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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2

‘행운을 가늠하는 동전’에 대한 흥미를 잃어버린 사신은 이제 그 흥미를 다른 곳으로 돌려 차 안을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기웃거렸다.

차량 운행에 방해가 될 정도로 말이다.

다행히 차에 대한 흥미도 금세 잃어버린 사신은 뒷좌석에 웅크리고 누워서 얌전히 잠을 자기 시작했다.

하지만 운이 좋지 못한 날이라서 그런 걸까.

이제 평온하게 차를 몰아서 목적지를 향하면 그만일 일정에서, 변수가 발생했다.

미행이 있었다.

나름대로 거리를 두고 몰래 쫓아오려는 노력은 하는 것으로 보였지만, 초보자 수준의 미행이었다.

추적자를 역으로 살펴보니, ‘데일리 오브젝트’의 취재 차량으로 보였다.

세희 연구소와 여러 가지로 엮인 일이 많은 방송사라고 들었는데, 나와 엮인 일은 전혀 없었다.

아마 내 차량이 세희 연구소에서 나오는 것을 보고 뭔가 기삿거리가 없나 하고 쫓아오는 것으로 보였다.

아마추어의 미행 따위 조금만 시간을 들이면 금세 떨쳐낼 수 있지만, 그럴 가치가 있어 보이진 않았다.

귀찮게 떨쳐내기보다는 그냥 무시하고 싱크홀 이재민 캠프로 서둘러 가기로 했다.

멍청한 삼류 기자에게 쓸 시간은 없다.

의뢰에 쓸 시간도 부족했다.

***

요즘 좀 유명해졌다고 꺼드럭대던 탐정의 차를 따라가자, ‘싱크홀 이재민 캠프’가 나왔다.

역시 편안하게 살아온 탐정은 치열하게 살아남은 기자 경력 2년차의 노련한 미행을 떨쳐내지는 못하는군.

역시 기자일 접고 탐정이나 해야 하나?

저런 녀석이 넘버1 탐정으로 유명하다니 너무 블루오션 아닌가?

반면에 기자일은 내가 하기에도 힘든 명백한 레드 오션이었다.

요즘은 회색 사신을 이용해서 조회 수를 벌어먹는 언론이 너무 많아져서 전처럼 돈 벌기가 쉽지 않았다.

이럴 때 필요한 건 ‘큰 거 한 방’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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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노리고 세희 연구소에서 출발한 탐정의 차량을 쫓아왔더니 대박이었다.

그 목적지가 ‘오브젝트 사고’라는 의심쩍은 명목으로 출입 금지가 된 ‘이재민 캠프’라니!

그야말로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에 어울리는 장소였다.

세희 연구소에서 나온 탐정이 출입금지 구역으로 들어가다니, 아주 진한 특종 냄새가 났다.

***

탐정과 함께 도착해서 내려다본 이재민 캠프는 별로 좋은 광경이 아니었다.

나비, 나비.

어딜 가든 나비.

‘송파구 싱크홀 이재민 캠프’라는 곳을 봉쇄하듯이 빙 둘러진 장벽 위에서 내려다 본 캠프는 나비가 가득했다.

바닥에도 나비. 문틀에도 나비.

너무도 많은 나비는 한 여름 편의점에 잔뜩 달라붙은 하루살이처럼 생생하고 끔찍했다.

하지만 이해가 안 되는 점이 있었다.

영체 나비가 날아다니는데 굳이 이런 물리적인 벽을 높이 세우다니?

이런 식으로 쓸모없는 벽을 세워두니 세희 연구소까지 나비들이 잔뜩 번진 게 분명했다.

탐정은 영체 나비의 존재를 알고 있던 것 같은데 이런 장벽 쓸모없다고 지적해야 하는 거 아냐?

***

시간이 모자랐다.

타임 리미트는 약 48시간 뒤.

48시간 뒤, 한국 정부는 나비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캠프와 싱크홀에 미사일 공격과 포격을 감행할 생각이었다.

정부는 캠프 내 인원은 모두 죽었다고 보고 공격을 감행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게 왜 타임 리미트냐고?

왓슨이 알려준 사실 때문이었다.

