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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09

따사로운 햇살이 내리쬐는 세희 연구소 안뜰.

거기 마련된 내 전용석에 누워서 푸딩을 먹으면서 미니 사신들을 구경하고 있었다.

구름 고기를 타고 떠난 미니 사신의 숫자가 꽤 많아서 그런지, 세희 연구소 안뜰은 조금 한산한 기분이 들었다.

그런 한산한 세희 연구소 안뜰에서 조금 신기한 황금 사신을 발견했다.

왠지 우물쭈물한 표정으로 사람들 사이를 돌아다니다가, 나와 눈을 마주치면 후다닥 도망가는 황금 사신이었다.

황금 사신마다 성격이 조금 다르다기는 했지만, 저 정도까지 다른 녀석은 처음 보는 것 같았다.

제대로 살펴보려고 하면 사라져 버려서 아직 제대로 눈을 마주친 적도 없는 황금 사신이었다.

뭔가 재미있는 냄새가 나는 것 같은데….

나는 조금 전 눈이 마주치고 도망친 황금 사신이 있던 자리를 쳐다보며 음흉하게 웃었다.

***

뚜방뚜방.

검은 사신은 가짜 태양이 내뿜는 강렬한 빛이 만드는 짙은 그림자 속을 조심스럽게 걸어가며 애착 인간을 쫓아가고 있었다.

애착 인간은 단단한 가죽 신발을 신고, 자갈로 이루어진 길을 씩씩한 걸음으로 걸어 나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 당당한 걸음걸이와 달리, 애착 인간의 마음속에는 슬픔과 외로움, 그리고 막막함이 숨겨져 있었다.

당장이라도 달려들어서 애착 인간을 위로해 주고 싶었지만, 애착 인간이 자신을 무서워하고 있기에 그럴 수는 없었다.

검은 사신은 우울한 기분이 들어서, 그 형상을 잃어버리고 슬라임처럼 녹아내렸다.

삐-

그리고 그 누구에게도 들리지 않을 작은 소리로 애처로운 소리를 냈다.

애착 인간을 위로해 주고 싶다.

애착 인간과 같이 놀고 싶다.

애착 인간에게 칭찬받고 싶다.

애착 인간의 사랑을 쟁취해 낸 수많은 미니 사신처럼 자신도 쟁취해 낼 수 있기를 바라며, 검은 사신은 자갈 사이에 스며들었다.

어느새 주변에는 사람들이 많아졌지만, 액체처럼 형상을 바꿔서 자갈의 틈을 흘러 다니는 검은 사신은 그 누구도 발견하지 못했다.

그렇게 계속 애착 인간의 감정을 멀리서 쫓아가던 검은 사신은 깜짝 놀랐다.

‘!’

애착 인간이 사라졌어!

깜짝 놀란 검은 사신은 서둘러서 애착 인간이 사라진 미궁 입구로 스며들어 갔다.

검은 사신이 미궁 안으로 들어서자, 전혀 다른 공간이 검은 사신을 반겨주었다.

하지만 검은 사신에게 그런 것들은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애착 인간이 위험해!’

검은 사신이 느끼기에 미궁은 강력하지만, 무해한 오브젝트처럼 보였다.

하지만 미궁 내부로 들어오자, 인간을 죽이려는 의도가 가득한 ‘해로운’ 오브젝트로 변해버렸다.

게다가 분명 같은 입구로 들어왔는데도, 애착 인간의 감정은 굉장히 먼 거리에서 느껴졌다.

검은 사신은 벽의 틈을 스며들고, 가로막는 벽을 마구잡이로 박살 내면서 애착 인간을 향해서 돌진했다.

‘애착 인간이 불안해하고 있어.’

미궁의 벽은 굉장히 단단했지만, 검은 사신에게는 그렇게까지 문제가 되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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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사신은 연금술로 만든 불괴의 금속도 씹어먹을 수 있는 힘과 강도를 가졌으니까!

하지만 검은 사신은 황금 사신 같은 속도가 부족했다.

어느새 애착 인간이 불안함을 넘어서, 생명의 위협을 느끼기 시작했다.

‘안 돼!’

검은 사신은 자신의 힘을 잔뜩 끌어모아서, 자기 몸을 가시로 바꿔서 쏘아 보냈다.

그리고 수많은 벽을 관통해서, 공격당하기 직전에 애착 인간을 구해내는 데 성공할 수 있었다.

삐-.

늑대의 체내에서 검은 사신은 기쁨의 울음소리를 흘리고, 자신이 배웠던 해로운 오브젝트 괴물 제거법을 수행했다.

