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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35

Chapter: 135

   아카데미의 학생들은 대부분 내 예상대로 느슨한 상태였다. 학생과 학생간의 전투가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은 듯한 그들은 너무도 쉽게 기습을 허용했다.

   

   물론 중간중간 약탈의 위험을 의식하는 이들도 있었다. 고학년 지인을 두어 그들에게 미리 이야기를 들었던 녀석들이나 2학년에 승급하는데 실패해 1학년에 머무는 이들 말이다.

   

   그들은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기습의 가능성을 염두하고 내게 날 선 시선을 보냈지.

   

   이 과정에서 제일 유용했던 건 페이비였다. 주신 교회의 성녀이자 학생들 사이에서도 평판이 드높은 그녀의 웃음 앞에서 긴장을 유지할 수 있는 이는 없다시피 했으니까.

   

   설마 성녀님께서 약탈을 할 리 없다 여긴 이들은 지나가는 길이라는 우리의 말을 너무도 쉽게 믿어주었고 접근을 허용했다.

   

   페이비가 없었다면 많이 곤란했을 거야. 조금 나아졌다 한들 내 평판은 여전히 나락을 기어 다니고 있거든.

   

   성녀라는 직함이 그를 상쇄시켜주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편안한 학살극을 벌이는 건 불가능했겠지.

   

   ‘이 분들…’

   “뭐야. 이 허접들 약해 빠진 주제에 전리품을 많이 들고 있네?”

   

   “안 됩니다! 그건!”

   

   ‘할당량까지…’

   “뭐야. 좆밥. 할당량까지 다 주고 싶은 거야?”

   

   “크윽…”

   

   작년에 입학한 이들이 섞여 있는 파티라서 그런가 이 파티가 지니고 있는 전리품의 수는 상당했다.

   

   현장학습의 경험자라 그런가 확실히 맛있네. 뭐어. 그래봐야 아서의 파티에는 못 미치지만.

   

   아서 걔가 확실히 유능하긴 하다니까. 이제 막 입학한 1학년이 어떻게 하루 만에 백 개 가까운 전리품을 모은 건지.

   

   뭐 개미 왕자님이 하루 종일 열심히 일해서 벌어둔 건 모두 다 메스가키 작전주의 손에 들어와 버렸지만.

   

   그러게 투자를 할 때는 잘 알아보고 했어야지.

   

   “죄송합니다. 어쩔 수 없었습니다.”

   

   페이비는 바닥에 널부러져 앓는 소리를 내는 이들을 보며 두 손을 끌어 모으고 있었다.

   

   이게 다 다른 학생들의 성장을 위한 일이라고 납득을 시켰지만 그래도 마음이 불편한 가보다.

   

   근데 저거 있잖아. 페이비야 진짜로 미안해서 하는 이야기겠지만 듣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티배깅처럼 들릴 것 같은데.

   

   일부러 안전한 척 함정을 파 놓은 사람이 저런 이야기를 하면 짜증이 나지 않을까?

   

   “괜찮습니다. 성녀님. 어찌할 수 없음을 압니다.”

   “맞아요. 성녀님. 성녀님 탓이 아니잖아요.”

   

   사람들의 반응을 보면 그렇지 만도 않은가 보네.

   

   <평소 행실의 차이란 것이다.>

   ‘할아버지. 팩트로 때리지 마세요.’

   

   대충 왜 저런 반응이 나오는지는 안다. 페이비의 평소 이미지가 너무 좋고 내 이미지가 너무 나쁘니까.

   

   페이비 혼자서 저런 일을 벌였다면 성녀님께서 왜? 가 되었겠지만 옆에 내가 있지 않은가.

   

   저 나쁜 년이 성녀님을 협박해 이런 일을 저지르게 했구나! 같은 생각을 하고 있겠지.

   

   나로썬 억울한 일이었다.

   

   물론 내가 시켜서 한 일은 맞지만 협박은 안 했어! 천천히 설득했다고!

   

   그 과정에서 내가 너 때문에 이런 치욕을 겪었는데 넌 내가 하고 싶은 일 하나 안 해주냐는 식의 말을 좀 더하기는 했는데!

   

   음. 으음. 아무튼 억울해! 난 잘못한 거 없어!

