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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08

미니 사신 정원, 핫초코의 바다 깊숙한 곳.

푸른 사신들의 보금자리에 푸른 사신과 노란 사신이 같이 모여서 무언가를 하고 있었다.

<용기를 줄 수 있는 인형 옷이 필요해요.>

<모자가 필요해요….>

푸른 사신들이 우물쭈물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면서 무언가 노란 사신에게 전달하고 있었다.

푸른 사신은 차마 강하게 표현하지는 못하고 수줍은 표정으로, 문자열도 엄청 작게 그려서 말했다.

노란 사신은 어색하게 웃는 표정으로 푸른 사신의 요청을 귀 기울여 듣고 있었다.

그리고 푸른 사신의 요청을 들은 노란 사신은 순식간에 새로운 황금 사신 인형 옷을 10벌 만들어 냈다.

자신감이 넘치는 표정으로 환하게 웃고 있는 황금 사신 인형 옷이었다.

게다가 그 인형 옷들의 머리 부분에 마녀 모자가 달려 있었다.

푸른 사신들은 각자 푸른 사신용으로 커스텀 된 황금 사신 인형 옷을 받을 수 있었지만, 뭔가 부끄러운 것처럼 입으려는 시도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 중, 용감한 푸른 사신 하나가 눈을 질끈 감더니 모자와 옷을 벗고, 인형 옷을 뒤집어쓰기 시작했다.

<…!?>

다른 푸른 사신들은 감탄한 표정으로 용감한 푸른 사신을 바라보다가, 얼굴을 붉히면서 고개를 돌렸다.

눈을 질끈 감고 인형 옷을 입은 푸른 사신은 이내 굉장히 부끄러워하는 느낌으로 몸을 비비 꼬며 손으로 몸을 가리려고 하면서 문자열을 띄웠다.

<!!!>

그러고는 후다닥 인형 옷을 벗어버리더니, 옷과 모자를 챙겨입었다.

<옷을 입은 채로 입을 수 있는 인형 옷이 필요해요…!>

그리고 모자를 꾹 눌러쓴 채로 새로운 요구사항을 노란 사신에게 전달했다.

그 노란 사신은 굉장히 어려운 요구사항에 맞닥뜨린 것 같은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해결책을 찾아냈는지 쭈글쭈글한 미소를 지으면서 새로운 인형 옷을 만들어 냈다.

모자와 옷을 그대로 입은 채로 머리 위로 뒤집어씌우는 형태의 옷이었다.

인형 옷도 실제 미니 사신과 꽤 차이가 있었지만, 이번 옷은 인형 옷이라고 불러주기도 힘들어 보였다.

그래서 그런지, 푸른 사신들은 그 인형 옷을 보면서도, 정말 효과가 있는 것 맞냐는 표정을 지었다.

‘인간이 볼 땐, 황금 사신.’

양손으로 입을 가리고 ‘흐히히.’ 웃은 노란 사신은 인간이 볼 때는 황금 사신처럼 보일 거라고 장담했다.

<정말 고마워요.>

<고마워요….>

그러자 푸른 사신들은 굉장히 고마운 표정으로 노란 사신을 둘러싸고 거듭 감사를 전했다.

그리고 황금 사신 포대기를 뒤집어쓴 푸른 사신 10기가 빗자루를 타고 하늘로 날아올랐다.

목적지는 애착 인간이 있는 곳!

***

둥실둥실 황금 사신 푸딩이 날아다니는 격리실 안에 나지막한 TV 소리가 울려 퍼졌다.

일본의 초대형 오브젝트인 ‘붉은 번개의 섬’에 대한 뉴스였다.

[위성으로 관측할 수 없었던 ‘붉은 번개의 섬’은 얼마 전 구름 고기 오브젝트와의 충돌로 인해 잠시 관측이 가능해졌습니다.]

TV에서는 담담한 목소리로 말하는 아나운서의 목소리를 배경으로 일본에서 방영된 영상을 번역한 화면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구름 고기가 빠른 속도로 하늘을 유영하다가, 섬을 둘러싼 구름의 장벽에 충돌하는 장면이었다.

구름 고기는 붉은 번개를 맞고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지만, 충돌로 인해 뭔가 문제가 생긴 것인지 섬의 하늘을 가리고 있던 장벽에 구멍이 뚫려버렸다.

[이처럼 오브젝트 간의 간섭으로 인해, 관측을 막는 장벽이 사라져서 일본에서 벌어지던 실종 사건의 원인을 알아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둥글게 뻥 뚫려버린 구멍을 통해서 그 아래에서 돌아다니는 수많은 사람을 찍을 수 있었다.

그 구멍은 꽤 빠르게 수복되었지만 ‘초대형’ 그리고 ‘특급’ 오브젝트이니만큼 일본의 위성이 상시 감시하고 있던 덕분이었다.

그리고 뉴스에서는 실종자들의 사진과 화면 안의 흐릿하게 촬영된 모습을 비교 분석하고 있었다.

일본 전역의 실종자 중 일부가 저 섬 안에 머물고 있다는 증거가 발견되었다는 이야기였다.

‘와, 인공위성 화질 엄청 좋네.’

