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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00

Chapter: 200

   왜 저 숫자가 늘어났는지를 추측하기란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저 빌어먹을 변태 페도 주신이 바라는 바가 무어겠는가.

   

   내 흑역사를 만들어 냄으로써 내가 수치에 몸부림치는 꼴을 보는 것은 물론이고 그와 동시에 내 드레스차림을 구경하려는 속셈이겠지.

   

   주신의 깊은 뜻이 있지 않겠느냐고?

   

   있겠냐?!

   

   바ㅋㅋ니ㅋㅋ 이 지랄을 하는 녀석한테 깊은 뜻이 있겠냐고!

   

   으으으. 짜증나.

   

   내가 그냥 퀘스트 날로 먹은 것도 아니잖아.

   

   경매장에 고스로리차림을 하면서까지 들어가서 유희의 팔찌를 사 온 거라고.

   

   심지어 그걸로 퀘스트를 클리어 한 것도 아냐. 겨우 퀘스트 조건 중에 4개만을 달성했을 뿐.

   

   나머지는 아직 회복 중인 몸과 내 운빨을 이용해서 채우고 있었단 말이다!

   

   근데 별 어려움 없이 퀘스트를 클리어 할 것 같으니까 저 숫자를 늘려버린다고?!

   

   허접 주신 이 새끼야! 너 양심이 있냐?!

   

   주신이면 좀 자기의 음흉한 마음을 감추고 멋있는 척 좀 해봐라!

   

   왜 내 마음 속에 작게나마 존재하던 신앙심까지 뺏어가려는 거냐고!

   

   나한테 그렇게 매도를 당하고 싶었어?!

   

   설마 그것도 목적 안에 들어가는 건가? 세 가지 목적을 한 번에 달성하겠단 생각이야?! 새끼 게임 더럽게 하네!

   

   하아아.

   

   진정하자. 허접 주신을 욕한다고 무언가가 바뀌는 건 아니잖아.

   

   저 자식은 자기를 욕하는 걸 즐기는 놈이라고. 괜히 허접 주신의 왜곡된 욕망을 채워줄 바에야 앞으로의 일을 생각하는 게 나아.

   

   속으로 길게 한숨을 내쉰 나는 다시금 퀘스트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퀘스트 문구에 변화점은 숫자 뿐만은 아니었다. 그 아래에도 달라진 부분이 존재했다.

   

   [보상 : 많은 평판의 상승, ???]

   [실패시 : 루시의 과거 복장을 입고 파티 참여, ???]

   

   일단 가장 먼저 보이는 건 평판 상승에 많은 이라는 단어가 붙었다는 것.

   

   어떤 식으로 저게 이루어지는 건진 모르겠다만 기존보다 보상이 커진 건 분명했다.

   

   그리고 보상과 처벌 양 쪽에 들어간 물음표.

   

   여태까지의 경험상 이건 추가적으로 주어지는 무언가다.

   

   그러니까 퀘스트를 클리어하기 어려워진 것과 함께 보상과 벌도 함께 업그레이드 된 것이다.

   

   벌.

   

   벌이라.

   

   저 물음표가 도대체 뭘까.

   

   일단 게임 오버처럼 극단적인 건 아닐 거야.

   

   그렇게 심각한 건 명확하게 보여주니까.

   

   고민을 이어나가던 중 문득 떠오른 것은 과거의 퀘스트 중 하나였다.

   

   얼빠여우를 만나러 갈 적에 보았던 굴욕적인 무언가.

   

   그게 벌로 나왔다는 건 퀘스트의 패널티로 행동을 강제하는 게 가능하다는 소리인데.

   

   거기까지 생각이 닿은 순간 오만가지 생각이 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이번 파트란 축제에서 열리는 파티는 상당히 크다.

   

   공작가에서 축제를 기념하여 여는 파티다. 어지간한 유력 귀족들은 모두 모인다고 봐야겠지. 수도에 칩거하던 1왕자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어도 어마어마한 규모였을 걸.

   

   그 속에서 내가 무언가 문제를 일으킨다면? 그 소문은 순식간에 대륙 전체로 퍼져나가겠지.

