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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26

‘도대체 왜 황금 사신이 여기에?’

황금 사신을 갑작스럽게 만난 남자는 긴장으로 몸을 굳힌 채, 조심스럽게 차 문을 열기 시작했다.

소리가 나지 않도록, 조용히.

‘그러고 보니 차 안에서 따뜻한 햇살을 닮은 향기가 났었는데, 그걸 그냥 넘겨버리다니!’

갑자기 특급 오브젝트와 코앞에서 조우하게 된 남자는 차 안에서 나던 향기를 무시했던 것이 새삼스레 후회되었다.

후우. 후우.

거친 숨을 쉬지 않도록 코로 천천히 숨을 쉬며, 문고리를 천천히 잡아당겼다.

‘됐다!’

그렇게 차 문이 열리기 직전이 되자, 남자는 마음속으로 득의양양한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그 순간, 글로브 박스 안에서 해맑게 웃고 있던 황금 사신이 남자를 향해 폴짝 뛰어들었다.

“으악!”

잔뜩 긴장하고 있던 남자는 황금 사신이 자신을 향해 뛰어들자, 마치 독사가 달려드는 것 같은 반응을 보이며 차 문을 열고 뛰쳐나왔다.

“형님?”

그 모습을 보고 이미 차 밖으로 나와 있던, 남자의 후배가 의아한 표정으로 돌아봤다.

그리고 조수석에서 벼룩처럼 높이 점프해서 남자에게 달려드는 황금 사신을 맨손으로 휙 잡아챘다.

후배의 커다란 손아귀에 잡힌 황금 사신은 자신을 정확하고 빠르게 잡아챈 게 신기한지, 감탄하는 표정으로 웃었다.

‘와, 대단한 인간!’

후배의 손이 너무 커서, 머리통 말고는 팔다리가 전부 붙잡혀 버렸지만, 황금 사신은 이런 색다른 상황 자체가 즐거운지 연신 방긋방긋 웃고 있었다.

“너, 너 괜찮냐?”

“네, 괜찮은데요? 역시 들은 것처럼 얌전하네요. 이 녀석.”

황금 사신에게서 정신없이 도망치다가 넘어져서, 자갈밭을 데굴데굴 구르던 남자는 황당한 표정이었다.

특급 오브젝트를 보고도 저런 반응을 보일 수가 있는 건가?

“요즘 아이들에게 황금 사신이 인기라고 하더라고요. 팬 사이트도 꽤 많은데, 모르셨어요?”

물론 남자도 그 정도는 알고 있었다.

다만 그것이 실제로 인기가 있거나, 안전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정부와 협회에서 오브젝트 관리 부실에 따른 사회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서, 일부러 여론 조작을 통해 오브젝트의 위험을 낮추고 친근하게 만들고 있다.’

이렇게 생각한 것이다.

물론 지금도 얌전하게 잡혀있는 황금 사신을 보면서도 위험하다는 생각이 사라지지 않았다.

그렇게 생각하는 근거는 한 사진이었다.

황금 사신 모양으로 뚫린 수많은 시체를 찍은 사진.

즉, 저렇게 방긋방긋 웃는 황금 사신이 언제든지 인간을 찢어 죽일 수 있는 위험한 녀석이라는 증거였다.

“게다가 요즘에는 맘카페 같은 곳에서도 관심을 보인다고 하더라고요. 아기들을 지켜준다나 뭐라나.”

남자는 여전히 황금 사신이 얼마나 인기 있고, 안전한지 떠들고 있는 후배를 안쓰러운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그래, 그래. 안전하다고 치자. 그나저나 저 황금 사신, 격리에 성공했다고 했던 그 녀석 아니야?”

그 말을 들은 후배는 황금 사신 찬양을 멈추고, 자신의 눈앞에 황금 사신을 대고 세심히 관찰을 시작했다.

“으음…. 황금 사신은 다 똑같이 생겨서 잘 모르겠네요.”

“그래? 뭐, 다음번 시찰 때 찾아가 보면 알 수 있겠지. 그럼, 빨리 풀어주고 와. 독사 형님 보러 가야지.”

그 말에 터덜터덜 숲속으로 걸어간 후배는 참새를 풀어주는 것처럼 폭신한 풀숲에 황금 사신을 던져넣었다.

폴짝.

그리고 풀숲에 착지한 황금 사신은 다시 높이 뛰어서 후배의 손바닥 위에 착지했다.

