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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92

Chapter: 192

   카리아의 얼굴이 당혹으로 물드는 걸 본 나는 속으로 한숨을 내뱉었다.

   

   악신의 저주에 걸려서 더 강하게 말하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냥 카리아의 호칭이 노처녀 아줌마였던 거구나.

   

   모든 기억을 되찾은 카리아가 차마 반박을 못하는 걸 보면 어느 쪽이건 팩트인 것 같긴 하지만…

   

   그래서 더 문제야.

   

   원래 진짜로 문제 있는 사람은 그거 가지고 놀리면 안 되는 거라고.

   

   “…어. 베네딕의 딸. 루시 맞지?”

   

   ‘네. 맞습니다.’

   “보면 알지 않아? 설마 노안까지 온 거야? 저런. 안경이라도 하나 맞춰줄까?”

   

   카리아의 입꼬리가 떨리는 걸 보아 이 상황이 무척이나 당혹스러운 듯 했다.

   

   이해해. 알새틴한테 듣기로 그녀는 날 자신을 구원해 준 영웅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 모양인데 얼굴을 마주하자마자 아줌마니 노안이니 하는 이야기를 들으면 평정을 유지하기 어렵겠지.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카리아가 날 은인이라 여기고 있단 사실이었다.

   

   언제 화를 내더라도 이상하지 않은 비난의 연속 속에서도 그녀는 단 한 번도 화를 내지 않았다.

   

   그 뿐이 아니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내 어투에 익숙해진 그녀는 이전의 당황을 없애버리고 그 어떤 폭언 앞에서도 예의 바른 얼굴을 유지했다.

   

   역시 알새틴의 스승인가.

   

   이런 부분에 있어서 그 녀석보다 전문적이네. 걔는 얼굴에 균열이 나는 게 보였는데 말이야.

   

   “어찌 되었든 정말 고마워. 네가 아니었다면 나는 목숨을 잃은 것뿐만 아니라 역사의 죄인으로 남았겠지.”

   

   고개를 숙이는 카리아를 보며 무의식적으로 괜찮다는 말을 하려다 입을 다물었다.

   

   어떤 말이 나오더라도 카리아를 위로할 수는 없을 것 같았으니까.

   

   그냥 뻔뻔하게 가자. 차라리 그게 나을 것 같아.

   

   “너에게 보답을 하고자 고민을 해봤어. 어렵더라. 힘은 다 잃어버린 상태고, 내가 예전에 쌓아두었던 인맥이나 정보망도 흩어져 버렸고. 아무리 생각해봐도 당장 해줄 수 있는 게 없더라.”

   

   그녀의 말에도 난 별로 실망하지 않았다.

   

   당연한 일이다. 십 몇 년간 행방불명 되었던 그녀에게 무어가 남아 있겠는가.

   

   오히려 내게 줄 무언가가 있었다면 그게 더 놀라웠을 걸.

   

   “근데 제자 녀석이 한 가지를 알려주더라. 너 커즈 그 꼬맹이한테 인장을 받았다면서?”

   

   커즈라면 커즈 뉴먼을 말하는 거 맞지?

   

   뉴먼 가문의 당주. 탈모가 고민인 불쌍한 아저씨.

   

   그 사람을 당연하다는 듯 꼬맹이라고 부를 정도면 이 분 연배가 진짜 아줌마가 아니라 할머니라고 불러야 할 수준인 게.

   

   “그걸 잠시만 빌려줄 수 있을까?”

   

   ‘반지를요?’

   “반지를 빌려달라고? 왜? 음흉한 할망구?”

   

   “듣자 하니 아카데미 쪽에 망이 안 잡혀 있다면서? 내가 모두 처리해줄게.”

   

   그러니까 카리아는 자기가 뉴먼 가문과 아카데미를 잇는 다리 역할을 해주겠다는 것이었다.

   

   저는 분명 필요한 일이었다.

   

   지금이야 알새틴의 보조로 만족하고 있지만 뉴먼 가문의 힘이 아카데미까지 뻗어진다면 훨씬 더 할 수 있는 게 많아질 터.