   

   안 좋은 소문이 나돌고 평판이 떨어지고 흑역사가 박제되고.

   

   …

   

   아냐. 이런 거 상상하지 말자.

   

   좋은 쪽만 생각하자고.

   

   결국 내가 퀘스트를 클리어 한다면 보상이 늘어날 뿐이잖아?

   

   허접 주신은 괴상한 성벽을 지닌 변태지만 보상은 제대로 챙겨준다고.

   

   저 물음표에는 분명 지금의 내게 유용한 무언가가 포함되어 있을 테지.

   

   그러니까 결국 내가 할 일은 바뀌지 않았다는 거야.

   

   퀘스트를 클리어 하는 것.

   

   이 축제에서 최고의 자리를 거머쥐는 것.

   

   허접 주신의 수작질을 분쇄하는 것.

   

   왜 악신이 아니라 주신이 수작질을 부리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생각을 해보자.

   

   지금까지 내가 승리한 노점은 다섯 개니까 난 앞으로 9번의 승리를 더 거두면 된다.

   

   계산을 해보았을 때 지금까지 내가 도전하지 않은 노점의 개수가 12개이니 지금의 나에게 주어진 실패의 기회는 단 세 번 뿐.

   

   순수하게 운으로 부딪혀야 하는 녀석들은 유희의 팔찌로 넘기고, 기억력이나 지식의 문제가 되는 경우는 할배의 도움을 받는다 쳐도. 몸으로 해결해야 하는 부분은 스스로 해결해야만 한다.

   

   작금의 쓰레기같은 몸상태로 말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내가 자신 없다고 생각한 과제를 먼저 처리했단 거다.

   

   이제 남은 것은 비교적 자신 있다고 생각하는 부분.

   

   몸 상태만 정상이었더라면 어떻게든 극복할 수 있었을 녀석들.

   

   좋아. 뒤는 생각하지 말자.

   

   지금 당장에 닥친 문제가 중요한 거잖아.

   

   허접 주신이 내놓은 물음표를 명확히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면 실패할 수는 없다고.

   

   뒷일은 그 때가서 생각해.

   

   그리 마음을 먹은 나는 벌떡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루시 알른?”

   “알른 영애?”

   

   ‘저 먼저 가볼게요.’

   “여기 음식은 제가 먹기엔 좀 허접해서. 먼저 가볼게요.”

   

   “허?”

   “영애?!”

   

   두 사람의 경악을 뒤로 한 채 바깥으로 나온 나는 한 사람을 찾았다.

   

   파트란 축제에 초대를 받은 데다 이번 방학 기간 동안 따로 일정도 없었으니 분명 이 어딘가에 머무르고 있을 사람을.

   

   그녀를 찾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나와는 다른 의미에서 모든 사람들에게 주목을 받는 그녀다.

   

   인파가 집약되는 곳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녀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존재만으로 몰려 있는 인파를 해치며 움직이던 나는 얼마 지나지 않아 군중 한 가운데에서 웃음을 전하고 있는 페이비와 교회의 사람들을 찾아내는데 성공했다.

   

   내가 발을 내딛음에 따라 길이 열리고 페이비가 내 존재를 확인한다.

   

   겨우 눈이 마주쳤을 뿐임에도 페이비의 표정은 극명하게 바뀌었다.

   

   눈을 살짝 치켜떴던 그녀가 이내 해맑은 웃음을 짓는다.

   

   그 웃음은 저를 눈앞에서 본 이라면 누구나 자신을 향한 게 아닐까 기대하게 될 만큼 아름다웠고,

   

   그게 아님을 깨달은 순간 자기도 모르게 질투와 실망을 품을 정도로 치명적이었다.

   

   “잠시 기다려 주십시오.”

   

   페이비의 웃음을 따라 걷고 있으려니 기사가 앞으로 나와서 나를 가로 막았다.

   

   굳은 얼굴에서 당혹이 드러남에도 불구하고 내 앞에선 까닭은 성녀를 위한 충성심이겠지.