48시간 뒤 미사일 공격이 싱크홀 내부로 가해지면, 아귀와 수많은 오브젝트들이 밖으로 올라올 거라고 말이다.

그리고 지금의 서울에는 그걸 방어해낼 능력이 없다.

미사일 공격을 하지 못하도록 하고 싶었지만, 근거도 없이 하는 주장이 수용될 리가 없었다.

하지만 정부 입장에서도 어쩔 수가 없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나비 감염자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었고, 이대로 일주일만 시간을 끌어도 엄청난 숫자의 사람이 감염될 것이 뻔했기 때문이었다.

정부 입장에선 나비 감염으로 100% 확실히 망하느냐, 아니면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불확실한 아귀의 침공으로 망하느냐의 선택지였다.

즉, 정부는 시간을 끌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내가 정부와 협상해서 얻어낸 시간이 48시간이었다.

48시간 내에 나비 사태를 만들어 내는 원흉을 파괴하면 미사일 공격은 취소될 것이다.

이번 의뢰는 내가 탐정 일을 하면서 맡은 가장 어렵고 시간이 촉박한 의뢰였다.

그러고 보니 언제나 그랬다.

왓슨이 준 정보를 따라가다 보면 엄청나게 어려운 의뢰가 기다리고 있었지.

그것도 포기하기 힘든 거대한 의뢰가 말이다.

내 오른손에 들린 가스램프 ‘왓슨’을 바라보며 역시 수상쩍은 오브젝트라고 생각했다.

***

블루오션의 탐정이 군인들을 데리고 약 24시간 뒤, 캠프에 들이닥쳐서 뭔가를 찾는다는 이야기를 입수했다.

어떻게 입수했냐고?

돈이면 안 되는 일이 없다.

레드오션의 기자라면 모두들 알고 있는 사실이지.

그렇다면 내가 해야 할 일은 하나뿐이었다.

먼저 캠프 안으로 잠입해서 탐정이 찾는 물건을 먼저 찾아내는 것이었다.

그 물건이 뭔지는 몰라도 분명 특종감일 것은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찾아내지 못 해도 상관없었다.

그땐 숨어 있다가 다시 한번 탐정을 미행해서 특종을 잡으면 그만이다.

봉쇄로 인해서 누구도 들어가지 못하고 나가지도 못하는 곳을 굳이 군인까지 동원해서 수색한다?

기자의 감이 맹렬하게 울렸다.

***

특종을 찾기 위해캠프로 잠입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군인들의 경계가 캠프에서 나가는 것을 막는 데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캠프로 몰래 잠입하니 캠프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캠프는 조용했지만, 잠들어있지는 않았다.

그것이 아주 묘했다.

캠프의 사람들은 이 늦은 시간에 아무도 잠들지 않고 있었다.

뭐, 그건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사람을 멀뚱멀뚱 쳐다보기만 하고 있는 게 더 문제였다.

캠프 사람들의 눈에서는 지성이라고는 느껴지지 않았고 눈빛도 좀 이상했다.

비유하자면… 그래 상어 눈동자 같다고 해야겠다.

감정이 거의 느껴지지 않고 뻥 뚫린 것 같은 불쾌한 눈이었다.

캠프의 분위기 때문인지 돌아다닐수록 어깨가 밑으로 처지고, 점점 힘이 빠졌다.

한밤중에 도대체 무슨 생고생이람.

콜록콜록

뭔가 특이한 건 없나 하고 다니던 중, 기침소리가 들려왔다.

그쪽을 바라보니 문이 활짝 열린 컨테이너 하우스가 있었다.

기침 소리가 난 컨테이너 집에 들어서자, 불빛 하나 없는 집안에 한 명의 소년이 자리에 누워있었다.

퀭한 눈에 다크서클, 그리고 피곤한 표정까지 갖춘 엄청나게 피곤해 보이는 소년이었다.

“아, 하하. 아저씨는 정상이네요?”

소년은 희미하게 웃고는 피가 섞인 기침을 하며 말을 이었다.

“아저씨. 여기는 악몽이죠? 언제쯤 꿈에서 깰 수 있을까요?”

소년은 도저히 영문을 알 수 없는 엉뚱한 소리를 했다.