나는 그 뉴스를 보면서 일본 전역의 실종 사건을 일으킨 오브젝트에 감탄하기보다는 발전된 인공위성의 성능에 감탄했다.

그런데 저 구름 고기는 아무래도 자연스러운 만남을 추구하는 미니 사신이 타고 간 구름 고기 같은데?

애착 인간을 찾으러 일본까지 찾아가다니, 생각보다 미니 사신의 ‘자만추’ 기준이 높아 보였다.

내 침대 옆에 잔뜩 모인 황금 사신들은 TV 화면을 보면서 양손을 번쩍 들고 폴짝폴짝 뛰고 있었다.

‘동생!’

푸딩 공장에서 노동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대량의 황금 사신이었다.

그러고 보니 신경 안 쓰는 사이에 황금 사신의 숫자가 엄청나게 늘어나 있었다.

마포구 사태 때까지만 해도 황금 사신 숫자가 마포구 주민을 아슬아슬하게 커버하는 수준이었는데, 지금 확인해 보니 더욱 늘어나 있었다.

전에도 황금 사신들을 구분하기 힘들었는데, 더욱 힘들어지겠네….

그나저나 갑자기 숫자가 확 불어난 이유가 뭐지?

애착 인간이 늘어나서 그런 걸까, 아니면 황금 사신이 인간들로부터 장작을 많이 흡수해서 그런 걸까?

황금 사신은 평소에 장작을 엄청 조금 소비하지만, 반대로 장작 흡수 효율이 엄청 안 좋아서 조금 아쉬웠는데, 그 원인을 알아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황금 사신 증식에 흡수한 감정의 대부분을 사용해서 그런 거 아닐까?

TV에서는 여전히 일본의 특급 오브젝트에 관해서 이야기하고 있었다.

멋진 만남을 위해 일본까지 찾아간 미니 사신이 궁금하긴 했지만, 일본까지 가기에는 조금 귀찮았다.

뭐, 위험하면 나를 부르겠지.

그런 식으로 생각을 정리한 나는 황금 사신들이 만들어 둔 푸딩을 하나 집어먹으면서 TV 채널을 다른 곳으로 바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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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가 천천히 미궁의 입구를 향해서 다가가자, 소란스러운 소리와 자갈이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미궁 주변에 깔린 자갈길은 노점상들의 활기찬 호객행위로 활기를 띠고, 각 노점은 태양을 가리기 위한 천막과 함께 여러 가지 상품들을 팔고 있었다.

미궁에서 좀 멀리 떨어진 노점상 거리는 지글지글하게 익어가는 고기가 풍기는 맛있는 향기와 달콤하게 잘 익은 이국적인 과일의 향기가 어우러져 있었다.

소녀는 매번 이곳을 지나갈 때마다 맛있는 요리를 하나 정도 사서 먹는 편이었지만, 오늘은 그러기 힘들었다.

꼬르륵.

맛있는 냄새에 배 속에서 소리가 울렸지만, 가난한 소녀는 애써 고개를 돌려서 미궁의 입구를 향해 나아갔다.

조금 더 깊숙이 들어가자, 조금 더 ‘미궁 도시 다운’ 분위기를 풍기기 시작했다.

밖에서 살 때는 보기도 힘들 정도로 커다란 보석.

오래되었지만 고풍스러운 장식이 달린 검.

마법의 흔적을 흩뿌리는 마법 도구.

그리고 밝은 태양 아래에서도 선명하게 빛을 뿜어내는 비석이 있었다.

소녀보다 두 배는 커다란 비석 위에는 일본어와 한국어를 포함해서 수많은 종류의 언어로 같은 문장이 쓰여있었다.

소녀는 비석을 올려다보며, 마음속으로 문장을 읽어 내려갔다.

‘미궁을 마지막까지 돌파하면, 소원을 하나 이룰 수 있다.’

소원이라니.

아무리 특급 오브젝트라도 그런 건 불가능할 것 같다고 소녀는 생각했다.

하지만 미궁 도시가 사람을 납치했던 것처럼 사람 하나를 돌려보내 줄 수는 있겠지.

저 미궁 도시의 소원만이 소녀의 희망이었다.

언젠가는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

미궁을 마지막까지 돌파하고, 언제나처럼 평온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소녀는 마음속으로 다시 의지를 다지고, 천천히 미궁의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미궁 안으로 들어서자, 공간이 순식간에 뒤바뀌며 비좁은 정육면체 공간이 소녀의 눈앞에 나타났다.

“[1P4B]”

소녀는 고개를 들어서 천장에 쓰인 글씨를 읽었다.

그리고 수첩을 펼쳐서, 예전에 미궁 입구에서 구매한 지도를 확인했다.

‘4번째 패턴이네.’

미궁 도시의 미궁 1층은 들어갈 때마다 구조가 바뀌는 던전이었는데, 정육면체로 이루어진 수많은 방이 끝없이 달라붙어 있는 미로였다.

방의 벽면마다 횃불이 하나씩 배치된 방에서 소녀는 오른쪽 벽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횃불을 뽑아 들고는 반대로 뒤집어서 꽂아 넣었다.

