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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05

단추 눈이 달린 푸른 사신들이 빗자루를 타고 하늘을 날아다니고 있었다.

푸른 사신 인형 옷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많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미니 사신들 사이에서 갑자기 인기를 끌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하는 행동은 푸른 사신과 사뭇 달랐다.

빗자루 위에 얌전히 앉아서 날아다니는 것이 아니라, 스노보드를 타는 것처럼 위에 올라타서 날아다녔다.

그리고 단추 눈 푸른 사신들은 진짜 푸른 사신들은 절대로 하지 않을 것 같은 과격한 놀이를 즐기고 있었다.

일종의 마상 창 시합과 비슷한 놀이.

각자 커다란 방패와 창을 만들어 내고 서로를 향해 정면으로 돌진하는 놀이였다.

수많은 단추 눈 푸른 사신이 빗자루를 타고 고속으로 날아가다가, 상대방을 향해서 창을 찌르고 있었다.

퍽!

하늘에서는 방패와 창이 격돌하는 소리가 쉬지 않고 계속 울려 퍼졌다.

그리고 그 소리가 울릴 때마다, 패배한 단추 눈 푸른 사신이 하늘에서 떨어져 내렸다.

내가 보기에는 순전히 부딪치는 순간의 운으로 결과가 결정되는 놀이 같았는데, 저렇게 계속 해도 재밌는 걸까?

‘엄마 놀자!’

그때 옆에서 1m짜리 단추 눈 푸른 사신이 커다란 인형 옷을 나에게 들이밀면서 놀자고 의지를 전달해 왔다.

다른 단추 눈 사신들은 속에 뭐가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저 1m짜리는 누군지 알겠네.

검은 사신이 뭉친 거겠지.

나는 내 크기에 맞춘 인형 옷을 받아 들면서 생각했다.

운으로 결정되는 경기라면, 내가 이길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나는 나름대로 행운에는 자신이 있었다.

아마 확률을 조작할 수 있는 주황 사신만 아니라면 미니 사신과 행운을 겨루면 내가 이기겠지.

‘좋아, 하자!’

내가 인형 옷을 받아 들면서 하자고 하자, 단추 눈 푸른 사신은 양손을 번쩍 들어 올리고 만세를 하면서 즐거워했다.

다른 미니 사신도 많은데, 나랑 노는 게 그렇게 재밌는 걸까?

주섬주섬 인형 옷을 뒤집어쓰자, 답답한 기분이 마구 밀려들기 시작했다.

다른 옷과 달리 인형 옷은 괜찮을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었다.

그래도 조금 신기한 기분이 들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늘어나는 것이 느껴졌다.

물을 움직여서 조형하고, 문자열을 이용한 마법을 쓸 수 있게 된 것이다.

내가 인형 옷을 뒤집어쓴 것을 기다리던 검은 사신은 빗자루 위에 서서 들뜬 기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리고 나와 검은 사신은 물로 된 빗자루를 타고서 하늘로 날아올랐다.

적당한 높이에서 위태로운 빗자루를 밟고, 창과 방패를 들고 서로를 마주 보는 순간 왠지 큰 실수를 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거 어려워!

다들 이런 얇은 빗자루를 밟고서 그렇게 휙휙 날아다녔던 거야?

물로 만든 창과 방패는 생각 이상으로 무거웠고, 얇은 막대기 위에서 중심을 잡는 것도 쉽지 않았다.

빗자루 위에서 비틀거리는 걸 보면서, 나를 마주 보고 선 거대 단추 눈 푸른 사신이 배시시 웃었다.

그저 나랑 노는 게 마냥 즐거운 미소였다.

하지만 나는 이를 악물고 자세를 잡았다.

이번에는 이기고 말겠어!

그렇게 의지를 다지면서 기다리고 있었더니, 물방울이 터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출발 신호였다.

그리고 나는 격돌과 동시에 빗자루 위에서 떨어져, 바닥 위에 널브러져 버렸다.

‘엄마 또 하자!’

어느새 내 옆으로 다가온 녀석이 즐거운 것처럼 히히 웃고 있었다.

이거 운이랑 상관없잖아!

운동 신경이 너무 중요한 경기잖아!

내가 상대방을 창으로 찌르는 순간 이 경기는 운이랑 상관이 없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

내 창날을 능숙하게 흘려내는 방패의 움직임.

창과 방패의 충돌로 발생한 충격을 그 좁은 빗자루 위에서 능숙하게 흘려내는 발놀림.

그렇게 엄청난 실력 차이로 처참하게 공중에서 떨어져 버렸다.

더욱 짜증 나는 점은 나는 온 힘을 다해서 이기려고 했지만, 검은 사신은 승패에 상관없이 즐기고만 있다는 점이었다.

날아와서 ‘엄마 약해!’라고 안 하는 것만 봐도 그랬다.

나는 답답한 인형 옷을 벗어 던져 버리고 더 이상 안 한다고 의지를 전달하자, 검은 사신은 굉장히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삐-.

검은 사신은 슬픈 울음소리를 내면서 서서히 형태가 무너져 내렸다.

