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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56

Chapter: 156

   허접 병신이 내어 준 퀘스트를 본 순간 사람이 너무 열이 받으면 아무런 말도 떠올릴 수 없음을 알게 됐다.

   

   뭐?

   

   뭐어어어?

   

   내가 인기 없는 이유?!

   

   개새꺄!

   

   씹새꺄!

   

   그걸 몰라서 물어 봐?!

   

   메스가키 스킬만 없었어도 난 평판을 회복할 수 있었어!

   

   루시가 예전에 저질렀던 무수한 잘못들은 과거의 치기로 만들 수 있었다고!

   

   내 조건을 생각해 봐! 아카데미에서 문과 무를 가리지 않고 압도적인 1등을 차지할 수 있는 능력.

   

   얼빠여우가 나를 스토킹하게 만드는 경이로운 매력.

   

   거기에 더해 대륙에 큰 영향을 끼치는 백작 가문의 딸이라는 배경까지!

   

   내 이름이 루시만 아니었다면 지금쯤 아카데미의 아이돌이 되어 있을 걸?!

   

   사실 이름이 루시여도 메스가키 스킬만 아니었어도 세탁이 가능했을 거야!

   

   지금 내 주변 지인들이 지닌 영향력이 영향력이니까!

   

   솔라딘 왕국의 3왕자이자 아카데미 1학년 사이에서 커다란 지지를 받고 있는 아서가 날 지지해주고 있지?

   

   거기에 더해서 여러 귀족 영애들의 구심점이 되는 조이랑 친구기도 하고.

   

   아카데미 내 평민과 귀족 성직자를 가리지 않고 커다란 인기를 지닌 페이비와도 가까운 사이야.

   

   이 사람들이 날 지지하는 상황에서 내가 과거의 잘못을 뉘우치고 있다는 뉘앙스를 보이면 어떤 반응이 나오겠냐고!

   

   물론 여전히 싫어하는 사람은 싫어하겠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알른 영애가 바뀌었구나 하고 생각할 걸?!

   

   거기에 더해서 내 능력이 능력이니까 속으로 안 좋게 보더라도 친한 척을 할 수도 있을 거야!

   

   근데 이 모든 이점을 메스가키 스킬이라는 벽이 가로 막고 있다고!

   

   허접 좆밥 병신 쓰레기 중에 한 가지를 넣지 않으면 말을 할 수 없는 병에 걸려서 세탁이 불가능하단 말이야!

   

   그런 상황에서 뭐?!

   

   당신이 인기 없는 이유?!

   

   이거 알면서 긁는 거지?!

   

   쪼잔 악신이랑 자기랑 비교 하니까 꼴 받아서 나한테 뭐라 그런 거지?!

   

   내가 인기 없는 이유에 대해서 그렇게 잘 알면 이 메스가키 스킬이나 없애 봐 이 허접새 꺄!

   

   눈앞에 울고 있는 베인즈 영애와 그를 달래는 칼이 있다는 것조차 잊고 씩씩거리다가 숨을 크게 들이켰다.

   

   진정. 진정하자.

   

   허접 병신이 퀘스트 이름으로 엿을 먹이는 게 처음은 아니잖아. 벌써 흥분해서 어쩌잔 거야.

   

   그리고 어쨌든 쟤가 가끔 내 기분을 땅바닥으로 쳐박아버리기는 해도 보상은 제대로 챙겨 주니까.

   

   성질을 내더라도 퀘스트 내용을 읽어보고 나서 성을 내자.

   

   그래. 그러는 게 맞아.

   

   [당신이 왜 아카데미의 모두에게 미움을 받고 있을까요?]

   

   첫 문장을 읽은 순간 눈에 힘이 들어갔지만 초인적인 인내심으로 분노를 참아내고 그 아래를 읽었다.

   

   [다른 곳에서 이유를 찾으려 하면 안 됩니다! 스스로에게서 이유를 찾아봅시다!]

   

   허나 그 다음 문장을 읽은 순간 난 도저히 견디지 못하고 이빨로 까득거리는 소리를 냈다.

   

   이거 긁는 거 맞네.

   

   나한테 뭐라 그러지 말고 어떻게 하면 나아질 수 있는지 고민하라는 이야기잖아.

   

   이 허접 꼰대 병신이!

   

   나라고 허접 소리를 내고 싶어서 허접 소리를 내는 줄 알아?!

