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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33

Chapter: 133

   보상이 증가한다는 문구를 보고서도 난 전혀 반갑지가 않았다. 저와 비슷한 문구가 나오고 나서 내가 받은 게 메스가키 스킬의 강화였으니까.

   

   다시 생각해봐도 끔찍하네. 허접견. 음란성녀 등. 그나마 호감을 지니고 있던 주변인들에게 해도 되는 말 안 될 말 오만 것을 다 내뱉던 메스가키 스킬은 진짜 악몽이나 마찬가지였다.

   

   지금도 그 때와 상황이 비슷했다. 고난 끝에 허접 주신이 준 퀘스트를 클리어했고, 보상을 받으면서 주신에 대한 욕지거리를 내뱉었다는 것까지.

   

   물론 저번에 비하면 내가 주신에게 한 모욕의 강도가 세진 않았다. 당시는 죽을 뻔한 위기를 넘기고 받은 보상이 너무 허접해서 난리를 피웠던 거고 지금은 그냥 투덜거린 정도니까.

   

   그렇지만 말이야. 허접 주신이 그런 걸 신경이나 쓸까?

   

   그 쪼잔하고 치졸한, 위대한 주신이라는 명칭이 붙이기엔 성격적인 부분에 하자가 많아 보이는 분께서 모욕의 경중에 관심을 두겠냐고. 날 모욕한 건방진 년이라는 생각이나 하지.

   

   생각해보면 지금까지 내가 쌓아온 업보가 한 두 개가 아닌 것 같기도 하고. 내가 허접 주신을 부를 때마다 어떤 호칭을 사용했더라.

   

   곰곰이 그를 돌이켜보다 보니 두려워서 그만 뒀다.

   

   으음. 좀 불경했나? 판사님! 이건 제 잘못이 아닙니다! 제 안에 있는 루시가 제멋대로 떠든 이야기입니다!

   

   저는 아르마디님의 영광을 이야기하려 했지만 루시가 그를 가로 막고 허접 주신이라고 불렀다고요!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라고요?!

   

   어쩌라고! 솔직히 판사님도 같은 상황이었으면 허접 사디 마조 변태 주신의 욕을 했을 거잖아!

   

   […]

   

   형벌을 기다리는 사형수의 심정이 이런 느낌일까. 형벌보다 그걸 기다리는 게 더 힘겨워. 아 젠장. 가만있어서 뭘 하겠냐. 갑옷이나 입자. 다른 애들이 날 기다리고 있을 거 아냐.

   

   – 띠링!

   

   팔짱을 낀 손을 풀고 침대 위에 널부러져 있는 갑옷을 집어든 순간 알림음이 들려왔다.

   

   우연이죠? 일부러 노리고 엿 먹인 거 아니죠? 아니라고 믿을 게요? 어차피 내가 믿건 안 믿건 메시지의 내용을 보면 우연인지 일부러인지 나오겠지만.

   

   메시지가 눈앞에 떠올라 있었지만 난 차마 그를 볼 수가 없었다. 분명 안 좋은 내용일 것 같았으니까.

   

   메스가키 스킬이 또 다시 강화되지는 않겠지? 막 어투가 더 심해진다거나, 행동에 강제가 걸린다거나, 한 마디만 내뱉어도 도발이 걸려서 지나가다가 결투다!를 당한다거나 하는 거 아니겠지?

   

   그게 아니라면 어떤 식으로 엿을 먹여줄까. 모르겠어. 짐작이 안 가. 미천한 인간이라서 그런가 위대하신 허접 주신의 뜻을 짐작할 수가 없어.

   

   에라. 모르겠다. 기껏해봐야 괴롭힘이겠지. 어쨌든 간에 지금 난 허접 주신의 재미난 장난감이니까 설마 성대하게 엿을 먹이겠어?

   

   그리 생각을 하고서 고개를 든 나는 메시지의 몇 글자를 읽고 다급히 고개를 내렸다.

