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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26

Chapter: 226

   ‘뭐요?’

   “뭐?”

   

   게임 속 마네가 머저리 트리오가 명명한 남자 중 가장 덩치가 큰 녀석은 내 되물음에도 당당히 앞으로 나섰다.

   

   다른 두 녀석이 제지하지 않는 걸 보면 게임에서 그랬던 것처럼 저 놈이 대표인가.

   

   “결투를 신청하겠다는 겁니다. 신께서는 옳은 자에게 승리를 내려주실 터이니까요.”

   

   그의 이야기를 들은 순간 머리가 새하얘지는 것을 느꼈다.

   

   너무 어이가 없어서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신께서 옳은 자에게 승리를 내려 주신다니.

   

   지랄하네.

   

   아니 그러면 마물한테 죽은 사람들은 마물보다 악해서 뒤진 거냐?

   

   악신과 싸우다가 죽은 사람은 악신보다도 악한 거야?

   

   헛웃음도 안 나오는 개소리이긴 했지만 이 녀석이 이야기한 결투가 무엇인지는 알겠다.

   

   결투 재판.

   

   시시비비를 가리기 애매하다 판단이 내려졌을 때 서로의 주장을 내걸고 결투를 하는 것.

   

   실제로 중세에 자행되던 방식이고, 소울 아카데미 게임 내 에피소드 중에서 이와 관계된 것이 하나 있기에 알고는 있다.

   

   근데 지금 이 상황에 나올 말은 아니지 않나?

   

   이런 생각을 한 것이 나 뿐만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방금 전까지 필사적으로 이런저런 설명을 하던 마네는 멍하니 남자를 쳐다보다가 다급히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영애. 잠시. 제가 목소리를 내어도 괜찮겠습니까?”

   

   마네의 얼굴이 벌겋게 물들어 있다.

   

   얼마나 머리가 뜨거운 건지 내 앞에서도 악귀와 같은 표정을 감추지 못하는 그의 모습에선 내가 할 말을 대신 해 줄 거라는 믿음이 생겨났다.

   

   그래서 고개를 끄덕였더니 기다렸다는 듯 마네가 남자의 앞에 섰다.

   

   “랍. 지금 넌 알른 영애께 결투 재판을 하자 제안한 거냐?”

   “그래.”

   “병ㅅ… 아니. 될 거라고 생각해?”

   “안 될 이유가 있나?”

   “있지! 당연히!”

   

   결투 재판이라는 것은 언제나 성립되는 것이 아니다. 그랬다가는 힘 있는 자라면 무얼 해도 괜찮다는 논리가 성립되지 않나.

   

   “결투 재판은 시시비비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에만 가능하다!”

   

   잘못을 가릴 때 우선 되는 것은 법이여야 한다.

   

   그 법으로 가리지 어려운 상황이 닥쳤을 때에 결투 재판을 벌이는 거지 법으로 잘잘못을 따질 수 있는 상황에 굳이 결투 재판을 벌이는 경우는 없다.

   

   “지금도 그렇지 않은가.”

   “뭐?!”

   “내가 미쳤다고 영애께 장난질을 할까. 난 그런 일을 한 적이 없다.”

   “네가 네 입으로 이야기했잖아!”

   “그랬던가? 기억이 안 나는 군. 어쨌든 증거도 없는데 죄가 있다 그러시니 시시비비가 애매하지 않은가.”

   “미ㅊ… 신분의 차이는 어쩌고!?”

   “아카데미 내에서는 모두가 평등하지 않던가?”

   “아니. 아니. 아니이… 진짜 미친 새끼네 이거?! 네가 이딴 짓을 벌이면 너만 좆 되는 게 아니라고! 우리가 다 같이 좆 된단 말!…”

   

   결국 자신의 속에서 튀어나온 화를 견디지 못한 마네가 남자의 멱살을 붙잡았지만 남자는 한 손으로 마네의 손목을 잡아 살짝 비트는 것으로 그를 치워 버렸다.

   

   상인의 아들이자 마법사인 마네는 남자에게 귀찮은 장애물조차 될 수 없었던 것이다.

   

   “알른 가문의 영애시여. 대답을 해주십시오.”

   

   위에서 내려다보는 남자를 보며 생각한다.

   

   이 녀석이 지껄이는 소리를 들어 줄 이유는 없다. 재판에 넘겨버리면 그 즉시 모든 죄가 밝혀질 테니까.

   

   <잠시 여아야.>

   

   이 놈이 돌아버린 게 분명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으려니 갑자기 할배가 목소리를 냈다.

   

   ‘뭐에요. 할아버지. 저 혼자 알아서 하라면서요?’