   

   “기사님. 괜찮아요.”

   “허나 성녀님.”

   “알른 영애는 아카데미의 친구인걸요.”

   

   허나 그 충성심은 자신이 지켜야 할 자의 웃음 앞에 무력했다.

   

   페이비가 그 어깨를 살짝 밀어냄에 따라 기사라는 벽이 허물어진다.

   

   “오랜만이에요. 알른 영애.”

   

   ‘저도요. 페이비.’

   “그래. 반가워. 허접 성녀.”

   

   허접 성녀라는 단어에 페이비 주변의 성직자는 물론이요 성녀를 구경하러 온 이들의 얼굴에도 경악이 서린다.

   

   페이비가 그를 듣고서도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았기에망정이지 그녀가 조금이라도 정색했더라면 뒤편에서 비난이 쏟아졌으리라.

   

   지금도 할 말이 많은 듯 입을 우물거리는 게 눈에 들어올 지경이니까.

   

   “먼저 와서 축제를 즐기고 계셨군요. 이럴 줄 알았다면 저도 일찍 올 걸 그랬어요.”

   

   오랜만의 만남이라 그런 걸까.

   

   페이비는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아보였다.

   

   평소라면 나도 그녀와의 대화를 즐겼겠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지금 나에게는 그보다 급한 일이 있다.

   

   이전에 알새틴이 준 반지로 주변의 소리를 차단함과 동시에 목소리를 낸다.

   

   ‘페이비. 부탁드릴 게 있어요.’

   “허접 성녀. 허술한 너라도 할 수 있는 일이 생겼어.”

   

   다소 막무가내인 이야기였지만 페이비는 의문을 표하지 않았다.

   

   “뭘 하면 될까요?”

   

   ‘버프를 주세요.’

   “버프를 줘.”

   

   신체능력이 부족하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부족한 부분을 채워버리면 그만이다.

   

   정상적인 몸상태와 비견되거나 어쩌면 그보다 더 뛰어날 정도로.

   

   “바라시는 종류는?”

   

   ‘그러니까…’

   “우선은…”

   

   스스로 신성 마법을 쓸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페이비를 찾은 이유는 그녀의 신성마법이 효과가 좋은 탓도 있었지만, 페이비가 어지간한 종류의 버프기를 모두 다 사용할 수 있다는 이유가 더 컸다.

   

   아직까지도 회복 중인 내 몸은 엉망진창.

   

   여러 물약을 활용한 도핑조차도 몸으로 받아낼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그러니 페이비의 버프로 기반을 마련하고 도핑을 하는 것으로 지금 가능한 최고치까지 스펙을 끌어올리는 게 내 계획이다.

   

   스펙만 된다면 노점을 공략하는 것은 게임보다 쉽다.

   

   이게 게임일 적엔 순수히 승부를 겨루어야했지만 지금은 내가 지닌 여러 스킬을 사용할 수 있으니까.

   

   “알른 영애. 너무 많은 버프는 독이 됩니다. 결국 그걸 감당하는 건 영애의 몸이니까요.”

   

   내 부탁을 듣던 페이비는 걱정어린 말과 함께 날 만류했다.

   

   그녀의 말이 옳다.

   

   과도한 버프는 이후에 패널티를 불러온다.

   

   기적을 일으켰다가 엉망이 된 내 몸을 보라.

   

   당장은 뛰어난 스펙에 즐겁겠지만 그 버프가 끝났을 때 찾아올 후유증은 버프가 강력한만큼 커다랄 수밖에.

   

   나라고 해서 그를 모르는 건 아니다. 그 패널티는 게임상에도 분명 존재했었으니까.

   

   지금의 난 그걸 알면서도 도핑을 하려는 것이다.

   

   며칠을 앓아누울지는 모르겠지만 당장 눈앞의 일을 해결하기 위해서.

   

   허접 주신의 수작질을 박살내기 위해서.

   

   그리고 나의 존엄을 위해서!

   

   ‘해야 하는 일이에요.’

   “쓰잘데기 없는 소리 하지 말고 버프나 내놔. 허접 성녀. 해야 하는 일이야.”