   

   […스킬이 강화됩니다.]

   

   씨발?! 내가 상상했던 그거야?! 허접 주신은 생각하는 것도 허접해서 괴롭힘의 수준이 필멸자랑 생각한 거랑 다를 바가 없는 거냐고!

   

   아니. 아냐. 진정하자. 아직 그 위를 확인한 건 아니잖아. 혹시 알아? 저 앞에 있는 글자가 메스가키 스킬이 아닐지도 모르잖아.

   

   다시금 조심스레 고개를 든 나는 메시지 전체를 확인하고서 눈을 깜빡이는 걸 잊어버렸다.

   

   [‘철벽’스킬이 강화됩니다.]

   

   [정확한 타이밍에 공격을 막아낼 시 공격의 데미지가 감소합니다.]

   

   패링.

   

   컨트롤을 중요시 하는 게임이라면 당연하다는 듯이 들어가 있는 기능.

   

   소울 아카데미에도 패링이 존재했다. 특정 타이밍을 맞추는 것이 무척이나 까다로워서 고인물이 아니면 쓰지 않던 기술이었지.

   

   바꾸어 말하자면 고인물들에게는 필수적인 테크닉이었다. 저걸 쓰지 못하면 맨 몸으로 보스 사냥 같은 기괴한 짓거리는 절대로 못하니까.

   

   나도 이 세상이 게임일 적에는 잘 써먹었지. 그렇지만 패링도 결국 게임 속의 기능 중 하나인지라 이 세계가 현실이 되며 사라져 버렸었다.

   

   근데 그게 철벽 스킬의 강화 기능으로 돌아온 것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패링의 하위호완이기는 하지만 뭐 어때!

   

   패링이란 기능이 돌아온 거잖아!

   

   그게 믿기지가 않아서 나는 몇 번이고 메시지 창에 적혀 있는 글자를 읽었다.

   

   처음 소울 아카데미라는 게임을 시작했을 무렵 우연히 종결급 아이템을 먹고서 믿기지가 않아 몇 번이고 그를 구경할 때처럼.

   

   “푸훗. 푸하하핫.”

   

   그러다 보니 절로 웃음이 새어 나왔다.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시작된 웃음은 그친다는 단어를 세상에서 지워버린 것만 같아서 나는 한참이나 방 안에서 웃음을 터트렸다.

   

   그러다 간신히 제정신을 차린 나는 두 손을 모으고서 하늘을 향해 기도를 올렸다.

   

   존귀하고도 위대하고 지엄하신 아르마디시여. 감사드립니다. 이 불경한 불신자에게 벌 대신 선물을 쥐어 줌으로써 아르마디께서 얼마나 자비로우시고 위대하신 분인지를 절로 깨닫게 하시다니 말입니다.

   

   오늘부터 매일 밤 아르마디께서 계시는 곳을 향해 감사의 기도를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끼얏호우! 패링이다! 개쩌는 손맛과 함께 희열을 느끼게 해주던 그 패링이라고!

   

   아아. 빨리 싸우러 가고 싶다. 패링 하고 싶다!

   

   생각해보면 마침 현실에서 패링 기능을 써보기에 적절한 더미들이 이 숲에 가득하잖아?!

   

   하아. 오늘 아카데미 1학년들 다 뒤졌다 진짜.

   

   흐헿. 흐헤헤헿.

   

   *

   

   “그런. 저를 구하기 위해서 알른 영애께서…”

   “알른 영애께서 아무 이유도 없이 그런 옷을 입었을 리 없잖아요?”

   

   조이에게서 루시가 왜 바니걸 의상을 입고 있었는지 이야기를 들은 페이비는 입을 헤 벌리고 있다가 시선을 끌어내리며 자신의 가슴께로 두 손을 끌어 모았다.

   

   그쵸. 상식이 박힌 사람이라면 자기가 자처해서 그런 창피한 옷을 입을 리가 없어요.