히히.

그렇게 손바닥 위에 착지한 황금 사신은 후배를 올려다보며 장난스럽게 웃었다.

“형님 만나러 가야 하니까, 이제 좀 가라.”

그렇게 말하며 계속 풀숲에 던져넣었지만, 황금 사신은 계속해서 점프로 되돌아왔다.

도리도리.

그러고는 가지 않겠다는 것처럼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던지고, 다시 뛰어 들어오고, 다시 던지고.

이런 실랑이를 몇 번 반복하던 도중, 후배는 머릿속에서 한 아이디어가 갑작스럽게 떠올랐다.

굉장히 좋은 생각이라고 판단한 후배는 황금 사신을 꽉 움켜쥐고, 남자를 향해 소리쳤다.

“형님! 독사 형님이 격리 중인 오브젝트가 필요하다고 했는데, 이 녀석을 데려가면 안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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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는 손아귀에 쥔 황금 사신을 높이 들어 올리며 말했다.

황금 사신은 그 손아귀 안에서 환하게 웃으며 후배를 따라서 손을 들어 올리고 따봉을 하고 있었다.

***

격리실 구석에 놓인 커다란 거울 앞에서 나는 눈을 작게 뜨고 무언가를 보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내가 바라보는 전신 거울에는 내 모습이 비치고 있었다.

말랑해 보이는 회색빛 피부.

피부를 뚫고 보이는 장작의 빛.

바닥까지 늘어진 긴 머리카락.

장작처럼 빛을 뿜어내는 두 눈.

‘안 보이네.’

거울에는 여전히 똑같은 모습의 내가 보이고 있었지만, 보려고 하는 것은 보이지 않고 있었다.

내가 보려고 하는 것은 나의 파괴 조건.

내 파괴 조건을 보려고 ‘눈’을 반복적으로 사용해서 그런지, 내 격리실을 가득 채웠던 미니 사신들은 모두 도망가 버린 상태였다.

눈동자를 먹을 때마다 내 힘이 상당히 강해지는 것이 느껴져서 ‘이 정도로 강해졌으면, 보이지 않을까?’ 싶었는데, 여전히 보이지 않았다.

거울 때문에 보이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거울로 본 미니 사신들의 파괴 조건은 잘 보였으니까.

그래서 내 파괴 조건이 보이지 않는 이유를 몇 가지 생각해 보고 있었다.

첫 번째, 나는 절대로 파괴되지 않는다.

사실 나는 장작을 모두 써도 절대로 죽지 않고 부활하거나, 다른 방식으로 살아남을 수 있어서 보이지 않는 것이라는 가설.

마음이 편안해지는 가설이기는 한데, 증거가 없어서 조금 그랬다.

게다가 파괴 조건이 없는 오브젝트는 본 적이 없는데, 나만 그렇다는 것도 조금 이상해.

두 번째, 내 능력은 원래부터 자신을 대상으로 사용할 수 없도록 만들어졌다.

이쪽은 타당한 추측이긴 했지만, 증명이 불가능한 것은 마찬가지.

세 번째, 내 능력은 나보다 ‘격’이 낮은 대상에게만 작동한다.

오브젝트에게는 ‘격’이라고 해야 하나, ‘존재감’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특유의 위압감 같은 게 있는데, 아직 나보다 존재감이 큰 오브젝트는 본 적이 없었다.

서울 숲에서 눈을 뜬 순간, 잔디에 피부가 갈라지고 나뭇가지에 발바닥이 푹푹 관통되던 시절부터 그랬다.

나는 나랑 격이 같으니까, 능력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말장난 같은 결론이지만.

나는 언제나 전투력과 별개로 오브젝트로서 격이 높았으니까, 꽤 가능성이 있는 추측이었다.

게다가 나보다 격이 높은 오브젝트를 발견하면 검증이 가능한 가설이기도 했다.

뭐, 여전히 확실한 건 하나도 없네.

그렇게 생각하며 시선을 돌리려는 순간, 이상한 것이 내 눈에 들어왔다.

‘?’

이런 게, 내 몸속에 있었나?

이제까지 한 번도 발견하지 못했던 것이 내 몸속에 존재하고 있었다.

이건 빛의 고리인가?

내 육체와 완전히 동화되어 잘 보이지 않았지만, 확실히 무언가가 있었다.