   <이 놈의 태도가 너무 당당하다고 생각하지 않으냐?>

   ‘정상적으로 진행되면 좆 될 거 같으니까 결투 재판으로 끌고 가려는 거잖아요.’

   

   어떤 방식으로든 간에 결투 재판이 성립되기만 한다면 결투의 결과를 가지고서 죄를 따지게 된다.

   

   이 녀석은 그걸 노리고 있다. 내 자존심을 건드려서라도 결투를 받아들이게 만들려고 한다. 그래야 자신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믿는 거겠지.

   

   <말도 안 되는 소리. 결투가 성립되는 순간 이 녀석은 승패와 관계없이 끝장이다.>

   ‘…네?’

   <귀족을 위협하는 평민을 다른 귀족들이 내버려 두리라 생각하느냐.>

   

   만일 이 녀석이 내게서 패한다면 죄가 확정되는 것은 물론 괘씸죄마저 더해지니 끝장이 난다.

   

   허나 이 녀석이 내게서 승리한다 치더라도 결말은 달라지지 않는다. 다른 귀족들이 이런 선례가 남는 것을 바라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그런 걸 모르는 게 아닐까요?’

   <그럴 리가 있나. 결투 재판이라는 단어를 먼저 꺼낸 것은 저 놈인데.>

   

   할배는 머저리 대표에게 무언가 믿는 구석이 있을 거라고 추측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저토록 당당하게 자살하겠다고 선언할 리 없다면서 말이다.

   

   <어쩌면 그 믿는 구석에서 너를 건드리라고 부추긴 걸 수도 있지.>

   

   그으러니까 이게. 음.

   

   <알겠느냐? 지금 네게 향하는 위협은…>

   ‘할아버지.’

   <뭐냐.>

   ‘그래서 뭐 하면 되는데요?’

   

   그냥 그거만 설명해 주세요.

   

   지금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만 해도 머리 아파서 죽을 것 같았는데.

   

   거기에 여러 가지 일이 얽혀 버리니까 머리가 깨질 것 같단 말이에요.

   

   과부화가 온다고요! 이러다가 악신의 억까 때문에 죽는 게 아니라 뇌가 펑하고 터져서 죽을 것 같아!

   

   할배는 하던 설명을 멈추고 길게 한숨을 내쉬더니 나지막히 목소리를 냈다.

   

   <저 놈에게서 뒷배가 누군지 들어야 한다.>

   ‘그 다음에는?’

   <방법은 여러 개가 있다. 우선.>

   

   아니. 방금 전에 머리 아프다 그랬는데 벌써 잊으시면 어떡합니까! 할배!

   

   ‘할아버지?’

   

   내가 말을 끊자 할배가 소리를 내질렀다.

   

   <알겠다! 알겠어! 주범들만 처리할 생각이라면 이들의 명단을 루카에게 넘겨버려라! 그 놈이라면 저 알아 깔끔하게 처리해 줄 거다!>

   ‘처음부터 이렇게 말을 해 주시지. 어쨌든 고마워요.’

   <…하아.>

   

   머릿속의 고민이 해결되었으니 이제 할배의 이야기를 실행하기만 하면 된다.

   

   우선은 머저리 대표에게서 뒷배의 이름을 들으라고 했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아무리 머저리라 할지라도 자신의 뒤를 지켜주는 사람에 관해 나불거릴 리가 없으니.끝까지 그 이름을 보호하려 하겠지.

   

   허나 내게는 방법이 있다.

   

   사람의 입술을 열기 어렵게 하는 것은 이성이다.

   

   바꾸어 말하자면 이성이 날아간다면 자물쇠가 풀린 입술은 제멋대로 나불거리게 되어 있단 거지.

   

   날 내려다보는 머저리 대표의 눈동자를 본다.

   

   자신감으로 가득한. 자신이 전혀 좆 되지 않을 것임을 확신한 그 눈을 말이다.

   

   시선의 위치가 마음에 들지 않아 자리에서 일어났지만 여전히 머저리 대표는 날 위에서 내려다보고 있었다.

   

   역시 내 시선이 높아지는 데에는 한계가 있나.

   

   어쩔 수 없네. 이럼 상대의 시선을 내려야지.

   

   “결정하셨습…”

   

   무어라 이야기를 하는 머저리 대표의 명치에 주먹을 꽂아 넣었다.

   

   깔끔하게 박혀 들어간 주먹의 끝에서 무엇인가 부서지는 감촉이 느껴졌다.

   

   설마 뼈가 나간 건가? 아니겠지. 그래도 아카데미 2학년인데 이 정도로 뼈가 나갈 리가 있나.

   

   저기에 뭐라도 들어있었던 걸 거야.

   

   숨이 턱하고 막히는 듯 명치를 부여잡은 채 앞으로 고꾸라지는 머저리 대표를 본 난 이제야 만족스럽단 생각을 하며 마네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문 닫아뒀습니다.”