그 순간 방의 위, 아래가 순식간에 뒤집히더니 뒤집어서 꽂았던 횃불이 사라져 버렸다.

소녀는 천장에 서 있다가 갑자기 떨어진 셈이었지만, 능숙하게 몸을 뒤집어서 지면에 섰다.

“후우.”

공중회전을 한 소녀는 가뿐하게 숨을 몰아쉬고는 횃불이 사라진 벽에 손을 대고 꾹 밀어 넣었다.

그러자 단단해 보였던 벽이 점점 말랑하게 변하더니, 소녀를 삼켜버렸다.

반대편 벽으로 나온 소녀는 방 중앙에 자라고 있는 풀을 보고 반색했다.

‘됐어!’

미궁 도시 사람들이 ‘던전 장미’라고 부르는 약초였다.

모험가들의 상처 치료용 포션을 만들 때 들어가는 약초라 그런지, 수요도 많고 가격도 상당히 비싼 녀석이었다.

미궁을 오래 다닌 소녀도 딱 1번만 봤을 정도로 굉장히 희귀한 약초였다.

‘이거 하나만 가지고 가도, 방값을 내고 맛있는 밥도 먹을 수 있어!’

개고기 아저씨 잡화점에 이걸 팔고 나면, 오랜만에 미궁 라멘집에 갈 수 있겠네.

배가 고픈 상태에서 음식 생각을 해서 그런지, 소녀는 절로 입 안에 침이 고이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방 번호를 확인하기 위해 천장을 올려다보자, 소녀는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

‘도대체 왜?’

그곳에는 [7P9X]라는 처음 보는 명패가 붙어있었다.

왜, 이상한 곳으로 들어선 거지?

분명 제대로 진행했잖아.

소녀는 미궁 1층 지도를 마구잡이로 뒤져보았지만, [7P9X] 라는 번호를 가진 방에 대한 기록은 아예 존재하지 않았다.

큰일이야, 나가는 길을 찾을 수가 없어.

***

붉은색 횃불 대신 불길한 녹색으로 타오르는 횃불이 설치된 방안에서 소녀는 이미 너덜너덜해진 가방을 마구 휘두르고 있었다.

당연히 가방 안에 넣어두었던 던전 장미도 이리저리 찢어지고 망가져서 흩뿌려지고 있었다.

“저리가!”

소녀는 온몸이 녹색으로 타오르고 눈이 8개인 늑대가 다가오지 못하도록 가방을 마구 휘두르고 있었다.

전혀 모르는 곳에서 지도를 작성해 가며 주먹구구식으로 돌아다녔지만 결국 몬스터를 맞닥트리고 말았다.

소녀는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평소에는 보기 힘든 ‘던전 장미’를 얻어서 운이 좋다고 생각했었는데….

역시 오늘은 재수가 없는 날이었던 걸까.

“앗!”

그 순간 늑대가 가방을 물고 강하게 가방을 잡아당기자, 소녀는 가방을 놓쳐버렸다.

자기 몸을 지키는 마지막 도구를 잃어버린 것이다.

늑대는 그런 소녀를 향해 이빨을 드러내고 달려들었다.

‘미안해. 엄마, 아빠.’

소녀는 눈을 질끈 감고 자신의 최후를 기다렸지만, 기다렸던 고통은 찾아오지 않았다.

우드득.

우드드득.

오히려 뼈가 갈리는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를 듣고 눈을 살며시 뜨자, 입을 크게 벌린 늑대가 바로 코 앞에 멈춰 있었다.

깜짝 놀라서 소리를 지를 뻔했지만, 소녀는 양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비명을 참았다.

으드득.

늑대의 몸속에서 뭔가가 마구 갈리고 부서지는 소리가 났다.

팔다리가 이상한 방향으로 뒤틀렸다.

머릿속에서 뭔가가 꿈틀거리더니 눈알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갈비뼈가 배를 찢고 나왔고, 검고 불길한 가시가 등 뒤에서 갑자기 솟아났다가 사라졌다.

뭐야? 뭐야? 왜 저러는 거야!?

소녀는 눈을 돌리고 싶었지만, 눈을 돌리면 자신도 저 늑대처럼 될 것만 같아서 시선을 돌릴 수가 없었다.

이내 가죽 내부가 흐물흐물 녹아내린 것처럼 푹 꺼지더니, 마지막으로 늑대 머리가 폭발해 버렸다.

그리고 그 속에서 피투성이의 까만 오브젝트가 불길한 노란색 눈동자를 빛내면서 튀어나왔다.

양팔을 높이 들어 올린 모양새가, 마치 소녀를 위협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손을 앞으로 뻗고 천천히 다가오기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천장까지 날아갔던 눈알 하나가 소녀의 얼굴에 달라붙자, 소녀는 그대로 정신을 잃어버렸다.


           


Seoul Object Story

Seoul Object Story

서울 오브젝트 이야기
Score 9.2
Status: Ongoing Type: Author: Artist: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Humans, once the masters of Earth, were losing their place to the inexplicable phenomena known as Objects. And this is a story about becoming an Object and living worry-free in the Seoul of such a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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