그것은 헤일로와 한없이 닮은 무언가였다.

***

억지로 버리고 와도 황금 사신은 해맑은 얼굴로 뚜방뚜방 쫓아왔기에, 남자들은 황금 사신을 독사 형님에게 데려가기로 했다.

후배는 이렇게 사람을 잘 따르고, 얌전한 아이는 격리한 거나 다름없다고 했었지만, 남자는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저렇게 싱글벙글 웃는 오브젝트 중에서 위험한 녀석들이 얼마나 많은데!

하지만 제대로 격리를 한 것이 아니더라도 떨쳐내는 게 불가능했으니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특급 오브젝트가 쭐레쭐레 따라온 것보단, 일부러 가져왔다고 하는 게 나을 테니까.

남자 두 명은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웃는 황금 사신을 들고, 천천히 계곡을 향해 걸어갔다.

계곡에 도착하자, 독사 형님이 커다란 평상을 놓고 비스듬하게 누워서 쉬고 있는 것이 보였다.

남자들이 다가가자 어떻게 알았는지, 독사 형님은 뒤돌아 누운 상태로 손을 살짝 들어 올렸다.

“어, 왔어?”

“형님!”

그러자 평상 앞으로 걸어간 남자와 후배가 동시에 큰 소리로 외치며 깍듯이 인사했다.

그리고 후배는 언제나 하던 것처럼 현재 사업 보고와 황금 사신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려고 했지만, 갑작스러운 사태에 그러지 못했다.

“!”

무언가를 느끼고, 잔뜩 겁에 질린 독사 형님의 모습.

그리고 평상 위에 올라서서 사나운 표정으로 노려보는 황금 사신.

‘나쁜 오브젝트!’

그리고 황금 사신은 태양 빛이 잘 드는 평상 위에서 양손을 번쩍 들고 태양 빛을 받기 시작했다.

원래부터 은은하게 빛을 뿌리던 황금 사신이었지만, 만세를 한 황금 사신이 태양 빛을 받을수록 점점 그 빛이 강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빛은 결국 섬광탄이 터진 것처럼 찬란한 광채가 되어, 시야를 가득 채워버렸다.

이토록 강한 빛인데, 눈이 아프지 않은 신비로운 광채였다.

그리고 시야를 가득 메운 빛이 사라지자, 평상 위에는 까맣게 타버린 흔적만이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독사 형님도, 황금 사신도 온데간데없었다.

“독사 형님?”

독사 형님이 있던 자리에는 까맣게 그을린 자국을 제외하면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

사람 하나 없는 한적한 계곡에 황혼이 내려앉기 시작했다.

마치 타오르는 것처럼 붉은 하늘이 일렁이는 계곡물을 물들이고 있었고, 그 계곡 근처에는 커다란 평상이 놓여있었다.

왠지 불길해 보이는 까만 그을음이 묻어있는 평상이었다.

그런 고요한 황혼 녘의 계곡에 돌이 마구 갈리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으드득. 으드득.

물가에 잔뜩 깔린 자갈들이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움직이며 원형을 이루고, 서로 부딪치고 갈리면서 소리를 내고 있었다.

그리고 시간이 조금 흐르자, 그렇게 스스로 갈리고 부서지던 자갈들이 깔끔한 동심원을 잔뜩 그려내었다.

그와 동시에 황혼을 물들이던 태양이 지면 아래로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그렇게 찾아온 짙은 어둠과 고요.

그 속에서 불쑥 사람의 형상이 튀어나왔다.

동심원의 중앙에 나타난, 온몸이 녹색 옥으로 만들어진 기괴한 사람이었다.

“….”

허름한 망토를 몸에 두르고 있는 옥색의 남자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묵묵히 평상 위에 남은 흔적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렇게 하염없이 바라보던 남자는 감정에 북받친 것처럼 눈물을 흘리며 중얼거렸다.

“드디어.”

“드디어 가증스러운 신의 흔적을 찾았습니다.”

남자는 드디어 오랜 염원을 이룰 때가 왔다고 눈물을 흘리며 끊임없이 되뇌고 있었다.


           


Seoul Object Story

Seoul Object Story

서울 오브젝트 이야기
Score 9.2
Status: Ongoing Type: Author: Artist: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Humans, once the masters of Earth, were losing their place to the inexplicable phenomena known as Objects. And this is a story about becoming an Object and living worry-free in the Seoul of such a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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