   

   거기에 더해 카리아의 능력도 믿을 만 했다.

   

   뒷골목의 고아였던 알새틴을 실력 있는 정보원으로 키우는 데 성공한 것이 카리아다.

   

   그런 그녀가 알새틴과 함께 몸을 움직인다면 분명 제대로 된 결과를 가지고 오겠지.

   

   허나 걸리는 것은 내가 카리아라는 사람을 모른다는 것이다.

   

   이 세상이 게임 속과 완벽히 같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단순히 게임 속에서 그랬다 정도로 완결내릴 수 없는 여러 변수들이 존재했지.

   

   허나 그래도 기조는 같았다.

   

   페이비는 게임과 달리 여러모로 흔들렸으나 그래도 성녀였다.

   

   프레이는 이상하게 나를 마음에 들어 하지만 여전히 검에 미친 광인이다.

   

   아서는 다소 과하다 싶을 정도로 열정적인 사람이 됐지만 자신의 마음 속 콤플렉스와 싸우고 있단 사실은 동일하다.

   

   작은 변수는 있어도 그 사람의 근간을 판단하기에는 충분하단 이야기다.

   

   허나 카리아는 게임 속에 등장하지 않는 캐릭터다.

   

   나는 이 사람에 대해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 그저 알새틴이 꺼낸 이야기 속 단편적인 등장인물로 기억하고 있을 뿐.

   

   그래서 반지를 내밀 수 없다.

   

   이 반지를 받아 들었을 때에 그녀가 어떤 행동을 할지 알 수 없으니까.

   

   솔직히 말해서. 뉴먼 가문과 연결되는 라인을 건설하는 건 유용하지만 급한 일은 아냐.

   

   없어도 상관없지.

   

   꼭 필요하지도 않으며 확신할 수도 없는 일에 까마귀의 인장을 내미는 거?

   

   할배한테 물어보지 않아도 알 수 있어.

   

   이건 미친 짓이야.

   

   “역시 망설여지나?”

   

   내가 아무런 답도 하지 않자 카리아가 웃음을 지었다.

   

   그녀 본인도 처음부터 허락받으리라 생각지 않은 모양이다.

   

   “이해해. 초면인 사람이 그런 귀한 물건을 달라 그러면 곤란하지.”

   

   안 될 걸 알면서도 왜 굳이 말을 꺼낸 걸까?

   

   그냥 되면 좋고 안 되면 말고 같은 느낌인가?

   

   그럴 것 같진 않은데. 음. 의도를 모르겠네.

   

   “그러니 당분간은 알새틴 옆에 붙어서 네가 부탁하는 걸 돕도록 할게. 그러면서 언젠가 내 인망과 실력을 믿을만하다 판단 내렸을 때 뉴먼 가문의 인장을 빌려줘. 그 꼬맹이를 가지고 노는 건 무척 쉬운 일이거든.”

   

   목숨은 물론이요 자신의 명예를 지켜 준 은혜를 평생 내 옆에서 일하며 갚겠다는 카리아의 말에는 힘이 실려 있었다.

   

   으음. 이건 거절할 필요 없겠지?

   

   알새틴에게 여러 가지를 가르쳐 주었으며, 과거 왕국의 그림자라고까지 불렸던 능력자라 날 위해서 일 해준다는 거니까.

   

   그건 괜찮다고 말하려던 순간 카리아가 피식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루시. 너 정치는 하면 안 되겠다. 너무 생각이 쉽게 드러나.”

   

   응?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야?

   

   카리아의 갑작스런 말에 당혹을 느꼈던 나였지만 그녀가 늘어트리는 설명을 듣고서는 쉬이 납득하고 말았다.

   

   자신을 구해준 사람이 나라는 걸 들은 카리아는 내게 은혜를 갚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그 전에 미리 나라는 인간이 어떤 사람인지를 파악하기 위해 이런저런 말을 내뱉으며 내 반응을 눈에 새겼던 모양이다.

   

   “이 쪽에서 일을 하다 보면 대략적인 반응만으로도 성향을 파악할 수 있게 되거든.”