그리고 그 인형 옷 안에서 슬라임처럼 녹아내린 검은 사신이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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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는 빗자루 창 시합을 하지 말아야지.

화풀이로 하얀 아귀를 입안에 욱여넣고 뜯어먹고 있었더니, 저 멀리서 깜짝 놀란 표정의 검은 사신이 뛰어오는 것이 보였다.

‘엄마! 엄마 눈동자!’

‘?’

들려온 말은 미니 사신 언어 이해 마스터인 나도 이해하기 힘든 말이었다.

***

마포구 황금 사신 사태 이후, 마포구는 많은 것이 변했다.

그리고 남자의 인생과 태도도 많은 것이 변화했다.

남자는 원룸을 나서서 하늘을 올려다보자, 커다란 바람개비가 눈에 들어왔다.

풍력발전에 쓰이는 풍차만큼 커다란 바람개비.

저 바람개비도 마포구에서 변화한 것 중 하나였다.

아직 이른 아침이라, 조금은 쌀쌀한 거리.

남자는 간단한 아르바이트에 불과하지만, 이른 아침부터 돈을 벌기 위해서 길거리를 걷고 있었다.

마포구 사태 이전이었다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아마 평소의 남자였다면, 지금쯤 잠자리에 들려고 했겠지.

하지만 이제는 남자는 작은 발걸음이라도 열심히 옮기기로 마음먹었다.

남자의 남은 인생은 ‘황금 사신이’가 구해준 인생이니까, 허투루 쓸 수는 없었다.

“푸딩 먹을래?”

“춥지 않아?”

남자는 간간이 보이는 사람들을 씁쓸한 눈으로 보고 있었다.

황금 사신을 데리고 돌아다니는 행복한 사람들.

마포구 사태가 끝나고 나서도 아주 많은 황금 사신이 마포구에 남아있었지만, 남자의 곁에는 황금 사신이 없었다.

‘당연한 일이겠지.’

그는 황금 사신을 창문 밖으로 던져 버린 잘못을 저질러 버렸으니까.

남자는 천천히 걷다 보니, 어느새 공원 한복판에 설치된 바람개비 앞을 지나가게 되었다.

공원의 일부분을 잡아먹은 마시멜로와 그 위에 솟아오른 커다란 과자 바람개비.

매일 밤, 잠을 자러 어디론가 사라지는 황금 사신을 다시 만날 수 있는 만남의 광장이었다.

남자는 희미한 희망을 안고서 출근길에 매일 같이 이곳을 지나갔지만, 그를 구해줬던 황금 사신을 다시는 만날 수 없었다.

바람개비 앞은 즐거운 웃음소리가 가득했다.

해맑게 웃으며 뛰어오는 황금 사신과 그것을 반겨주는 사람들.

끔찍한 일을 저지른 자신에게는 절대로 일어날 수 없는 일이었다.

희망을 안고 왔지만, 더욱 괴롭게 만드는 장소.

‘오늘이 마지막이야.’

즐거운 웃음소리를 듣는 것이 너무 괴로워서, 남자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렇게 마음먹고 주변을 돌아봤지만, 그가 만나고 싶었던 황금 사신은 보이지 않았다.

‘결국, 없었네.’

남자는 슬픈 얼굴로 돌아서며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이제 더 이상 만날 수 없겠지만, 마음속에 간직하고 열심히 살아갈게.’

남자는 그렇게 마음속으로 황금 사신에게 작별 인사를 남겼다.

그렇게 바람개비를 등지고, 걸음을 옮기는 순간, 빌딩 숲을 뚫고 아침 해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 빛이 너무 눈부셔서 손바닥으로 태양을 가리는 순간 익숙한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마치 햄스터처럼 작은 인간이 걸어가는 소리.

뚜방뚜방.

설마 하는 생각에 소리가 나는 곳을 바라보니.

태양을 배경으로 해맑게 웃고 있는 황금 사신이 보였다.

‘분명해. 나와 같이 지냈던 ‘황금 사신이’가 맞아.’

태양을 등지고 서서, 마치 화사한 후광을 등진 것처럼 보이는 황금 사신은 남자를 보고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고 있었다.

***

검은 사신의 인도에 따라서 도착한 곳은 미니 사신 정원에 위치한 ‘불변하는 검은 공’의 내부였다.

검은 사신들이 잔뜩 죽어있던 곳은 들어오기가 번거로워서, 정말 오랜만이었다.

내 주변은 같이 따라온 검은 사신들로 북적거렸다.

다른 미니 사신들은 검은 공 속에 위치한 시체에 관심이 없어서 그런지, 결국 끝까지 따라온 것은 검은 사신들뿐이었다.

다 같이 손을 잡고 뚜방뚜방.

일렬로 뚜방뚜방.

나에게 손을 잡힌 검은 사신은 발도 닿지 않은 채, 대롱대롱 매달린 상태였지만 즐거운 표정이었다.

아마 다 같이 모여서 걸어 나가는 것 자체가 재미있다고 느끼는 것 같았다.