꼬맹아 도대체 뭔 개소리냐? 라고 말을 하려고 하는 순간, 그 소년은 피를 미친 듯이 토하기 시작했다.

“으악! 뭐, 뭐야?”

몸속에 있는 것을 모조리 뱉어낼 기세로 피를 토하던 소년은 쭈글쭈글한 가죽만 남았다.

헉, 허억.

그 끔찍한 광경에 숨이 제대로 쉬어지질 않았다.

깜짝 놀라서 그런지 손발이 너무 차가웠다.

그렇게 숨을 고르고 있던 중 나는 다시 한 번 소리를 지를 수밖에 없었다.

“으아아아아악”

바닥에 흩뿌려진 피가 다시 소년의 몸속으로 들어가면서 다시 부풀어 오르는 것을 보니 참지 못하고 밖으로 뛰쳐나갔다.

“미쳤어. 미쳤어. 도대체 뭐야? 설마 정부에서 봉쇄를 한 이유가 저런 개 같은 것 때문이야?”

“그럼 알려줘야지! 국민의 알권리는 어디로 간 거야?”

“이런 위험한 곳이라 알려줘야지!!!”

일견 조용하고 평화롭게 보이던 캠프는 전혀 인상을 달리했다.

마치 공포 게임의 한 장면 같았다.

끈적하게 달라붙는 시선은 내가 어디로 가든 나를 놓치지 않았다.

그리고 이제서야 눈치챈 건데, 이놈들은 나를 점점 포위하고 있었다.

무서워.

이젠 이 캠프의 인간들이 사람인지 아닌지도 모르게 되어버렸다.

아주 멀리서부터, 천천히. 나를 향한 포위망은 벗어날 수가 없었다.

내가 들어온 개구멍에 도달하지도 못한 채, 나는 옴짝달싹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렸다.

마치 만원 전철에 탄 것처럼 나를 촘촘히 포위하고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내 앞에선 남자는 천천히 다가오더니, 내 어깨를 아플 정도로 꽉 움켜쥐었다.

“지…지금 뭐하는 겁니까? 지금 이런 행동도 폭행으로 취급되는 거 아시죠?”

하지만 아무도 내 말에 대답을 하지 않고 웃고만 있었다.

끅끅끅.

막힌 듯한 기묘한 웃음소리를 내면서 이 사람들은 나를 거칠게 끌고 가기 시작했다.

“당신들 지금 실수하는 거야! 나 그 유명한 데일리 오브젝트 간판 기자야!”

명성을 내세워서 위기를 벗어나려고 발버둥 쳤지만, 전혀 소용이 없었다.

오히려 기이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뒤를 생각하지 않는 자포자기형 범죄자가 아니라 좀 더 본질적으로 다른 무언가가 말이다.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이젠 확신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 녀석들은 인간이 아니다.

지금 보니 인간 같은 표정이 아니었다.

표정을 이상하게 짓고 있었다.

말로 표현하기 힘들었지만, 굳이 표현하자면 표정을 빙글빙글 돌리고 있었다.

어떻게 해야 그런 표정을 지을 수 있는지 감도 안 잡혔다.

그때 입에서 망가진 수도꼭지처럼 핏물이 솟구치기 시작했다.

아무리, 아무리 막으려고 해도 멈추지 않았다.

“안 돼, 안돼안돼안돼안돼!”

홀쭉하게 말라버린 소년의 모습이 떠올랐다.

입에서 나온 핏물을 멈추려고 했지만 끊임없이, 그저 끊임없이 뿜어져 나오기만 했다.

팔다리에서 힘이 빠지고 스르륵, 텅 빈 가죽처럼 무너져 내렸다.

추위와 함께 시야가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그 시야 한편에서 ‘회색 사신’의 모습이 보인 것 같았다.

‘사…살려줘.’

하지만 그 말은 언어가 되지 못하고 흩어졌다.


           


Seoul Object Story

Seoul Object Story

서울 오브젝트 이야기
Score 9.2
Status: Ongoing Type: Author: Artist: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Humans, once the masters of Earth, were losing their place to the inexplicable phenomena known as Objects. And this is a story about becoming an Object and living worry-free in the Seoul of such a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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