   

   다 스킬 때문이잖아! 씹새꺄아아아!

   

   이렇게까지 직설적으로 반응하는 걸 보면 자기를 욕하는 건 그렇다 쳐도 쪼잔 악신이랑 비교하는 건 견딜 수 없다는 거지?!

   

   오케이! 알겠어!

   

   그게 네 발작 버튼이구나?! 앞으로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그걸 써먹어 줄게!

   

   솔직히 말야. 네가 주신은 무슨 주신이냐?

   

   소울 아카데미가 게임일 적에는 비중도 뭣도 없던 공기 주제에!

   

   “아가씨?”

   

   허접 주신을 어떻게 하면 꼴받게 만들 수 있을지를 고민하던 나는 칼의 목소리를 듣고서 정신을 차렸다.

   

   그는 걱정스러운 것처럼 날 쳐다보고 있었다.

   

   “무슨 문제 있으십니까?”

   

   ‘네?’

   “허접. 무슨 헛소리 하는 거야?”

   

   “표정이 너무 안 좋으셔서.”

   

   열 받은 게 겉으로 드러났던 건가?

   

   메스가키 스킬 때문에라도 어느 정도 가려질 거라 생각했는데 그만큼 허접 주신을 향한 내 분노가 강렬했던 모양이다.

   

   울다가 말고 내 눈치를 보고 있는 베인즈 영애를 보고 있자니 머리에 오른 열이 식었다.

   

   크흠. 울던 애가 눈치를 볼 정도면 내 표정이 살벌했나 보네.

   

   칼에게 베인즈 영애를 데리고 돌아가라 이야기 한 후 홀로 남은 나는 근처 의자에 앉아 아직 남은 퀘스트의 내용을 읽어 내렸다.

   

   [우선은 사람들이 당신을 미워하게 된 이유를 알아봅시다!]

   [루시의 과거에 대해 조사하자!]

   [보상 : ???]

   [실패시 : 토 ㅋㅋ 끼 ㅋㅋ]

   

   나를 긁기 위해 만들어진 퀘스트 치고 그 내용은 생각보다 멀쩡했다.

   

   과거의 업보에 대해 조사해보고 그 업보를 갚을 방법을 찾아보자 그거지?

   

   확실히 이건 건설적인 조언이기는 하네. 거기에 더해서 제대로 된 보상까지 있으니 나쁘지 않아.

   

   그런데 있잖아. 토끼는 뭐야? 저 사이에 ㅋㅋ거리는 건 또 뭐고.

   

   설마해서 물어보는 건가 내가 생각하는 그 토끼는 아니지?

   

   현장학습이 끝난 후로 내 인벤토리에 처박혀 다시 나올 일이 없을 거라 생각했던 그걸 의미하는 거 아니잖아.

   

   왜 아니라고 말을 못해?!

   

   빨리 아니라고 하란 말야!

   

   네 사도가 바니걸을 입고 치욕스러워 하는 걸 즐기는 허접 변태 주신이 아니라는 걸 입증하라고!

   

   그렇게 소리를 치긴 했지만 난 현실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허접 주신이라면 충분히 내가 바니걸을 입고 치욕에 몸부림치는 걸 보며 와캬파헉농쭉ㅋㅋㅋ을 외칠 녀석이라는 것을.

   

   그러니까 실패시 패널티라는 건 분명 내가 다시 바니걸을 입는 것일테지.

   

   근데 어떤 상황에서 바니걸을 입게 되는 거지?

   

   집 구석에서 바니걸을 입은 채 얼빠 여우가 침을 흘리는 걸 구경하는 거라면 충분히 견딜 수 있어.

   

   그렇지만 겨우 그 정도로 허접 변태 페도 사디 주신이 만족할까?

   

   경우에 따라선 바니걸 의상을 입은 채 아카데미에 등교를 해야 할 수도 있…

   

   거기까지 생각이 닿은 나는 머리를 휘저어 최악의 상상을 지워버린 후 이 퀘스트를 반드시 완수하겠다고 결심했다.

   

   *

   

   내 과거의 업보에 대해 조사해야한다는 막중한 의무를 지닌 내가 가장 먼저 들린 장소는 알새틴의 주점이었다.

   

   여러모로 생각을 해봐도 이 녀석만큼 날 객관적으로 평가해 줄 사람이 없는 것 같아서 말야.