   

   <아르마디시여. 어찌 이런 아이를 자신의 사도로 삼으셨습니까.>

   ‘그거 대답 들으면 제발 좀 저한테도 알려주세요.’

   

   나도 궁금하거든요. 왜 나여야만 했는지.

   

   무슨 뜻이 있어서 그런 거였는지 그냥 메스가키를 장난감삼아 굴리면서 매도를 듣고 싶었던 건지.

   

   ‘페이비…’

   “허접 성녀님. 그럴 시간 없어요. 아직 털어먹어야 하는 허접들이 넘쳐난다고요.”

   

   “아. 네. 저 이분들 치료만 해드릴게요.”

   

   마지막에 페이비가 내뱉은 대사 때문에 나랑 페이비를 바라보는 시선이 더 극명해졌다.

   

   정작 저거 치료해줘도 된다고 허락해 준 사람은 나인데 말이야.

   

   그래. 너희들이 나를 악역으로 생각한다 이거지?

   

   좋아. 그럼 어디 한 번 제대로 된 악당이 뭔지 보여주도록 할게.

   

   아직 현장학습이 시작되고서 하루밖에 지나지 않았어. 너희들은 이 숲에서 나와 함께 사흘을 더 함께해야 한다고.

   

   기대해. 너희들이 얼마나 힘들고 고된 일을 겪게 될지 알려줄 테니까.

   

   <여아야. 언젠가 평판을 올리고 싶다 이야기하지 않았었느냐?>

   ‘그거 포기한 지 오래에요.’

   

   *

   

   뜬 눈으로 모닥불을 지키던 비시는 결국 피로를 못 이기고서 꼬박꼬박 졸기 시작했다.

   

   오늘 숲을 돌아다닐 때 의욕이 넘치더라니. 아드리는 허공에서 기분 좋은 꿈을 구는 지 헤헤 웃으며 침을 흘리는 비시의 얼굴을 구경하다가 같이 웃음을 지었다.

   

   비시와 함께 바깥을 돌아다닐 수 있으니까 좋긴 하네.

   

   얼마 전 악신의 사도에 의해 던전의 보스가 되었던 아드리는 지박령의 신세에서 벗어났다.

   

   하나의 사령임과 동시에 한 던전을 지배할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난 힘을 지닌 아드리는 지박의 제약에 저항하는 게 가능했으니까.

   

   허나 그녀의 근본이 지박령이니만큼 저택에서 벗어난다 하더라도 머무를 장소가 필요했다. 그녀와 인연을 지니고 있는 장소가.

   

   다행히 아드리에게는 그녀와 인연을 지니고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 비시. 사령인 그녀를 보고서도 친구라 여겨 준 고마운 사람.

   

   그 덕에 비시의 곁에 자리 잡은 아드리는 길고도 긴 외로움의 끝에 세상을 둘러볼 수 있게 되었다.

   

   낡아빠진 저택에 머물려야 했던 그녀가 오랜만에 마주한 세상엔 아름답지 않은 곳이 없었다.

   

   건물도. 숲도. 도로도. 하늘도. 사람들도.

   

   시간이 지난 지금에서야 철없는 동생을 보듯 비시를 바라보는 그녀이지만 정작 아드리도 이 숲에 처음 왔을 적엔 잔뜩 호들갑을 떨었다.

   

   비시의 옆에서는 밝은 여자아이인 척을 해야 한다는 것조차 잊고 소란을 떤 것이다.

   

   그 순수해 보이는 모습이 그녀의 연기하는 사람에 어울려서 그나마 다행이었지. 그게 아니었더라면 비시가 고개를 갸웃거렸으리라.

   

   밤하늘의 별을 구경하면서 바깥세상은 정말로 좋구나. 라는 생각을 되새기던 아드리는 저 멀리서 이 쪽으로 다가오는 기척을 느끼고 몸을 세웠다.

   

   이 기운은 그 건방진 꼬맹이네. 여기로 정확히 걸어오고 있는 걸 보면 비시를 만나러 오는 걸까?

   

   아냐. 그 녀석은 비시에게 커다란 애정은 없어. 적당히 쓰기 편한 호구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그런 사람을 이 밤늦은 시간에 만나러 올 리가.

   

   무언가 다른 의도가 있다고 봐야겠지.

