지만, 비상사태이니만큼 어쩔 수 없지.

수없이 많은 보안설비를 지나, 오브젝트가 있는 위치에 도착했다.

그러자 그 거대한 기둥은 온데간데없었고, 대신 커다란 장벽과 게이트가 대신 자리하고 있었다.

제임스 시티의 존재 이유.

오브젝트 화해서 돌이킬 수가 없는 구역 전체를 둘러싸는 거대한 장벽.

관리자급 권한이 없으면 접근하는 것조차 허용되지 않는 공간.

그 장벽을 눈앞에 두자, 어떤 계시 같은 것을 받았다.

‘게이트를 열어라.’

그 순간, 관리자 권한을 따기 위해서 죽도록 반복한 사항이 생각났다.

‘정신이 멀쩡한데, 게이트를 열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면 빨간 버튼을 누르세요.’

빨간 버튼을 꾹 누르자, 나는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Seoul Object Story

Seoul Object Story

서울 오브젝트 이야기
Score 9.2
Status: Ongoing Type: Author: Artist: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Humans, once the masters of Earth, were losing their place to the inexplicable phenomena known as Objects. And this is a story about becoming an Object and living worry-free in the Seoul of such a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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