우선 체내에 잠입해서 뇌를 파괴하고, 기운이 모인 심장을 파괴한다.

척추를 마디마디 끊어내고, 모든 근육과 뼈를 잘게 부순다.

그리고 머리를 찢어발기면 끝!

강한 엄마가 알려준 최강의 공격을 수행하자, 늑대는 견디지 못하고 무력하게 쓰러졌다.

검은 사신이 생각하기에, 이번에 수행했던 제거법은 정말 완벽하고 신속했다.

역시 엄마는 대단해!

‘잘했지!’

잔뜩 칭찬받을 기대를 하며 만세 자세로 튀어나왔지만, 애착 인간의 반응은 예상과 전혀 달랐다.

끔찍한 것을 봤다는 것처럼 기절해 버렸다.

애착 인간이 무서워하고 있어.

애착 인간이 너무 놀라서 아팠어.

검은 사신은 우울한 표정으로 녹아내리더니, 작은 소리로 ‘삐-‘하고 울었다.

애착 인간은 검은 사신이 싫은 걸까?

쓰러진 애착 인간은 악몽을 꾸는 것처럼 얼굴을 찌푸리고 뒤척이고 있었다.

그 모습이 안쓰러워서 작은 손으로 뺨을 토닥였지만, 별로 효과는 없었다.

오히려 질척질척한 핏물로 붉은 손바닥 자국이 남을 뿐이었다.

검은 사신은 애착 인간을 내려다보며, 조금 다른 방식으로 다가가기로 마음먹었다.

애착 인간이 나를 싫어하니까, 다른 모습으로 같이 있겠다는 마음가짐이었다.

‘딱히 나를 좋아하지 않아도 괜찮아.’

‘같이 있고 싶어.’

‘그래도 조금 슬프겠지만 괜찮아.’

검은 사신은 그런 생각을 하면서 작은 머리로 열심히 생각에 생각을 거듭했다.

***

소녀는 꿈을 꿨다.

늑대의 배 속에서 검은 피부를 가진 거대한 괴물이 튀어나오는 꿈이었다.

마치 영화에서 나오는 외계인처럼 끔찍하게 늑대를 찢어발기고 튀어나온 끔찍한 괴물이었다.

그런 괴물이 늑대를 찢어발기고 있는데도, 소녀는 가위눌린 것처럼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는 악몽이었다.

그리고 늑대를 갈기갈기 찢어버린 괴물은 불길한 검은 광택을 뽐내며 천천히 다가오더니, 질척질척한 피로 물든 혀로 뺨을 툭툭 건드리기 시작했다.

뺨에서 느껴지는 핏물의 감각이 정말로 현실감 있는 꿈이었다.

“헉!”

소녀는 악몽에서 깨는 순간, 깜짝 놀라서 상반신을 일으켰다.

주변을 둘러보자 보이는 것은 녹색으로 타오르는 불길한 횃불.

갈기갈기 찢어진 배낭과 던전 장미.

그리고 곤죽이 된, 머리 없는 늑대의 사체.

꿈이 아니었어….

소녀는 늑대의 사체를 보자마자, 엎드려서 헛구역질했다.

지금도 눈을 감기만 하면 늑대가 끔찍하게 꿈틀거리는 모습이 보이는 것만 같았다.

어지럽고 구역질이 났지만, 소녀는 억지로 마음을 다잡을 수밖에 없었다.

공복인 데다가, 여기가 어딘지도 모르는 상태니까.

이대로 계속 가만히 있다간 미궁 속에서 헤매다가 굶어 죽을 게 뻔했다.

소녀는 후들거리는 다리로 천천히 일어나서, 자기 몸 상태를 서둘러서 점검했다.

그토록 끔찍하고 이상한 현상과 마주했으면서, 피가 조금 튄 것을 제외하면 문제가 없었다.

“이것 때문에 그런 악몽을 꿨구나.”

소녀는 자기 뺨을 손바닥으로 훑자, 묻어나는 대량의 핏물을 보면서 중얼거렸다.

도대체 뭐였던 걸까.

소녀는 토할 것 같은 기분을 꾹 참아가면서 늑대의 사체를 살펴봤지만, 별다른 흔적이 보이지는 않았다.

기절하기 직전에 노랗게 빛나는 무언가를 본 것도 같았지만, 워낙 놀란 상태라서 그런지 기억이 확실하지 않았다.

“배고파.”