   

   칼을 비롯한 내 주변 애들은 내 눈치를 보기 위해서라도 나쁜 말을 하지 않으려 노력할 게 분명하고,

   

   그렇다고 베인즈 영애처럼 날 미워하는 애한테 질문을 던지면 온갖 감정이 담긴 욕설이 튀어나올 게 분명하잖아.

   

   물론 알새틴이라 해서 완전히 중립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정보를 파는 걸 업으로 하는 녀석이니 그나마 객관적인 의견을 내어줄 수 있겠지.

   

   “영애님이 과거에 저지른 여러 일들에 대해서 조사해 달란 말씀입니까?”

   

   그런 판단 하에 알새틴에게 물음을 던졌더니 알새틴이 눈에 띌 정도로 황당하단 기색을 보였다.

   

   얘도 요즘에 나랑 가까워졌다 싶으니까 점점 더 직설적인 감정 표현을 한다니까.

   

   ‘네. 맞아요.’

   “그런데? 불만 있어?”

   

   “아뇨. 그게 자신의 일은 원래 본인이 제일 잘 알지 않습니까.”

   

   그치. 보통은 자기 일은 자기가 제일 잘 아는 게 맞아.

   

   근데 나는 루시 본인이 아니라고.

   

   메스가키 모드를 만들어낸 정체 모를 개자식 때문에 루시의 몸에 빙의한 불쌍한 인간일 뿐이란 말야!

   

   그런데 어떻게 루시에 대해서 알겠어!

   

   물론 이 모든 사정을 알새틴에게 늘어놔봐야 미친 년 취급을 당할 게 분명했기에 난 제대로 된 변명을 준비했다.

   

   ‘제가 왜 기억을 해야 하죠?’

   “내가 왜 허접 좆밥 들러리들의 일을 기억해야해? 허접 쓰레기라 그에 걸맞는 취급을 해줬을 뿐인데?”

   

   망나니 특. 자기가 저지른 일은 기억하지 않음. 그딴 거에 뇌용량을 낭비할 이유가 없으니까.

   

   누군가 듣는다면 저 저 썅년 이라는 말을 내뱉을 이야길 당당하게 했더니 알새틴이 묘한 표정으로 고갤 끄덕였다.

   

   “그것도 그렇군요.”

   

   납득해 줄 거라 기대하고 내뱉은 말이지만 너무도 간단하게 납득하는 알새틴을 보고 있자니 기분이 미묘했다.

   

   쟤 입장에서 난 이런 말을 해도 이상할 것 없는 사람이란 소리니까.

   

   ‘어쨌든 가능하죠?’

   “평균 이하의 멍청이인 너라도 이 정돈 할 수 있지?”

   

   “네. 라고 할까요. 사실 조사할 필요도 없습니다. 이미 다 알고 있으니까요.”

   

   알새틴은 잠시 기다려달라 말을 하고는 방 바깥으로 나갔다가 몇 개의 서류를 들고서 돌아왔다.

   

   

   “알른 영애께서 한 일에 대한 자료입니다. 읽다 보면 새록새록 기억이 나실 겁니다.”

   

   이걸 왜 미리 조사해 뒀던 건지 무척 궁금하긴 하지만 덕분에 수고를 덜었으니까 이번만큼은 넘어가 줄게.

   

   알새틴에게서 서류를 받아든 나는 그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과연 루시는 어떤 심각한 일을 저질러 놨으려나.

   

   [국왕 모욕 사건]

   

   첫 문장을 읽은 순간 머리가 어질어질해진 나는 눈두덩이를 꾹꾹 누르며 알새틴에게 물음을 던졌다.

   

   ‘저기요…’

   “야. 정보팔이. 여기 적혀 있는 거 모두 다 사실이야?”

   

   “제가 어찌 영애님께 거짓을 고하겠습니까.”

   

   그치. 네 스승의 행방에 관해 아는 유일한 사람이 나인 이상 네가 거짓말을 할 리가 없지.

   

   그러니까 이게 과거 루시가 저지른 일이라는 거지?

   

   [베네딕 알른의 딸을 보기 위해 찾아온 국왕을 향해 돼지를 닮은 아저씨라 매도. 가축 냄새가 나는 것 같아서 기분 나쁘단 이야기에 주변이 경악했으나 베네딕 알른이 수습하는 것으로 사건이 정리되었음. 공식적으로는 없는 사건 취급.]

