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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99

마포구의 꽤 높이가 있는 건물 옥상.

밝게 빛나는 아침 햇살이 내리쬐는 옥상 난간 위에 누워서 사람들이 잔뜩 모여드는 모습을 구경하고 있었다.

햇빛이 가장 잘 드는 곳에 누워있는데도 조금 쌀쌀해서 따뜻한 붉은 사신을 소환해서 품 안에 넣고 꼭 껴안았다.

역시 붉은 사신이 제일 따뜻해.

붉은 사신은 조금 불편한지 내 팔 안쪽에서 버둥거렸지만, 결국 포기하고 내 배 위에서 같이 햇볕을 쬐며 누웠다.

황금 사신들을 마포구에 잔뜩 풀어놓은 지 3일째, 슬슬 외부에서도 이변을 눈치채고 방송사에서 잔뜩 사람들을 보내오기 시작했다.

지금, 이 건물 밑에도 꽤 큰 규모의 방송국에서 기자를 보내서 방송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커다란 헬멧을 쓴 연구원과 여성 기자, 그리고 카메라 같은 장비를 든 사람들이 잔뜩 있었다.

왠지 재밌어 보이는데….

나는 붉은 사신을 들어 올린 뒤, 눈앞으로 데려와서 볼을 콕콕 찌르며 의지를 전달했다.

‘내려가서 구경할까? 몰래 구경하면 재밌을 거야.’

그러자 붉은 사신은 굉장히 재밌어 보인다는 것처럼 고개를 격렬히 끄덕이며 즐거워했다.

옥상에서 뛰어내린 뒤, 방송국 사람들이 잘 보이는 공원 수풀 뒤에 숨어서 구경을 시작했다.

‘엄마랑 구경 놀이!’

붉은 사신은 나랑 같이 숨어있는 것 자체가 즐거운지, 내 어깨에 올라타서 재잘재잘 계속 의지를 보내왔다.

“지금이라도 인터뷰 장소를 바꾸는 게 어때요? 지금 마포구는 너무 위험해요.”

오브젝트 협회라고 쓰인 명찰과 커다란 헬멧을 쓴 연구원은 뭔가 굉장히 불안한 것처럼 주변을 두리번거리면서 말했다.

헬멧 연구원은 마치 호랑이가 숨어있는 산속에 들어와 있는 것처럼 잔뜩 긴장한 채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그럴 수는 없어요.”

연구원의 말에 기자는 고개를 저으면서 거절했다.

그리고 기자는 여러 가지 이유를 늘어놓았다.

다른 방송국들은 마포구에 들어와서 취재하는데, 우리만 외부에서 진행할 수는 없다는 둥.

이미 사전에 조율된 이야기인데, 왜 자꾸 거부하냐는 둥.

그렇게 위험하면 오브젝트 협회에서도 허가가 나오지 않았을 거라는 둥.

몇 번이나 충돌했던 사안인지, 기자는 표정을 찡그리면서도 정돈된 의견으로 연구원의 의견을 반박했다.

“아니, 그래도….”

뭔가 답답한 것처럼 입을 열었던 연구원은 이내 포기한 기색으로 입을 닫고 얌전히 취재를 기다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적당한 위치를 잡고 방송을 준비하던 순간, 기자의 어깨 위에서 만세 하는 자세로 황금 사신이 ‘뿅’하고 튀어나왔다.

“어?”

그리고 방송국 사람들의 주변에도 황금 사신이 한 마리씩 튀어나와서 후다닥 달려와서 달라붙기 시작했다.

마포구의 모든 인간에게 1:1로 붙어있으라는 내 명령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는 황금 사신들이었다.

뺨에, 바짓단에, 그리고 코트 주머니에.

각자 선호하는 위치에 달라붙는 황금 사신들을 보며 처음에는 다들 깜짝 놀란 기색이었지만 이내 무해하고 착한 아이들의 마음을 깨달았는지, 다들 마음을 열고 반겨주기 시작했다.

“아, 이게 그 유명한 마포구를 장악한 오브젝트, ‘황금 사신’인가 보네요.”

기자는 자기 어깨에 나타난 황금 사신을 손바닥 위에 올려두고 신기한 것을 바라보는 것 같은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선입견이 없이, 그저 귀여운 생물을 보는 듯한 눈초리였다.

그리고 손가락을 천천히 뻗어서 황금 사신의 근처로 가져가자, 황금 사신은 그 손가락을 양손으로 움켜쥐더니 해맑게 웃었다.