   

   내 말을 들은 페이비는 잠시 고민을 하다가 이내 두 손을 모으고 기도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축언에서 시작된 버프가 내 몸을 휩싸며 무거웠던 몸을 가볍게 만들어준다.

   

   “너무 무리하지 마세요.”

   

   ‘노력은 해볼게요.’

   “누가 누굴 걱정하는 거야? 난 허접한테 걱정받을 만큼 허술하지 않거든?”

   

   “그리고 나중에 아프시면 불러주세요. 그건 제 전문이니까.”

   

   그건 좀 매력적이네.

   

   병약 메스가키 미소녀가 되면 고민해보도록 할게. 페이비.

   

   나중에 만나자는 인사와 함께 페이비와 헤어진 나는 바로 인벤토리를 열었다.

   

   내가 예전부터 쟁여두던 것에 더해 카리아가 게오르크 가문으로부터 뜯어온 것이 더해져 그 안에 든 물약의 종류는 무척이나 많았지만 그 중에 내가 사용해야 할 것은 몇 되지 않았다.

   

   신체능력의 상승. 활력의 상승. 각성효과. 거기에 더해 패널티를 최대한 줄이기 위한 몇가지.

   

   <배합에 익숙하구나. 많이 해 본 솜씨야.>

   

   엄청나게 많이 해봤죠. 최대 효율을 내기 위한 연구를 하느라 얼마나 고생했는데.

   

   정작 다른 사람이 낸 연구 결과가 더 효율적이라서 내가 한 건 내다버려야 했지만.

   

   <그래도 며칠을 앓아누워야겠구나.>

   

   할배는 내가 마시는 물약을 보고서 침음성을 흘렸다.

   

   으음. 역시 그러려나요. 패널티를 줄인다고 노력했지만 그래도 한계가 있으니까.

   

   <이 축제에 그렇게까지 할 이유가 있느냐?>

   ‘위에서 시켜서요.’

   <…주신께서는 무어를 바라시는 건지.>

   

   도핑을 끝마친 나는 승부의 시작점으로 낙점지어둔 노점에 들렸다.

   

   이 곳의 테마는 힘.

   

   거의 내 키만한 나무망치로 물리적 절차와 마법적 절차 모두를 거친 판을 박살내면 된다.

   

   노점상에게 나무망치를 건네어 받은 나는 심호흡을 하고서 그를 위로 치켜들었다.

   

   그에 따라 주변에서 웅성이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오. 번쩍 들었어.”

   “저 작은 몸에서 어떻게 저런 힘이 나오는 건지.”

   “역시 알른 가문인가.”

   “무리야. 매거 씨도 저거 부수는 데 실패했는데 저런 여자애가 할 수 있을 리 없잖아.”

   “자세는 괜찮지만 저 얇은 팔로는 어렵겠지.”

   

   난 그를 신경 쓰지 않았다.

   

   저들의 말보다 믿을 수 있는 목소리가 내 안에 존재했기에.

   

   <해보자꾸나.>

   

   나는 방학기간 동안 신성을 다루는 방법을 수백 수천 번 동안 연습하고 또 연습했다.

   

   지금부터 내가 할 일은 그 수많은 숫자에 하나를 더할 뿐인 일이니.

   

   실수란 존재할 수 없다.

   

   신성이 덧씌워진 망치가 아래로 향함에 따라 판이 반으로 갈라지며 웅성임을 박살낸다.

   

   좋아.

   

   지금 이 몸 상태라면 충분히 할 수 있어.

   

   퀘스트를 성공할 수 있어.

   

   기다려. 허접 주신.

   

   네가 준비해 둔 보상이 얼마나 대단한 건지 확인하러 갈 테니까.

   

 

 

       
   


           


Mesu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u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sa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saggi tanks are not properly educated., Mesugaki tanks are not properly educated., 메스가키 탱커는 참교육 당하지 않는다.
Score 9.2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You sloppy orc~ You can’t take down a girl?” He became the Mesugaki character in the Academy game. But the taunt works too w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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