   

   오. 씨발. 허접 주신이시여. 이게 무슨 일입니까.

   

   대체 어느 미친 년이 한 나라의 국왕 면전에다 대고 돼지라는 이야기를 한단 말입니까!

   

   심지어 이게 요약된 내용이라는 걸 생각해보면 루시는 더한 짓을 저질렀을 가능성이 높았다.

   

   이러니까 사교계에서 왕따를 당하지 무친련아!

   

   첫 사건을 읽는 것으로 마음이 꺾여버린 나였지만 그 아래에는 아직 수많은 사건들이 남아 있었다.

   

   두렵다. 이걸 읽는 게 너무도 두려워.

   

   그렇지만 이걸 다 읽지 않으면 퀘스트가 클리어 되지 않을 테고 난 바니걸을 입어야 하겠지.

   

   어쩔 수 없어. 두려워한다고 해서 이미 일어났던 일이 사라지는 건 아니잖아.

   

   심호흡을 하고서 마음의 다짐을 끝마친 나는 그 아래에 적힌 여러 사건들을 눈에 담았다.

   

   [주신 교회 석상 파손 사건]

   [제르 공국 공자 모욕 사건]

   [니그 경매장 난동 사건]

   [아젤라 카지노 난동 사건]

   …

   

   수많은 사건들을 읽으며 확신했다.

   

   루시는 미친년이 맞았다.

   

   자신의 눈에 보이는 사람이라면 일단 시비를 걸고 보는 진정한 의미의 분노조절장애.

   

   왜 내가 등장하자마자 아카데미의 학생들이 바퀴벌레라도 본 것처럼 물러났는지 이해했어.

   

   이런 미친년은 아예 눈도 안 마주치는 게 맞지.

   

   나 같아도 그랬을 거야.

   

   이렇게 사고를 쳐놨으니 매력 수치가 아무리 높아봐야 의미가 없지.

   

   이걸 수습하는 게 가능한가?

   

   이 모든 걸 뒤엎고 평판을 회복하는 게 가능한 일인가?

   

   불가능이라는 단어가 머릿 속에 스멀스멀 새겨지는 것을 느끼며 아래로 글자를 내리던 중 나는 또 다시 충격적인 사건을 발견했다.

   

   [1왕자 모욕 사건.]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1왕자에게 음침한 좆밥 외톨이 왕자라 매도. 그 어휘에 경악한 주변 이들이 루시 알른을 말렸으나 그녀는 멈추지 않았음. 상황 자체는 베네딕 알른이 다급히 모습을 드러내 수습하는 것으로 정리되었음.]

   

   하아니. 씨발.

   

   이젠 하다하다 왕국 스토리 최종 보스한테도 업보를 쌓아 놓은 거야?

   

 

 

       
   


           