   

   알른 영애께서는 여러 기행을 펼치시기는 하지만 그래도 최소한의 품위는 지키는 분이에요. 어투가 거칠고 남을 비난하기는 할지라도 몸짓이나 복장에서 문제를 일으킨 적은 없어요.

   

   그런 분께서 부끄러운 의상을 입었다면 응당 이유가 있을 터인데 저는 그런 것은 생각도 하지 못하고 알른 영애께서 왜 저러는 걸까 하는 의문만을 품고 말았어요. 저속하다는 생각도 일말 했었고요.

   

   알른 영애께서는 환각에서 깨어나지 못하는 저를 위해 수치를 견디고 계셨는데 저란 인간은!

   

   …사과를 하러 가야겠죠.

   

   마음속으로 그리 결정을 내린 페이비는 의자에서 일어난 후에 입을 열었다.

   

   “저 알른 영애를 만났다가 올게요.”

   

   어떤 말을 좋을지를 고민하며 발을 움직이던 페이비는 어느새 루시가 있는 방의 앞에 도착했다.

   

   옷을 갈아입고 계신다고 하셨지? 근데 갑옷을 입고 계신 것치고는 엄청 조용하네. 안에서 무언가 다른 일을 하고 계신 걸까?

   

   노크를 하기 위해 문 쪽으로 다가선 페이비는 문이 살짝 열려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냥 여기가 아니라 다른 곳에서 옷을 갈아 입고 계시나?

   

   별 생각 없이 틈 사이로 눈동자를 집어 넣은 그녀는 기도하고 있는 루시의 모습을 발견했다.

   

   바닥에 널부러져있는 갑옷의 사이에서 맨살을 드러낸 채 위대한 주신을 마주하고 있는 루시는 신성했다.

   

   주신 교회의 중심에 걸려 있는 한 편의 종교화를 보는 것처럼.

   

   그 누가 저를 보며 루시가 평소 얄미운 웃음을 지으며 모든 사람들을 내려다보는 오만한 사람이라 생각할까.

   

   페이비는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봤다.

   

   지금 알른 영애께서는 아르마디와 대화를 나누고 있을까요? 그 분에게 이야기를 듣고 있는 걸까요?

   

   거짓된 환상 속에서 목소리를 들어야하는 저와는 다르게 진짜 아르마디의 목소리를 귀에 담고 있겠죠?

   

   그러던 어느 순간 루시가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 평소의 얄미운 웃음과는 다른, 진심이 담긴 진중한 웃음.

   

   그를 본 페이비는 자기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치다가 억지로 자신의 발을 멈췄다.

   

   여기서 도망쳐서는 안 돼요. 페이비. 몸을 돌려버리면 또 다시 같은 일을 반복할 뿐이니까요.

   

   잘못된 행동을 했을 때 가장 중요한 건 그를 뉘우치고 바로 잡는 일이잖아요. 뒤로 물러서지 마요. 앞으로 나아가요.

   

   페이비는 다시금 심호흡을 하고서 문을 똑똑 두드렸다.

   

   “알른 영애. 지금 괜찮으신가요?”

   “허접 성녀님? 잠시 기다리세요. 얼빵한 당신이 제일 잘하는 게 기다리는 일이잖아요?”

   “…그렇죠.”

   

   제 평생은 기다림의 세월이나 마찬가지니까요.

   

   *

   페이비가 나를 찾아온 이유는 사과와 감사의 말을 전하기 위해서였다.

   

   내가 미리 알려주었음에도 환각에 빠져버려서 미안하다고, 그리고 환각에서 구하기 위해 수치를 무릅써줘서 고맙다고.

   

   그 말에 난 이 시련에 페이비를 끌어들인 게 나여서 책임을 졌을 뿐이라고 이야기를 했지만 페이비는 막무가내였다.

   

   그래서 난 그냥 페이비의 사과를 받아주기로 했다. 성격이 좋은 페이비지만 이런 부분에서는 고집이 강해서 어쩔 수가 없었다.