   

   아드리가 떠올린 것은 오늘 낮에 비시의 파티가 다른 파티를 만났을 때의 일이었다.

   

   그들은 비시의 파티를 만나자마자 인사를 하는 대신에 공격을 시도했다.

   

   비시의 파티가 왜 이러냐며 물어도 이게 현장학습이라는 말밖에 하지를 않았지.

   

   그 전투에서 비시의 파티가 이길 수 있었던 이유는 아드리가 알게 모르게 비시를 도왔기 때문이었다.

   

   그게 아니었다면 비시의 파티는 그들에게 간단히 제압당했으리라.

   

   그 후에 비시의 파티는 그들에게 사정을 들을 수가 있었다.

   

   ‘저희도 어젯밤에 약탈을 당했습니다.’

   

   그들이 해준 설명은 이러했다.

   

   어젯밤에 루시 알른이 이끄는 파티가 여러 파티를 약탈하고 다녔다고.

   

   그 후로 아카데미 현장학습의 본질을 깨달은 여러 파티들이 다른 파티들을 습격하기 시작했고 이 숲 전체에 거대한 혼란이 시작 됐다고.

   

   ‘지금 이 숲에는 둘 중 하나밖에 없습니다. 약탈당하는 사람과 약탈을 하는 사람.’

   

   비시의 파티를 습격한 이들은 모든 걸 말해줬으니 제발 할당량만을 남겨달라고 빌었다.

   

   지금 이 숲에 도사린 거대한 혼란을 만들어 낸 녀석들의 목적은 하나뿐이겠지.

   

   약탈.

   

   비시를 깨워야하나. 그런 고민을 하던 아드리는 이제 아예 통나무에 기대어 숙면을 취하는 비시의 모습을 보곤 고개를 저었다.

   

   저 건방진 꼬맹이는 나랑 이야기가 가능한 녀석이니까. 말로 돌려보내자. 굳이 잘 자는 애를 깨울 이유는 없잖아.

   

   허공으로 떠오른 아드리는 이내 루시가 있는 쪽을 향해 몸을 움직였다.

   

   아드리가 날아오는 것을 감지한 것일까. 루시는 자신의 파티원들과 떨어져 혼자 숲 한 가운데에 서 있었다.

   

   “외톨이 할망구? 여긴 어쩐 일이야? 사령답게 퀘퀘한 방구석에 처박혀 있어야 하는 거 아냐?”

   – 난 할망구도 아니고 외톨이도 아니라고 몇 번 말해! 이 빌어먹을 꼬맹아!

   

   루시는 그녀의 얼굴을 보자마자 대뜸 시비를 걸었다. 아아. 진짜. 이 녀석한테 받은 은혜만 아니었더라면 진작에 박살을 내버렸을 텐데!

   

   “대답이나 해. 할망구. 치매여도 말은 할 수 있잖아? 아님 혹시 틀니라도 가져다 줘야 해?”

   – 으으으으.

   

   한 마디 한 마디를 나눌 때마다 일방적인 피해를 입던 아드리는 빨리 사정을 말한 후에 꺼지라 말하기로 결심했다.

   

   – 이 앞에 있는 건 비시의 파티야. 그러니까 건드리지 마.

   “왜?”

   – …너 비시랑 아는 사이 아냐?

   “응. 들러리 영애랑 아는 사이이긴 하지. 근데 그게 뭐가 문젠데? 이게 현장학습이잖아. 화나면 강했어야지. 방구석에 너무 오래 틀어박혀 있어서 그런 가 사리 분별이 안되나 봐? 외톨이 치매 할망구?”

   

   이 인정사정 없는 년 같으니라고. 자기가 아는 사람이고 뭐고 간에 해야 할 건 해야 하겠다는 소리야?

   

   아드리는 조금도 주눅 들지 않는 루시의 모습을 바라보다 짜증 섞인 목소리를 냈다.

   

   – 자꾸 그러면 내가 개입할 거야.

   

   아드리는 경고하듯이 이야기를 했지만 이 말이 먹힐지 안 먹힐 지에 대한 확신은 없었다.

   

   상대는 루시 알른이니까.

   

   그녀가 던전의 보스로 최대의 힘을 발휘할 시점에도 그녀를 가지고 놀 듯 상대하며 압도했던 괴물. 아드리가 전력을 다한다 하더라도 이기기가 어려울 악몽 같은 존재.