   

   처음 보았을 때는 사람을 잘못 찾아온 거 아닌가 싶었는데 대화하다 보니 생각이 바뀌었다며 카리아는 웃었다.

   

   “너 말버릇이나 표정은 험해도 꽤 괜찮은 사람이야.”

   

   ‘그걸 보는 것만으로 파악하는 게 가능해요?!’

   “내가 그걸 믿을 것 같아? 개좆밥 악신한테 휘둘린 허접 노처녀 아줌마한테 그런 능력이 있을 리 없잖아.”

   

   “진짜야. 근거를 이야기해줄까?”

   

   고민할 때 살짝 올라가는 눈동자. 긍정할 때 살짝 내려가는 고개. 화를 낼 때 살짝 오므라드는 발가락.

   

   이외에도 카리아는 여러 가지 근거를 내밀며 내 생각과 감정을 재단했다.

   

   그녀의 이야기는 너무 과할 정도로 구체적이어서 허무맹랑하다는 느낌을 줄 지경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거 날 놀려먹으려는 수작 아냐?

   

   내가 진지하게 믿으면 그런 걸 믿냐면서 비웃는 그림이 보이는 것 같은데.

   

   <오? 신기하구나. 비슷한 구석이 있어.>

   ‘…할아버지도 저 놀리시는 거에요?’

   <본인이 왜 널 놀리겠느냐.>

   ‘저 저런 거짓말에 속을 정도로 바보는 아니거든요?!’

   

   할배. 나이 드셨으면 주책 좀 부리지 맙시다.

   

   놀릴 각이 보인다고 끼어드는 게 말이 돼요?!

   

   <지금 봐라. 발가락이 오므라들지 않았느냐.>

   

   …엑. 진짜다.

   

   어.

   

   어?!

   

   방금 전에 카리아가 설명했던 게 모두 진짜라고?!

   

   당혹에 빠진 내 모습을 살피던 카리아는 키득거리며 웃더니 자리에서 일어섰다.

   

   “어쨌든 원하던 건 파악했으니까 이만 가볼게. 앞으로 잘 부탁해. 고용주님. 아. 참. 오늘 했던 이야기는 대부분 반응 보려고 던져 본 이야기니까 신경 쓰지 말고.”

   

   카리아가 떠나간 후에도 나는 한참 동안이나 그녀의 말을 확인했다.

   

   놀랍게도 카리아의 설명은 모두 사실이었다.

   

   ‘…저 정치니 거래니 하는 건 못할 것 같아요.’

   

   저런 사람이 반대편에 앉아있다고 생각하니까 진짜 끔찍하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오만 정보를 흘리고 있을 것 같아.

   

   <걱정마라. 저건 저 녀석이 특출난 것이다. 나조차 파악하지 못한 걸 볼 정도니 말이다.>

   

   이게 왕국의 그림자라 불렸던 전설적인 도적의 능력인가.

   

   …같은 편이라서 다행이다.

   

   *

   

   메네스테일에서의 일을 끝마치고 알른 가문으로 돌아온 나는 반 강제로 휴식을 취하게 되었다.

   

   어쩔 수가 없었다.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도저히 몸 상태가 나아지질 않았거든.

   

   얼빠 여우의 진단에 따르면 방학이 끝날 때가 되어서야 완전히 회복될 거라고 하더라.

   

   그 동안 절대 안정을 취해야 하는 건 당연한 일이고.

   

   덕분에 난 알른가 기사단의 훈련에 단 한 번도 참가하지 못했다.

   

   그러지 않아도 능력치가 올라가니 별 문제가 되진 않았지만 어째선지 아쉬운 마음을 감출 수가 없더라.

   

   처음엔 살기 위해서 훈련을 했었는데 이젠 스스로 훈련을 갈구하는 몸이 되어버리다니.

   

   무섭구나.

   

   점점 뇌근육이 되어가는 느낌이야.

   

   그렇게 대개의 시간을 침대 위에서 보내게 된 나지만 할배와 함께하는 수련만큼은 빼먹지 않았다.

   

   어차피 연습모드에선 현실의 몸상태를 신경 쓸 필요가 없으니까.