Chapter 156

Chapter 156

Chapter: 156    허접 병신이 내어 준 퀘스트를 본 순간 사람이 너무 열이 받으면 아무런 말도 떠올릴 수 없음을 알게 됐다.        뭐?        뭐어어어?        내가 인기 없는 이유?!        개새꺄!        씹새꺄!        그걸 몰라서 물어 봐?!        메스가키 스킬만 없었어도 난 평판을 회복할 수 있었어!        루시가 예전에 저질렀던 무수한 잘못들은 과거의 치기로 만들 수 있었다고!        내 조건을 생각해 봐! 아카데미에서 문과 무를 가리지 않고 압도적인 1등을 차지할 수 있는 능력.        얼빠여우가 나를 스토킹하게 만드는 경이로운 매력.        거기에 더해 대륙에 큰 영향을 끼치는 백작 가문의 딸이라는 배경까지!        내 이름이 루시만 아니었다면 지금쯤 아카데미의 아이돌이 되어 있을 걸?!        사실 이름이 루시여도 메스가키 스킬만 아니었어도 세탁이 가능했을 거야!        지금 내 주변 지인들이 지닌 영향력이 영향력이니까!        솔라딘 왕국의 3왕자이자 아카데미 1학년 사이에서 커다란 지지를 받고 있는 아서가 날 지지해주고 있지?        거기에 더해서 여러 귀족 영애들의 구심점이 되는 조이랑 친구기도 하고.        아카데미 내 평민과 귀족 성직자를 가리지 않고 커다란 인기를 지닌 페이비와도 가까운 사이야.        이 사람들이 날 지지하는 상황에서 내가 과거의 잘못을 뉘우치고 있다는 뉘앙스를 보이면 어떤 반응이 나오겠냐고!        물론 여전히 싫어하는 사람은 싫어하겠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알른 영애가 바뀌었구나 하고 생각할 걸?!        거기에 더해서 내 능력이 능력이니까 속으로 안 좋게 보더라도 친한 척을 할 수도 있을 거야!        근데 이 모든 이점을 메스가키 스킬이라는 벽이 가로 막고 있다고!        허접 좆밥 병신 쓰레기 중에 한 가지를 넣지 않으면 말을 할 수 없는 병에 걸려서 세탁이 불가능하단 말이야!        그런 상황에서 뭐?!        당신이 인기 없는 이유?!        이거 알면서 긁는 거지?!        쪼잔 악신이랑 자기랑 비교 하니까 꼴 받아서 나한테 뭐라 그런 거지?!        내가 인기 없는 이유에 대해서 그렇게 잘 알면 이 메스가키 스킬이나 없애 봐 이 허접새 꺄!        눈앞에 울고 있는 베인즈 영애와 그를 달래는 칼이 있다는 것조차 잊고 씩씩거리다가 숨을 크게 들이켰다.        진정. 진정하자.        허접 병신이 퀘스트 이름으로 엿을 먹이는 게 처음은 아니잖아. 벌써 흥분해서 어쩌잔 거야.        그리고 어쨌든 쟤가 가끔 내 기분을 땅바닥으로 쳐박아버리기는 해도 보상은 제대로 챙겨 주니까.        성질을 내더라도 퀘스트 내용을 읽어보고 나서 성을 내자.        그래. 그러는 게 맞아.        [당신이 왜 아카데미의 모두에게 미움을 받고 있을까요?]        첫 문장을 읽은 순간 눈에 힘이 들어갔지만 초인적인 인내심으로 분노를 참아내고 그 아래를 읽었다.        [다른 곳에서 이유를 찾으려 하면 안 됩니다! 스스로에게서 이유를 찾아봅시다!]        허나 그 다음 문장을 읽은 순간 난 도저히 견디지 못하고 이빨로 까득거리는 소리를 냈다.        이거 긁는 거 맞네.        나한테 뭐라 그러지 말고 어떻게 하면 나아질 수 있는지 고민하라는 이야기잖아.        이 허접 꼰대 병신이!        나라고 허접 소리를 내고 싶어서 허접 소리를 내는 줄 알아?!        다 스킬 때문이잖아! 씹새꺄아아아!        이렇게까지 직설적으로 반응하는 걸 보면 자기를 욕하는 건 그렇다 쳐도 쪼잔 악신이랑 비교하는 건 견딜 수 없다는 거지?!        오케이! 알겠어!        그게 네 발작 버튼이구나?! 앞으로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그걸 써먹어 줄게!        솔직히 말야. 네가 주신은 무슨 주신이냐?        소울 아카데미가 게임일 적에는 비중도 뭣도 없던 공기 주제에!        “아가씨?”        허접 주신을 어떻게 하면 꼴받게 만들 수 있을지를 고민하던 나는 칼의 목소리를 듣고서 정신을 차렸다.        그는 걱정스러운 것처럼 날 쳐다보고 있었다.        “무슨 문제 있으십니까?”        ‘네?’    “허접. 무슨 헛소리 하는 거야?”        “표정이 너무 안 좋으셔서.”        열 받은 게 겉으로 드러났던 건가?        메스가키 스킬 때문에라도 어느 정도 가려질 거라 생각했는데 그만큼 허접 주신을 향한 내 분노가 강렬했던 모양이다.        울다가 말고 내 눈치를 보고 있는 베인즈 영애를 보고 있자니 머리에 오른 열이 식었다.        크흠. 울던 애가 눈치를 볼 정도면 내 표정이 살벌했나 보네.        칼에게 베인즈 영애를 데리고 돌아가라 이야기 한 후 홀로 남은 나는 근처 의자에 앉아 아직 남은 퀘스트의 내용을 읽어 내렸다.        [우선은 사람들이 당신을 미워하게 된 이유를 알아봅시다!]    [루시의 과거에 대해 조사하자!]    [보상 : ???]    [실패시 : 토 ㅋㅋ 끼 ㅋㅋ]        나를 긁기 위해 만들어진 퀘스트 치고 그 내용은 생각보다 멀쩡했다.        과거의 업보에 대해 조사해보고 그 업보를 갚을 방법을 찾아보자 그거지?        확실히 이건 건설적인 조언이기는 하네. 거기에 더해서 제대로 된 보상까지 있으니 나쁘지 않아.        그런데 있잖아. 토끼는 뭐야? 저 사이에 ㅋㅋ거리는 건 또 뭐고.        설마해서 물어보는 건가 내가 생각하는 그 토끼는 아니지?        현장학습이 끝난 후로 내 인벤토리에 처박혀 다시 나올 일이 없을 거라 생각했던 그걸 의미하는 거 아니잖아.        왜 아니라고 말을 못해?!        빨리 아니라고 하란 말야!        네 사도가 바니걸을 입고 치욕스러워 하는 걸 즐기는 허접 변태 주신이 아니라는 걸 입증하라고!        그렇게 소리를 치긴 했지만 난 현실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허접 주신이라면 충분히 내가 바니걸을 입고 치욕에 몸부림치는 걸 보며 와캬파헉농쭉ㅋㅋㅋ을 외칠 녀석이라는 것을.        그러니까 실패시 패널티라는 건 분명 내가 다시 바니걸을 입는 것일테지.        근데 어떤 상황에서 바니걸을 입게 되는 거지?        집 구석에서 바니걸을 입은 채 얼빠 여우가 침을 흘리는 걸 구경하는 거라면 충분히 견딜 수 있어.        그렇지만 겨우 그 정도로 허접 변태 페도 사디 주신이 만족할까?        경우에 따라선 바니걸 의상을 입은 채 아카데미에 등교를 해야 할 수도 있…        거기까지 생각이 닿은 나는 머리를 휘저어 최악의 상상을 지워버린 후 이 퀘스트를 반드시 완수하겠다고 결심했다.        *        내 과거의 업보에 대해 조사해야한다는 막중한 의무를 지닌 내가 가장 먼저 들린 장소는 알새틴의 주점이었다.        여러모로 생각을 해봐도 이 녀석만큼 날 객관적으로 평가해 줄 사람이 없는 것 같아서 말야.        칼을 비롯한 내 주변 애들은 내 눈치를 보기 위해서라도 나쁜 말을 하지 않으려 노력할 게 분명하고,        그렇다고 베인즈 영애처럼 날 미워하는 애한테 질문을 던지면 온갖 감정이 담긴 욕설이 튀어나올 게 분명하잖아.        물론 알새틴이라 해서 완전히 중립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정보를 파는 걸 업으로 하는 녀석이니 그나마 객관적인 의견을 내어줄 수 있겠지.        “영애님이 과거에 저지른 여러 일들에 대해서 조사해 달란 말씀입니까?”        그런 판단 하에 알새틴에게 물음을 던졌더니 알새틴이 눈에 띌 정도로 황당하단 기색을 보였다.        얘도 요즘에 나랑 가까워졌다 싶으니까 점점 더 직설적인 감정 표현을 한다니까.        ‘네. 맞아요.’    “그런데? 불만 있어?”        “아뇨. 그게 자신의 일은 원래 본인이 제일 잘 알지 않습니까.”        그치. 보통은 자기 일은 자기가 제일 잘 아는 게 맞아.        근데 나는 루시 본인이 아니라고.        메스가키 모드를 만들어낸 정체 모를 개자식 때문에 루시의 몸에 빙의한 불쌍한 인간일 뿐이란 말야!        그런데 어떻게 루시에 대해서 알겠어!        물론 이 모든 사정을 알새틴에게 늘어놔봐야 미친 년 취급을 당할 게 분명했기에 난 제대로 된 변명을 준비했다.        ‘제가 왜 기억을 해야 하죠?’    “내가 왜 허접 좆밥 들러리들의 일을 기억해야해? 허접 쓰레기라 그에 걸맞는 취급을 해줬을 뿐인데?”        망나니 특. 자기가 저지른 일은 기억하지 않음. 