   

   그녀의 파티원들에게 피해를 주는 건 가능하겠지만 결국 루시 알른을 쓰러트리기란 지난한 일 일터.

   

   속으로 긴장을 하고 있던 아드리였지만 루시는 생각보다 순순히 뒤로 물러섰다.

   

   “외톨이 할망구가 오들오들 떨면서 간절히 비는 게 불쌍해 보이니까 돌아가 줄게.”

   – 그러니까 나는!

   

   끝까지 비웃음을 흘리며 루시가 떠나간 후 아드리는 다시 비시가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그 때 그녀가 보게 된 것은 아예 바닥에 드러누워서는 고고롱거리는 비시의 모습이었다.

   

   그를 구경하던 아드리는 방금 전에 했던 고생이 날아가는 듯한 기분에 웃고 말았다.

   

   비시. 너 진짜 친구 잘 둔 걸 고맙게 생각해야 해. 알겠어?

   

   *

   

   “난장판이군요.”

   

   현장학습의 2일차가 끝나가는 날의 밤. 전투학 교수인 안톤은 아카데미의 여러 교수들이 모인 자리에서 대놓고 한탄했다.

   

   “저희가 유도한 대로 잘 이루어 진 것 아닙니까?”

   “그건 그렇지만 너무 진행이 빠릅니다. 이래서야 현장학습이 끝나면 학생들간의 불신이 만연하지 않겠습니까.”

   

   아카데미의 교수들이 분란을 유도한 것은 사실이었다. 이 현장학습의 목적 자체가 쉴새없이 일어나는 실전 속에서 경험을 쌓게 만드는 것이었으니까.

   

   허나 지금은 이 분쟁의 규모가 너무 커진 상태였다.

   

   짐승마냥 파티와 파티가 만나면 전리품을 뜯어먹을 고민만을 하고 있는 현 상황은 결코 아카데미의 교수들이 바라는 바가 아니었던 것이다.

   

   “첫 날에 알른 영애께서 너무 활약을 하셨습니다.”

   

   이 모든 일의 시작은 루시 알른의 약탈이었다.

   

   그녀는 첫 날 밤에 학생들이 느슨해진 순간을 노려 수없이 많은 파티를 공격했다. 거기에 더해 꼬우면 자기보다 약한 파티를 약탈하면 되지 않느냐고 방법을 알려주었지.

   

   루시에게 약탈당한 이들은 다른 파티를 습격했고, 또 그 파티들이 다른 파티를 습격했으며 또 그 파티가 다른 파티를…

   

   이런 식으로 악순환이 이어지게 된 것이다.

   

   “저희 아가씨께서 무척이나 유능하긴 하죠.”

   “칼 교수. 그런 말이… 하. 아닙니다.”

   

   교수들의 분위기 따윈 신경 쓰지 않고 어깨를 높이는 칼의 모습에 여러 교수들 사이에서 한숨이 새어나왔다.

   

   칼과 함께한 시간이 몇 달 된 교수들은 저 실력 있는 기사가 얼마나 자기 아가씨를 존경하는 지를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무슨 말을 하더라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릴 거라는 것까지도.

   

   “이를 어찌 수습해야 할 지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죠. 지금은 너무 과합니다.”

   

   아직도 현장학습의 기간이 이틀이나 남았거늘 지금 이 분위기가 반복된다면 좋은 영향을 끼치진 못할 터.

   

   안톤의 말에 대다수 교수들이 공감하던 때에 루카가 손을 치켜들었다.

   

   “루카 교수. 뭡니까?”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요? 제가 보기엔 저희가 개입하지 않아도 학생들이 규합 될 것 같습니다만?”

   “예. 그게 무슨?”

   

   눈을 끔뻑이는 안톤을 보고서 루카가 웃음을 지었다.

   

   “공공의 적이 하나 존재하지 않습니까.”

   

 

 

       
   


           


Mesu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u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sa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saggi tanks are not properly educated., Mesugaki tanks are not properly educated., 메스가키 탱커는 참교육 당하지 않는다.
Score 9.2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You sloppy orc~ You can’t take down a girl?” He became the Mesugaki character in the Academy game. But the taunt works too w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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