황금 사신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놀란 기자는 손가락을 야생 동물에게 물린 것처럼 깜짝 놀라서, 손가락을 뒤로 빼버렸다.

하지만 황금 사신은 절대로 놓치지 않는다는 것처럼 손가락을 꼭 붙들고 있어서, 손가락 끝에 대롱대롱 매달리는 꼴이 되어버렸다.

‘이 손가락은 내꺼야!’라는 것처럼 두 눈을 꼭 감고, 필사적으로 매달린 황금 사신을 본 기자는 허탈한 웃음소리를 냈다.

“귀여워요. 협회에서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가 있었네요. 굉장히 무해해서 그런 거죠?”

마치 귀여운 것을 본 것처럼 황금 사신을 자기 뺨에 갖다 댄 기자는 즐거운 웃음을 띠며 연구원을 돌아봤지만, 연구원은 한 걸음 더 물러서면서 말했다.

“빨리 황금 사신을 바닥에 내려놓고 물러서세요. 다행히 의사 표현을 확실히 하면 더 이상 다가오지 않으니까, 의사 표현을 확실히 하셔야 합니다!”

마치 끔찍한 외계 생물을 대하는 것 같은 목소리였다.

하지만 연구원의 발작적인 반응은 별다른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무의미한 외침이 되어버렸다.

기자와 카메라맨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연구원의 반응을 이해하지 못했고, 오히려 이상한 사람을 보는 듯한 눈길을 보낼 뿐이었다.

“이런 착한 ‘황금 사신이’를 바닥에 내던지라고요? 그러면 이 착한 아이가 얼마나 슬퍼하겠어요?”

오히려 기자는 황금 사신의 턱을 간질이며 황금 사신과 놀기 바빴다.

황금 사신에게 푹 빠진 기자의 태도를 보니, 예전의 ‘데일리 오브젝트’ 때처럼 음해 기사가 나올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다행이네.

***

분주한 아침을 맞이한 한 가정집에서 커피를 내리는 향기와 지글거리는 베이컨의 향이 진하게 퍼져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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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방에서 한 여성이 접시 위로 음식을 옮겨 담기 무섭게, 황금 사신들이 접시를 밑에서부터 번쩍 들어 올려서 후다닥 식탁 위로 날랐다.

접시를 옮기는 미션을 완수한 황금 사신은 다시 쪼르르 주방으로 달려가 뭔가를 바라는 초롱초롱한 눈초리로 여자를 올려다보았다.

그 모습을 본 여자는 귀여운 것을 보는 표정으로 피식 웃으며 황금 사신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더니, 잘 구워진 토스트를 하나 황금 사신에게 내어주었다.

그러자 황금 사신은 굉장히 즐거운 표정으로 자신보다 커다란 토스트를 들고 앉아서, 조금씩 조금씩 작은 입으로 뜯어먹기 시작했다.

바삭. 바삭.

토스트를 갉아먹는 소리가 주방에 울려 퍼졌다.

황금 사신은 굉장히 맛있는 걸 먹는 것 같은 표정으로 히히 웃었다.

간단한 정리를 마친 여성은 식탁에 앉으며, TV를 켜서 뉴스를 보며 아침 식사를 시작했다.

TV에서는 현 마포구 사태에 대한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서울 한복판에 정확한 숫자를 파악하기도 어려울 만큼 많은 숫자의 오브젝트가 사방으로 퍼져나간 사태라서 그런지, 어느 뉴스에서는 언제나 황금 사신 이야기가 나왔다.

TV에서는 다들 중립적으로 ‘조금 더 살펴보기만 해야 한다’고 앵무새처럼 반복하기만 했다.

‘이렇게 귀엽기만 한데….’

여자는 황금 사신의 햄스터처럼 빵빵한 볼을 콕콕 찌르며 생각했다.

사실 지금 마포구 사태는 중립적이 아니라 우려 섞인 말이 나올 법한 상황이었지만, 황금 사신에게 푹 빠진 여자는 그것을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뉴스에서는 기자와 협회 소속 연구원이 나오고 있었는데, 조금 그 구도가 이상했다.

‘지금 마포구는 위험하니, 어서 빨리 탈출하라’라고 주장하는 헬멧을 쓴 이상한 연구원.

사상자가 없는 데다가 연쇄 살인 사건도 멈춰버렸으니 괜찮은 게 아니냐고 되묻는 기자.

기자와 연구원의 토론 같은 모양새가 되어버렸다.