   

   그러고 난 후 다시 응접실로 돌아갔더니 얼빠 여우가 우리를 끌어 모았다.

   

   “자 네놈들에게 시련을 통과한 보상을 주도록 하겠다.”

   

   드디어인가.

   

   얼빠여우라는 캐릭터가 변태같아서 질리기는 하지만 그녀가 주는 축복은 성능이 좋은 축이다.

   

   그녀의 시련이 정신과 관계된 것을 보면 알겠지만 시련의 보상도 정신과 관련되어 있지.

   

   그 내용은 이렇다. 정신에 걸리는 디버프에 대한 저항력을 높여주는 것. 쉽게 말해환각이나 현혹 같은 것에 걸릴 확률을 낮춰주는 거다.

   

   설명을 들으면 알겠지만 얼빠여우가 주는 축복은 지금의 내게 가장 필요한 스킬이다.

   

   메스가키 스킬의 디버프에 걸리면 나는 그대로 끝장나니까 말이야. 그 확률을 조금이라도 줄여줄 수 있는 스킬은 언제나 환영이지.

   

   두근대는 마음으로 보상을 기다리고 있으려니 얼빠여우가 헛기침과 함께 말을 더했다.

   

   “다만 신을 따르는 여아야. 너는 예외다. 그대는 환상에 잡아먹혔으니까.”

   

   그건 그렇지. 페이비는 시련을 넘지 못했으니까 말야. 근데 지금 페이비가 불안불안한 걸 생각해보면 얘의 축복이 필요하긴 할 것 같은데.

   

   게임 속의 페이비였다면 아무 걱정을 안 했겠지만 지금 내 옆에 있는 페이비는 자꾸만 휘청휘청 거려서 넘어질까 걱정된다고.

   

   으음. 뭔가 방법이 없나?

   

   “네. 이해합니다.”

   

   그게 옳다면서 고개를 끄덕이는 페이비를 보며 머리를 굴렸다.

   

   생각해보면 얼빠여우 얘 얼빠에 마조잖아. 그러면 내가 진심으로 매도해주면 좋아 죽는 거 아냐?

   

   아르마디께서 주신 퀘스트도 끝났으니까 이제 막 나가도 상관없잖아. 정 안 되면 바니걸 입고 얼빠여우의 엉덩이를 걷어차주면 되고.

   

   좋아. 얼빠여우에게 당한 굴욕에 복수도 할 겸 매도 좀 해볼까?

   

   “얼빠 여우♡ 왜 이렇게 쪼잔한 거야?♡ 아하♡ 헛소리를 지껄여서 매도를 듣고 싶은 거구나?♡ 변태♡ 보고 있기만 해도 메스꺼워♡”

   “아름다운 여아야. 이 부분은 그런 것이 아니다.”

   “거짓말♡ 엉덩이를 걷어차이면서 기뻐한 구제불능의 마조♡ 변태♡ 주제에. 솔직히 말해봐♡ 내 발에 밟혀서 왕왕대고 싶다고♡ 여우도 개과잖아?♡ 응?♡”

   

   얼빠여우는 내 도발에 얼굴을 붉히며 입술을 부들부들 떨었다. 으음. 아무리 심각한 마조히스트여도 메스가키 스킬의 도발 앞에서는 분노를 견딜 수 없는 건가.

   

   바니걸을 입어서 수습을 해야 하나 생각을 하던 중 갑자기 얼빠 여우가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왕! 왕왕!”

   

   그리고는 네 발로 바닥을 기어다니면서 개소리를 냈다.

   

   하아. 이딴 게 숲의 주인이라니.

   

   …

   

   나 얘 진짜 싫어.

   

 

 

       
   


           


Mesu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u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sa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saggi tanks are not properly educated., Mesugaki tanks are not properly educated., 메스가키 탱커는 참교육 당하지 않는다.
Score 9.2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You sloppy orc~ You can’t take down a girl?” He became the Mesugaki character in the Academy game. But the taunt works too w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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