그렇게 천천히 걸어서 거대한 시체로 점점 다가서자, 무언가 이상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거대 검은 사신의 시체 위에 도착해서 내려다보자, 텅 빈 눈에 희미한 빛의 고리가 두 개 그려져 있었다.

‘눈동자’였다.

검은 사신은 그걸 보고 뭔가를 느낀 것인지, 깜짝 놀라서 서로서로 뺨을 때찌때찌하고 있었다.

무서워하는 것 같기도 했고, 반가워하는 것 같기도 한 미묘한 감정이 느껴졌다.

그리고 시체를 내려다보고 있으니, 이상한 느낌의 정체를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나와 시체의 연결이 더욱 강해졌어.’

시체를 움직이는 데 필요한 장작의 양이 조금은 줄어든 것이 느껴졌다.

아마 지금, 이 시체를 움직이려고 한다면 전보다 수월하게 움직일 수 있겠지.

물론 지금도 제대로 움직이는 건 불가능했다.

예린이를 꼭 껴안고 있어도, 감당할 수 없는 장작이 소모될 테니까.

검은 사신들이 너무 호들갑을 떠는 것 같아서, 나는 조금 장난을 쳐보기로 했다.

장작을 잔뜩 태워서 나와 연결된 시체의 눈동자를 슬금슬금 움직였다.

그렇게 천천히 움직여서, 가장 가까이에 있는 검은 사신을 바라보는 것처럼 만들었다.

‘!’

그것을 발견한 검은 사신들은 놀란 고양이처럼 높이 뛰어올랐다.

꽤 많은 수의 검은 사신이 일제히 점프하는 걸 보니, 조금 재미있었다.

히히.

눈동자를 보지 못한 검은 사신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이었고, 눈동자가 움직인 것을 봤던 검은 사신들은 슬금슬금 시체 위에서 내려가고 있었다.

‘엄마 약해!’ 거리는 아이들이 이렇게나 무서워하다니, 이 시체는 도대체 어떤 짓을 하고 다닌 걸까?

나는 아이들의 관심이 떨어질 때마다 조금씩 눈동자를 움직여서 깜짝 놀라는 검은 사신을 구경하면서 속으로 웃었다.

놀라는 반응이 다양해서 재미있었다.

폴짝 뛰고.

공처럼 둥글게 변하더니 고무공처럼 튕겨 날아가고.

성게처럼 삐쭉 가시를 내밀고.

검은 사신들은 정말 다양한 모습으로 반응했다.

하지만 이 즐거운 놀이는 생각보다 금방 끝이 나버렸다.

검은 사신 중 하나가 내 장작이 맹렬하게 소비되는 것을 발견해 버린 것이다.

그리고 시작된 뚜시뚜시.

검은 사신들이 나에게 몰려들어서 마구마구 펀치를 날리기 시작했다.

그래도 시체를 움직인 것이 나라는 것을 깨달은 검은 사신은 꽤 안심한 표정이었다.

***

신나게 놀던 회색 사신과 검은 사신이 모두 떠나가 버린 <불변하는 검은 공>의 내부.

아무도 없어서 인기척이 하나 없는 검고 고독한 공간 속, 시체 하나만이 덩그러니 누워있었다.

그런 고요한 공간 속에서 돌과 돌이 긁히는 소리가 매우 작게 울리고 있었다.

그그극.

아주 천천히 맷돌을 돌리는 것 같은 소리였다.

이미 죽어버린 시체에서 나는 불길한 진동음이었다.

그 소리에 맞춰서 천천히 움직이던 눈동자는 회색 사신이 사라진 곳을 빤히 쳐다보았다.

한참 동안 계속.

***

따스한 햇살이 내리쬐는 세희 연구소 안뜰.

상당히 많은 방문객이 안뜰에서 황금 사신에게 푸딩을 먹여주며, 즐거운 미소를 지었다.

마포구 사태가 끝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런지, 세희 연구소 안뜰은 방문객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맛있는 푸딩을 먹은 황금 사신들은 보답으로 자신이 만든 푸딩을 꺼내서 같이 먹거나, 같이 하얀 아귀를 타고 노는 등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런 평온한 세희 연구소가 갑자기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빨리 준비해. 협회장이 온다고!”

“협회장이 왜 갑자기 오는 거지?”

세희 연구소 보안팀 직원들은 보기 드물게 사방을 뛰어다니기 시작했고, 보안 상태를 점검하기 시작했다.

황금 사신들은 그런 분주함에는 관심이 없는지, 방문객들과 노는 것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하지만 딱딱한 지팡이가 지면을 내리치는 소리와 발걸음 소리가 들려오자, 모든 미니 사신이 행동을 멈추고 일제히 한 곳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미니 사신들의 표정은 굉장히 해로운 오브젝트를 발견한 것 같은 표정이었다.


           


Seoul Object Story

Seoul Object Story

서울 오브젝트 이야기
Score 9.2
Status: Ongoing Type: Author: Artist: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Humans, once the masters of Earth, were losing their place to the inexplicable phenomena known as Objects. And this is a story about becoming an Object and living worry-free in the Seoul of such a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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