늑대와 격렬하게 싸우고 놀라서 쓰러지기까지 했더니, 허기가 점점 심해지고 있었다.

굶은 상태로 너무 움직여서 그런지, 팔다리에 힘이 하나도 없었다.

결국 소녀는 늑대의 사인을 조사하는 것을 멈추고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소녀는 갈기갈기 찢긴 던전 장미를 주섬주섬 그러모아 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분명 팔만한 물건은 아니겠지만, 혹시 몰라서 챙긴 것이었다.

그리고 지도책을 펼치고 횃불 앞에 서서, 심호흡을 시작했다.

무섭다.

늑대 같은 몬스터가 또 나올 수도 있어.

게다가 나도 늑대가 죽은 것처럼 정체불명의 현상으로 죽을 수도 있어.

‘그래도 계속 멈춰 서 있다면 굶어 죽을 뿐이야.’

소녀는 이를 악물고 떨리는 손으로 횃불을 조작했다.

방의 위아래가 뒤집히고, 반대편으로 넘어가는 통로가 열렸다.

“미궁을 끝까지 나아가서 집으로 돌아가려면, 이 정도에 주눅 들어선 안 돼!”

두려움을 쫓아내려는 듯이 큰 소리로 외치더니, 천천히 건너편 방으로 넘어갔다.

그렇게 도착한 곳은 굉장히 신비로운 분위기를 뿜어내는 방이었다.

다른 방들과 다른 점이 전혀 없었지만, 방 중앙에 꽂혀있는 검 하나만으로 그런 분위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처음 보는 양식의 검.

한 손으로 다루기 좋은 크기에 좀 짧은 검이었다.

검신과 손잡이만으로 이루어진 단순한 검이었지만, 검에서는 뭔가 독특한 위압감 같은 것이 느껴졌다.

소녀는 그 검을 보고 눈을 빛내며 신기해하고 있었다.

‘던전에서 아이템이 나온다던데, 이런 식이었구나.’

소녀는 조심스럽게 다가가서, 검은 검을 뽑아 들었다.

마치 맞춤형 검처럼 손에 착 감기는 그립감.

그리고 마치 속이 빈 것처럼 무게가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가벼웠다.

가벼워서 휘두르기는 좋았지만, 조금 걱정되기도 했다.

이렇게 가벼운데, 제대로 된 무기가 맞을까?

색깔도 보통의 검과는 전혀 달라서, 장식품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래도 던전에서 처음으로 얻은 제대로 된 ‘아이템’이라서 그런지, 소녀는 마음이 들뜨는 것만 같았다.

그리고 이유는 모르겠지만, 검도 기뻐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

검을 얻고 잔뜩 들뜬 기분이 들었던 소녀는 얼마 지나서 다시 겸손해져 버렸다.

“저리가!”

소녀는 수수깡처럼 가벼운 검을 마구잡이로 휘둘렀지만, 발대신 길쭉한 칼날이 달린 제비는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다니며 소녀의 검격을 가볍게 피해버렸다.

“하아. 하아.”

소녀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생각을 거듭하고 있었다.

제비는 이상하게 소녀의 검격을 굉장히 경계하고 있어서 아직 공격받지는 않았지만, 이대로 계속 대치 상황이 이어질 것 같진 않았다.

‘그래도 제비를 검으로 베어버리라니? 말이 돼?’

소녀는 자신이 그 유명한 검객을 흉내 내라는 거냐며 속으로 투덜거리고 있었다.

소녀가 제비의 눈빛이 변했다고 느끼는 순간, 제비는 이제까지 보지도 못한 속도로 그녀를 향해 일직선으로 날아오기 시작했다.

‘이젠 끝이야!’

너무 빠른 속도에 당황한 소녀가 검을 휘두를 생각도 못 했지만, 기이한 현상이 일어났다.

휘두르지도 않은 검이 길쭉하게 늘어나고, 3개로 분열하더니 날아오는 제비를 순식간에 토막 내버린 것이었다.

정확하게 3번의 참격을 맞은 제비는 4조각이 되어 바닥에 널브러져 버렸다.

‘뭐… 뭐야?’

소녀는 자신의 검이 일으킨 기묘한 현상에 멍하니 제비의 사체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Seoul Object Story

Seoul Object Story

서울 오브젝트 이야기
Score 9.2
Status: Ongoing Type: Author: Artist: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Humans, once the masters of Earth, were losing their place to the inexplicable phenomena known as Objects. And this is a story about becoming an Object and living worry-free in the Seoul of such a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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