결국 기자는 연구원이 자신이 원하는 ‘황금 사신에게 우호적인 발언’을 해주지 않자, 그대로 취재를 종료해 버렸다.

오브젝트는 위험하지만, 현재 마포구에 퍼진 황금 사신은 안전해 보인다는 코멘트로 끝을 내버린 것이다.

그런 말을 하는 기자의 주머니 속에서 황금색 더듬이가 튀어나와 살랑거리고 있었다.

***

‘평화롭다.’

마포구는 평화로웠다.

노란 달의 오브젝트와 싸웠던 것도 첫날뿐이었고, 그 뒤로는 노란 달이 떠올라도 아무런 일도 발생하지 않았다.

불길한 빛을 뿌리던 보름달도 불길한 느낌이 들지 않게 바뀌어버렸다.

황금 사신이 너무 많아서 도망간 걸까?

심심해진 나는 옥상에 걸터앉아, 푸른 사신이 고쳐준 TV를 들여다보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뉴스에서는 유럽 오브젝트 협회에서 발표한 내용을 연일 방송하고 있었다.

내용의 골자는 이랬다.

‘현재 서울은 굉장히 위험한 상태다.’

‘우호적인 오브젝트는 언제나 인간을 가장 치명적인 형태로 배신해 왔다.’

‘황금 사신? 절대로 믿지 마라. 믿고 싶어진다면 더욱더 믿어서는 안 된다.’

이 발표 때문인지, 행복하고 폭신폭신한 분위기였던 마포구에 긴장감이 흐르기 시작했다.

워낙 신중한 발언만을 한다는 유럽 오브젝트 협회인 탓에 영향력이 상당했다.

우호적 일색이었던 국내 방송도 조금씩 신중론을 펼쳐지기 시작했고, 몇몇 방송사는 대놓고 위험하다고 언급하기 시작했다.

마포구 내에서는 황금 사신을 애써 무시하는 사람들도 생기기도 했고, 인간이 상대를 안 해줘서 우울한 표정으로 숨어버린 황금 사신들도 있었다.

물론 숨은 황금 사신들도 유령화 상태로 그들 주변에서 인간들을 지켜주고 있었다.

오늘로 6일 차.

내일이 되면 마지막 날.

이렇게 끝나버리면 너무 심심한 ‘달’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밝게 켜진 TV만이 방안을 밝히는 어둑어둑한 방안, 한 남자가 TV를 멍하니 바라보며 이불 속에 누워있었다.

제대로 정돈도 되지 않은 난장판의 원룸.

1인 1사신을 이룩한 마포구였지만, 남자는 ‘유럽 오브젝트 협회’의 발표를 믿고 황금 사신을 창밖으로 던져버렸다.

TV에서는 ‘유럽 오브젝트 협회’의 발표가 계속해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마포구가 위험해. 정말 문제야. 왜 다들 모르는 거지?”

남자는 마치 자신의 선택을 정당화하는 것처럼 중얼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발작적으로 소독용 알코올을 바닥과 손바닥들에 뿌리고 있었다.

마치 황금 사신의 흔적을 지워야만 한다는 것처럼 말이다.

그때 갑자기 TV가 툭 하고 꺼져버렸다.

“뭐야? 정전이야?”

남자는 짜증 난다는 것처럼 핸드폰을 손에 쥐고 일어나려는 순간, 수상한 노란색 빛이 창문 쪽에서 비치고 있었다.

황금 사신처럼 생긴 실루엣이 창문에 바짝 붙어서 안쪽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언제나 밝게 빛나던 황금 사신의 빛은 음울하게 점멸했고, 피부는 촛농처럼 흘러내리고 있었다.

“뭐, 뭐야!”

깜짝 놀란 남자가 핸드폰 라이트를 비추자, 황금 사신의 모습은 사라져 버렸다.

“역시, 역시 내 말이 맞았어. 황금 사신은 위험해.”

남자는 공포를 몰아내려는 듯이 전등을 켜서 방을 환하게 밝혔다.

그리고 원룸을 돌아다니며, 황금 사신의 흔적을 찾기 시작했다.

그때 창문에서 내리쬐는 노란 달빛이 한층 불길하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Seoul Object Story

Seoul Object Story

서울 오브젝트 이야기
Score 9.2
Status: Ongoing Type: Author: Artist: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Humans, once the masters of Earth, were losing their place to the inexplicable phenomena known as Objects. And this is a story about becoming an Object and living worry-free in the Seoul of such a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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