   

   현실에서 하지 못하는 것만큼 더 빡세게 움직였지.

   

   그러면서 알게 된 건데. 메네스테일 던전을 클리어하면서 줬던 아르마디의 보상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큰 거였더라?

   

   일단 신성의 양이 늘어나고 신성을 다루는 숙련도가 상승했잖아?

   

   이거 단순히 수치가 올라간 수준이 아니었어.

   

   우선 신성이 늘어났다는 건 단순히 내 신성 양이 증가했다는 소리가 아냐.

   

   내가 몸 안에 품고 있는 신성의 질 자체가 좋아졌어.

   

   더 정순해졌다고 해야 하나?

   

   덕분에 이전과 똑같은 행동을 하더라도 훨씬 더 나은 결과를 도출할 수 있게 됐지.

   

   숙련도의 상승 같은 경우도 그래.

   

   이전에는 신성마법을 사용할 때 열심히 기도문을 외웠어야 했는데 이젠 그럴 필요가 없어져 버렸어.

   

   그냥 무슨 신성 마법을 사용하고 싶다고 마음만 먹으면 바로 결과물이 나오게 됐다고.

   

   “허. 아르마디께서는 대체 그대를 얼마나 사랑하시는 게냐.”

   

   이게 얼마나 말이 안 되는 결과물이면 같이 확인을 하던 할배가 이런 말을 했다니까.

   

   거기에 더해서 신성 투술이라는 것도 생각보다 어마어마한 거였어.

   

   “투술은 박투술의 상위형이다. 단순히 몸과 무기에 두르고 집약시키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게 해주지.”

   

   예를 들자면 내가 방패에 신성을 둘렀던 건 본래 박투술로 할 수 없는 일을 개인의 기량으로 극복한 것이었다.

   

   효과는 제대로 나오지만 효율적이라고 할 수는 없었지.

   

   허나 이젠 비효율을 감수할 필요가 없어졌다.

   

   투술을 습득하며 그 모든 걸 자연스레 펼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외에도 여러 가지 잠재력이 존재하는 기술이라며 할배가 침을 튀겨가며 설명했지만.

   

   음. 솔직히 거의 이해 못했어.

   

   어쩔 수 없잖아!

   

   아직 나한테는 너무 이른 이야기였다고!

   

   할배도 차차 알아갈테니 굳이 이해하지 않다고 괜찮다 그랬단 말야!

   

   어쨌건 중요한 건 위대하신 아르마디님께서 주신 선물이 모두 유용한 거였다는 거지.

   

   아아. 아르멘.

   

   안 믿고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아가씨. 끝났습니다.”

   

   에린의 말을 듣고 사고에서 빠져나왔다.

   

   화장대의 거울을 보면 말끔하게 정리된 내 머리카락이 보인다.

   

   참 신기하단 말이야. 분명 같은 방식으로 머리를 정돈하는데 왜 에린이 해주면 훨씬 더 깔끔한 걸까.

   

   이게 경험의 차이라는 건가.

   

   ‘멋지네요. 역시 에린이에요.’

   “흐응. 꽤 신경 썼네 허접 에린? 나쁘지 않아.”

   

   “칭찬 감사합니다. 아가씨.”

   

   머리카락을 확인한 나는 오랜만에 교복이 아닌 알른 가에 있는 외출복을 걸쳤다.

   

   거의 한 달 동안 이어진 여유롭고 편안한 칩거 생활을 끝낼 때가 왔으니까.

   

   몸 상태가 완전히 회복된 건 아니고 꼭 가야 할 장소가 있거든.

   

   경매장.

   

   아르마디님께서 내린 시험을 통과하기 위해서라도 그 곳에서 몇 가지 물건을 구해야 해!

   

   난 루시의 옛날 옷을 입고 싶지 않단 말야!

   

 

 

       
   


           


Mesu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u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sa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saggi tanks are not properly educated., Mesugaki tanks are not properly educated., 메스가키 탱커는 참교육 당하지 않는다.
Score 9.2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You sloppy orc~ You can’t take down a girl?” He became the Mesugaki character in the Academy game. But the taunt works too w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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