   

   벌써? 말도 안 했는데 내가 바라는 걸 정확히 알아차리다니! 눈치가 빨라서 좋네!

   

   웃음을 지어주는 것으로 잘했다 칭찬을 하며 머저리 대표의 얼굴을 걷어찼다.

   

   나의 두 배는 될 법한 덩치가 공마냥 굴러가 벽에 처박힌다.

   

   “영애?! 이게 도대체.”

   “결투 하자 그래서 결투 하는 건데? 무슨 문제라도 있어?”

   

   문제가 있으면 들어 줄 생각이었지만 상대는 그 이상 입을 열지 않았다.

   

   그 대신이라고 해야 할까. 널부러졌던 머저리 대표가 비틀거리면서 몸을 일으키며 목소리를 냈다.

   

   “비…겁한…”

   “비겁? 진심으로 하는 이야기야? 자기 명치 부근에 올까말까한 귀엽고 연약한 여자애한테 시비를 걸어놓고 비겁하다고?♡ 푸훗♡ 푸핫♡ 푸하하핫♡”

   

   상대의 직설적인 적의를 받은 순간 고양감이 차올랐고, 그를 잇듯 웃음이 터져 나왔다.

   

   “저기. 저기. 그럼 정직한 건 뭐야?♡ 어린애 괴롭히기?♡ 먼저 시비걸고 억울한 척 하기?♡ 허세부리다가 처 발리고 질질짜기?♡”

   

   여지까지 저 녀석이 했던 일을 비웃음과 함께 읊어 주었더니 녀석의 목에 힘줄이 솟아났다.

   

   “시끄럽!…”

   “네 논리대로라면 넌 정말 깨끗한 쓰레기구나?♡ 허접 주신도 이런 쓰레기라면 하늘 쓰레기통에 있어도 괜찮다고 그럴 게 분명해!♡”

   

   아직은 부족하다. 완벽히 이성이 날아가지 못했다. 이래서야 나불대던 입에 제동이 걸릴지도 모르잖은가.

   

   제대로 된 추궁을 위해선 이 이상이 필요했다.

   

   “너~무 부럽다♡ 어떻게 하면 너 같은 쓰레기가 될 수 있을까?♡ 으음~♡”

   “…”

   “안 되겠다. 난 너처럼 역겹게 생기지 않았는 걸~♡ 이게 재능이라는 거구나?! 풉. 크흡. 정~말 대단해!♡”

   

   진심으로 칭찬한다는 것처럼 박수를 쳐줌과 동시에 웃음소리를 내었더니 머저리 대표가 입을 다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그의 생각을 알 수 있었다.

   

   힘줄이 잔뜩 솟은 이마. 충혈된 채 날 노려보는 얼굴. 부들거리는 주먹.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하나였다.

   

   “화났어?♡ 화났구나?♡ 그래서 어쩔 건데?♡ 너 같은 개허접 찌끄래기 평민이 뭘 할 수 있는데?♡”

   “뭘 할 수 있냐고?!”

   “아!♡ 망상은 할 수 있겠다♡ 집구석에 처박힌 채 질질 짜면서 자기가 이기는 걸 상상하는 거야!♡”

   “직접 보여주마! 이 썅년아!”

   

   눈이 돌아간 채 달려드는 녀석을 보며 이 정도면 이성을 충분히 날려버렸다는 확신을 가졌다.

   

   생각 없이 내지른 주먹을 가뿐하게 피한 후 그 손목을 붙잡아 다시 벽으로 내던져 버렸다.

   

   콰앙! 하는 소리가 난 후 머저리 대표가 머리부터 바닥에 떨어진다.

   

   그렇지만 괜찮다. 그는 저 정도로 기절하지 않는다.

   

   보라. 비틀거리면서도 일어나 원수마냥 날 노려보지 않는가.

   

   이제부터는 잘근잘근 자존감을 밟아 보자.

   

   자신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자기가 누구한테 인정받고 있는지. 제 입으로 말하게 만들기 위해서.

   

   “진짜 개허접이네♡ 이 따위 실력으로 결투를 하자고 했다니♡ 안 부끄러워?♡ 자괴감 안 들어?♡ 아 혹시 맞고 싶어서 일부러 결투 신청 한 거야?♡ 역겨운 마조 변태 새끼♡ 혀 깨물고 뒈져버려♡”

   

 

 

       
   


           


Mesu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u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sa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saggi tanks are not properly educated., Mesugaki tanks are not properly educated., 메스가키 탱커는 참교육 당하지 않는다.
Score 9.2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You sloppy orc~ You can’t take down a girl?” He became the Mesugaki character in the Academy game. But the taunt works too w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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