그딴 거에 뇌용량을 낭비할 이유가 없으니까.        누군가 듣는다면 저 저 썅년 이라는 말을 내뱉을 이야길 당당하게 했더니 알새틴이 묘한 표정으로 고갤 끄덕였다.        “그것도 그렇군요.”        납득해 줄 거라 기대하고 내뱉은 말이지만 너무도 간단하게 납득하는 알새틴을 보고 있자니 기분이 미묘했다.        쟤 입장에서 난 이런 말을 해도 이상할 것 없는 사람이란 소리니까.        ‘어쨌든 가능하죠?’    “평균 이하의 멍청이인 너라도 이 정돈 할 수 있지?”        “네. 라고 할까요. 사실 조사할 필요도 없습니다. 이미 다 알고 있으니까요.”        알새틴은 잠시 기다려달라 말을 하고는 방 바깥으로 나갔다가 몇 개의 서류를 들고서 돌아왔다.            “알른 영애께서 한 일에 대한 자료입니다. 읽다 보면 새록새록 기억이 나실 겁니다.”        이걸 왜 미리 조사해 뒀던 건지 무척 궁금하긴 하지만 덕분에 수고를 덜었으니까 이번만큼은 넘어가 줄게.        알새틴에게서 서류를 받아든 나는 그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과연 루시는 어떤 심각한 일을 저질러 놨으려나.        [국왕 모욕 사건]        첫 문장을 읽은 순간 머리가 어질어질해진 나는 눈두덩이를 꾹꾹 누르며 알새틴에게 물음을 던졌다.        ‘저기요…’    “야. 정보팔이. 여기 적혀 있는 거 모두 다 사실이야?”        “제가 어찌 영애님께 거짓을 고하겠습니까.”        그치. 네 스승의 행방에 관해 아는 유일한 사람이 나인 이상 네가 거짓말을 할 리가 없지.        그러니까 이게 과거 루시가 저지른 일이라는 거지?        [베네딕 알른의 딸을 보기 위해 찾아온 국왕을 향해 돼지를 닮은 아저씨라 매도. 가축 냄새가 나는 것 같아서 기분 나쁘단 이야기에 주변이 경악했으나 베네딕 알른이 수습하는 것으로 사건이 정리되었음. 공식적으로는 없는 사건 취급.]        오. 씨발. 허접 주신이시여. 이게 무슨 일입니까.        대체 어느 미친 년이 한 나라의 국왕 면전에다 대고 돼지라는 이야기를 한단 말입니까!        심지어 이게 요약된 내용이라는 걸 생각해보면 루시는 더한 짓을 저질렀을 가능성이 높았다.        이러니까 사교계에서 왕따를 당하지 무친련아!        첫 사건을 읽는 것으로 마음이 꺾여버린 나였지만 그 아래에는 아직 수많은 사건들이 남아 있었다.        두렵다. 이걸 읽는 게 너무도 두려워.        그렇지만 이걸 다 읽지 않으면 퀘스트가 클리어 되지 않을 테고 난 바니걸을 입어야 하겠지.        어쩔 수 없어. 두려워한다고 해서 이미 일어났던 일이 사라지는 건 아니잖아.        심호흡을 하고서 마음의 다짐을 끝마친 나는 그 아래에 적힌 여러 사건들을 눈에 담았다.        [주신 교회 석상 파손 사건]    [제르 공국 공자 모욕 사건]    [니그 경매장 난동 사건]    [아젤라 카지노 난동 사건]    …        수많은 사건들을 읽으며 확신했다.        루시는 미친년이 맞았다.        자신의 눈에 보이는 사람이라면 일단 시비를 걸고 보는 진정한 의미의 분노조절장애.        왜 내가 등장하자마자 아카데미의 학생들이 바퀴벌레라도 본 것처럼 물러났는지 이해했어.        이런 미친년은 아예 눈도 안 마주치는 게 맞지.        나 같아도 그랬을 거야.        이렇게 사고를 쳐놨으니 매력 수치가 아무리 높아봐야 의미가 없지.        이걸 수습하는 게 가능한가?        이 모든 걸 뒤엎고 평판을 회복하는 게 가능한 일인가?        불가능이라는 단어가 머릿 속에 스멀스멀 새겨지는 것을 느끼며 아래로 글자를 내리던 중 나는 또 다시 충격적인 사건을 발견했다.        [1왕자 모욕 사건.]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1왕자에게 음침한 좆밥 외톨이 왕자라 매도. 그 어휘에 경악한 주변 이들이 루시 알른을 말렸으나 그녀는 멈추지 않았음. 상황 자체는 베네딕 알른이 다급히 모습을 드러내 수습하는 것으로 정리되었음.]        하아니. 씨발.        이젠 하다하다 왕국 스토리 최종 보스한테도 업보를 쌓아 놓은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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